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수아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냈다.“백시후한테 전화할 거야.”둔탁한 소리와 함께 조군익은 손을 뻗어 엄수아의 휴대폰을 바닥에 내던졌다. 깨진 유리 조각이 바닥에서 흩어졌다.“내 폰!”엄수아는 허리를 굽히고 휴대폰을 주우려 했지만 임채린의 날카로운 굽이 그 위에 내려앉았다. 임채린은 휴대폰을 단단히 짓밟으며 말했다.“엄수아, 발버둥 쳐봤자야. 오늘 넌 못 빠져나가.”엄수아가 말했다.“대체 뭐 하려는 거야?”조군익이 고개를 돌렸다.“들어와.”문이 열리고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들이 밀려 들어왔다.“도련님.”조군익이 입
“알겠어.”백시후는 차 키를 집어 들고 집을 나섰다.엄수아는 서재에서 나와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아래층에서 임채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엄수아 씨, 안녕하세요.”엄수아는 움찔했다. 고개를 돌려 아래를 내려다보니 낯익은 두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임채린과 문하윤이었다.“어떻게 들어온 거야?”문하윤이 태연하게 대답했다.“내 지문으로 들어왔지.”그 말에 엄수아는 임채린의 속셈을 눈치챌 수 있었다. 임채린이 이렇게까지 문하윤을 이용할 줄은 몰랐다.“문하윤, 아까 일부러 전화해서 시후를 집 밖으로 불러
한편, 별장 안에서는 엄수아가 뜨거운 물로 샤워를 마친 뒤 손수 커피를 내려 서재로 향하고 있었다. 서재 문 앞에서 노크하자 안에서 백시후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네.”문을 열고 들어가자 의자에 앉아 서류를 읽고 있는 백시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엄수아는 가까이 다가가며 커피잔을 그의 손 가까이에 내려놓았다.“대표님, 커피 드세요.”그는 여전히 서류에 눈길을 고정한 채 말했다.“거기 두고 나가보세요.”괜히 방해가 될까 봐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손목이 불쑥 붙잡혔다. 힘 있게 끌어당기는 손길에 몸이 휘청이며 엄수아는
엄수아는 일부러 전화를 끊었다. 응하지 않으면 조군익과 임채린은 더 조급해질 터였다. 곧 벼랑 끝에 몰린 짐승처럼 덤벼들 것이니 지금은 기다리면 그만이었다....그 시각, 임채린은 문하윤과 함께 있었다. 문하윤이 휴대폰을 내려놓자 임채린이 다급하게 물었다.“하윤아, 어떻게 됐어? 엄수아가 나오겠대?”문하윤은 고개를 저었다.“안 나오겠대. 시간이 없다고 했어.”임채린은 주먹을 말아 쥐었다. 엄수아가 움직이지 않으니 다른 수를 써야 했다.“하윤아, 너 백시후 별장에 들어갈 수 있지? 네 지문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문
임채린이 조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조군익 씨, 이제 시작합시다. 더는 못 기다려요.”조군익은 낮게 말했다.“지난번 일 때문에 엄수아의 경계가 심해졌어요. 결국 문하윤을 이용할 수밖에 없겠군요.”임채린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문하윤은 백시후의 제일 친한 친구예요. 엄수아한테 칼을 겨눌 수 있는 건 하윤이뿐이에요.”조군익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 문하윤 말이에요, 채린 씨를 정말 굳게 믿는 거 같아요. 단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잖아요. 만약 채린 씨 본모습을 알게 된다면...”임채린이 그의 말을 끊
엄수아는 굳이 뒤돌아보지 않아도 문하윤이 지금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다. 화낼 만도 했다. 그는 곧장 임채린을 찾아갈 게 뻔했고 임채린은 다시 조군익을 붙잡을 것이다. 그 둘이 다급해지는 건 시간문제였다.그게 바로 엄수아가 바라는 일이었다. 막다른 길로 내몰린 짐승처럼 허둥대다가 허점을 드러내길 바랐다.엄수아가 자리를 뜨자 문하윤은 분노로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백시후는 왜 엄수아만을 그렇게 아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는 청혼까지 했으니 곧 결혼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문하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