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다음 날은 평소보다 퇴근이 늦었다.
다음 주 경영회의에 올라갈 자료에서 숫자 하나가 틀어진 탓이었다.
문제를 발견한 건 다은이었다.
“대리님.”
모니터 너머로 빼꼼 얼굴을 내민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저희 망한 것 같은데요.”
“얼마나?”
“……조금 크게?”
이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은의 모니터에는 월별 객실 매출이 떠 있었다. 전월 대비 실적이 이유 없이 크게 튀어 있었다.
“어디까지 봤어요?”
“원천 데이터는 맞아요. 취합하면서 틀어진 것 같은데…….”
이재가 마우스를 받아 파일 몇 개를 넘겼다.
문제는 생각보다 금방 보였다.
전월 데이터 일부가 이중으로 잡혀 있었다.
“여기.”
“찾으셨어요?”
“네.”
다은이 모니터 가까이 몸을 당겼다.
몇 초 뒤 안도의 한숨이 터졌다.
“살았다.”
“아직이요. 데이터 다시 돌려야 돼요.”
표정이 곧장 죽었다.
“지금부터요?”
이재가 시계를 봤다.
오후 여덟 시 사십 분.
내일로 넘길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아침에 다시 붙잡힐 일이라면 지금 끝내는 편이 속 편했다.
“한 시간 안에 끝내죠.”
“역시 대리님밖에 없어요.”
“한 시간 넘으면요?”
다은이 잠깐 고민했다.
“그때는 조금 미워할게요.”
“조금이면 괜찮네요.”
결국 조금 미움받을 시간은 생겼다.
수정된 데이터를 다시 돌리고 보고서에 들어간 숫자까지 전부 맞춰본 뒤에야 이재는 모니터 전원을 껐다.
열 시가 가까워져 있었다.
옆자리에서는 다은이 가방을 챙기며 기지개를 켰다.
“내일 아침의 제가 오늘의 저를 엄청 싫어하겠죠?”
“오늘의 다은 씨가 사고 쳤으니까 감수해야죠.”
“대리님까지 왜 그래요.”
“저도 피해자잖아요.”
“아.”
다은이 억울해할 명분을 잃었다.
이재가 웃으며 가방을 챙겼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다은은 말을 걸 때마다 묘하게 허리를 세웠다.
회장 딸과 같은 팀.
그 사실 하나가 사람을 꽤 불편하게 만드는 모양이었다.
요 며칠 사이에는 적어도 농담 한 번 할 때마다 표정부터 살피는 일은 없어졌다.
이재로서는 그쪽이 훨씬 편했다.
사무실을 나서자 센서가 사람을 따라 조명을 밝혔다.
낮에는 통화 소리와 키보드 소리가 끊이지 않던 공간이 지금은 조용했다. 빈 책상 위로 꺼진 모니터만 줄지어 서 있었다.
둘은 엘리베이터 앞에 나란히 섰다.
다은이 휴대폰을 확인했다.
“저 택시 거의 왔어요. 대리님은요?”
“차 가져왔어요.”
“이렇게 피곤한데 운전 괜찮으세요?”
“이 정도는 괜찮아요. 졸리면 안 몰고.”
“다행이다.”
그러더니 다은이 문득 덧붙였다.
“저는 왠지 기사님이 데리러 오실 줄 알았어요.”
이재가 고개를 돌렸다.
다은의 표정에 한 박자 늦게 후회가 떠올랐다.
“……방금 제가 굉장히 편견에 찬 발언을 한 것 같은데요.”
“도대체 회장 딸이 나오는 드라마를 얼마나 본 거예요?”
“많이는 아니고요.”
“몇 개나 봤는데요.”
“……꾸준히?”
“많이 봤네.”
다은이 웃음을 참다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뭐가 죄송해요.”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 다은이 먼저 올라탔다.
“대리님 생각보다 은근히 짓궂으시네요.”
“생각보다?”
다은의 표정이 다시 굳었다.
“이것도 편견인가.”
“오늘 많이 배우네요.”
“내일은 입 조심할게요.”
“그건 재미없는데.”
다은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1층에서 문이 열렸다.
“내일 봬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택시 타면 연락하고.”
“네!”
다은이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문이 다시 닫혔다.
혼자 남은 이재가 지하 3층 버튼을 눌렀다.
조금 전까지 남아 있던 웃음이 거울처럼 반사되는 엘리베이터 벽 안에서 천천히 가라앉았다.
