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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끼니마다 토하는 모래게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5 19:40:00

도경은 병원 유리문 쪽으로 돌아섰다. 안에서 물그릇을 내려놓던 보라가 전화기를 보고 문을 조금 열었다.

“네. 몬스터도 진료합니다. 어떤 아이인가요?”

“모래게입니다. 먹기만 하면 토해서요.”

전화 너머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도경은 차 열쇠를 주머니에 넣었다.

“지금도 계속 토하나요?”

“먹은 걸 뱉고 나면 가만히 있습니다. 걷기도 하고요. 그런데 다음 끼니에 또 그래요.”

“숨 쉬는 모습은 평소와 같고요?”

남자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멀어진 목소리로 바위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전화가 가까워졌을 때는 말이 조금 빨라져 있었다.

“같습니다. 지금 저한테 오네요.”

도경은 보라가 열어 준 문으로 들어갔다. 계산대에서 메모지를 가져와 모래게라고 적었다.

“억지로 먹이지 마세요. 입을 벌려 보려고 손을 넣지도 마시고요. 언제부터 그랬는지 알려 주세요.”

도경은 먹이 종류와 토한 뒤의 움직임을 물었다. 남자는 물을 마시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통화를 마치기 전에 도경은 바로 와야 할 때를 짚어 주었다.

남자가 적는 동안 전화 너머로 펜 끝이 종이에 닿는 소리가 들렸다.

■

4월 14일(화), 대기실에서 단단한 것이 바닥을 두드렸다.

도경은 씻은 손의 물기를 닦으며 나왔다. 낮은 운반 상자 앞에 축구공만 한 모래게가 서 있었다. 모래색 껍질 아래로 다리가 차례로 움직였다. 양쪽 집게는 몸 앞에 모아져 있었다.

상자를 들고 온 남자의 왼팔에는 보조기가 채워져 있었다. 남자는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내려놓은 뒤 몸을 조금 숙였다.

“전화드렸던 사람입니다.”

“네. 오는 동안 토하지는 않았어요?”

“아침에 조금 먹고 뱉었습니다. 그 뒤로는 안 줬어요.”

남자는 접어 온 종이를 내밀었다. 먹인 것과 토한 때가 적혀 있었다. 글씨가 줄 아래로 조금씩 내려갔지만, 끼니마다 빈칸 없이 채워져 있었다.

도경은 종이를 받은 뒤 모래게 앞에 앉았다.

가까이서 보니 입 주변에 마른 먹이 부스러기가 붙어 있었다. 다리 관절에는 눈에 띄는 상처가 없었다. 배 아래를 보려고 몸을 기울이자 모래게가 집게 하나를 들었다.

도경은 손을 멈췄다.

“진료대까지 상자째 옮기겠습니다.”

“제가 들게요.”

남자가 손잡이를 잡으려 하자 보라가 반대편에 섰다.

“그거 제가 할게요. 아래만 받쳐 주세요.”

남자는 오른손으로 상자 밑을 받쳤다. 도경이 남은 쪽을 들어 올렸다. 상자가 움직이자 모래게는 바닥에 다리를 벌리고 붙어 있었다.

진료대에 내려놓은 뒤 보라가 상자 앞에 미끄럼 방지 깔개를 폈다. 모래게가 스스로 나오도록 기다리는 동안 도경은 보호자가 적어 온 종이를 다시 봤다.

“먹고 바로 나온 적이 많네요. 배가 들썩이거나 몸을 심하게 웅크렸나요?”

“그런 건 못 봤습니다. 씹는 것 같다가 입으로 도로 나옵니다.”

“삼킨 뒤 토하는 건지, 넘기지 못하고 뱉는 건지 봐야겠어요.”

모래게가 상자 밖으로 나왔다. 보라는 진료대 가장자리를 막으려고 몸을 가까이 댔다. 그때 집게 하나가 아래로 내려갔다.

짧게 당겨지는 소리가 났다.

보라의 신발 위에서 끈 끝이 떨어졌다.

보라는 발을 뒤로 뺐다. 모래게는 잘라 낸 끈을 집게에 쥔 채 입 쪽으로 당기려 했다. 도경은 접은 수건을 사이에 대고 끈부터 치웠다.

