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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좌석 배치 변경

Autor: Jino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10-18 12:05:09

[채이]

토요일 밤 열한 시. 식탁. 휴대폰을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캡처 두 장.

그가 읽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는 읽지 않았다. 그도 이제 안다. 세 번 읽어도 글자는 안 바뀐다.

표정이 없었다. 커프스 단추도 돌리지 않았다. 손을 탁자 위에 가만히 올려놓고 있었다. 제주 펜션 창가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던 그 얼굴.

"……형 번호입니다."

"네."

"방 과장이 열두 시 십 분에 계단 문. 표는 봉투에."

그가 캡처를 한 번 더 넘겼다. 비행기표 사진. 오후 세 시 사십 분.

"이걸로 끝낼 수 있습니다."

목소리가 낮고 평평했다. 결혼식 날 신랑 대기실의 목소리. 넉 달 동안 못 들었던 목소리.

"이사회에 올리면 형은 전무 자리 내놔야 합니다. 기자한테 주면 형 이름으로 기사가 백 개 납니다. 봄빛 매입도 멈출 수 있습니다. 여론이 있으니까."

"……"

"형은 당신 식장을 무너뜨리려 했습니다. 당신 홀을 샀고, 주방장을 빼 갔습니다. 봄빛은 12월 31일입니다."

전부 맞는 말이었다. 맞는 말이 제일 무섭다.

[재헌]

그녀가 한참 말이 없었다. 반찬통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탁 실장님 멸치볶음.

"재헌 씨. 예식장에서 제일 큰 싸움이 언제 나는지 알아요?"

"……모릅니다."

"신부 아버지가 모욕당했을 때요. 상견례에서든 식장에서든. 누가 신부 아버지 체면을 하객들 앞에서 깎으면, 그 집은 축사 대신 싸움을 해요. 식 끝나도 안 끝나요. 이십 년 가요."

"형은 신부 아버지가 아닙니다."

"전무님은 지금 벼랑 끝에 선 사람이에요. 제가 창고에서 봤어요. 무서워하는 얼굴. 벼랑 끝에 선 사람을 사람들 앞에서 밀면요, 떨어지면서 누굴 잡고 떨어져요. 옆에 있는 사람. 부회장님, 작은어머님, 방 과장님. 그리고 할머니."

할머니. 그 단어에서 그녀가 한 박자 멈췄다. 말 못 하는 그 하나가 거기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좌석 배치를 바꿔요."

"……좌석 배치."

"상견례 때 사이 안 좋은 사돈을 마주 앉히면 싸워요. 옆에 앉히면 덜 싸우고요. 마주 앉으면 서로 얼굴만 보이는데, 옆에 앉으면 같은 쪽을 보게 되거든요. 같은 음식, 같은 무대."

그녀가 캡처를 내 쪽으로 밀었다.

"이걸 이사회 탁자 건너편에서 들이밀지 말고요. 재헌 씨가 전무님 옆에 앉아서 보여 줘요. 둘만 있을 때. 기자도 이사도 없이."

"보여 주고 뭐라고 합니까."

"그건 재헌 씨가 정해요. 형이잖아요. 스테이크 같이 시킨 형."

단추를 돌렸다. 한 바퀴. 두 바퀴.

그녀가 옳았다.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한 번은 탁자 건너편에서 들이밀고 싶었다. 넉 달 동안 참았던 게 목까지 차 있었다. 그녀 홀의 빨간 줄 일곱 개, 원장님 계단, 흰 이어폰, 우산 밑 녹음.

"……한 가지만 약속해 주십시오."

"뭐요."

"형이 이걸 보고도 안 멈추면. 그땐 탁자 건너편으로 갑니다."

그녀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땐 저도 같이 가요. 제 식이 망가질 뻔했으니까요."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우리 약속은 이제 이 모양이다. 종이도 녹음도 아닌. 새끼손가락은 복사가 안 된다. 녹음도 안 된다.

[채이]

그리고 그가 한 가지를 더 물었다.

"당신이 말 못 하는 그것. 그것도 형 거라고 했죠. 편지라고."

"네."

"그것도 이 캡처랑 같이."

"아뇨."

빨랐다.

"그건 무기가 아니에요. 이 캡처는 전무님이 한 일이고요. 그건 전무님이 받을 편지예요. 같은 봉투에 넣으면 안 돼요. 같이 주면 편지까지 협박이 돼요."

그가 나를 오래 봤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더 묻지 않았다. 이 사람은 이제 내가 말 못 하는 걸 묻지 않는다. 대신 기다린다. 할머니한테 배운 걸 나한테 쓴다.