***
지하 3층은 조용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어두웠던 통로의 센서등이 하나씩 들어왔다.
낮이면 차량과 사람이 쉴 새 없이 오가는 곳이었다.
열 시가 넘으니 같은 공간이 괜히 넓어 보였다.
이재는 가방에서 차 키를 꺼냈다.
차는 안쪽에 세워뒀다.
구두 굽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소리가 길게 울렸다.
또각.
또각.
자신의 차가 보이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그 앞에 세워져 있던 검은 세단의 헤드라이트가 갑자기 켜졌다.
이재가 눈을 가늘게 떴다.
시동이 걸렸다.
차가 나가려는 모양이었다.
별다른 생각 없이 지나치려는데.
운전석 문이 열렸다.
남자가 내렸다.
정장을 입은 젊은 남자였다.
회사에서 몇 번 본 얼굴 같기도 했다.
이재는 그대로 지나쳤다.
철컥.
등 뒤에서 문이 닫혔다.
곧 발소리가 들렸다.
또각.
저벅.
이재는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같은 회사 직원일 수도 있었다.
주차장에서 같은 방향으로 걷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한 가지가 걸렸다.
차에 타고 있던 사람이 왜 하필 자신이 지나가자 내렸을까.
이재는 차 키를 눌렀다.
멀리 세워둔 차의 불빛이 두 번 깜빡였다.
뒤의 발소리가 조금 빨라졌다.
손가락이 차 키 위에서 멈췄다.
별일 아닐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하필 어제 들은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쳤다.
가족사진.
같이 사는 사람.
귀가 시간.
누군가는 십 년 전 사건을 알고 있었다.
아무도 알려준 적 없는 것까지.
이재는 제 차 앞까지 갔다가 그대로 지나쳤다.
엘리베이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뒤의 발소리가 멎었다.
순간 안도할 뻔했다.
철컥.
차 문이 다시 닫히는 소리.
그리고.
저벅.
저벅.
이번에는 분명히 자신을 따라왔다.
심장이 세게 내려앉았다.
이재는 걸음을 재촉했다.
뒤에서도 빨라졌다.
머리로는 아직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다.
그런데 몸은 달랐다.
손끝이 식었다.
입 안이 말랐다.
등 뒤에서 구두가 바닥을 칠 때마다 전혀 다른 소리가 겹쳤다.
쿵.
문을 내리치던 소리.
철컥.
미친 듯이 돌아가던 손잡이.
―열어.
이재는 입술 안쪽을 세게 깨물었다.
아니다.
여기는 그 집이 아니다.
저 사람은 그 사람이 아니다.
자신은 열여덟도 아니었다.
휴대폰을 꺼냈다.
엄지손가락이 112 위에 올라갔다.
멈췄다.
아직 아무 일도 없었다.
경찰이 회사까지 오면 일이 커진다.
보안팀을 거쳐 보고라도 올라가면 아버지가 알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싫었다.
그때 어제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애매하면 해요.
별일 아니면요.
―그건 내가 판단할게요.
통화 기록을 열었다.
맨 위에 이름이 있었다.
강태혁.
이번에는 고민하지 않았다.
눌렀다.
신호가 한 번 갔다.
바로 연결됐다.
―무슨 일 있어요?
평소보다 빠른 목소리였다.
이재는 순간 아무 말도 못 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인데, 놀란 건 저쪽 같았다.
―윤이재 씨.
“……어떻게 알았어요?”
―당신이 먼저 전화했잖아요.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투였다.
곧장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어디예요.
“회사요.”
―지하주차장?
“네.”
―몇 층.
“3층.”
―혼자예요?
“네.”
―말해요.
이재는 계속 걸었다.
“사람이 하나 있는데.”
호흡이 조금 짧아졌다.
“제 차 앞에 있던 차에 계속 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요.
“제가 지나가니까 내렸어요.”
전화 너머에서 의자가 밀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따라와요?
이재가 옆에 세워진 SUV의 창에 시선을 주었다.
뒤로 남자가 비쳤다.
“……네.”
대답과 거의 동시에 태혁 쪽에서 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차로 가지 말고 엘리베이터로 가요.
“가고 있어요.”
―계속 가요. 뛰지 말고.
남자의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이재도 속도를 높였다.
―절대 뒤돌아보지 말고.
“안 봐요.”
―잘하고 있어요.