“먹을 건 아니야.”

남자가 모래게의 껍질 옆을 가볍게 두드렸다.

“바위야. 놓자.”

집게가 벌어졌다. 보라가 잘린 끈을 주워 손바닥 위에 올렸다.

“게장이, 그건 제 거예요.”

“걔 이름 바위예요.”

보라는 손바닥을 오므리고 모래게를 봤다.

“바위 말고 돌멩이도 있는데.”

도경은 남은 신발끈이 바닥에 끌리지 않도록 보라에게 안쪽으로 넣어 달라고 했다. 보호자는 오른손으로 자기 무릎을 쓸었다.

“죄송합니다. 집에서도 봉지 같은 걸 자꾸 집어서 치우는데요.”

도경은 기록지에서 눈을 들었다.

“봉지를 입에 넣기도 하나요?”

“뺏으면 놓기는 합니다. 제가 못 본 건 있을 수 있어요.”

■

도경은 손바닥을 세 번 비볐다. 장갑을 끼고 모래게의 껍질 옆에 손을 댔다.

그림이 떴다.

둥근 몸의 윤곽 안쪽에서 입과 이어지는 자리가 짙었다. 배 쪽은 그보다 옅었다. 도경은 손을 조금 옮겼다. 짙은 자리가 입 바로 뒤에 붙어 있었지만,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는 나뉘지 않았다.

‘넘어가는 데 걸렸나.’

그림을 오래 본다고 모래게의 속이 익숙한 동물의 목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도경은 손을 떼고 진찰등을 당겼다.

“배보다 입 안쪽부터 확인할게요. 먹이를 넘기는 자리가 불편한 것 같습니다.”

남자의 오른손이 보조기를 덮었다가 내려왔다.

“거기 뭐가 걸린 겁니까?”

“그럴 수도 있고, 안쪽이 부었을 수도 있어요. 아직은 짐작입니다.”

도경은 입 주변의 부스러기를 젖은 거즈로 닦았다. 가까이 들여다보자 작은 입 부속이 움직였다. 밖에서 보이는 부분에 상처는 없었다.

보라가 가는 불빛을 가져왔다. 도경은 빛의 방향을 바꾸며 입 뒤쪽을 살폈다. 모래게가 몸을 틀자 껍질이 깔개 위에서 미끄러졌다.

“몸부터 받쳐야겠어요.”

접은 수건을 양옆에 놓았다. 껍질을 누르지 않고 옆으로 돌아가는 것만 막았다. 도경은 끝이 둥근 기구로 입 주변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불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젖은 것이 반짝였다.

처음에는 먹이 찌꺼기처럼 보였다. 빛을 반대쪽으로 옮기자 같은 자리에 반듯한 가장자리가 남았다. 옆으로 접힌 부분은 몸 안쪽의 색과 달랐다.

도경은 기구를 거두었다.

“보라 씨, 긴 집게 주세요. 끝이 가는 것으로요.”

남자가 진료대에 가까이 섰다.

“보입니까?”

“입 뒤쪽에 조각이 있습니다. 먹이 같지는 않아요.”

도경은 불빛을 고정한 뒤 보호자가 볼 수 있게 자리를 비켰다. 남자는 허리를 굽혔다. 왼팔을 움직이려다 멈추고 오른손을 진료대 가장자리에 댔다.

“저 하얀 겁니까?”

“네. 접힌 채 걸려 있는 것 같아요.”

모래게가 입을 움직였다. 하얀 조각도 조금 들렸다가 내려왔다. 그러나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그림에서 짙었던 자리는 맞았다. 무엇이 걸렸는지, 어디를 잡아야 빠질지는 불빛 아래에서 찾아야 했다.

■

도경은 꺼내 둔 집게를 바로 넣지 않았다.

끝을 벌려 보고, 입 안에 들어갈 때 닿을 만한 곳을 확인했다. 조각의 한쪽은 보였지만 반대쪽은 안쪽에 가려져 있었다.

“당기다가 옆을 긁을 수 있어요. 잡을 자리가 있는지 먼저 보겠습니다.”

보라는 모래게의 오른쪽 집게다리 뒤를 받쳤다. 보호자는 반대쪽에 섰다.

