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07.
2층 방문 넘어 들려오는 찬솔의 목소리에 해솔은 책을 덮고 1층 거실로 내려갔다. 탁자 위에는 마을 과수원에서 막 따온 듯한 신선한 과일들이 한가득 차려져 있었다. 이 시대의 강원도에서는 망고나 파인애플 같은 남국 과일을 구경조차 할 수 없었지만, 대신 아삭하고 새콤달콤한 제철 사과만큼은 매일 질리도록 맛볼 수 있었다.
게다가 집안이 대대로 고위 군인 집안인 덕분에, 종종 남쪽 지방이나 멀리서 재배된 희귀한 과일들까지 상자째 배달되어 오곤 했다. 부족함 없이 풍족하게 대접받는 일상을 누리며, 해솔은 문득 씁쓸하면서도 솔직한 생각에 잠겼다.
‘소설 속이든 현실이든, 역시 금수저로 태어나는 게 제일이네.’
간혹 마을 아래로 내려가면, 조그마한 손으로 가족의 생계를 돕기 위해 일하는 어린아이들을 자주 목격하곤 했다. 그런 참담한 풍경을 마주할 때마다 해솔은 자신이 누리는 이 안락함이 얼마나 커다란 특권인지 절실히 깨달았다.
하지만 그 편안함의 그늘에서도 불쑥불쑥 피어오르는 불안감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지금이야 가문의 그늘에 여유롭게 지낸다 해도,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고 독립하거나 가정을 꾸릴 때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특히나 이 서슬 퍼런 1950년대의 보수적인 사회에서 동성애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모질고 고단한 삶일지, 해솔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현실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숨겨진 이유 중 하나였다.
“해솔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게 해?”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생각에 잠겨 있던 해솔은 찬솔의 다정한 물음에 대충 얼버무리며 사과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 찬솔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니, 기분 좋은 표정으로 새로운 제안을 건넸다.
“내일 우리 바닷가에 갈까?”
“바닷가?”
해솔은 약간 의아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가족여행’이라는 단어 자체가 해솔에게는 점차 아득하고 낯선 개념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릴 적에는 부모님 손을 잡고 이곳저곳 다녔지만, 찬솔이 머리가 자란 이후부터는 가목 여행에 슬그머니 빠지기 시작했고, 해솔 역시 자연스럽게 집에 남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쪽을 택했었다. 더군다나 이 집안에는 어머니의 빈자리가 컸기에, 셋이 소풍을 떠난다는 상황이 더더욱 생소하게 다가왔다.
“와, 아버지. 얘 표정 좀 보세요. 이제 머리 좀 컸다고 우리랑 같이 놀러 다니기 싫은가 봐요.”
“아, 아니거든?! 내가 언제 그랬어, 형은 왜 말을 항상 이상하게 해!”
찬솔이 장난스럽게 억울한 모함을 씌우자, 해솔은 양손을 바쁘게 저으며 다급히 손사래를 쳤다. 민식은 티격태격하며 우애를 나누는 두 아들의 모습을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자자, 과일이나 어서 먹어라.”
계단에서 구르는 사고를 당해 이곳으로 떨어진 이후로, 해솔이 방에 틀어박혀 지내는 시간은 늘어만 갔다. 현실과 조금의 오차도 없이 똑같은 이목구비를 하고 있었지만, 정작 살아온 세월과 추억이 다른 민식, 찬솔이였기에 섣불리 대화의 물꼬를 트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게다가 두 사람 역시 해솔을 배려하느라 억지로 방 밖으로 끌어내지 않았던 터였다. 하지만 민식과 찬솔은 근래 해솔이 조금씩 생기를 되찾고 적극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안도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십 대 후반부터 우울증의 늪에 빠져 방 안에서 나오지 않던 막내였기에, 오늘처럼 툴툴거리며 장난스럽게 농담을 받아치는 모습은 과거 해맑았던 시절의 해솔을 떠올리게 했다. 찬솔은 감개무량한 미소를 지으며 해솔의 접시 위에 과일 조각을 살포시 얹어 주었다.
“내일 바다에 가자. 응? ”
해솔은 순간 멈칫하며 망설였지만, 내면에서 차오르는 따스함에 이내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좋아…”
해솔의 승낙에 민식과 찬솔의 얼굴 위로 미소가 번져나갔다.
“도시락 싸갈까?”
“그래야죠. 김밥도 싸고. 아…”
‘김밥’이라는 단어를 뱉어낸 직후, 해솔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이 1950년대의 세계에도 김밥이라는 음식이 존재하는지, 만약 있다면 현대에서 즐겨 먹던 그 맛과 같을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해솔이 혼자 당황하여 흠칫거릴 때, 찬솔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정하게 물어왔다.