[채이]

일요일 아침 여덟 시. 한복집. 언니와 진우 씨가 신혼여행 가기 전에 들렀다. 이박 삼일. 제주. 공방 있던 마을에 인사하러 간다고 했다.

한복집 재단대 둘레에 사람이 꽉 찼다. 아빠, 엄마, 채훈. 큰아버지, 큰어머니. 언니, 진우 씨. 그와 나. 아홉 명. 한복집 역사상 최대 인원이라고 엄마가 선언했다.

엄마와 큰어머니가 나란히 서서 언니가 식 날 입은 폐백 한복을 개었다. 삼십 년 동서지간이 한 재단대를 썼다. 손 박자가 달랐다. 엄마는 빠르고 큰어머니는 느렸다. 그래도 저고리는 같은 크기로 접혔다. 다홍 고름은 큰어머니가 마지막에 반듯하게 폈다.

큰아버지와 아빠는 다듬잇돌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방망이를 번갈아 내렸다. 탁. 탁. 형제가 다듬이질을 같이 한 건 사십 년 만이라고 했다. 큰아버지가 한복집을 나간 뒤로 처음.

진우 씨는 옷감 두루마리 옆에 앉아 엄마가 내미는 누룽지를 받아먹었다. 말없이. 그가 그 옆에 앉아 있었다. 역시 말없이. 한 줄짜리 두 사람이 두루마리 양쪽에 앉아 있으니 한복집 한쪽이 조용했다.

언니가 내 옆에 와서 속삭였다.

"정했어? 그거."

"응. 좌석 배치 바꾸기로 했어."

"무슨 소리야."

"옆에 앉히기로. 마주 말고."

언니는 한참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예식장 매니저 사촌을 이십칠 년 둔 사람은 이 정도는 알아듣는다.

[재헌]

일요일 오후. 거실.

"연습해요."

그녀가 소파를 가리켰다. 제주 소파. 손님용이 된.

"거기 앉아요. 제가 전무님 할게요."

"……연기를 하겠다고요."

"예식장 사람은 상견례 리허설도 해요. 신부 아버지 역, 시어머니 역. 제가 이백 번 넘게 했어요."

그녀가 소파 옆자리에 앉았다. 다리를 꼬았다. 팔짱을 꼈다. 그리고 웃었다. 입만. 눈은 안 웃고.

형이었다. 소름이 돋았다.

"재헌아. 무슨 일이야. 둘이서만 보자고."

목소리 톤까지. 반 옥타브 높고 끝이 가볍게 올라가는.

"……형."

"응."

할 말이 안 나왔다. 휴대폰을 꺼내 그녀 앞에 내밀었다. 캡처. 그녀가 형 얼굴로 화면을 봤다. 웃음이 멈췄다. 연기인데 멈추는 속도가 정확했다.

"……이걸로 날 치겠다고?"

"아뇨."

"그럼."

대답이 막혔다. 그녀가 형 얼굴을 풀고 내 얼굴을 봤다.

"거기서 막히면 안 돼요. 거기가 제일 중요해요. 그럼 왜 보여 주는 건데. 전무님이 제일 먼저 물을 거예요."

"……모르겠습니다."

"알잖아요."

그녀가 휴대폰을 도로 내 손에 쥐여 줬다.

"스테이크요. 그거 말해요. 연습은 여기까지. 나머지는 연습하면 거짓말 돼요."

[재헌]

일요일 밤 아홉 시. 형한테 전화했다. 신호가 다섯 번 갔다. 형은 늘 세 번 안에 받는다. 다섯 번은 처음이었다.

"재헌이. 웬일이야. 일요일 밤에."

"형. 내일 아침 아홉 시. 둘이서만. 형 사무실 말고 1207호."

"……1207호?"

"비어 있습니다. 확인했습니다."

전화 너머가 조용했다. 형 숨소리.

"무슨 일인데."

"스테이크 얘기요."

긴 침묵. 그리고 형이 짧게 웃었다. 이번 웃음은 끝이 갈라지지 않았다. 대신 조금 쉬어 있었다.

"……그래. 아홉 시."

끊겼다. 그녀가 소파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엄지를 들었다. 반장님 버릇이 옮았다. 이 집엔 이제 봄빛 버릇과 호텔 버릇이 섞여 산다.

[채이]

일요일 저녁. 봄빛 단체방. 준수가 사진을 올렸다. 로비 사진 벽. 코르크판이 다섯 개로 늘었다. 사진 백육십 장.