도경은 남자의 왼팔을 봤다.

“무리하시면 보라 씨가 양쪽을 잡고 제가 몸을 받칠게요.”

“오른손은 괜찮습니다. 이 녀석이 손을 대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지도 알고요.”

남자는 바로 잡지 않고 모래게에게 손을 내밀었다. 모래게가 집게 끝으로 손가락을 건드렸다. 남자는 단단한 마디 뒤쪽을 잡고 팔꿈치를 진료대에 댔다.

도경은 그 위치를 살핀 뒤 고개를 끄덕였다.

“집게 끝은 잡지 마세요. 몸이 돌아가려고 하면 억지로 버티지 말고 말씀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보라가 반대쪽을 나란한 높이로 받쳤다. 도경은 모래게가 다리를 옮기는 동안 기다렸다. 깔개 위에서 몸이 멈추자 입 안쪽으로 불빛을 낮췄다.

집게 끝이 조각에 닿았다.

미끄러졌다.

도경은 손을 거두고 거즈로 집게 끝을 닦았다. 젖은 조각을 눌러 밀어 넣지 않도록 벌리는 폭을 바꿨다.

“바위야. 조금만.”

보호자의 손등에 힘줄이 드러났다. 잡은 위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도경은 다시 안쪽을 봤다. 조각은 가운데가 접혀 있었고, 접힌 틈에 먹이가 조금 끼어 있었다. 한쪽 끝이 입 안의 부드러운 부분에 닿아 있었다.

“목에 걸린 것만 생각했는데, 입 뒤에 비스듬히 끼어 있네요. 잡아서 그대로 당기면 안 되겠습니다.”

보라가 진찰등을 조금 돌렸다. 도경은 안쪽에 걸린 끝을 피해 바깥으로 드러난 부분을 잡았다.

모래게가 집게다리를 들려고 했다.

“움직여요.”

남자가 먼저 말했다. 도경은 당기지 않고 손을 멈췄다. 보라는 껍질 옆 수건이 밀리지 않도록 무릎으로 진료대를 받쳤다.

모래게의 다리가 다시 깔개에 닿았다.

도경은 집게를 조금 기울였다. 접힌 조각이 안쪽 벽에서 떨어졌다. 그 방향을 유지하며 천천히 밖으로 옮겼다.

하얀 조각이 입 밖으로 나왔다.

도경은 거즈 위에 내려놓은 뒤 집게를 벌렸다. 젖은 조각이 접힌 모양 그대로 남았다. 한쪽 면에는 희미하게 색이 묻어 있었다.

플라스틱이었다.

보호자는 모래게의 다리를 받친 채 조각을 내려다봤다.

“먹이 통 뚜껑이 깨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생긴 건지 집에서 맞춰 보셔야겠어요. 우선 남은 조각이 없는지 볼게요.”

도경은 다시 불빛을 댔다. 조각이 닿아 있던 곳이 붉었다. 고여 있던 먹이 찌꺼기를 조금씩 씻어 내자 안쪽이 더 보였다.

추가로 걸린 것은 보이지 않았다.

도경은 깊이 찔러 넣지 않고 보이는 곳만 거즈 끝으로 닦았다. 모래게의 입이 움직일 때마다 손을 멈췄다.

■

집게다리를 놓아 주자 모래게가 오른쪽 집게를 먼저 접었다.

보호자는 그제야 진료대에서 팔꿈치를 뗐다. 도경은 남자의 손등에 붉게 눌린 자국이 생긴 것을 봤다.

“손 괜찮으세요?”

“네. 꽉 쥐었나 봅니다.”

남자는 손가락을 펴고 접었다. 보라는 모래게가 닿지 않는 곳에 집게와 거즈를 옮겼다. 잘린 신발끈 끝이 신발 혀 안쪽에서 조금 나와 있었다.

도경은 모래게의 입 주변을 마지막으로 닦으며 물었다.

“바위가 집에서 손을 잘 따라오네요.”

“오래 같이 다녔습니다. 지금은 저도 굴에 안 들어가고요.”

남자가 왼팔의 보조기 끈을 만졌다.

“이 녀석이 던전에서 내 팔을 물고 끌어냈어요.”

