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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눈이 흐려진 쇠부엉이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8 21:45:13

보라는 문 옆의 낮은 선반을 비웠다.

도경이 큰 담요를 접어 올려놓자 보라가 끝을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유리문을 여닫아도 담요가 걸리지 않았다.

“이 정도면 바로 꺼낼 수 있겠네요.”

“바닥에 닿으면 갈아 주세요.”

보라는 선반 위를 한 번 더 닦았다. 도경은 처치실로 돌아가 고정대에 남은 물기를 확인했다. 마른 거즈를 채우고 나니 진료대 아래 서랍이 조금 뻑뻑하게 닫혔다.

■

3월 31일(화), 문 옆의 담요는 작은 이동장을 받치는 데 쓰였다.

점심이 지난 뒤였다. 작업복 차림의 청년이 이동장을 양손으로 들고 들어왔다. 한쪽 소매에 흙이 말라붙어 있었고, 이동장 손잡이는 천으로 여러 번 감겨 있었다.

“몬스터도 보시는 거 맞죠?”

도경은 계산대 밖으로 나왔다.

“네. 어떤 아이예요?”

“쇠부엉이요. 눈이 좀 이상해요.”

이동장 안에서 쇳빛 깃이 움직였다. 팔뚝 길이의 부엉이가 낮은 횃대에 앉아 있었다. 몸을 돌리지 않고 고개만 틀어 도경을 보았다.

눈 가장자리에 마른 분비물이 조금 붙어 있었다. 오른쪽 눈을 자주 감았다 떴다.

“언제부터 그랬어요?”

“사흘쯤 됐어요. 밤에 자꾸 벽에 부딪혀요. 전에는 불을 꺼도 잘 날았거든요.”

도경은 이동장 아래에 담요를 깔았다. 청년이 손잡이를 놓고도 손을 떼지 않았다.

“떨어뜨릴까 봐 감아 놨어요. 들고 오는데 안에서 자꾸 움직여서요.”

“잘하셨어요. 지금은 문을 열지 말고 잠깐 볼게요.”

도경은 이동장 옆으로 몸을 낮췄다. 부엉이는 횃대를 발톱으로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날개는 양쪽 모두 접혀 있었고, 숨을 쉴 때 꼬리가 크게 들썩이지는 않았다.

“밥은 먹습니까?”

“주면 먹어요. 그런데 바닥에 놓으면 못 찾을 때가 있어요.”

청년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등록 내용에는 위험 단계 주의가 적혀 있었다. 발목의 등록 고리 번호도 맞았다.

“직접 데리고 일하세요?”

“저는 D급 헌터고요. 평일에는 체험 행사장에서 아르바이트해요. 얘 먹이 주고 청소하는 건 제가 합니다.”

도경은 접수 칸에 들은 내용을 적었다. 청년이 이동장 안으로 손가락을 넣으려다 멈췄다.

“낮에는 멀쩡해 보여서 그냥 피곤한 줄 알았어요.”

“밤에 부딪히는 모습은 보셨어요?”

“네. 오른쪽으로 돌다가요. 처음에는 제가 먹이를 잘못 던졌나 했는데, 다음 날도 그랬어요.”

도경은 적던 펜을 내려놓았다.

“한번 볼게요.”

■

보라는 진료대 위에 미끄러지지 않는 깔개를 놓았다.

청년이 이동장 문을 열자 쇠부엉이가 몸을 낮췄다. 보라가 두꺼운 보호 장갑을 끼고 발 아래로 받침을 넣었다. 도경은 날개가 걸리지 않도록 문을 넓게 잡았다.

부엉이가 받침 위로 옮겨 앉았다.

쇳빛 발톱 끝이 나무를 긁었다. 보라가 받침을 진료대에 내려놓고 접은 수건을 양옆에 댔다.

“쇠 냄새 나요.”

보라가 장갑에 닿은 깃을 내려다보았다.

도경도 깃 끝을 살폈다. 쇳빛은 있었지만 깃의 뿌리까지 단단한 것은 아니었다. 안쪽에는 짧고 부드러운 털이 빽빽했다.

“끝만 보고 세게 잡으면 안 되겠어요.”

