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도경은 서류를 끝까지 넘긴 뒤 먹이 항목이 있는 쪽을 다시 펼쳤다. 빈칸은 그대로였다.
“관리원에 먹이 자료도 부탁해 볼게요. 지금은 수액부터 마저 보고요.”
보라는 간식 서랍 위에 올려 둔 봉지를 치웠다. 대신 작은 메모지를 붙이고 이끼곰 먹이라고 적었다.
입원 칸에서 담요를 긁는 소리가 났다. 새끼 이끼곰이 앞발을 당겨 턱 밑에 놓고 있었다. 도경은 그 앞에 앉아 수액 줄이 눌리지 않았는지 살폈다.
“조금 움직이네요.”
“네. 먹을 수 있을 만큼 기운이 돌아오는지 봐야죠.”
도경은 기록지 아래에 다음 관찰 시간을 적었다.
■
4월 10일(금), 보라가 작은 접시를 들고 입원실에서 나왔다.
접시 한쪽에는 얇게 자른 사과가 놓여 있었다. 다른 쪽은 비어 있었고, 그 자리에 물기 묻은 자국이 남았다.
“사과 먹어요.”
도경은 접시를 내려다봤다.
“스스로요?”
“처음엔 냄새만 맡더니 앞발로 가져갔어요. 조금만 줬어요.”
관리원에서 보내 준 사육 자료에는 사과를 포함한 몇 가지 과일이 적혀 있었다. 앞서 내민 먹이는 냄새만 맡고 고개를 돌렸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도경은 입원 칸 앞에 쪼그려 앉았다.
이끼곰은 담요 위에 배를 대고 있었다. 턱 아래에 사과 부스러기가 붙어 있었다. 도경이 거즈를 가까이 가져가자 코가 먼저 움직였다.
“이건 먹는 거 아니야.”
입가를 닦은 뒤 배를 가볍게 살폈다. 호흡은 고르게 이어졌고, 손이 닿자 앞발을 조금 옮겼다. 창고에서처럼 턱을 떨어뜨리지는 않았다.
보라가 남은 사과를 담은 그릇을 들어 보였다.
“더 주면 먹을 것 같은데요.”
“조금 기다려 보죠. 먹고 나서 불편해하지 않는지도 봐야 해요.”
보라는 그릇을 이끼곰의 눈에 띄지 않는 선반으로 옮겼다.
그때 대기실 문이 열렸다.
도경은 손을 씻고 진료실로 나왔다. 작업복 차림의 남자가 작은 이동 상자를 두 손으로 받치고 있었다. 옆에는 책가방을 멘 여자아이가 붙어 서 있었다.
상자는 투명한 덮개에 공기구멍이 나 있었다. 안쪽 천 위로 얇은 날개 하나가 비스듬히 솟아 있었다.
“유리나방인데요. 날개를 못 접습니다.”
남자가 상자를 진료대에 내려놓았다. 아이는 상자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한쪽만요. 어제 저녁부터 이래요.”
도경은 아이가 받치고 있는 쪽으로 수건을 밀어 놓았다.
“여기에 두면 괜찮아요. 한번 볼게요.”
■
손바닥만 한 유리나방은 천에 붙어 있었다.
한쪽 날개는 몸을 따라 접혔지만 다른 쪽은 반쯤 펼쳐져 있었다. 날개 너머로 깔아 둔 천의 줄무늬가 보였다. 가장자리에는 찢어진 곳이 없었다.
도경은 덮개를 열기 전에 몸의 움직임부터 살폈다. 더듬이는 천천히 흔들렸고, 다리는 천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어제 부딪히거나 떨어진 적이 있나요?”
“제가 없는 동안이라 정확히는 못 봤습니다.”
남자가 아이를 내려다봤다. 아이는 상자 옆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다가 입을 열었다.
“창문에 갔어요. 제가 닫으니까 화분 쪽으로 내려왔고요.”
“그 뒤에 바로 날개가 이랬어요?”
“그때는 몰랐어요. 밥 줄 때 봤어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본 것만 말해 주면 돼요.”
남자는 작업복 소매를 걷었다. 손목 가까이에 오래된 긁힌 자국이 있었다.
