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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Author: 양순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09 16:27:10

임시 집무실로 돌아온 카시안은 테이블 위를 훑었다.

아르센 황실의 군사 보고서, 귀족 가문의 계보, 그리고 로셀린 황후의 개인 기록.

그의 눈치를 보던 서기관이 조심스레 다가왔다.

“폐하, 아르센 황후에 대한 심층 조사 명을 내리시겠습니까?”

카시안은 한 손으로 문서의 모서리를 가볍게 넘겼다.

그 안에는 어디를 봐도 ‘무능하고 수동적인 황후’라는 평가가 반복될 뿐이었다.

하지만 방금 전에 마주한 여인은, 그 모든 기록을 단번에 뒤집는 완벽한 독부(毒婦)였다.

“아니.”

그는 손을 멈췄다.

“더이상 종이 쪼가리 따위를 들추는 건 의미 없는 짓이다.”

서기관은 그의 의중을 알 수 없어 눈을 깜박였다.

카시안은 로제의 자료를 밀어두고, 대신 레온 황제의 동향 보고서를 집어 들었다.

무능함. 나약함. 미숙함.

보고서 전체가 그 세 단어로 요약되었다.

“지금 당장, 아르센 황제에게 내 근위 기사를 보내라.”

카시안은 펜을 집어 문서 상단에 단 세 글자를 적었다.

지도 시작일(指導始作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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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밝아오는 아침 햇살이 무색하게, 블랑의 침소에 내려앉은 공기는 서릿발처럼 차갑고 무거웠다.방 안으로 들어선 카시안은 묵묵히 다가와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부서질 듯 연약한 유리를 쥐듯 조심스럽고 부드러운 손길이었다.“꼭 작별인사로 하는 사람 같네요.”블랑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려는 듯, 그는 느릿하게 그녀의 귓가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살갗에 닿은 나직한 속삭임은, 그 다정한 품과는 소름 끼치도록 이질적이었다.“서연합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아침 인사를 대신한, 건조하고도 잔혹한 출정 통보였다.“갑자기요?”블랑의 은회색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너무 빨라. 이제 막 서연합의 심기를 건드려 불씨만 당겨놓았을 뿐인데, 이렇게 단숨에 전면전으로 판을 엎어버린다고?‘블랑은 보이지 않게 입술 안쪽을 지긋이 깨물었다.'불씨를 당기는 데만 집중하느라, 정작 내가 여제가 될 준비는 하나도 하지 못했어. 흩어진 아르센의 난민, 숨어있는 레지스탕스, 그들을 규합할 군자금과 무기… 아직 어느 것 하나 내 손에 온전히 들어온 게 없는데!'판이 너무 일찍 열렸다.하지만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영원히 전리품으로 전락해 카시안이 주는 모이만 먹고 살아야 할 터였다.그녀는 이내 카시안의 제복 옷자락을 절박하게 움켜쥐었다. 당장 저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직접 뛰어들어 기회를 탈취해야만 했다.“그럼 저도 데리고 가주세요.”카시안이 제 품에 안긴 블랑의 어깨를 천천히 밀어냈다.“어딜 말이지.”“폐하가 계시는 곳 어디든요. 그곳이 전장이라 할지라도요.”그의 커다란 손이 블랑의 뺨을 다정하게, 그러나 결박하듯 감싸 쥐었다. 거리를 둔 채 옭아매는 시선이었다.“거긴 여인들이 있을만한 곳이 아니야. 게다가 널 내내 내 옆에 붙여 놓을 수도 없어.”하지만 블랑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는 제 뺨을 쥔 카시안의 커다란 손등 위로 두 손을 겹쳐 쥐며, 겁에 질린 듯 커다란 눈망울을 일렁였다.“어차피 폐하가 없는 이 황궁은 제게 감옥이나 다름없을 텐데,

  •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1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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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1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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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13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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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1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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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52화

    탑의 꼭대기 방.육중한 문이 닫히고, 빗장이 걸리는 소리가 감옥의 철창 소리보다 더 무겁게 울렸다. “하아….” 엘런은 로제를 침대 기둥으로 몰아붙이며 뜨거운 숨을 토해냈다. 그는 급하지 않았다. 이미 제 손아귀에 들어온 완벽한 전리품이었으니까. 그는 로제의 얇은 쉬폰 드레스 자락을 손끝으로 느릿하게 훑어 올렸다. “떨고 있군요, 황후.” 그의 손이 로제의 허리를 지나, 맨살이 드러난 어깨를 타고 뱀처럼 미끄러졌다.“두려워할 것 없습니다. 그 무능한 황제 놈은 당신의 이 뜨거운 몸을 제대로 다루는 법조차 몰랐던 모양인

  •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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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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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4화

    대접견실의 문이 닫히자, 레온은 그대로 굳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로제의 목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끈적하게 들러붙어 있었다.[저의 폐하를 너무나 연모하거든요.]그 말은 독처럼 달콤했고, 동시에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연모……?’레온은 떨리는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로제는 눈만 마주쳐도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던 수줍은 여인이었다.그리고 자신은 어떠했나.첫날밤조차 그녀가 겁을 먹을까 봐 제대로 안지도 못했다.그런데 오늘 본 로제는 달랐다.카시안의 눈을 똑바로 보며 ‘밤일’을 운운하고,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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