“몸 쪽은 수건으로 받칠게요.”

보라는 부엉이의 가슴을 누르지 않게 손을 고쳐 놓았다. 청년은 진료대 끝에서 두 손을 맞잡았다.

도경은 손바닥을 세 번 비빈 뒤 얇은 장갑을 꼈다. 먼저 양쪽 눈의 크기와 눈꺼풀을 비교했다. 작은 진찰등을 비추자 부엉이의 눈이 가늘어졌다.

“낮에는 눈 색이 흐려 보이고, 밤에는 노랗게 보여요.”

청년이 말했다.

“원래 색과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 건가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가까이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서요.”

“괜찮아요. 본 것만 말씀해 주세요.”

도경은 눈가의 분비물을 젖은 거즈로 닦았다. 오른쪽 눈꺼풀 주변에 작은 깃가루가 묻어 나왔다. 눈 표면은 생각보다 맑았다.

손끝을 머리 옆에 댔을 때 그림이 떴다.

쇠부엉이의 몸 윤곽은 희미했다. 머리 오른쪽에 짙은 자리가 있었다. 눈 뒤쪽 같기도 했고, 조금 더 아래 같기도 했다. 깃털에 가려진 작은 머리 안에서 두 곳을 나누기가 어려웠다.

도경은 손을 떼고 진찰등을 다시 들었다.

‘눈 쪽인가.’

“눈가가 자극을 받은 것 같습니다. 표면에 상처가 있는지 먼저 확인할게요.”

보라가 검사 도구를 쟁반에 올렸다. 도경은 눈꺼풀을 조금씩 벌려 살피고, 각도를 바꿔 빛을 비췄다. 부엉이가 고개를 돌릴 때는 따라 잡아당기지 않고 멈췄다.

눈 표면에서 벽에 부딪힐 만큼 큰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양쪽 눈이 빛에 반응하는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경은 눈을 보호하고 씻어 내는 안약을 넣었다. 보라가 흐른 액을 거즈로 받았다.

부엉이가 눈을 감았다 뜨더니 고개를 오른쪽으로 급하게 꺾었다. 이번에는 깨끗해진 눈가가 아니라 머리 옆을 수건에 비볐다.

도경은 쟁반 위에 안약을 내려놓았다.

“이렇게 비비는 것도 보셨어요?”

“네. 날개로 얼굴을 가릴 때도 있고요.”

청년이 자기 귀 옆에 손을 대었다.

“저는 눈이 간지러워서 그러는 줄 알았어요.”

도경은 부엉이가 비빈 자리를 보았다. 눈 아래보다 뒤쪽이었다.

안약을 넣고도 그 자리를 비비는 데다 눈 검사 결과도 짐작과 맞지 않았다. 그림의 짙은 부분을 눈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

“눈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청년이 맞잡은 손을 풀었다.

“다른 데가 아픈 거예요?”

“머리 옆을 더 봐야겠어요. 제가 처음 짐작한 자리가 조금 달랐습니다.”

■

유리문이 열리는 소리에 도경이 잠깐 고개를 들었다.

탁인호가 돌멩이를 넓은 운반판에 싣고 들어왔다. 문턱에서 바퀴가 멈추자 인호가 뒤로 조금 뺐다가 다시 밀었다.

보라가 진료대 쪽을 확인하고 말했다.

“인호 씨, 잠깐 기다려 주세요.”

“네. 우리 돌멩이는 급한 거 아니에요.”

인호는 벽 쪽에 운반판을 세웠다. 돌멩이의 등딱지 고정은 그대로였고, 앞발은 담요 밖으로 나와 있었다.

도경은 대기실로 목소리를 보냈다.

“인호 씨, 불편해하는 건 없었어요?”

“네. 먹는 것도 잘 먹고요.”

돌멩이가 목을 조금 뻗었다. 인호는 앞발 밑에 말려 있던 담요를 펴 주고 의자에 앉았다.

진료대의 쇠부엉이가 날개를 짧게 들었다 놓자 인호가 눈을 크게 떴다.

“밤에 벽에 부딪힌대요.”

청년이 대기실 쪽으로 말했다.

