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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꼬리가 잘린 물결뱀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8 21:45:37

“이계생물관리원 노상필입니다.”

도경은 휴대전화를 귀에 댄 채 물그릇을 보았다. 돌두꺼비 한 마리가 턱을 들었다가 옆에 붙어 있는 몸 위에 내려놓았다.

“주임님, 느티나무 동물병원 임도경입니다. 오늘 돌두꺼비 셋을 진료했는데, 사육 상태도 확인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보호자와 등록 번호부터 말씀해 주십시오.”

도경은 선반의 서류를 가져왔다. 엄기철의 이름과 고리 번호를 읽자 전화 너머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났다.

“현재 병원에 있습니까?”

“네. 셋 모두 탈수가 있고 등 피부가 손상됐습니다. 철창과 처음 왔을 때 상태를 찍어 뒀어요.”

“사진과 진료 기록을 보내 주십시오. 확인한 사실과 보호자가 한 말은 나눠 적어 주시고요.”

도경은 기록지 옆에 빈 종이를 놓았다.

“관리 상태가 나빴다고 제가 단정해도 됩니까?”

“진료에서 확인하신 상태를 적으시면 됩니다. 사육 환경은 저희가 확인하겠습니다. 기록으로 남기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도경은 철창 사진을 다시 열었다. 사진 아래에 물그릇 없이 내원했다고 적었다. 아침에 물을 줬다는 엄기철의 말은 따로 옮겼다.

보라가 물그릇 옆 받침을 바로 놓았다.

“돌아가서 또 저 안에 들어가는 건 아니겠죠?”

“확인해 보겠다고 하셨어요.”

도경은 마른 배설물이 붙어 있는 바닥 사진을 골랐다. 전송 화면에 사진이 한 장씩 올라가는 동안 보라는 돌두꺼비들의 머리가 물에 잠기지 않는지 살폈다.

■

4월 3일(금), 도경이 입원실 물그릇을 갈고 나왔을 때 유리문이 열렸다.

엄기철이었다.

어제 두고 간 철창보다 길쭉한 철창을 양손으로 들고 있었다. 금목걸이 아래 셔츠 앞섶에 작은 물자국이 났다.

“원장, 이것도 좀 봐 줘요.”

철창 바닥에 팔 길이의 뱀이 몸을 접고 있었다. 옅은 물결무늬 사이로 젖은 거즈가 보였다. 꼬리 끝에 감아 놓은 거즈였다.

도경은 진료대 위를 비웠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철창 문에 끼였어요. 직원이 닫다가.”

엄기철이 철창을 내려놓자 뱀이 머리를 들었다. 입을 벌리지는 않았지만 몸을 움직일 때마다 꼬리 쪽 거즈에 붉은 물이 번졌다.

도경은 철창 문부터 살폈다. 아래쪽 모서리에 거즈 실 한 가닥이 걸려 있었다.

“언제 다쳤어요?”

“오늘 아침이요. 발견하고 바로 감아서 왔어요.”

보라가 깨끗한 쟁반과 수건을 가져왔다. 도경은 문을 천천히 열고 바닥과 쟁반 높이를 맞췄다.

“몸 가운데를 받쳐 주세요. 꼬리는 건드리지 말고요.”

엄기철이 철창 안으로 손을 넣으려 하자 도경이 막았다.

“제가 꺼내겠습니다.”

손바닥을 세 번 비빈 뒤 장갑을 꼈다. 물결뱀은 손가락이 닿자 몸을 안쪽으로 당겼다. 도경은 억지로 펴지 않고 접힌 몸 아래로 수건을 넣었다.

보라가 반대쪽 끝을 받아 들었다. 둘이 수건째 옮기자 물결뱀이 쟁반 가장자리에 머리를 얹었다.

“등록 서류도 주세요.”

엄기철이 주머니를 뒤져 종이를 꺼냈다.

도경은 물결뱀의 등록 고리와 서류를 맞춰 보고 기록지를 폈다. 온순한 종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다친 몸에 손을 댈 때는 머리의 움직임을 먼저 살폈다.

■

꼬리에 감긴 거즈는 상처에 붙어 있었다.

도경은 거즈를 적셔 조금씩 떼었다. 마지막 겹이 떨어지자 보라가 진찰등을 낮췄다.

꼬리 끝이 짧게 잘려 있었다. 상처 가장자리는 눌린 곳과 찢어진 곳이 섞여 있었다. 도경은 새 거즈를 대고 잠시 눌렀다.

“떨어진 꼬리 끝은 가져오셨습니까?”

“못 찾았어요. 바닥에 뭐가 많아서.”