“제가 B급 헌터라 던전에서 다친 애들은 좀 봤는데, 얘는 어디가 다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지면 더 망가질까 봐 그대로 데려왔어요.”
“억지로 접지 않으신 게 좋았어요.”
도경은 진찰등을 낮췄다. 빛이 날개를 통과해 천 위에 옅게 번졌다. 날개를 이루는 가는 줄은 끊어지지 않았고, 몸에 붙는 뿌리 부분만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장갑을 끼기 전 손바닥을 세 번 비볐다. 도경이 손을 내밀자 아이가 상자를 조금 더 가까이 밀었다.
유리나방의 다리에는 가느다란 등록 고리가 끼워져 있었다. 도경은 고리가 걸리지 않도록 천의 접힌 곳을 펴고, 몸 옆에 손끝을 가볍게 댔다.
그림이 떴다.
작은 몸의 윤곽과 양쪽 날개가 보였다. 펴진 날개의 뿌리 쪽이 짙었다. 도경은 날개를 움직이다 관절을 다쳤을 가능성을 먼저 생각했다.
그런데 손을 떼려는 순간, 짙은 자리 옆에 짧고 가는 모양이 남았다.
그림이 조금 더 또렷해졌다.
도경은 손끝을 그대로 두었다. 다른 부위는 흐려졌는데 그 가는 모양은 날개가 붙은 자리를 비스듬히 가로질렀다. 몸을 이루는 선과는 방향이 달랐다.
‘뭐가 걸렸나.’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부러진 몸의 일부인지, 밖에서 들어간 것인지도 그림만으로 나눌 수 없었다.
도경은 손을 떼고 진찰등을 옆으로 옮겼다.
“날개 자체보다 몸에 붙는 쪽을 봐야겠어요. 처음에는 삔 것 같았는데, 안에 뭔가 걸린 건지도 확인하겠습니다.”
“뭐가 박힌 거예요?”
아이가 물었다.
“아직은 몰라요. 크게 보면서 찾아볼게요.”
보라가 확대경을 가져왔다. 도경은 받침대를 진료대 가장자리에 고정하고, 유리나방의 날개 뿌리가 가운데 오도록 상자를 옮겼다.
■
밝은 천을 깔았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짙은 받침을 아래에 대자 조금 드러났다.
도경은 확대경의 높이를 낮췄다. 펴진 날개의 뿌리 안쪽에 갈색 점이 있었다. 빛의 방향을 바꾸니 점에서 이어지는 짧은 선이 보였다.
몸에 붙은 털과는 달랐다.
도경은 가는 탐침을 가져와 그 자리에 직접 대지 않고 옆의 털만 나눴다. 유리나방이 날개를 움직이려다 멈췄다. 갈색 선도 함께 움직였다.
작은 가시였다.
날개가 접히는 자리 사이로 들어가 한쪽 끝만 밖에 남아 있었다.
“가시가 박혀 있네요.”
아이의 손이 상자 모서리에서 떨어졌다.
“화분에 가시 있는 거 있어요. 아빠가 만지지 말라고 했는데.”
“날개를 움직일 때마다 걸렸을 것 같아요.”
도경은 탐침을 내려놓고 위치를 기록했다. 관절을 삔 것만은 아니었다. 날개 줄이 멀쩡한데도 접지 못한 이유가 확대경 아래에서 보였다.
남자가 몸을 숙였다.
“빼낼 수 있습니까?”
“끝을 잡을 수 있는지 보겠습니다. 날개를 당기지 않게 몸을 받쳐야 해요.”
도경은 보라에게 가장 작은 집게를 부탁했다. 보라는 서랍의 기구통을 꺼내 끝이 가는 집게를 골랐다. 서로 맞물리는 끝을 불빛 아래에서 확인한 뒤 도경에게 건넸다.
아이는 그 집게를 보더니 아버지의 소매를 잡았다.
“저도 잡아 줄까요?”
“지금은 아버지랑 조금만 떨어져서 봐 줘요. 상자가 흔들리지 않는 게 도움이 돼요.”
아이는 곧바로 한 걸음 물러섰다. 남자도 진료대에 짚었던 손을 뗐다.
도경은 접은 거즈를 유리나방의 몸 양옆에 놓았다. 날개 아래에는 아무것도 밀어 넣지 않았다. 몸이 옆으로 기울지 않을 만큼만 받치고, 보라가 천의 가장자리를 잡았다.