짧은 한마디였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 막혀 있던 숨이 아주 조금 내려갔다.
태혁 쪽에서 시동이 걸렸다.
―조금만 기다려요.
“뭘요?”
―갈게요.
이재의 걸음이 잠깐 느려졌다.
“여길요?”
―네.
“강태혁 씨.”
―왜요.
“경찰은 부르지 마요.”
망설임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알았어요.
“진짜요?”
―네.
이유는 묻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마음을 놓이게 했다.
잠시 뒤 태혁이 말했다.
―대신 내가 갈게요.
이번에도 허락은 구하지 않았다.
“별일 아닐 수도 있어요.”
―그럼 좋은 거고.
역시 간단했다.
―엘리베이터 보여요?
“네. 거의 다 왔어요.”
그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윤이재 대리님.”
숨이 턱 막혔다.
자신의 이름이었다.
이재의 걸음이 빨라졌다.
―이재 씨.
전화 너머의 태혁도 바로 반응했다.
“괜찮아요.”
대답은 자동이었다.
괜찮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숫자는 지하 5층.
B5.
뒤에서 발소리가 계속 다가왔다.
B4.
“윤이재 대리님!”
이번에는 훨씬 가까웠다.
손끝이 떨렸다.
빨리.
제발.
B3.
띵.
문이 열렸다.
이재는 거의 몸을 밀어 넣듯 들어갔다.
1층.
닫힘.
버튼을 연달아 눌렀다.
문이 움직였다.
그제야 숨이 나왔다.
됐어.
그런데.
“잠깐만요!”
남자가 뛰었다.
그 목소리가 너무 가까웠다.
이재의 시야가 좁아졌다.
―윤이재 씨?
대답해야 했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닫히던 문 사이로 남자의 손이 들어왔다.
철컥.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렸다.
그 순간.
지하주차장이 사라졌다.
쿵.
문이 흔들렸다.
쿵.
한 번.
두 번.
문틈 사이로 손이 들어온다.
곧 열린다.
들어온다.
잡힌다.
이번에는 잡힌다.
“……안 돼.”
이재의 등이 벽에 세게 부딪혔다.
남자가 멈췄다.
“대리님?”
소리가 멀게 들렸다.
숨을 들이쉬었다.
들어오지 않았다.
다시.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폐가 어디론가 사라진 것처럼 가슴만 들썩였다.
시야 가장자리가 까맣게 흐려졌다.
휴대폰을 놓칠 뻔했다.
―윤이재 씨.
태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답해요.
“…….”
―이재 씨.
짧고 낮았다.
그 목소리만 이상할 만큼 가까웠다.
“숨이…….”
한마디를 겨우 뱉었다.
―알아요.
태혁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지금 뭐 잡고 있어요.
이재는 대답하지 못했다.
손이 허공을 더듬다 엘리베이터 손잡이를 붙잡았다.
차가운 금속이 손바닥에 닿았다.
―차가워요?
“……네.”
―그거 잡고 있어요.
다리가 풀렸다.
이재는 손잡이를 붙든 채 벽에 몸을 기댔다.
―내 목소리 듣고.
숨이 짧게 끊겼다.
―억지로 크게 쉬지 마요. 천천히.
이재가 눈을 감았다.
―하나씩. 됐어요.
한 번.
실패했다.
―다시.
두 번째.
이번에는 조금 들어왔다.
―한 번 더.
세 번째쯤에서야 공기가 폐 깊숙이 닿았다.
그제야 주변 소리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대리님, 괜찮으세요?”
남자가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서 있었다.
다가오지도 못하고 손만 어정쩡하게 들고 있었다.
태혁의 목소리가 바로 굳었다.
―저 새끼, 누구예요.
이재는 눈을 떴다.
평소의 강태혁에게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단어였다.
이 상황인데도 아주 잠깐 어이가 없었다.
남자도 들었는지 흠칫했다.
“저, 저는…….”
“괜찮아요.”
이재가 겨우 말했다.
아직 목소리가 떨렸다.
“같은 회사 직원 같아요.”
“네. 저 이번 달에 기획조정실로 입사한 김현우입니다.”
신입이었다.
그러고 보니 사내에서 얼굴이 낯익었던 것도 최근 신규 입사자 소개 메일에서 본 탓인 것 같았다.
김현우는 이재 눈치를 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제가 정말 놀라게 하려던 건 아니고요.”
“그럼 왜…….”
이재는 한 번 숨을 골랐다.