원장님이 한 줄을 올렸다. 12월 20일 토요일, 봄빛 부부의 날. 사진 주인들 전부 초대. 마지막 잔치.

마지막. 원장님은 그 단어를 볼펜으로 쓰듯 또박또박 썼다. 은비가 우는 이모티콘 대신 우는 글자를 보냈다. ㅠ가 스무 개. 나는 답장을 쓰다 지웠다.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다고 쓰고 싶었다. 근거가 캡처 두 장과 편지 한 장이었다. 아직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무것도 아닌 걸로 식을 살린 적은 많다. 떡 세 바퀴, 축가 두 곡, 테이블 꽃 한 줌. 그래도 건물은 처음이다.

[채이]

월요일 아침 일곱 시. 현관. 그가 구두를 신고 있었다. 왼쪽 소매의 흰 매듭이 느슨해져 있었다. 어젯밤 연습하면서 단추를 너무 많이 돌렸다.

"잠깐만요."

파우치에서 흰 실을 꺼냈다. 현관에 쪼그려 앉아 있는 그의 소매를 잡았다. 헌 매듭을 풀고 새로 감았다. 단추 고리에 몇 번, 단춧구멍 사이로 몇 번. 매듭. 이로 끊었다.

"오늘 중요한 날이니까요."

그가 손목을 돌려 봤다. 새 매듭. 넉 달 전 새벽 한 시에 처음 감았던 것보다 단단했다. 나도 넉 달 동안 늘었다.

"몇 바퀴 감았습니까."

"열 바퀴요."

"……할머니 방식이군요."

"우리 할머니 방식이에요."

그가 일어섰다. 현관문을 열다가 돌아봤다. 뭔가 말하려다 삼켰다. 대신 단추를 한 바퀴 돌렸다. 매듭이 손끝에 걸리는 걸 확인하듯이. 그리고 나갔다.

[재헌]

월요일 아침 여덟 시. 호텔 로비. 형은 아홉 시에 출근한다. 그 전에 22층에 올라가 있을 생각이었다.

회전문이 돌았다.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여행 가방 하나. 회색 머리. 짙은 선글라스. 햇볕에 그을린 피부.

걸음이 멈췄다.

열두 해 만이었다. 화면 속에서 말고는.

벨 데스크의 지호 씨가 가방을 받으러 뛰어갔다. 그가 손을 저어 거절했다. 자기 가방은 자기가 든다. 그건 변하지 않았다.

로비 저쪽에서 카트를 밀던 반장님이 멈췄다. 카트 손잡이를 쥔 채 굳었다. 입 모양이 보였다. 사장님.

선글라스를 벗었다. 나를 봤다.

"……아버지."

"재헌이. 컸구나."

강태성. 해외 리조트 담당 사장. 우리 아버지. 열두 해 전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악수를 했다. 포옹은 그 전에도 없었다.

아버지가 로비 한가운데서 나를 위아래로 봤다. 옷으로 한 번. 어머니 방식과 같았다. 둘이 따로 산 지 열두 해인데 사람 보는 법은 같았다.

시계를 봤다. 여덟 시 사 분. 형과의 약속까지 오십육 분. 1207호. 아버지가 그 방 번호를 알까. 아들이 그 방에서 열 해를 살았다는 걸. 알 것이다. 청구서는 아버지 앞으로 갔으니까. 청구서로만 아는 방.

"연락도 없이 오셨습니다."

"연락하면 네가 공항에 백 실장을 보냈겠지. 나는 네 얼굴을 보러 온 거다. 백 실장 얼굴 말고."

"네 결혼식 영상 봤다. 할머니가 보내더구나."

"……네."

"그래서 왔다."

아버지가 가방을 고쳐 들었다.