“이쪽만 움직이지 않게 해 주세요.”
“네.”
보라의 손가락이 상자 바닥에 닿았다. 도경은 팔꿈치를 진료대에 가볍게 대고 집게 끝을 내려 보냈다.
확대경 아래에서는 작은 움직임도 크게 보였다.
첫 시도에는 끝을 잡지 못했다. 집게가 가시 옆을 지나갔다. 도경은 바로 손을 거두었다. 유리나방이 더듬이를 움직이고 다리 하나를 옮길 때까지 기다렸다.
“안 빠져요?”
아이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아직 잡지 않았어요. 천천히 할게요.”
도경은 진찰등을 조금 옮겼다. 가시 끝에 붙어 있던 털을 탐침으로 나누자 잡을 수 있는 부분이 드러났다.
집게를 다시 들었다.
끝을 맞추는 동안 숨을 잠깐 멈췄다. 손목을 돌리지 않고 집게를 닫았다. 이번에는 가시가 집게와 함께 움직였다.
날개가 아주 조금 따라왔다.
도경은 멈췄다. 보라가 거즈를 밀지 않도록 손을 그대로 두었다. 도경은 박힌 방향을 다시 보고 집게를 조금 기울였다.
가시가 들어온 방향으로 천천히 뺐다.
짧은 갈색 조각이 날개 뿌리에서 떨어졌다.
도경은 집게를 흰 거즈 위로 옮긴 뒤에야 숨을 내쉬었다.
■
아이가 곧바로 다가오려다 발을 멈췄다.
“됐어요?”
“가시는 나왔어요. 남은 게 없는지 한 번 더 볼게요.”
도경은 확대경으로 상처를 살폈다. 가시가 있던 자리에 작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갈라진 조각은 보이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주변을 씻고, 흘러나온 물기를 거즈 끝으로 받아 냈다.
유리나방은 한동안 날개를 편 채 있었다.
남자는 딸의 책가방 끈을 어깨 위로 올려 주고 다시 상자를 봤다.
“바로 접지는 않네요.”
“아팠던 자리라 그럴 수 있어요. 손으로 접어 주지는 않겠습니다.”
도경은 상자에서 받침 거즈를 빼고 천을 평평하게 폈다. 뚜껑은 열어 둔 채 움직임을 지켜봤다.
유리나방의 더듬이가 상자 벽을 향했다. 앞다리가 천을 더듬고, 몸이 조금 돌아갔다. 펴져 있던 날개가 아래로 내려왔다가 다시 멈췄다.
아이는 아버지의 손을 꼭 쥐었다.
잠시 뒤 날개가 몸 쪽으로 조금 더 붙었다.
완전히 접히지는 않았지만 반대편 날개와 비슷한 높이까지 내려왔다. 도경은 그 위치와 시간을 기록했다.
“움직이는 범위가 돌아오고 있어요. 오늘은 여기서 조금 지켜보죠.”
보라가 상자를 대기실에서 보이는 처치실 선반으로 옮겼다. 밝은 빛이 바로 닿지 않는 자리였다.
도경은 흰 거즈 위의 가시를 작은 봉투에 넣었다. 남자가 봉투를 받아 확대경 없이 들여다봤다.
“이렇게 작은 게요?”
“움직이는 자리에 박혀서요. 날개가 투명해도 안쪽까지 잘 보이는 건 아니네요.”
아이가 봉투에 손을 대지 않고 고개만 가까이 가져왔다.
“저 집에 가면 화분 옮길게요.”
“아버지한테 부탁해요. 손으로 가시를 만지지는 말고.”
남자가 봉투를 주머니에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유리나방을 지켜보는 동안 아이는 입원실 문 앞에 섰다.
도경이 기록지를 챙겨 나오자 아이가 안쪽을 가리켰다.
“저 셋은 형제예요?”
돌두꺼비 셋이 각자의 물그릇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있었다. 가림막을 치운 뒤로는 몸을 돌릴 때마다 옆 칸을 볼 수 있었다.
“한 종류예요. 형제인지는 몰라요. 지금은 여기서 쉬고 있고요.”
“이름은요?”
“아직 정해진 이름이 없어요.”