“아, 진짜요? 우리 돌멩이는 저런 거 안 해요.”

도경이 청년의 손을 잠깐 보았다. 다시 이동장 손잡이를 움켜쥐고 있었다.

인호가 곧 말을 덧붙였다.

“날지를 못해서요. 걷다가 벽 앞에서 멈추면 그냥 거기 있어요.”

보라가 수건 모서리를 정리하며 웃었다. 청년도 손잡이를 놓고 짧게 웃었다.

도경은 진료대 위의 도구를 다시 확인했다.

“지금은 날려 보지 않겠습니다. 부딪힐 수 있으니까요.”

“네. 제가 잡고 있을까요?”

“발 받침이 밀리지 않게만 도와주세요. 머리는 저희가 볼게요.”

청년이 진료대 아래쪽으로 옮겨 섰다. 도경은 부엉이의 오른쪽 머리 옆 깃을 천천히 갈랐다.

귀는 겉에서 바로 보이지 않았다.

부드러운 깃을 나누고 나서야 작은 입구가 드러났다. 주변 피부가 붉었고, 깃 안쪽에 마른 가루가 묻어 있었다.

도경은 귀를 들여다보는 도구에 작은 끝을 끼웠다. 먼저 왼쪽을 비춰 안쪽 모양을 확인했다. 오른쪽으로 옮겨 빛을 비추자 입구 가까운 곳에 회색 알갱이가 보였다.

도경의 손이 멈췄다.

눈으로 볼 때 깃가루였던 것은 귀 안쪽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 가운데 작은 돌 알갱이가 박혀 있었다.

“여기 뭔가 들어가 있습니다.”

청년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도경은 도구를 빼고 손으로 위치를 가리켰다.

“눈이 아니라 귀 쪽이에요. 돌 같은 게 입구를 막고 있습니다.”

“돌이요?”

“주변도 긁혔어요. 억지로 비비다가 더 눌린 것 같습니다.”

도경은 다시 손끝을 머리 옆에 댔다. 그림의 짙은 자리는 여전히 넓었다. 돌의 모양까지 보이지는 않았다.

‘머리 오른쪽. 거기까지였구나.’

도경은 손을 떼고 보라에게 작은 집게를 부탁했다.

■

집게 끝이 쟁반에 닿으며 가볍게 울렸다.

도경은 끝이 제대로 맞물리는지 확인했다. 보라는 진찰등의 높이를 낮추고 빛이 귀 입구를 향하게 했다.

“꺼낼 수 있어요?”

청년이 물었다.

“보이는 데에 걸려 있습니다. 다만 머리를 갑자기 돌리면 안쪽을 다칠 수 있어요. 안전하게 잡히지 않으면 멈추겠습니다.”

보라가 수건으로 접힌 날개를 받쳤다. 도경은 고개를 고정할 자리를 잡으며 가슴과 목 앞쪽이 눌리지 않는지 확인했다.

쇠부엉이가 부리를 벌렸다.

도경은 집게를 넣지 않고 기다렸다. 청년이 받침을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가 놓았다.

“먹이 줄 때도 저렇게 해요. 달라고요.”

“지금은 싫다는 뜻일 수도 있어요.”

도경이 말했다.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낮췄다. 부엉이가 부리를 닫자 도경은 귀 주변의 깃을 다시 나눴다.

빛 아래에서 돌 알갱이의 바깥쪽 끝이 드러났다. 안으로 밀지 않고 잡을 자리가 있었다. 도경은 손목을 진료대에 받치고 집게를 가까이 가져갔다.

집게 끝이 알갱이에 닿았다.

부엉이가 발가락을 움켜쥐었다. 보라가 몸을 더 누르지 않고 수건이 풀리지 않도록만 잡았다.

도경은 집게를 조금 벌렸다가 다시 맞물렸다. 손을 당기는 방향을 바꾸지 않고 천천히 뺐다.

작은 돌이 귀 입구를 지나 나왔다.

집게 끝에 붙은 회색 알갱이를 거즈 위에 놓았다. 표면에는 마른 분비물과 짧은 깃이 붙어 있었다.

청년이 숨을 길게 내쉬었다.