도경은 손을 멈추고 남자를 봤다. 남자는 모래게의 껍질에 붙은 물기를 오른손 손등으로 닦았다.

“그때는 집게가 무섭더니, 요즘은 저한테 이것저것 가져옵니다. 먹이 통도 가져오고 신발도 끌어오고.”

모래게가 수건 밖으로 다리를 뻗었다. 남자는 진료대 가장자리 앞에 손을 세웠다. 모래게는 손에 닿자 옆으로 돌아갔다.

“깨진 건 치웠다고 생각했는데 덜 치웠나 봅니다.”

“돌아가시면 통이랑 상자 바닥도 확인해 주세요. 비슷한 조각이 남았을 수 있어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경이 꺼낸 조각을 작은 봉투에 넣자 오른손으로 받았다.

그때 대기실 문이 열렸다.

“원장님!”

가영의 목소리였다. 도경이 고개를 들자 가영은 처치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진료대 위의 모래게와 보호자의 팔을 번갈아 보고 목소리를 낮췄다.

“아직 진료 중이세요?”

“처치는 끝났어요. 잠깐 지켜보려고요.”

가영은 휴대전화를 가슴 앞에 들었다.

“돌두꺼비 입양하고 싶다는 사람이 셋이에요.”

보라가 사용한 수건을 걷다가 손을 멈췄다. 도경은 장갑을 벗고 가영 쪽으로 갔다.

“셋 다 헌터인가요?”

“네. 등록도 할 수 있다고 했어요. 키워 본 종류랑 집에서 둘 자리도 물어봤어요.”

가영은 답이 온 화면을 보여 줬다. 도경은 짧게 읽은 뒤 휴대전화를 돌려줬다.

“좋아요. 관리원에 확인하고, 직접 만나서 사육 방법도 이야기하죠. 데려가기 전에 마지막 진료도 해야 하고요.”

“그럼 시간 정해도 돼요?”

“제가 연락드린다고 전해 주세요.”

가영은 곧바로 문자를 적었다. 입원실 문 앞에 가서는 손을 넣지 않고 안을 들여다봤다. 돌두꺼비 하나가 물그릇 가장자리에서 몸을 돌렸다.

“첫째인지 둘째인지 아직 헷갈려요.”

보라가 걷은 수건을 통에 넣었다.

“돌아서 있으면 저도 그래요.”

도경은 입원 칸의 기록지를 한 번 봤다. 입양 상담이라고 적을 빈자리가 남아 있었다.

■

모래게는 깔개 위에서 입 주변을 움직였다.

도경은 보호자가 가져온 먹이를 확인한 뒤 아주 조금만 내밀게 했다. 남자는 손바닥 위에 올리지 않고 작은 접시에 내려놓았다.

모래게가 집게로 먹이를 집었다.

도경은 입과 배 아래의 움직임을 번갈아 봤다. 먹이가 들어간 뒤 입이 몇 번 움직였다. 모래게는 집게를 내리고 접시 가장자리를 건드렸다.

곧바로 뱉어 내지는 않았다.

보호자는 접시를 든 채 도경을 봤다.

“더 주면 됩니까?”

“지금은 기다려 보죠. 안쪽에 눌린 자국이 있어서 한꺼번에 먹이면 불편할 수 있어요.”

남자는 남은 먹이를 덮었다. 보라가 운반 상자를 진료대 옆에 놓자 모래게는 그쪽으로 몸을 돌렸다. 상자 안의 천을 집게로 당기고 다리를 옮겼다.

도경은 상자 안에 다른 조각이 없는지 확인했다. 천 아래까지 들춰 본 뒤 평평하게 깔아 줬다.

“오늘은 먹이를 조금씩 주세요. 다시 뱉거나 입을 계속 문지르면 연락하시고요. 힘이 없어지거나 숨 쉬는 모습이 달라지면 바로 오세요.”

남자는 가져온 종이 아래에 내용을 적었다. 종이를 누를 때마다 왼팔 대신 오른손 손목을 옮겼다. 도경은 종이가 밀리지 않게 끝을 잡아 줬다.

“아까는 제가 토한다고만 말씀드렸네요.”