도경은 대답 대신 거즈를 바꿨다. 새로 번지는 피가 줄어드는지 확인한 뒤 상처 주변을 살폈다.

“잘린 끝을 붙이는 처치는 할 수 없습니다. 남은 조직이 더 상하지 않도록 씻고 봉합해야 해요.”

엄기철이 벽시계를 보았다.

“오늘 데려갈 수는 있죠?”

“처치하고 상태를 봐야 합니다.”

도경은 꼬리 가까이에 손끝을 댔다.

머릿속에 작은 몸의 그림이 떴다. 꼬리 끝이 짙었다. 예상한 자리였다. 그런데 몸통 가운데에도 어두운 부분이 남아 있었다.

손을 조금 옮겨 봤지만 그 자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여기도.’

도경은 물결뱀의 배 아래를 받쳤다. 꼬리가 끼였을 때 몸통까지 당겨졌을 수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상처만 처치하고 끝낼 수는 없었다.

“몸통도 같이 눌렸습니까?”

“그건 모르죠. 내가 문을 닫은 게 아니라서.”

도경은 물결뱀을 옆으로 조금 돌렸다. 물결무늬가 이어지는 중간에 눌린 자국이 있었다. 처음에는 무늬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진찰등을 가까이 대자 한쪽만 부어 있는 것이 드러났다.

손끝으로 주변부터 가볍게 살폈다. 물결뱀이 그 자리를 건드릴 때마다 몸을 당겼다.

“보라 씨, 여기 사진 먼저 남겨 주세요.”

도경은 위치를 표시한 뒤 초음파 기구를 가져왔다. 젖은 수건 위에서 몸이 밀리지 않도록 보라가 받쳤다.

화면을 보며 기구를 천천히 옮겼다. 피부 아래에 피가 고인 자리가 있었지만 몸 안쪽은 더 확인해야 했다. 도경은 꼬리와 몸통의 엑스선 사진도 찍었다.

엄기철은 촬영실 문 앞까지 따라왔다가 보라의 안내를 받고 대기실로 물러났다.

사진에서 몸통 뼈가 어긋난 곳은 보이지 않았다. 도경은 불빛에 댄 사진을 내려놓고 다시 부은 자리를 살폈다. 피부 가장자리에 이미 마른 딱지가 붙어 있었다.

꼬리의 새 상처와는 달랐다.

“이거 어제 다친 게 아니네요.”

엄기철의 얼굴에서 웃음이 없어졌다.

“문에 끼인 건 오늘이라니까.”

“꼬리 말고 몸통입니다. 이쪽은 시간이 지난 상처예요.”

도경은 물결뱀을 누르지 않고 옆의 사진을 가리켰다.

“정확히 언제 다쳤는지는 이것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전에 몸이 눌리거나 부딪힌 일이 있었는지 직원에게 확인해 주세요.”

“뱀은 여기저기 기어 다니잖아요.”

“그래서 어디서 다쳤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자리가 다시 눌리면 안 돼요.”

도경은 기록지에 꼬리 손상과 몸통의 멍을 나눠 적었다. 그림은 두 자리를 보여 줬지만, 둘이 같은 때 다친 것인지까지 알려 주지는 않았다.

처음 떠올렸던 짐작에도 줄을 긋고 검사에서 확인한 내용을 아래에 붙였다.

■

보라가 봉합 도구의 포장을 열었다.

집게와 바늘걸이가 쟁반에 놓이며 작은 소리를 냈다. 도경은 사용할 실을 확인하고 물결뱀의 머리와 몸이 편하게 놓였는지 살폈다.

“진통 처치를 하고 상처 부위를 마취하겠습니다. 움직임과 호흡을 보면서 진행할 거예요.”

엄기철에게 필요한 처치와 비용을 안내한 뒤 동의를 받았다. 도경은 꼬리 주변을 덮은 거즈를 걷었다.

보라는 수건을 길게 말아 물결뱀 양옆에 놓았다. 몸을 억지로 누르지 않고 돌아갈 공간만 줄였다.

도경은 상처에 남은 먼지를 씻어 냈다. 거즈에 작은 검은 조각이 묻어 나왔다. 곧바로 실을 걸지 않고 남은 조직의 상태를 다시 확인했다.

“상처 쪽 불빛 조금만 더 주세요.”

보라가 진찰등을 움직였다.

도경은 집게로 가장자리를 잡고 바늘을 넣었다. 실을 당길 때는 피부가 지나치게 모이지 않는지 보았다. 한 땀을 마친 뒤 손을 멈추고 물결뱀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꼬리가 짧게 흔들렸다가 가라앉았다.