“김밥? 해솔아, 김밥이 뭔지 기억이 나?”
“…어?”
찬솔의 질문에 해솔은 동그란 눈으로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설마 이 시대에도 김밥이라는 명칭이 쓰이고 있던 걸까? 찬솔의 말을 가만히 곱씹어 보니, 마치 원래의 이 몸(해솔)이 과거에 김밥을 먹어본 적이라도 있는 것처럼 들렸다.
“어, 어렴풋이…? 옛날에 놀러 갔을 때 먹었던 맛있는 거라는 정도만…”
“아… 그렇구나. 사소한 거라도 이렇게 조금씩 기억을 되찾아 가니 참 다행이다. 주방 이모님께 맛있게 싸달라고 해야겠네.”
다음 날 아침, 세 사람은 소풍 짐을 바리바리 챙겨 고풍스러운 검은색 자동차에 올라탔다. 당시 강원도 전체를 통틀어도 몇 대 없다는 귀한 차였지만, 시골 도로는 제대로 포장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차가 자갈길을 달릴 때마다 거칠게 덜컹거렸고, 평소 차멀미가 없던 해솔마저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해솔아, 얼굴빛이 안 좋은데 괜찮냐?”
“욱… 속이 울렁거려…”
“조금만 참아, 이제 거의 다 왔으니까.”
찬솔은 아파하는 해솔의 어깨를 토닥여 주며, 앞자리에 앉은 민식에게 짐짓 가벼운 화제를 건넸다.
“아, 아버지. 소문에 조만간 우리나라에도 자동차 공장이 들어선다던데, 정말인가요?”
“응. 듣자, 하니 버스를 먼저 만든다고 하더구나.”
“와, 대단하네요. 이제 국산 기술로 만든 자동차를 타게 될 날도 그리 멀지 않았네요.”
창문에 이마를 대고 있던 해솔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멀지 않을 뿐인가. 나중엔 우리나라 자동차가 전 세계로 수출되는데. 자동차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 반도체, 온갖 가전제품까지… 아, 진짜 인터넷 하고 싶다…’
그리운 현대의 풍경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아득해지던 그 순간, 민식의 나직한 목소리가 창밖을 가리켰다.
“해솔아, 곧 바다가 보일 거야.”
“정말요?”
민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차창 너머로 탁 트인 푸른 바다가 광활하게 펼쳐졌다. 현대의 강원도 바다와는 전혀 다른 낯설고도 눈부신 풍경이었다. 상업 건물이나 횟집 하나 없이 한적하고 고요한 백사장, 그리고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순수의 바다가 햇살을 받아 부서지고 있었다.
“와… 진짜 예쁘다…”
“자, 다 왔으니 내리자꾸나.”
“네!”
87.그 일주일 동안 해솔은 이랑이 가진 질투심의 깊이와 무게가 일반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오랜 세월 오롯이 자신만을 기다려 온 72년의 세월 때문인지, 아니면 늑대의 본능 때문인지 몰라도 이랑의 독점욕은 상상을 초월했다.주말을 맞아 함께 나선 데이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길을 걷다 지나가는 사람이 해솔의 얼굴이나 옷차림을 아주 잠시 바라보기만 해도 옆에 서 있던 이랑의 분위기는 금세 차갑게 가라앉았다.눈동자가 순간순간 짙은 황금빛으로 번뜩였고 그럴 때마다 이랑은 해솔의 허리를 부서질 듯 끌어안아 남들의 시선을 가로막거나 표정을 굳혔다.자신은 오직 이랑 하나만 바라보고 있는데, 이랑은 여전히 자신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깊은 갈증과 불안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어떻게 해야 내가 랑이 너만 바라보고 있다는 걸 완전히 믿게 해줄 수 있을까……?’집으로 돌아온 해솔은 이랑이 잠시 서재에서 업무를 보는 사이,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인터넷 검색창을 켜고 망설이듯 손가락을 움직였다.[애인 집착 줄이는 법][질투 많은 애인을 위한 이벤트]몇 가지 검색어를 넘기다 보니, 연인의 독점욕을 채워주고 확실한 확신을 줄 수 있는 온갖 자극적인 후기들과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서도 해솔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단연 은밀하고 야릇한 스킨십 이벤트에 관한 글들이었다.‘…자기 몸에 직접 리본을 묶고 기다리기?’‘애인이 집에 들어왔을 때 애인의 상의만 입고 기다리거나