"이 결혼,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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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헌]목요일 밤 열한 시 오 분. 식탁. 그녀가 안전핀을 한 번 여닫은 뒤로 오 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배치도만 봤다.나는 백 실장 흉내를 냈다. 수첩 대신 냅킨. 볼펜으로 적었다."뭐가 남아 있는지부터."그녀가 고개를 들었다."실내 공간. 그랜드볼룸. 밤 갈라 세팅이 금요일부터 들어갑니다. 형 쪽. 로즈룸, 백 명. 스카이라운지, 팔십 명. 로비, 서서 이백 명.""낮 잔치 하객이 몇이에요.""삼백 이십.""그럼 볼룸밖에 없어요.""볼룸은 형 겁니다. 밤 갈라. 샹들리에, 샴페인 타워, 외국 연주단. 금요일 오후부터 세팅."그녀가 배치도를 뒤집었다. 뒷면에 볼펜으로 선을 그었다. 시간표였다. 열두 시부터 세 시, 낮 잔치. 세 시부터 여섯 시, 전환. 일곱 시, 갈라."같은 방을 두 번 써요. 봄빛은 토요일마다 그랜드홀 하나로 식을 세 번 해요. 식 끝나면 사십 분 만에 꽃이랑 의자 다 바꿔요. 호텔은 세 시간이면 돼요.""형이 허락할까요.""물어봐야죠."그녀가 휴대폰을 들었다. 건물주, 라고 저장된 번호. 밤 열한 시 십 분.[채이]신호가 한 번 가고 받았다."매니저님.""전무님. 태풍이요.""봤어요. 지금 볼룸 배치도 보고 있었어요."이 사람도 안 자고 있었다. 형제가 같은 시간에 같은 배치도를 보고 있었다."낮 잔치를 볼룸으로 옮기고 싶어요. 열두 시부터 세 시까지. 세 시부터 여섯 시까지 전환하고, 일곱 시에 갈라. 갈라 세팅이 세 시간 늦어져요."전화 너머가 조용했다. 삼 초."……그래요.""그래요요?""샹들리에는 원래 늦게 켜는 거예요. 해 지고 나서. 낮에 켜면 촌스러워요."웃음이 났다. 그도 웃었다. 전화 너머로."갈라 세팅팀 금요일 출근 취소할게요. 토요일 세 시에 들어가라고 하고. 그리고 매니저님.""네.""전환 세 시간. 우리 팀 인력 다 쓰세요. 내 갈라 인력이지만 낮에도 쓰세요. 복주머니 나르게."전화를 끊었다. 그가 나를 보고 있었다. 냅킨을 든 채."……형이 뭐라

  • 대타 신부   35화. 예비일 지정

    [채이]"조건이요?"민혁이 원장님 찻잔을 내려놓았다. 두 손으로. 이 사람은 오늘 모든 걸 두 손으로 했다."토요일 연회. 식순에 제 순서 하나 넣어 주세요.""……무슨 순서요.""삼 분이요. 할머니 앞에서. 직접 말할 기회. 기자 없이, 이사 없이. 매니저님이 식순 짜시잖아요."매니저님. 제수씨가 아니었다.수첩을 폈다. 연회 식순. 낮 열두 시 개회, 할머니 인사말, 개관 연회 메뉴 소개, 봄빛 사진전, 직원 가족 소개, 복주머니 나눔. 빈칸이 없었다."식순은요, 원래 양가 합의가 필요해요. 신랑 측, 신부 측.""……농담이죠.""반은요. 반은 진짜예요. 할머니 인사말 앞에 넣을게요. 할머니가 말씀하시기 전에. 할머니가 대답하실 수 있게."민혁이 나를 봤다. 그리고 원장님을 봤다. 원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식순은 매니저 권한이다. 원장님이 오 년 전에 그렇게 정했다."삼 분이면 되겠어요?""……모르겠어요. 삼십 년 치 말이라.""그럼 사 분 드릴게요. 예비로 일 분."예식장에서는 늘 예비를 둔다. 예비일, 예비 부케, 예비 안전핀. 사람 말에도 예비 일 분이 필요하다.[재헌]수요일 오후 세 시. 할머니 전화. 이번엔 본론이 늦게 나왔다."재헌아.""네."오 초. 할머니가 오 초 넘게 말을 안 하는 건 드물다. 결혼식 날 이후 두 번째."네 작은아비가 왔다 갔다. 아침 일곱 시에. 혼자 운전해서.""……네. 형한테 들었습니다.""쉰다섯 해 만에 물었다. 어머니, 제 돌잔치를 하셨습니까."할머니 목소리가 흔들렸다. 두 번째로 듣는 흔들림."그래서 말해 줬다. 했다고. 영감 몰래 봄빛 작은 방에서. 내 혼례 치마를 뜯어 입혔다고. 한복집 새댁이 돌복 삯을 안 받았다고. 지갑에서 사진을 꺼내 줬다. 쉰다섯 해 만에 주인한테 갔다.""……작은아버지는요.""울더구나. 쉰여섯 살짜리가. 내 앞에서. 그리고 버선을 한 켤레 얻어 신고 갔다. 네 처가 두고 간 무명 버선. 발에 꼭 맞는다더라."전화 너머에서 찻잔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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