“계속 따라오셨어요?”
김현우의 얼굴이 난처하게 굳었다.
“퇴근하려고 내려왔는데 대리님 차가 아직 있더라고요.”
“제 차를 알아요?”
“몇 번 봤습니다.”
대답하고 나서 스스로도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얼굴이 더 굳었다.
“아니, 일부러 찾아본 건 아니고요. 주차 위치가 비슷해서.”
“그래서요?”
“야근하시는 것 같아서…… 기다렸습니다.”
“왜요?”
김현우가 시선을 피했다.
“번호를 여쭤보고 싶어서요.”
이재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차 안에서 기다렸다가.
자기가 지나가니 내려서.
주차장 끝까지 뒤따라와.
엘리베이터 문까지 잡아 열었다.
이유는 번호.
평소였다면 황당해서 웃었을지도 몰랐다.
지금은 웃을 힘도 없었다.
“……오늘은 그냥 가주세요.”
“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김현우는 더 말을 붙이지 않았다.
1층에 도착하자 연신 고개를 숙이며 먼저 내렸다.
문이 닫혔다.
그제야 이재는 벽에 머리를 기댔다.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갔어요?
“네.”
태혁의 목소리도 조금 전보다 낮아졌다.
―숨은.
이재가 천천히 들이쉬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들어왔다.
“괜찮아지고 있어요.”
잠깐 아무 말이 없었다.
전화 너머로 차가 빠르게 움직이는 소리만 희미하게 들렸다.
“강태혁 씨.”
―네.
“진짜 아무 일도 아니었어요.”
―알아요.
“그냥 회사 신입이었고.”
―들었어요.
“번호 물어보려고 그런 거래요.”
태혁은 이번에도 별말이 없었다.
“그러니까 천천히 와도 돼요.”
―싫은데.
이재가 눈을 깜빡였다.
“뭐가요?”
―천천히 가는 거.
짧았다.
더 할 말도 없었다.
이재는 휴대폰을 귀에 댄 채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
***
십 분도 지나지 않아 검은 세단 한 대가 건물 진입로로 들어왔다.
차가 제대로 멈추기도 전에 운전석 문이 열렸다.
강태혁이었다.
재킷도 없었다.
검은 니트에 어두운 바지 차림으로 차 문을 닫고 곧장 로비로 들어왔다.
평소보다 걸음이 빨랐다.
이재는 소파에 앉아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발견한 태혁의 시선이 그대로 고정됐다.
다가오자마자 얼굴부터 살폈다.
눈.
입술.
손.
다시 얼굴.
“다친 데는.”
“없어요.”
“어지러워요?”
“이제 괜찮아요.”
태혁이 잠깐 내려다봤다.
“일어날 수 있어요?”
“당연하죠.”
“그럼 일어나봐요.”
이재가 황당한 얼굴로 쳐다봤다.
“왜요?”
“확인하게.”
“뭘요.”
“멀쩡한지.”
“저 멀쩡해요.”
태혁의 시선이 조금 내려왔다.
“아까는 아니었잖아요.”
그 말에는 반박할 수 없었다.
이재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태혁은 굳이 손을 내밀지 않았다.
대신 바로 옆에 서 있었다.
두어 걸음 걷자 그제야 시선이 조금 풀렸다.
“됐어요.”
“뭐가.”
“운전은 할 수 있겠네.”
사람을 정비소에 들어온 차처럼 확인했다.
그런데 그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괜찮냐고 묻고 대답을 기다리는 것보다 차라리 이쪽이 편했다.
“아무 일도 아니었다니까요.”
“알아요.”
“그럼 이제 가도 되잖아요.”
“차 어디 있어요.”
역시 듣고 싶은 말만 들었다.
“지하 3층.”
“가죠.”
이번에는 이재도 순순히 따라갔다.
***
조금 전과 같은 주차장이었다.
같은 조명.
같은 차들.
김현우가 타고 있던 검은 세단 자리는 이미 비어 있었다.
그런데 태혁과 함께 내려오니 조금 전까지 숨이 막히던 장소가 다시 평범해 보였다.
그게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사람 하나 붙었다고 공간이 달라 보이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제 차 앞에 도착한 이재가 문을 열었다.
태혁은 주변을 한 번 훑어봤다.
“김현우라고 했죠.”
“네.”
“기획조정실 신입.”
“그렇대요.”
태혁은 더 묻지 않았다.