“저 작은 게 들어가 있었네요.”

“작아도 귀 안에서는 걸립니다.”

도경은 바로 손을 놓지 않았다. 다시 귀 안을 비춰 남은 알갱이가 없는지 확인했다. 입구 주변에 긁힌 자국은 있었지만 더 안쪽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보라가 새 거즈와 세척 도구를 건넸다. 도경은 보이는 곳의 이물질을 조심스럽게 씻어 냈다. 젖은 깃을 닦은 뒤 반대쪽 귀와 다시 비교했다.

처치를 마치고 수건을 조금 풀자 쇠부엉이가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는 머리 옆을 비비지 않았다. 오른쪽 깃을 부풀렸다가 가라앉히고, 진찰등 아래에서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도경은 받침이 흔들리지 않게 손을 댄 채 잠시 기다렸다.

“부엉이는 눈뿐 아니라 귀로도 먹이가 있는 방향을 찾습니다. 한쪽이 막혀 있으면 밤에 움직일 때 더 불편했을 수 있어요.”

“그럼 이제 바로 날아도 돼요?”

“오늘은 쉬게 해 주세요. 귀에 상처도 있고, 부딪히면서 다른 데가 아팠을 수도 있으니까요.”

도경은 양쪽 날개와 다리를 다시 살폈다. 청년이 말한 벽에 부딪힌 방향을 떠올리며 오른쪽 어깨 주변도 손끝으로 확인했다.

눈 검사만으로 끝내지 않은 이유가 진료 기록에 남았다.

■

부엉이를 이동장으로 옮기는 동안 보라가 낮은 물그릇을 준비했다.

청년이 횃대 아래를 손으로 쓸어 보았다. 마른 흙가루가 조금 묻어 나왔다.

“이것도 다 닦아야겠죠?”

“네. 귀에 또 들어갈 만한 가루는 없애 주세요. 젖은 채로 넣지는 마시고요.”

보라는 깨끗한 천을 가져와 이동장 바닥을 닦았다. 청년이 손을 내밀자 천을 건넸다. 청년은 모서리까지 닦은 뒤 마른 면으로 한 번 더 훑었다.

도경은 거즈 위의 돌 알갱이를 작은 봉지에 담았다.

“어디서 묻었는지 한번 살펴보세요.”

청년은 봉지를 받아 작업복 주머니에 넣었다.

“바닥이 다 흙이긴 해요. 철창 옆에 돌도 있고요.”

도경이 펜을 들자 청년이 이동장 문을 닫다 말고 덧붙였다.

“행사장 애들이 다 이상해요. 철창에서 안 나와요.”

펜 끝이 기록지 위에서 멈췄다.

“이 아이처럼 부딪힙니까?”

“그건 아니에요. 문 열어도 구석에만 있어요. 전에는 먹이 들고 가면 앞으로 나왔는데.”

“언제부터요?”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제가 매일 가는 게 아니라서요.”

도경은 들은 말 옆에 확인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안 먹는지, 움직이기 싫은 건지 구분해서 봐 주세요. 물을 마시는지도요.”

청년이 휴대전화를 꺼내 짧게 적었다.

대기실에서는 인호가 돌멩이 앞발에 붙은 담요 실을 떼어 주고 있었다. 청년은 그 손을 잠깐 보다가 이동장 손잡이를 다시 감쌌다.

도경은 눈가와 귀를 비비는 일이 계속되는지 지켜보고, 다시 벽에 부딪히거나 먹이를 못 찾으면 바로 연락해 달라고 말했다.

청년은 진찰비가 적힌 영수증을 받아 접었다. 문 옆 선반에 담요를 돌려놓으려 하자 보라가 손을 내밀었다.

“쓴 건 제가 챙길게요.”

“감사합니다.”

이동장 안에서 쇠부엉이가 고개를 돌렸다. 청년 쪽으로 부리를 낮췄다가 다시 들었다. 청년이 문 앞에서 멈춰 도경을 보았다.

“다음 주 토요일 샛골공원에서 행사 해요. 애들 좀 봐 주실 수 있어요?”

도경은 내려놓았던 펜을 다시 잡았다. 어떤 행사인지 물으려는데 청년이 이동장을 몸 가까이 당겼다.