아이는 문턱 밖에 쪼그려 앉았다. 손을 넣지는 않았다. 왼쪽부터 차례로 손가락을 접었다.
“첫째, 둘째, 셋째 하면 되겠네요.”
보라가 물그릇을 갈다가 고개를 들었다.
“누가 첫째예요?”
“저쪽이요. 제일 먼저 저 봤어요.”
아이가 왼쪽 칸을 가리켰다. 그 안의 돌두꺼비는 이미 등을 돌리고 있었다. 보라가 빈 그릇을 들고 웃었다.
“첫째는 인사 끝났나 봐요.”
아이는 옆 칸으로 고개를 조금 옮겼다.
“둘째는 계속 봐요.”
도경은 문에 끼워 둔 기록지를 확인했다. 아이가 붙인 이름 아래로 칸 위치를 함께 적어 두면 보라와 이야기할 때도 편할 것 같았다.
이끼곰 칸에서는 그릇을 미는 소리가 났다.
아이가 일어나려다 아버지를 돌아봤다. 남자는 문밖에서 아이의 책가방을 받아 들고 있었다.
“얘도 봐도 돼요?”
도경은 이끼곰 쪽으로 몸을 옮겨 안을 살폈다. 새끼 이끼곰은 사과를 더 놓았던 자리를 코로 건드리고 있었다.
“여기서 보기만 해요. 손은 넣지 말고요.”
보라가 선반에서 사과 접시를 가져왔다.
“조금 더 줘도 될까요? 먹고 불편해하는 건 없었어요.”
도경은 배와 호흡을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보라가 작은 조각을 그릇에 내려놓자 이끼곰이 코를 가까이 댔다.
입으로 바로 가져가지 않고 앞발로 자기 쪽에 당겼다. 아이가 소리를 내려다 양손으로 입을 가렸다.
도경은 먹이 기록에 사과를 먹은 시간과 먹은 양을 적었다.
유리문 너머로 세탁물 봉지가 흔들렸다. 표말순 할머니가 빈손 쪽으로 문을 밀고 들어왔다.
“우리 복동이가 창문 앞에서 안 가려 하네.”
도경이 대기실로 나오자 할머니가 처치실 선반의 상자를 봤다. 바닥에는 복동이가 목줄을 당기지 않고 서 있었다.
“저 안에도 환자야?”
“네. 날개를 다쳐서 왔어요.”
할머니는 의자 두 개에 나란히 놓인 책가방과 작업복을 보더니 세탁물 봉지를 품 쪽으로 당겼다.
“요즘 손님 많네. 봉지는 여기 말고 안쪽에 놔야겠어.”
도경은 계산대 옆 빈자리를 가리켰다. 할머니가 봉지를 내려놓는 동안 아이는 다시 유리나방 앞으로 갔다.
■
돌아갈 때 유리나방은 두 날개를 몸에 붙이고 있었다.
도경은 상자의 덮개를 닫기 전에 양쪽 움직임을 한 번 더 봤다. 아직 다친 쪽을 움직이는 속도가 느렸지만, 걸려서 멈추는 모습은 없었다.
“오늘은 날게 하려고 꺼내지 마세요. 먹이 먹는지, 다시 날개가 벌어진 채 멈추는지 봐 주세요.”
남자는 휴대전화에 내용을 적었다.
“다시 그러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아이는 아버지가 든 상자 아래에 두 손을 댔다. 혼자 들겠다고 하지는 않았다.
“첫째랑 둘째랑 셋째도 잘 있어요.”
입원실 쪽으로 작은 목소리를 남긴 뒤 아이가 문을 나갔다.
도경은 진료대 위의 거즈를 치웠다. 가장 작은 집게는 따로 놓아 끝이 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도구를 닦고 정리한 뒤 진료 기록을 펼쳤다.
처음 짐작한 관절 손상 아래에 가시가 박힌 위치와 제거 뒤의 움직임을 적었다. 그림에서 본 가는 모양도 짧게 남겼다.
그림은 가시를 잡는 방향까지 알려 주지 않았다. 집게가 한 번 빗나간 자리와 날개가 따라 움직였던 순간을 도경은 손으로 되짚었다.
보라가 계산대에서 장부를 가져왔다.
“이것도 봐 주세요. 지난달 거 정리했어요.”