이재가 운전석에 타려다 문득 그를 돌아봤다.
“안 타요?”
태혁의 시선이 이재에게 왔다.
말하고 나서야 조금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이재가 얼른 덧붙였다.
“차 있는데까지 태워드리려고.”
태혁이 잠깐 그녀를 봤다.
“내 차 바로 위에 있는데.”
“……그럼 됐고요.”
“태워준다면서요.”
“가깝다며.”
“가까우면 안 태워줘요?”
이재가 입을 다물었다.
또 시작이었다.
“알아서 하세요.”
결국 태혁이 조수석에 탔다.
정작 본인이 타겠다고 해놓고 안전벨트까지 매고는 아무 말이 없었다.
이재가 시동을 걸었다.
차를 출발시키려는데 옆에서 태혁이 불쑥 말했다.
“오늘 번호 따였네요.”
이재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 얘기를 지금 해요?”
“지금은 말해도 될 것 같아서.”
“제가 거의 쓰러질 때는 가만있더니.”
“그때 말했으면 욕했을 것 같았는데.”
“지금도 하고 싶은데요.”
태혁이 이재의 얼굴을 한번 봤다.
“많이 좋아졌네.”
이재가 눈을 가늘게 떴다.
위로 같은 건 한마디도 안 하더니 이런 걸로 사람 상태를 판단하고 있었다.
“진짜 재수 없어.”
이번에는 또박또박 말했다.
태혁은 별 반응 없이 안전벨트를 풀었다.
“그 정도면 됐네.”
“뭐가 자꾸 된다는 건데요.”
“괜찮아진 거.”
태혁은 문을 열었다.
차에서 내리기 직전, 잠깐 멈췄다.
“윤이재 씨.”
이재가 그를 봤다.
태혁의 표정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애매하면 무조건 나한테 전화해요.”
“…….”
“혼자 판단하지 말고.”
말투는 부탁보다 지시에 가까웠다.
평소였다면 싫다고 했을지도 몰랐다.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알았어요.”
태혁은 그제야 차에서 내렸다.
이재는 그가 자기 차 쪽으로 걸어가는 걸 잠깐 보고 있다가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정말 아무 일도 아니었다.
회사 신입 하나가 번호를 물어보려고 기다리고 있었고.
그걸 모르던 자신이 겁을 먹었고.
강태혁에게 전화를 했다.
그뿐이었다.
무서운 순간 그가 생각난 건 이상할 것도 없었다.
십 년 전에도 가장 무서웠던 순간의 끝에 강태혁이 있었으니까.
그건 설명할 수 있었다.
설명하기 어려운 건 그다음이었다.
전화를 건 걸 후회하지 않았다.
달려오겠다는 말을 듣고도 싫지 않았고.
정말 나타난 얼굴을 봤을 때는.
조금 안심했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도 다음에 또 같은 일이 생긴다면.
아마 다시 전화할 것 같았다.
직원이 두 사람을 안쪽 자리로 안내했다.창가를 따라 낮은 조명이 길게 이어진 곳이었다. 이재가 먼저 걸었고, 태혁은 자연스럽게 그 뒤를 따랐다.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몇 걸음인데 이상하게 시선 둘 곳이 마땅치 않았다.검은 원피스는 가까이서 보니 더 그랬다. 노출이 많은 것도 아닌데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가느다란 몸의 선이 고스란히 따라 움직였다.태혁은 괜히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오늘따라 서울 야경이 볼 만했다.자리에 도착하자 직원이 이재의 의자를 빼주었다. 이재가 앉고 태혁도 맞은편에 자리했다.메뉴판이 놓였다.이재는 바로 펼쳤지만 태혁은 한 박자 늦었다.“여기 괜찮죠?”“네.”“메뉴는요?”대답은 하는데 정작 메뉴판은 보지 않았다.이재가 눈을 들었다.태혁의 시선이 자신에게 있었다.“왜요. 마음에 안 들어요?”“아뇨.”그제야 태혁이 메뉴판을 펼쳤다.“좋은데.”“근데 왜 안 봐요?”“보고 있었습니다.”“나를 보고 있었잖아요.”태혁이 잠깐 입을 다물었다.이재가 웃었다.“뭐 먹고 싶은데요?”“윤이재 씨 먹고 싶은 걸로 골라요.”“내가 사니까?”“그건 아니고.”“그럼?”이번에도 대답은 없었다.태혁은 물잔만 들었다.뭐야.아까부터.이재는 메뉴판으로 시선을 내리면서도 입꼬리가 자꾸 올라가는 걸 느꼈다.그러고 보니 이쪽만 평소와 다른 것도 아니었다.오늘따라 반듯한 셔츠에, 평소보다 단정하게 정리된 머리. 가까이 섰을 때 느꼈던 향도 어제보다 조금 선명했다.괜히 옷장을 몇 번이나 열었다 닫은 게 자기뿐은 아닌 모양이었다.그 사실을 깨닫자 조금 전부터 붕 떠 있던 기분이 더 이상해졌다.“강태혁 씨.”“네.”“향수 뿌렸어요?”“네.”대답이 너무 순순했다.“왜요?”태혁이 눈을 들었다.“나는 향수 뿌리면 안 됩니까?”“아니, 그런 건 아닌데.”“그럼 됐네요.”“그게 아니라…….”이재는 말을 고르다 웃었다.“그런 거 성가셔할 것 같아서.”“평소에는 그렇죠.”평소에는.이재의 손가락이 메뉴판 위에서