86.이랑은 해솔의 말을 들으면서도 가쁘게 허리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살결이 마찰하는 질척한 소리가 좁은 현관을 가득 채웠다.“그냥… 이렇게 평생 집에 가둬두고 나만 보게 만들고 싶어. 내가 너한테 이렇게까지 집착이 심한 줄 몰랐다, 해솔아.”랑은 낮게 읊조리며 해솔의 허리를 부서질 듯 단단히 끌어안고는 아래에서부터 짓누르듯 깊숙이 허리를 돌려 찔러 넣었다. 예민한 전립선을 정확하게 문지르며 파고드는 묵직한 자극에 해솔은 차가운 현관문을 손톱으로 세차게 긁어내리며 거친 신음을 터뜨렸다.“아앙…! 라, 랑아… 읏, 나한테는… 너뿐이야, 읏……!”해솔의 애원 섞인 고백에 이랑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해솔의 목덜미와 어깨에 깊게 입을 맞추며 허리 짓에 더욱 가속도를 붙였다. 질척이는 마찰음이 침실보다 더 뜨겁고 노골적으로 울려 퍼졌다.“나도… 나도 너밖에 없어, 해솔아. 내가 말했지? 늑대는 평생 단 하나의 반려만을 바라보고 목숨을 바친다는 거.”달콤하고도 과분한 애정이 담긴 속삭임과 함께 이랑은 뿌리 끝까지 묵직하게 밀어 넣었다. 그 순간, 안쪽 깊은 곳을 짓누르는 압도적인 감각에 해솔은 허리를 튕기며 현관 문짝에 얼굴을 묻었다.이미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내벽이 성기를 짓이기듯 조여들었고 해솔의 성기 끝에서 하얀 액체가 왈칵 쏟아져 나와 차가운 현관 바닥과 바지 자락을 적셨다.“아읏…! 하아,
85.커피를 모두 마신 후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카페 직원의 시선에 자극받았던 이랑의 질투심은 곧바로 거친 욕망으로 표출되었다.이랑은 문을 닫아걸기가 무섭게 해솔을 끌어안고 침대로 넘어뜨렸다. 밤새도록 멈추지 않는 깊고 짙은 애무와 추삽질이 이어졌고 축축한 마찰음과 신음 소리가 침실 안을 기나긴 시간 동안 메웠다.해솔은 온몸의 기력이 다 빠져 흐물거릴 정도로 이랑의 열기에 젖어 든 채 절정을 거듭하다 겨우 정신을 잃듯 잠에 들었다.다음 날 햇살이 방 안 깊숙이 들어오는 낮이 되어서야 해솔은 겨우 눈을 떴다. 옆자리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이랑은 회사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해솔은 침대 위에서 뻐근한 허리와 골반을 천천히 비틀며 스트레칭을 했다. 온몸 마디마디에 남아있는 질척한 여운에 몸이 묵직했지만, 시원한 커피가 간절하게 당겼다.해솔은 대충 옷을 걸쳐 입고 어제 방문했던 1층 카페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계산대에 있던 어제의 직원이 반갑게 해솔을 맞이했다.주문을 받는 사장의 눈빛에는 어제보다 한층 더 노골적인 관심이 담겨 있었다. 커피를 내리는 동안 사장은 해솔의 눈치를 슬쩍 살피며 은근하게 대화를 건넸다.“어제는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인사를 못 했네요. 제가 여기 사장입니다. 그런데… 혹시 어제 같이 오셨던 그분은 연인이신가요?”질문을 받은 해솔은 어제 이랑이 직원의 눈앞에서 정수리에 뽀뽀하고 허리를 감싸 안았던 기억이 떠올라 순간 볼이 붉게 발그레해졌다. 해솔은 민망함에 시선을 살짝 내리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84.이랑의 상체에 기대어 선 해솔은 연신 허리를 움찔거리며 떨었다. 이랑은 뒤에서 해솔의 가슴과 배를 감싸 쥔 채, 그의 배꼽 아래 볼록하게 도드라진 부분을 손가락 끝으로 꾹 눌렀다. 단단한 중심이 내벽을 타고 들어찬 위치가 그대로 느껴지자, 이랑은 슬그머니 손바닥을 위로 올려 배꼽 위쪽을 지그시 짓눌렀다.“여기까지 넣을까?”귓가에 낮게 울리는 물음에 해솔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힘겹게 끄덕였다. 극심한 자극에 열이 오른 목소리가 잘게 떨려 나왔다.“라, 랑아… 빠, 빨리 넣어줘…….”그 대답에 이랑은 해솔의 목덜미와 어깨선을 따라 치아로 잘게 깨물어 마크를 남기며, 하의 각도를 비틀어 허리를 크게 돌렸다. 닫혀 있던 결장 입구를 거칠게 밀어붙이자 묵직한 성기가 단숨에 뿌리 끝까지 파고들었다.“아윽……!”압도적인 깊이감에 해솔은 온몸을 바르르 떨며 다시 한번 허공으로 액체를 뿜어냈다. 방금 막 절정을 맞이하여 극도로 조여드는 결장 내부의 압박에도 이랑은 쉬지 않고 허리를 쳐올리며 격렬하게 추삽질을 이어갔다. 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질척이는 마찰음이 침실 안을 사정없이 울려 퍼졌다.이랑은 빠른 속도로 허리를 쳐올리며 해솔의 성기를 손으로 틀어쥐고 함께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안팎으로 몰아치는 강렬한 자극에 해솔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거친 숨을 내뱉었다.“같이 하면, 또 가, 아읏……!”