3월 매출은 950만 원이었다.
도경은 월세와 월급, 약품 대금이 적힌 칸을 차례로 확인했다. 남은 납부금과 이자를 더하자 잔액은 다시 모자랐다.
보라가 다음 장을 펼쳤다.
“그런데 이번 달은 달라요.”
4월 들어 열흘 동안 몬스터 환자가 열둘이었다. 개와 고양이 진료는 따로 적혀 있었다. 임시 보호 중인 아이들의 비용도 관리원에 제출할 기록으로 나뉘어 있었다.
도경은 미수금 표시가 된 곳에 손가락을 놓았다.
“아직 안 들어온 돈은 빼고 보죠.”
“그거 빼도요. 이번 달은 남겠는데요.”
보라가 계산한 종이를 옆에 놓았다. 도경은 숫자를 다시 더했다. 오늘 결제된 진료비까지 넣고 나니 약품 대금을 낼 몫이 남았다.
도경은 장부를 바로 덮지 않았다.
입원실에서 물그릇을 긁는 소리가 났다. 보라는 계산기를 내려놓고 안쪽으로 갔다. 잠시 뒤 첫째는 그릇을 밀면 안 된다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도경은 장부 가장자리를 반듯하게 맞춘 뒤 서랍에 넣었다.
■
입원 환자들을 다시 살피고 밖으로 나왔을 때는 간판 불이 켜져 있었다.
보라는 안에서 마지막 물그릇을 채우고 있었다. 도경은 유리문을 닫은 뒤 주머니에서 차 열쇠를 꺼냈다.
몇 걸음 걷다가 병원 쪽으로 몸을 돌렸다.
느티나무 동물병원이라는 글자가 길 쪽을 밝히고 있었다. 그 위로 뻗은 느티나무 가지에 새잎이 붙어 있었다. 잎 몇 장이 간판 불빛에 비쳤다.
도경은 열쇠를 쥔 채 잠깐 서 있었다.
주머니에서 전화가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도경이 전화를 받자 조금 머뭇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몬스터도 보시는 병원 맞나요?”
『환자: 유리나방(손바닥 크기 · 온순)』
『진단: 날개 뿌리 관절에 박힌 작은 가시로 인한 날개 접힘 장애』
『처치: 확대경으로 이물 확인, 작은 집게로 가시 제거, 상처 세척과 날개 움직임 관찰』
(10화 끝)
도경은 서랍을 열어 낡은 수첩을 꺼냈다.표지 모서리가 말려 있었다. 첫 장을 펼치자 종이를 누르고 있던 손가락 옆으로 할아버지의 글씨가 드러났다.조금 전 보호자에게 한 말은 이 가운데 앞부분만이었다.도경은 수첩 옆에 모래게의 기록지를 놓았다. 입 뒤쪽이라고 짐작한 자리와 실제로 조각이 걸려 있던 자리를 번갈아 봤다. 집게를 넣는 방향은 그림에 없었다. 접힌 플라스틱의 끝도 불빛을 대고 나서야 보였다.처치실에서 보라가 씻은 기구를 내려놓았다. 금속이 받침에 닿는 소리가 났다.“원장님, 긴 집게는 여기 둘게요.”“네. 끝이 휘었는지만 봐 주세요.”도경은 수첩을 덮었다. 기록지는 덮지 않고 마저 적었다.■4월 17일(금), 오후 진료가 잠깐 비었을 때 유리문 위의 종이 울렸다.도경은 손을 닦으며 대기실로 나왔다. 문 안에 들어선 여자는 커다란 운반 바구니를 두 손으로 들고 있었다. 뒤따라온 남자가 문을 잡은 채 바구니 위의 천을 살폈다.“전화드린 등불해파리 보호자입니다.”여자가 천 끝을 조금 들었다.바구니 뚜껑은 망으로 되어 있었다. 그 아래에서 머리 크기의 둥근 몸이 천천히 움직였다. 몸 아래로 내려온 가는 촉수는 바닥에 닿지 않았다.도경은 가까이 몸을 숙였다.옅은 빛이 있었다. 낮의 대기실에서는 빛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만큼 흐렸다. 둥근 몸 가운데가 잠깐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졌다.“오는 동안 더 처지지는 않았나요?”“계속 이 정도였어요. 어제는 집 천장 가까이 떠 있었는데, 오늘은 바구니 바닥 쪽으로 내려오더라고요.”남자가 바구니 손잡이에서 여자의 손을 받아 들었다. 손잡이에 눌린 여자의 손바닥이