“겉으로 보면 비슷해요. 먹은 뒤에 어떻게 했는지 적어 오셔서 도움이 됐습니다.”

도경은 처음 짐작한 내용 옆에 확인한 위치를 적었다. 목 안의 단순한 막힘으로 끝내지 않고, 입 뒤쪽에 접힌 플라스틱이 끼어 있었다고 남겼다.

그림에서 보지 못한 조각의 모양도 그렸다. 집게를 기울여 빼낸 방향을 짧게 덧붙였다.

계산대 앞에서 남자가 봉투를 다시 꺼냈다. 접힌 플라스틱을 한 번 보고 주머니 안쪽 깊이 넣었다.

“선생님은 어떻게 보고 바로 목이라고 하셨어요?”

도경은 펜을 내려놓았다.

“바로 맞힌 건 아니에요. 입 뒤쪽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그래도 처음부터 배가 아니라 그쪽을 보셨잖습니까.”

도경은 장갑을 벗은 손을 가볍게 비볐다. 손가락 사이에 남아 있던 물기가 말랐다.

“…그냥, 손이 먼저 알았어요.”

말하고 나서 도경은 계산대 아래 서랍을 내려다봤다. 낡은 진료 수첩 첫 장에 적혀 있던 할아버지의 글씨가 떠올랐다.

『손이 먼저 안다. 그다음에 눈, 그다음에 도구.』

『환자: 모래게 바위(축구공 크기 · 온순)』

『진단: 입 뒤쪽에 끼인 플라스틱 조각으로 인한 먹이 넘김 장애와 점막 자극』

『처치: 불빛과 긴 집게로 이물 제거, 입 안 세척, 소량 급여 후 관찰』

(1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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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경은 철창 사진을 뒤집어 빈 곳에 월요일이라고 적었다. 그 아래에 가져갈 물건을 하나씩 써 내려갔다.보라는 처치실 불을 끄려다 말고 종이를 보았다.“왕진 가방 꺼내 놓을까요?”“네. 수액하고 보온 담요도 챙겨 주세요.”도경은 휴대전화에 답장을 보낸 뒤 사진을 기록지 사이에 끼웠다. 입원실에서는 물그릇 가장자리를 긁는 작은 소리가 났다.■4월 6일(월) 아침, 도경은 창고 앞에 흰 소형 승합차를 세웠다.노상필은 철문 옆에 서 있었다. 은테 안경 너머로 도경을 확인하고 서류 가방을 내려놓았다. 관리원 직원 둘은 차량 뒤에서 이동장을 꺼내고 있었다.회색 후드를 입은 탁인호가 다가와 왕진 가방을 받아 들었다. 가영은 휴대전화와 얇은 서류 봉투를 양손으로 쥐고 있었다.“선생님, 저쪽에 차 대시면 나중에 애들 싣기 편하대요.”도경은 차를 조금 옮긴 뒤 노상필에게 갔다.“돌두꺼비 셋과 물결뱀은 병원에 있습니다. 오늘 아침 상태도 적어 왔어요.”“확인하겠습니다. 안에서는 먼저 개체 상태를 봐 주십시오.”노상필이 기록지를 받아 서류철에 넣었다.창고 철문이 안쪽으로 열렸다. 엄기철이 셔츠 단추를 채우며 나왔다. 금목걸이가 열린 깃 사이로 보였다.“월요일 아침부터 이렇게까지 와야 해요?”“사육 상태 확인에 앞서 방문 목적은 전화로 안내했습니다.”노상필이 신분증을 보이고 문 앞에 섰다.“현재 보관 중인 개체와 사육 기록을 확인하겠습니다.”엄기철은 직원들이 들고 있는 이동장을 보았다.“아직 확인도 안 했는데 저건 왜 가져왔어요?”“진료가 필요한 개체가 있으면 옮겨야 합니다.”도경은 왕진 가방을 받아 들었다. 엄기철이 도경의 남색 진료복을 보고 입술을 다물었다가 옆으로 비켰다.문을 넘자 축축한 냄새와 먼지 냄새가 함께 났다.철창은 벽을 따라 놓여 있었다. 몇 개는 천으로 덮여 있었고, 바닥에는 마른 먹이 부스러기가 흩어져 있었다. 가까운 철창의 물그릇을 관리원 직원이 들어 보았다.그릇 바닥에 얇은 자국만 남아 있었다.도경은 안쪽에서 들