일요일 아침, 이재는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에 잠에서 깼다.경찰이었다.전날 성림동에서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당분간 주거지 인근 순찰을 강화할 예정이며, 건물 보안팀과도 협조를 마쳤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상한 사람을 보거나 조금이라도 신경 쓰이는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하라며 담당자 번호까지 남겼다.전화를 끊고 거실로 나온 이재는 커튼을 걷었다.평소와 다를 것 없는 일요일 아침이었다. 도로 위로 차가 드문드문 지나갔고, 산책하는 사람도 보였다.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 만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그런데 이제는 알고 있었다.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건 아니라는 걸.아버지가 보낸 사람들도 어젯밤부터 근처에 있었다. 이재가 불편하지 않도록 건물 안팎에서 거리를 두고 교대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창가에 서 있던 이재의 시선이 길 건너편에 멈췄다.어제부터 같은 자리에 서 있는 검은색 세단이 한 대 있었다.설마 저건가.이재는 잠깐 바라보다 아버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사람 확인했어요. 경찰에서도 연락 왔고.]조금 고민하다 한 줄을 덧붙였다.[나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답장은 금방 왔다.[알았다. 그래도 당분간은 아빠 말 좀 들어.]이재의 입술이 슬쩍 비뚤어졌다. 아빠의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네네.]보내놓고 휴대폰을 내려놓으려는데 다시 진동이 울렸다.[오늘은 어디 가지 말고 집에 있어.]이재의 손가락이 멈췄다.오늘 저녁 일곱 시.어제 잡은 약속이 떠올랐다.[그건 안 돼.]이번에는 답장이 없었다.이재는 잠깐 기다리다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어차피 조금 있으면 전화가 올 것이다.잔소리 들을 준비나 해야겠다.***십 년 전 기록은 생각보다 상태가 좋았다.태혁은 책상 위에 펼쳐놓은 수색 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서진우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건 새벽 두 시 십칠 분.경찰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다 성림대교 인근에서 사고가 났고, 차량은 교량 진입부 난간을 들이받은 채 발견됐다.차량 내부에서는 상당량의 혈흔이 나
눈을 떴다.깜빡 잠이 든 모양이었다.이재는 한동안 소파에 누운 채 눈만 깜빡였다. 블라인드 사이로 오후의 햇빛이 길게 들어와 거실 바닥에 걸쳐 있었다.이렇게 낮에 저절로 잠든 게 얼마 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십 년 전 사건 이후 잠은 이재에게 꽤 번거로운 일이었다. 피곤하다고 자연스럽게 잠들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누워서 한참을 뒤척이다 결국 약을 먹는 날이 많았고, 어쩌다 잠들어도 작은 소리에 쉽게 깼다.낮잠은 더더욱 없었다.그런데 오늘은 이상할 만큼 깊게 잤다.