도경은 병원 유리문 쪽으로 돌아섰다. 안에서 물그릇을 내려놓던 보라가 전화기를 보고 문을 조금 열었다.“네. 몬스터도 진료합니다. 어떤 아이인가요?”“모래게입니다. 먹기만 하면 토해서요.”전화 너머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도경은 차 열쇠를 주머니에 넣었다.“지금도 계속 토하나요?”“먹은 걸 뱉고 나면 가만히 있습니다. 걷기도 하고요. 그런데 다음 끼니에 또 그래요.”“숨 쉬는 모습은 평소와 같고요?”남자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멀어진 목소리로 바위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전화가 가까워졌을 때는 말이 조금 빨라져 있었다.“같습니다. 지금 저한테 오네요.”도경은 보라가 열어 준 문으로 들어갔다. 계산대에서 메모지를 가져와 모래게라고 적었다.“억지로 먹이지 마세요. 입을 벌려 보려고 손을 넣지도 마시고요. 언제부터 그랬는지 알려 주세요.”도경은 먹이 종류와 토한 뒤의 움직임을 물었다. 남자는 물을 마시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통화를 마치기 전에 도경은 바로 와야 할 때를 짚어 주었다.남자가 적는 동안 전화 너머로 펜 끝이 종이에 닿는 소리가 들렸다.■4월 14일(화), 대기실에서 단단한 것이 바닥을 두드렸다.도경은 씻은 손의 물기를 닦으며 나왔다. 낮은 운반 상자 앞에 축구공만 한 모래게가 서 있었다. 모래색 껍질 아래로 다리가 차례로 움직였다. 양쪽 집게는 몸 앞에 모아져 있었다.상자를 들고 온 남자의 왼팔에는 보조기가 채워져 있었다. 남자는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내려놓은 뒤 몸을 조금 숙였다.“전화드렸던 사람입니다.”&l
도경은 서류를 끝까지 넘긴 뒤 먹이 항목이 있는 쪽을 다시 펼쳤다. 빈칸은 그대로였다.“관리원에 먹이 자료도 부탁해 볼게요. 지금은 수액부터 마저 보고요.”보라는 간식 서랍 위에 올려 둔 봉지를 치웠다. 대신 작은 메모지를 붙이고 이끼곰 먹이라고 적었다.입원 칸에서 담요를 긁는 소리가 났다. 새끼 이끼곰이 앞발을 당겨 턱 밑에 놓고 있었다. 도경은 그 앞에 앉아 수액 줄이 눌리지 않았는지 살폈다.“조금 움직이네요.”“네. 먹을 수 있을 만큼 기운이 돌아오는지 봐야죠.”도경은 기록지 아래에 다음 관찰 시간을 적었다.■4월 10일(금), 보라가 작은 접시를 들고 입원실에서 나왔다.접시 한쪽에는 얇게 자른 사과가 놓여 있었다. 다른 쪽은 비어 있었고, 그 자리에 물기 묻은 자국이 남았다.“사과 먹어요.”도경은 접시를 내려다봤다.“스스로요?”“처음엔 냄새만 맡더니 앞발로 가져갔어요. 조금만 줬어요.”관리원에서 보내 준 사육 자료에는 사과를 포함한 몇 가지 과일이 적혀 있었다. 앞서 내민 먹이는 냄새만 맡고 고개를 돌렸는데, 이번에는 달랐다.도경은 입원 칸 앞에 쪼그려 앉았다.이끼곰은 담요 위에 배를 대고 있었다. 턱 아래에 사과 부스러기가 붙어 있었다. 도경이 거즈를 가까이 가져가자 코가 먼저 움직였다.“이건 먹는 거 아니야.”입가를 닦은 뒤 배를 가볍게 살폈다. 호흡은 고르게 이어졌고, 손이 닿자 앞발을 조금 옮겼다. 창고에서처럼 턱을 떨어뜨리지는 않았다.