“사장님은 모르게요.”

『환자: 쇠부엉이(팔뚝 길이 · 주의)』

『진단: 오른쪽 귀에 박힌 돌 알갱이, 귀 입구 주변 상처와 자극』

『처치: 눈 검사, 귀 안 확인, 집게로 돌 제거, 귀 주변 세척, 안정과 경과 관찰』

(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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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계생물관리원 노상필입니다.”도경은 휴대전화를 귀에 댄 채 물그릇을 보았다. 돌두꺼비 한 마리가 턱을 들었다가 옆에 붙어 있는 몸 위에 내려놓았다.“주임님, 느티나무 동물병원 임도경입니다. 오늘 돌두꺼비 셋을 진료했는데, 사육 상태도 확인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보호자와 등록 번호부터 말씀해 주십시오.”도경은 선반의 서류를 가져왔다. 엄기철의 이름과 고리 번호를 읽자 전화 너머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났다.“현재 병원에 있습니까?”“네. 셋 모두 탈수가 있고 등 피부가 손상됐습니다. 철창과 처음 왔을 때 상태를 찍어 뒀어요.”“사진과 진료 기록을 보내 주십시오. 확인한 사실과 보호자가 한 말은 나눠 적어 주시고요.”도경은 기록지 옆에 빈 종이를 놓았다.“관리 상태가 나빴다고 제가 단정해도 됩니까?”“진료에서 확인하신 상태를 적으시면 됩니다. 사육 환경은 저희가 확인하겠습니다. 기록으로 남기겠습니다.”전화를 끊고 도경은 철창 사진을 다시 열었다. 사진 아래에 물그릇 없이 내원했다고 적었다. 아침에 물을 줬다는 엄기철의 말은 따로 옮겼다.보라가 물그릇 옆 받침을 바로 놓았다.“돌아가서 또 저 안에 들어가는 건 아니겠죠?”“확인해 보겠다고 하셨어요.”도경은 마른 배설물이 붙어 있는 바닥 사진을 골랐다. 전송 화면에 사진이 한 장씩 올라가는 동안 보라는 돌두꺼비들의 머리가 물에 잠기지 않는지 살폈다.■4월 3일(금), 도경이 입원실 물그릇을 갈고 나왔을 때 유리문이 열렸다.엄기철이었다.어제 두고 간 철창보다 길쭉한 철창을 양손으로 들고 있었다. 금목걸이 아래 셔츠 앞섶에 작은 물자국이 났다.“원장, 이것도 좀 봐 줘요.”철창 바닥에 팔 길이의 뱀이 몸을 접고 있었다. 옅은 물결무늬 사이로 젖은 거즈가 보였다. 꼬리 끝에 감아 놓은 거즈였다.도경은 진료대 위를 비웠다.“무슨 일이 있었습니까?”“철창 문에 끼였어요. 직원이 닫다가.”엄기철이 철창을 내려놓자 뱀이 머리를 들었다. 입을 벌리지는 않았지만 몸을 움직일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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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아이들이 있는지 먼저 알려 주세요.”도경은 펜을 든 채 청년을 보았다.청년이 이동장을 내려놓으려다 안쪽을 살피고는 그대로 받쳐 들었다.“두꺼비도 있고, 뱀도 있어요. 제가 맡는 날에는 물을 갈아 주는데 다른 날은 잘 모르겠어요.”“행사장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아픈 아이는 여기로 데려와야 해요.”“사장님한테 말은 해 볼게요.”청년이 이동장 손잡이에 감긴 천을 고쳐 잡았다. 도경은 진료 시간 아래에 병원 연락처를 적어 건넸다. 청년은 종이를 접지 않고 작업복 안주머니에 넣었다.유리문이 닫힌 뒤에도 도경의 펜은 잠깐 들려 있었다.보라가 진료대의 수건을 걷었다.“행사장에 물그릇은 있겠죠?”“그것부터 물어봤어야 했네요.”도경은 기록지 아래에 물 공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적었다.■4월 2일(목), 점심을 먹고 돌아온 보라가 간식 서랍을 닫을 때 유리문이 열렸다.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먼저 들렸다.배가 나온 남자가 철창을 한 손에 들고 들어왔다. 셔츠 목 안쪽에서 굵은 금목걸이가 흔들렸다. 철창이 문 옆 선반을 스치자 남자는 손잡이를 높이 들어 올렸다.“여기가 몬스터 봐 준다는 데죠?”도경은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철창 바닥에 자갈 같은 덩어리 셋이 붙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중 하나가 눈을 떴다. 주먹 크기의 돌두꺼비였다.등은 희끗했고 눈 주위는 움푹 들어가 있었다. 철창이 기울었는데도 몸을 바로 세우지 않았다.“진료대에 내려놓으세요.”남자가 철창을 놓았다. 철창 안에 있던 돌두꺼비 한 마리가 옆으로 밀렸다. 보라가 손잡이를 받아 바닥을 수평으로 맞췄다.“무슨 일로 오셨습니까?”“밥을 안 먹어요. 행사에 나가면 움직여야 하는데 가만히만 있고.”남자는 바지 주머니에서 접힌 종이를 꺼냈다. 관리원에 등록한 개체 번호와 돌두꺼비 셋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도경은 종이를 펴고 철창 안의 등록 고리를 확인했다.“보호자 성함이 엄기철 씨 맞으세요?”“네. 엄가네 몬스터 체험 해요. 우리 알바가 여기 괜