이재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맑았다. 몸에 오래 눌어붙어 있던 피로가 조금 걷힌 것처럼 개운했다.낮잠이 원래 이렇게 개운한 거였나.그 순간 무언가가 허벅지 아래로 미끄러졌다.검은 재킷.“…….”강태혁 거였다.아까 소파 등받이에 걸어놓았던.소파에 기대 휴대폰을 보다가 살짝 잠이 든 모양이었다. 태혁은 식탁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고, 자신은 정말 잠깐만 눈을 감으려고 했다.정말 잠깐이었는데.이재는 테이블 위 휴대폰을 집었다.오후 세 시가 조금 넘었다.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대충 정리하며 거실을 둘러봤다.식탁이 비어 있었다.서류도 없었다.“……강태혁 씨?”대답이 없었다.조금 전까지 느긋하던 심장이 순간 덜컥 내려앉았다.설마 갔나.이재는 소파에서 급하게 일어나 넓은 거실을 가로질렀다.현관에 도착해 가장 먼저 바닥을 내려다봤다.강태혁의 신발이 그대로 있었다.다행이다.그 생각을 한 순간 잠이 덜 깬 발이 엉켰다.“어…….”몸이 옆으로 기울었다.넘어지기 거의 직전이었다. 이재의 허리를 단단한 팔이 받쳤다. 거의 동시에 다른 손이 팔뚝을 잡아 세웠다.“조심해요.”귓가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이재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고개를 들자 태혁의 얼굴이 보였다.가까웠다.허리를 받친 손바닥의 온기가 얇은 옷 너머로 선명했다. 이재는 그것을 의식한 순간 오히려 움직이지 못했다.시선이 마주쳤다.잠이 덜 깬 탓인지 머리가 평소보다 느리게 움직였
태혁은 정말 남았다.재킷을 소파 등받이에 걸어두고, 테이블 위에 펼쳐놓았던 사진부터 다시 봉투에 넣었다. 서진우의 이름이 가장 마지막으로 사라졌다.그 뒤로는 곧바로 일을 시작했다.태혁은 식탁 한쪽에 가져온 서류를 펼쳐놓고 휴대폰으로 몇 통의 전화를 돌렸다.이재는 맞은편 의자에 앉아 있었다.둘 사이에는 식탁 하나가 놓여 있었고, 태혁은 긴 다리를 의자 아래로 조금 접어 넣은 채 서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평소 혼자 쓰던 식탁에 덩치 큰 남자가 마주 앉아 있으니, 여섯 명은 넉넉히 앉는 테이블이 이상하게 좁아 보였다.“차량은?”태혁이 낮게 물었다.잠깐의 침묵이 흘렀다.“거기서 끊겼으면 반경 넓혀. 도보로 들어왔다고 도보로 빠졌다고 생각하지 말고.”일할 때는 저런 표정을 짓는구나.이재는 턱을 괸 채 태혁을 바라봤다.생각보다 더 차가웠다.자신과 이야기할 때도 살가운 남자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눈썹이 움직이거나, 어이없다는 얼굴을 하거나, 아주 가끔은 웃기도 했다.지금은 달랐다. 표정이 거의 없다고 해야 하나.필요한 것만 물었고, 상대가 보고하는 동안에는 말을 끊지 않았다. 듣고 판단한 뒤 곧바로 다음 지시를 내렸다.“피해자 금융 기록은?”태혁의 손이 서류 한 장에서 멈췄다.“최근 것만 보지 말고 첫 사건 전까지 넓혀.”목소리에도 높낮이가 거의 없었다.새벽부터 살인 현장에 있었고, 몇 시간 전에는 십 년 전 죽은 줄 알았던 연쇄살인범의 물건까지 발견했다.그런데도 흐트러지는 게 없었다.십 년 전에는 그저 어른처럼 보였다.열여덟 살의 자신에게 스물다섯은 충분히 그런 나이였으니까.지금 보니 꽤…….이재의 시선이 태혁의 손으로 내려갔다.서류를 넘기는 길고 반듯한 손가락을 따라가다가 다시 얼굴로 올라왔다.턱을 괴고 있던 손가락이 입술 아래를 한번 눌렀다.생각은 거기까지만 하기로 했다.“뭘 그렇게 봐요.”이재의 어깨가 움찔했다.태혁은 여전히 서류를 보고 있었다.“뭐, 뭐가요?”그제야 태혁이 눈을 들었다.시선이 정확하게