83.위쪽으로 옮겨간 이랑의 입술은 이번엔 해솔의 골반 뼈와 아랫배를 향했다. 배꼽 주변을 동그랗게 그리며 축축한 침 자국을 남기더니, 움푹 들어간 배꼽을 혀끝으로 지그시 눌러 들쑤셨다. 예상치 못한 은밀한 자극에 해솔의 허리가 튕기듯 위로 솟구쳤다.“아앙! 거기, 거기는… 하아, 랑아……!”“쉬… 가만히 있어.”이랑의 눈빛은 더욱 짙어졌고 입술은 가슴팍으로 기어올랐다.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분홍빛 돌기를 입안 가득 머금고는 결대로 핥고 빨아당겼다.쭈욱 소리가 날 정도로 가슴을 세게 빨아들이는 동시에, 다른 한 손으로는 반대편 돌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지그시 비틀어 문질렀다.양쪽에서 몰아치는 강렬한 애무에 해솔은 신음을 뱉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이랑은 멈추지 않고 목덜미를 거쳐 해솔의 귓바퀴를 통째로 머금었다. 귓구멍 속을 혀끝으로 간질이고 귓불을 살짝 집어 깨물며 가쁜 숨을 귓가에 쏟아냈다.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랑의 침과 열기, 그리고 뜨거운 숨결로 젖어 들지 않은 곳이 없었다. 온몸이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린 해솔은 시트를 움켜쥐었던 손에 힘을 풀고 이랑의 단단한 어깨에 팔을 감아쥐며 밭은 숨만 내쉬었다.온몸이 이랑의 온기와 침으로 젖어 든 해솔은 가쁘게 숨을 몰아쉬다, 떨리는 손을 뻗어 이랑의 어깨를 밀어냈다. 달아오른 얼굴을 감추지 못한 채, 해솔이 붉어진 입술을 열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내, 내가… 내가 해줄게.”이랑이 황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살짝 비키자,
82.해솔은 뜨거워지는 얼굴을 숨기지 못한 채 입술을 꾹 깨물었다. 허리를 감싸 쥔 이랑의 단단한 손길과 어깨에 닿은 온기 때문에 심장이 쿵쿵 소리를 내며 뛰기 시작했다.“나… 짐 정리해야 하는데…….”“응, 해. 난 이렇게 구경할 테니까.”이랑은 태연하게 중얼거리면서도 해솔의 허리 근처를 감싸 안은 팔에 단단히 힘을 줄 뿐 풀어줄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이 상태로 붙어서 어떻게 정리를 해…….”“그냥 움직이면 되지.”해솔은 헛웃음을 지으며 밀어내려 했지만, 이랑은 단단한 몸으로 해솔의 뒤를 틀어막듯 꼭 끌어안았다. 생각해 보면 강원도에 있을 때도 이랑은 틈만 나면 스킨십을 해왔다.둘만 있을 때뿐만 아니라, 일행들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손가락을 얽어 잡고 자연스럽게 허리를 감싸 안거나 무심한 척 허벅지 위를 지분거리곤 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완전히 무시한 채 오롯이 해솔에게만 몰두하는 모습이었다.‘이렇게까지 사람이 달라질 수 있나?’예전에는 그래도 남들 앞에서는 적당히 절제하고 거리를 두는 편이었는데. 해솔은 은근한 열기가 올라오는 얼굴을 한 채 고개를 살짝 돌려 물었다.“너 예전에는 남들 앞에서 지분거리거나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이랑은 해솔의 어깨에 턱을 얹은 채 피식 낮은 웃음을 흘렸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