보라가 남은 사과를 담은 그릇을 들어 보였다.“더 주면 먹을 것 같은데요.”“조금 기다려 보죠. 먹고 나서 불편해하지 않는지도 봐야 해요.”보라는 그릇을 이끼곰의 눈에 띄지 않는 선반으로 옮겼다.그때 대기실 문이 열렸다.도경은 손을 씻고 진료실로 나왔다. 작업복 차림의 남자가 작은 이동 상자를 두 손으로 받치고 있었다. 옆에는 책가방을 멘 여자아이가 붙어 서 있었다.상자는 투명한 덮개에 공기구멍이 나 있었다. 안쪽 천 위로 얇은 날개 하나가 비스듬히 솟아 있었다.“유
도경은 철창 사진을 뒤집어 빈 곳에 월요일이라고 적었다. 그 아래에 가져갈 물건을 하나씩 써 내려갔다.보라는 처치실 불을 끄려다 말고 종이를 보았다.“왕진 가방 꺼내 놓을까요?”“네. 수액하고 보온 담요도 챙겨 주세요.”도경은 휴대전화에 답장을 보낸 뒤 사진을 기록지 사이에 끼웠다. 입원실에서는 물그릇 가장자리를 긁는 작은 소리가 났다.■4월 6일(월) 아침, 도경은 창고 앞에 흰 소형 승합차를 세웠다.노상필은 철문 옆에 서 있었다. 은테 안경 너머로 도경을 확인하고 서류 가방을 내려놓았다. 관리원 직원 둘은 차량 뒤에서 이동장을 꺼내고 있었다.회색 후드를 입은 탁인호가 다가와 왕진 가방을 받아 들었다. 가영은 휴대전화와 얇은 서류 봉투를 양손으로 쥐고 있었다.“선생님, 저쪽에 차 대시면 나중에 애들 싣기 편하대요.”도경은 차를 조금 옮긴 뒤 노상필에게 갔다.“돌두꺼비 셋과 물결뱀은 병원에 있습니다. 오늘 아침 상태도 적어 왔어요.”“확인하겠습니다. 안에서는 먼저 개체 상태를 봐 주십시오.”노상필이 기록지를 받아 서류철에 넣었다.창고 철문이 안쪽으로 열렸다. 엄기철이 셔츠 단추를 채우며 나왔다. 금목걸이가 열린 깃 사이로 보였다.“월요일 아침부터 이렇게까지 와야 해요?”“사육 상태 확인에 앞서 방문 목적은 전화로 안내했습니다.”노상필이 신분증을 보이고 문 앞에 섰다.“현재 보관 중인 개체와 사육 기록을 확인하겠습니다.”엄기철은 직원들이 들고 있는 이동장을 보았다.“아직 확인도 안 했는데 저건 왜 가져왔어요?”“진료가 필요한 개체가 있으면 옮겨야 합니다.”도경은 왕진 가방을 받아 들었다. 엄기철이 도경의 남색 진료복을 보고 입술을 다물었다가 옆으로 비켰다.문을 넘자 축축한 냄새와 먼지 냄새가 함께 났다.철창은 벽을 따라 놓여 있었다. 몇 개는 천으로 덮여 있었고, 바닥에는 마른 먹이 부스러기가 흩어져 있었다. 가까운 철창의 물그릇을 관리원 직원이 들어 보았다.그릇 바닥에 얇은 자국만 남아 있었다.도경은 안쪽에서 들
“이계생물관리원 노상필입니다.”도경은 휴대전화를 귀에 댄 채 물그릇을 보았다. 돌두꺼비 한 마리가 턱을 들었다가 옆에 붙어 있는 몸 위에 내려놓았다.“주임님, 느티나무 동물병원 임도경입니다. 오늘 돌두꺼비 셋을 진료했는데, 사육 상태도 확인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보호자와 등록 번호부터 말씀해 주십시오.”도경은 선반의 서류를 가져왔다. 엄기철의 이름과 고리 번호를 읽자 전화 너머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났다.“현재 병원에 있습니까?”“네. 셋 모두 탈수가 있고 등 피부가 손상됐습니다. 철창과 처음 왔을 때 상태를 찍어 뒀어요.”“사진과 진료 기록을 보내 주십시오. 확인한 사실과 보호자가 한 말은 나눠 적어 주시고요.”도경은 기록지 옆에 빈 종이를 놓았다.“관리 상태가 나빴다고 제가 단정해도 됩니까?”“진료에서 확인하신 상태를 적으시면 됩니다. 사육 환경은 저희가 확인하겠습니다. 기록으로 남기겠습니다.”