성림동에 도착했을 때는 오전 일곱 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주말 아침의 주택가는 평소와 다를 게 없어 보였다.높은 담장과 잘 다듬어진 정원수 사이로 수입차 몇 대가 드문드문 지나갔고, 골목 어귀에는 새벽 배송을 마친 냉장 탑차가 비상등을 켠 채 서 있었다. 운동복 차림으로 개를 산책시키던 남자가 폴리스라인 앞에서 걸음을 늦췄다가 경찰의 시선을 받고 다시 움직였다.서울에서도 손꼽히는 부촌의 아침이었다.그 지나치게 반듯한 풍경 한가운데 경찰차 세 대가 서 있었다.태혁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현장으로 걸었다.“팀장님.”대문 앞에서 기다리던 준호가 다가왔다.“신고는?”“아침 여섯 시 십칠 분. 피해자 동생이 발견했습니다. 오늘 같이 등산 가기로 했는데 연락이 안 돼서 왔다가.”“피해자 혼자 살고?”“네. 오십팔 세 남성. 이혼했고 자녀는 따로 삽니다.”태혁이 덧신을 받아 신었다.“출입문.”“파손 없습니다.”대문도, 현관문도 멀쩡했다. 잠금장치에 억지로 손댄 흔적도 없었다.태혁의 걸음이 아주 잠깐 멈췄다.벌써 익숙한 시작이었다.“CCTV는.”“수빈이가 보고 있습니다. 집 앞 하나, 골목 진입로 두 개 더 확보 중이고요.”태혁이 안으로 들어갔다.현관에서 거실까지 이어진 바닥은 지나치게 깨끗했다. 신발장도 닫혀 있었고 넘어지거나 깨진 물건 하나 없었다. 이 집에서 밤사이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만 떼어놓으면, 누군가 강제로 들어왔다는 흔적부터 찾기가 어려웠다.그리고 거실 끝.식탁 옆 바닥에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하얀 장갑을 낀 감식반 직원들이 주변을 촬영하고 있었다.준호가 목소리를 낮췄다.“정확한 사인은 부검 들어가야 합니다. 현재는 경부 쪽 손상으로 보고 있고, 사망 추정 시각은 어젯밤 열한 시에서 오늘 새벽 두 시 사이입니다.”태혁은 시신보다 먼저 주변을 봤다.창문.현관.식탁.가구 배치.그리고 거실장 위 액자.시선이 멎었다.“준호야.”“네.”“저거 원래 위치 확인해.”준호도 곧 액자를 봤다.피해자와 성인
본사에서 두 블록쯤 떨어진 횟집 안은 이미 제법 시끄러웠다.잔 부딪치는 소리와 웃음이 칸막이 너머까지 뒤섞였고, 처음에는 정갈했던 테이블도 빈 술병과 접시로 제법 어수선해져 있었다.한국에 돌아온 뒤 처음 참석한 팀 회식이었다.회장 딸이랍시고 첫 회식부터 술까지 빼면 사람들이 더 어려워할 것 같아 오는 잔을 적당히 받아 마셨는데, 문제는 그 적당히가 평소보다 조금 빨랐다는 데 있었다.“윤 대리님.”옆자리 과장이 술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진짜 미국에서 십 년을 있었어요?”“네.”“근데 한국말을 진짜 잘하시네.”이재가 잠시 과장을 바라봤다.“……한국인이니까요.”맞은편의 다은이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과장님.”“어?”“진짜 장난 아니고, 똑같은 질문 세 번째 하신 거 알아요?”과장이 눈을 크게 떴다.“내가? 진짜?”“네. 진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또옥같았어요.”“야, 김다은. 너 취한 거 아냐?”이재가 웃음을 참으며 둘을 번갈아 봤다.“과장님이 다은 씨보다 조금 더 취한 것 같기는 해요.”“거봐요.”다은이 냉큼 이재 쪽으로 붙었다.과장이 헛웃음을 터뜨렸다.“둘이 벌써 한 편을 먹었네.”이재는 이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입사 초기만 해도 이재가 출근하면 괜히 모니터부터 확인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같은 농담에 웃고, 취한 얼굴까지 보여줄 정도는 됐으니까.“자자, 슬슬 2차 가실 분들은 가시죠.”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강요 아닙니다. 집에 갈 사람은 집에 가고. 신나게 놀 사람들은 더 놀고.”누군가 바로 받았다.“팀장님이 제일 신나게 놀고 싶으신 것처럼 들리는데요.”“내가 언제.”웃음이 터지는 틈에 이재는 가방을 챙겼다.다은이 고민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대리님 가세요?”“네. 저는 여기까지.”“저는 어떡하죠. 사회생활을 좀 하긴 해야 할 것 같고……. 따라가면 또 취할 것 같고.”“가서 안 취하면 되죠.”“그게…… 될까요?”“그걸 해내는 것도 사회생활 능력이에요.”다은의 표정이 심각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