  • 던전 수의사, 몬스터 진료 예약 받습니다   8화. 꼬리가 잘린 물결뱀

    “이계생물관리원 노상필입니다.”도경은 휴대전화를 귀에 댄 채 물그릇을 보았다. 돌두꺼비 한 마리가 턱을 들었다가 옆에 붙어 있는 몸 위에 내려놓았다.“주임님, 느티나무 동물병원 임도경입니다. 오늘 돌두꺼비 셋을 진료했는데, 사육 상태도 확인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보호자와 등록 번호부터 말씀해 주십시오.”도경은 선반의 서류를 가져왔다. 엄기철의 이름과 고리 번호를 읽자 전화 너머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났다.“현재 병원에 있습니까?”“네. 셋 모두 탈수가 있고 등 피부가 손상됐습니다. 철창과 처음 왔을 때 상태를 찍어 뒀어요.”“사진과 진료 기록을 보내 주십시오. 확인한 사실과 보호자가 한 말은 나눠 적어 주시고요.”도경은 기록지 옆에 빈 종이를 놓았다.“관리 상태가 나빴다고 제가 단정해도 됩니까?”“진료에서 확인하신 상태를 적으시면 됩니다. 사육 환경은 저희가 확인하겠습니다. 기록으로 남기겠습니다.”전화를 끊고 도경은 철창 사진을 다시 열었다. 사진 아래에 물그릇 없이 내원했다고 적었다. 아침에 물을 줬다는 엄기철의 말은 따로 옮겼다.보라가 물그릇 옆 받침을 바로 놓았다.“돌아가서 또 저 안에 들어가는 건 아니겠죠?”“확인해 보겠다고 하셨어요.”도경은 마른 배설물이 붙어 있는 바닥 사진을 골랐다. 전송 화면에 사진이 한 장씩 올라가는 동안 보라는 돌두꺼비들의 머리가 물에 잠기지 않는지 살폈다.■4월 3일(금), 도경이 입원실 물그릇을 갈고 나왔을 때 유리문이 열렸다.엄기철이었다.어제 두고 간 철창보다 길쭉한 철창을 양손으로 들고 있었다. 금목걸이 아래 셔츠 앞섶에 작은 물자국이 났다.“원장, 이것도 좀 봐 줘요.”철창 바닥에 팔 길이의 뱀이 몸을 접고 있었다. 옅은 물결무늬 사이로 젖은 거즈가 보였다. 꼬리 끝에 감아 놓은 거즈였다.도경은 진료대 위를 비웠다.“무슨 일이 있었습니까?”“철창 문에 끼였어요. 직원이 닫다가.”엄기철이 철창을 내려놓자 뱀이 머리를 들었다. 입을 벌리지는 않았지만 몸을 움직일 때마다