전화를 끊고 도경은 철창 사진을 다시 열었다. 사진 아래에 물그릇 없이 내원했다고 적었다. 아침에 물을 줬다는 엄기철의 말은 따로 옮겼다.보라가 물그릇 옆 받침을 바로 놓았다.“돌아가서 또 저 안에 들어가는 건 아니겠죠?”“확인해 보겠다고 하셨어요.”도경은 마른 배설물이 붙어 있는 바닥 사진을 골랐다. 전송 화면에 사진이 한 장씩 올라가는 동안 보라는 돌두꺼비들의 머리가 물에 잠기지 않는지 살폈다.■4월 3일(금), 도경이 입원실 물그릇을 갈고 나왔을 때 유리문이 열렸다.엄기철이었다.어제 두고 간 철창보다 길쭉한 철창을 양손으로 들고 있었다. 금목걸이 아래 셔츠 앞섶에 작은 물자국이 났다.“원장, 이것도 좀 봐 줘요.”철창 바닥에 팔 길이의 뱀이 몸을 접고 있었다. 옅은 물결무늬 사이로 젖은 거즈가 보였다. 꼬리 끝에 감아 놓은 거즈였다.도경은 진료대 위를 비웠다.“무슨 일이 있었습니까?”“철창 문에 끼였어요. 직원이 닫다가.”엄기철이 철창을 내려놓자 뱀이 머리를 들었다. 입을 벌리지는 않았지만 몸을 움직일 때마다
“어떤 아이들이 있는지 먼저 알려 주세요.”도경은 펜을 든 채 청년을 보았다.청년이 이동장을 내려놓으려다 안쪽을 살피고는 그대로 받쳐 들었다.“두꺼비도 있고, 뱀도 있어요. 제가 맡는 날에는 물을 갈아 주는데 다른 날은 잘 모르겠어요.”“행사장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아픈 아이는 여기로 데려와야 해요.”“사장님한테 말은 해 볼게요.”청년이 이동장 손잡이에 감긴 천을 고쳐 잡았다. 도경은 진료 시간 아래에 병원 연락처를 적어 건넸다. 청년은 종이를 접지 않고 작업복 안주머니에 넣었다.유리문이 닫힌 뒤에도 도경의 펜은 잠깐 들려 있었다.보라가 진료대의 수건을 걷었다.“행사장에 물그릇은 있겠죠?”“그것부터 물어봤어야 했네요.”도경은 기록지 아래에 물 공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적었다.■4월 2일(목), 점심을 먹고 돌아온 보라가 간식 서랍을 닫을 때 유리문이 열렸다.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먼저 들렸다.배가 나온 남자가 철창을 한 손에 들고 들어왔다. 셔츠 목 안쪽에서 굵은 금목걸이가 흔들렸다. 철창이 문 옆 선반을 스치자 남자는 손잡이를 높이 들어 올렸다.“여기가 몬스터 봐 준다는 데죠?”도경은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철창 바닥에 자갈 같은 덩어리 셋이 붙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중 하나가 눈을 떴다. 주먹 크기의 돌두꺼비였다.등은 희끗했고 눈 주위는 움푹 들어가 있었다. 철창이 기울었는데도 몸을 바로 세우지 않았다.“진료대에 내려놓으세요.”남자가 철창을 놓았다. 철창 안에 있던 돌두꺼비 한 마리가 옆으로 밀렸다. 보라가 손잡이를 받아 바닥을 수평으로 맞췄다.“무슨 일로 오셨습니까?”“밥을 안 먹어요. 행사에 나가면 움직여야 하는데 가만히만 있고.”남자는 바지 주머니에서 접힌 종이를 꺼냈다. 관리원에 등록한 개체 번호와 돌두꺼비 셋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도경은 종이를 펴고 철창 안의 등록 고리를 확인했다.“보호자 성함이 엄기철 씨 맞으세요?”“네. 엄가네 몬스터 체험 해요. 우리 알바가 여기 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