  • 던전 수의사, 몬스터 진료 예약 받습니다   6화. 눈이 흐려진 쇠부엉이

    보라는 문 옆의 낮은 선반을 비웠다.도경이 큰 담요를 접어 올려놓자 보라가 끝을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유리문을 여닫아도 담요가 걸리지 않았다.“이 정도면 바로 꺼낼 수 있겠네요.”“바닥에 닿으면 갈아 주세요.”보라는 선반 위를 한 번 더 닦았다. 도경은 처치실로 돌아가 고정대에 남은 물기를 확인했다. 마른 거즈를 채우고 나니 진료대 아래 서랍이 조금 뻑뻑하게 닫혔다.■3월 31일(화), 문 옆의 담요는 작은 이동장을 받치는 데 쓰였다.점심이 지난 뒤였다. 작업복 차림의 청년이 이동장을 양손으로 들고 들어왔다. 한쪽 소매에 흙이 말라붙어 있었고, 이동장 손잡이는 천으로 여러 번 감겨 있었다.“몬스터도 보시는 거 맞죠?”도경은 계산대 밖으로 나왔다.“네. 어떤 아이예요?”“쇠부엉이요. 눈이 좀 이상해요.”이동장 안에서 쇳빛 깃이 움직였다. 팔뚝 길이의 부엉이가 낮은 횃대에 앉아 있었다. 몸을 돌리지 않고 고개만 틀어 도경을 보았다.눈 가장자리에 마른 분비물이 조금 붙어 있었다. 오른쪽 눈을 자주 감았다 떴다.“언제부터 그랬어요?”“사흘쯤 됐어요. 밤에 자꾸 벽에 부딪혀요. 전에는 불을 꺼도 잘 날았거든요.”도경은 이동장 아래에 담요를 깔았다. 청년이 손잡이를 놓고도 손을 떼지 않았다.“떨어뜨릴까 봐 감아 놨어요. 들고 오는데 안에서 자꾸 움직여서요.”“잘하셨어요. 지금은 문을 열지 말고 잠깐 볼게요.”도경은 이동장 옆으로 몸을 낮췄다. 부엉이는 횃대를 발톱으로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날개는 양쪽 모두 접혀 있었고, 숨을 쉴 때 꼬리가 크게 들썩이지는 않았다.“밥은 먹습니까?”“주면 먹어요. 그런데 바닥에 놓으면 못 찾을 때가 있어요.”청년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등록 내용에는 위험 단계 주의가 적혀 있었다. 발목의 등록 고리 번호도 맞았다.“직접 데리고 일하세요?”“저는 D급 헌터고요. 평일에는 체험 행사장에서 아르바이트해요. 얘 먹이 주고 청소하는 건 제가 합니다.”도경은 접수 칸에 들은 내용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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