  • 던전 수의사, 몬스터 진료 예약 받습니다   7화. 철창에 갇혀 온 돌두꺼비

    “어떤 아이들이 있는지 먼저 알려 주세요.”도경은 펜을 든 채 청년을 보았다.청년이 이동장을 내려놓으려다 안쪽을 살피고는 그대로 받쳐 들었다.“두꺼비도 있고, 뱀도 있어요. 제가 맡는 날에는 물을 갈아 주는데 다른 날은 잘 모르겠어요.”“행사장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아픈 아이는 여기로 데려와야 해요.”“사장님한테 말은 해 볼게요.”청년이 이동장 손잡이에 감긴 천을 고쳐 잡았다. 도경은 진료 시간 아래에 병원 연락처를 적어 건넸다. 청년은 종이를 접지 않고 작업복 안주머니에 넣었다.유리문이 닫힌 뒤에도 도경의 펜은 잠깐 들려 있었다.보라가 진료대의 수건을 걷었다.“행사장에 물그릇은 있겠죠?”“그것부터 물어봤어야 했네요.”도경은 기록지 아래에 물 공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적었다.■4월 2일(목), 점심을 먹고 돌아온 보라가 간식 서랍을 닫을 때 유리문이 열렸다.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먼저 들렸다.배가 나온 남자가 철창을 한 손에 들고 들어왔다. 셔츠 목 안쪽에서 굵은 금목걸이가 흔들렸다. 철창이 문 옆 선반을 스치자 남자는 손잡이를 높이 들어 올렸다.“여기가 몬스터 봐 준다는 데죠?”도경은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철창 바닥에 자갈 같은 덩어리 셋이 붙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중 하나가 눈을 떴다. 주먹 크기의 돌두꺼비였다.등은 희끗했고 눈 주위는 움푹 들어가 있었다. 철창이 기울었는데도 몸을 바로 세우지 않았다.“진료대에 내려놓으세요.”남자가 철창을 놓았다. 철창 안에 있던 돌두꺼비 한 마리가 옆으로 밀렸다. 보라가 손잡이를 받아 바닥을 수평으로 맞췄다.“무슨 일로 오셨습니까?”“밥을 안 먹어요. 행사에 나가면 움직여야 하는데 가만히만 있고.”남자는 바지 주머니에서 접힌 종이를 꺼냈다. 관리원에 등록한 개체 번호와 돌두꺼비 셋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도경은 종이를 펴고 철창 안의 등록 고리를 확인했다.“보호자 성함이 엄기철 씨 맞으세요?”“네. 엄가네 몬스터 체험 해요. 우리 알바가 여기 괜

  • 던전 수의사, 몬스터 진료 예약 받습니다   6화. 눈이 흐려진 쇠부엉이

    보라는 문 옆의 낮은 선반을 비웠다.도경이 큰 담요를 접어 올려놓자 보라가 끝을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유리문을 여닫아도 담요가 걸리지 않았다.“이 정도면 바로 꺼낼 수 있겠네요.”“바닥에 닿으면 갈아 주세요.”보라는 선반 위를 한 번 더 닦았다. 도경은 처치실로 돌아가 고정대에 남은 물기를 확인했다. 마른 거즈를 채우고 나니 진료대 아래 서랍이 조금 뻑뻑하게 닫혔다.■3월 31일(화), 문 옆의 담요는 작은 이동장을 받치는 데 쓰였다.점심이 지난 뒤였다. 작업복 차림의 청년이 이동장을 양손으로 들고 들어왔다. 한쪽 소매에 흙이 말라붙어 있었고, 이동장 손잡이는 천으로 여러 번 감겨 있었다.“몬스터도 보시는 거 맞죠?”도경은 계산대 밖으로 나왔다.“네. 어떤 아이예요?”“쇠부엉이요. 눈이 좀 이상해요.”이동장 안에서 쇳빛 깃이 움직였다. 팔뚝 길이의 부엉이가 낮은 횃대에 앉아 있었다. 몸을 돌리지 않고 고개만 틀어 도경을 보았다.눈 가장자리에 마른 분비물이 조금 붙어 있었다. 오른쪽 눈을 자주 감았다 떴다.“언제부터 그랬어요?”“사흘쯤 됐어요. 밤에 자꾸 벽에 부딪혀요. 전에는 불을 꺼도 잘 날았거든요.”도경은 이동장 아래에 담요를 깔았다. 청년이 손잡이를 놓고도 손을 떼지 않았다.“떨어뜨릴까 봐 감아 놨어요. 들고 오는데 안에서 자꾸 움직여서요.”“잘하셨어요. 지금은 문을 열지 말고 잠깐 볼게요.”도경은 이동장 옆으로 몸을 낮췄다. 부엉이는 횃대를 발톱으로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날개는 양쪽 모두 접혀 있었고, 숨을 쉴 때 꼬리가 크게 들썩이지는 않았다.“밥은 먹습니까?”“주면 먹어요. 그런데 바닥에 놓으면 못 찾을 때가 있어요.”청년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등록 내용에는 위험 단계 주의가 적혀 있었다. 발목의 등록 고리 번호도 맞았다.“직접 데리고 일하세요?”“저는 D급 헌터고요. 평일에는 체험 행사장에서 아르바이트해요. 얘 먹이 주고 청소하는 건 제가 합니다.”도경은 접수 칸에 들은 내용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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