“몸 쪽은 괜찮아요.”

보라가 말했다.

도경은 다음 바늘을 넣었다. 마지막 매듭을 지은 뒤 상처 표면을 닦고, 다시 벌어지거나 피가 배어 나오는 곳이 없는지 살폈다.

몸통의 멍에는 압박이 가지 않게 받침을 바꿨다. 꼬리를 덮은 드레싱도 조이지 않는지 손끝으로 확인했다.

엄기철이 처치실 입구에서 물었다.

“잘린 데는 다시 자라요?”

“이 종이 어느 정도 회복하는지는 경과를 봐야 합니다. 지금은 상처가 잘 붙는 게 먼저예요.”

도경은 도구를 내려놓았다.

그림에 있던 짙은 자리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도경은 다시 손을 대는 대신 거즈와 꼬리 끝을 살폈다. 처치가 끝났다고 상처가 곧바로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

보라는 얕고 긴 물그릇을 가져왔다.

도경은 물결뱀의 꼬리 상처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마른 받침을 한쪽에 놓았다. 몸 앞쪽만 얕은 물에 닿게 옮기고 꼬리는 받침 위에 두었다.

“당분간 물은 깨끗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상처를 물에 담가 두지는 마시고요.”

엄기철이 고개를 기울였다.

“물 좋아하는 뱀인데?”

“그래도 지금 상처가 젖은 채로 있으면 안 됩니다.”

보라가 물결뱀의 머리 앞에 손을 내려놓았다.

“물결이, 천천히.”

물결뱀이 혀를 내밀었다. 보라가 그릇 가장자리의 수건을 펴자 머리가 손등을 지나갔다. 몸 앞부분이 손목을 느슨하게 감았다.

보라는 손을 빼지 않았다.

“여기 잡아도 되는데 꼬리는 두고 와야 해.”

도경은 그릇을 보라 쪽으로 조금 옮겼다. 손목에 감긴 몸이 당겨지지 않도록 받침도 함께 움직였다.

엄기철이 휴대전화를 확인하며 말했다.

“그냥 여기 두고 가면 안 돼요? 두꺼비도 있잖아요.”

“오늘은 관찰이 필요합니다. 다만 철창으로 다시 옮길 수는 없어요. 바닥과 문에 닿지 않는 이동장을 준비하셔야 합니다.”

“직원한테 가져오라고 할게요.”

도경은 먹이와 사육 기록도 함께 가져와 달라고 했다. 엄기철은 휴대전화에 몇 글자 적다가 영수증을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문이 닫힌 뒤에도 물결뱀은 보라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보라가 빈손으로 간식 서랍을 열려다가 멈췄다.

“지금은 제 것도 못 먹겠네요.”

도경이 서랍을 대신 닫아 주었다.

“손부터 천천히 빼 주세요. 제가 몸을 받을게요.”

■

오후에 표말순 할머니가 세탁물 봉지를 들고 왔다.

봉지 안에는 병원에서 맡긴 작은 수건들이 들어 있었다. 보라가 받아 선반에 놓는 동안 할머니는 진료대 옆의 긴 물그릇을 보았다.

“오늘은 뱀이네.”

“꼬리를 다쳐서 왔어요.”

도경은 그릇을 가린 수건을 조금 올렸다. 대기실에서 꼬리 상처가 바로 보이지 않게 했다.

할머니가 유리문 밖을 보았다.

“아까 나간 금목걸이 아저씨가 데려왔어?”

“네.”

“그 금목걸이 아저씨 우리 세탁소에 외상 있어. 행사 끝나면 준다더니 아직이야.”

보라가 수건 봉지를 들고 돌아봤다.

“할머니도요?”

도경은 계산대에 끼워 둔 영수증 사본을 꺼냈다. 받은 진찰비는 따로 적혀 있었고, 돌두꺼비 두 마리의 처치비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미수금은 따로 표시해 주세요.”

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경은 영수증을 돌려주고 물결뱀의 기록지를 가져왔다.

돈이 남은 것과 몸이 다친 것은 다른 칸에 적었다.

할머니는 물그릇 앞에 잠깐 서 있다가 세탁물 봉지를 접었다.

“수건 더 필요하면 가져와. 저런 데는 보풀 없는 걸 써야겠네.”

“네, 할머니.”

도경은 드레싱 바깥에 물이 묻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물결뱀은 처음보다 머리를 오래 들고 있었다.

■

해가 기울 무렵, 도경은 노상필에게 보낼 기록을 모았다.

돌두꺼비들의 사진 옆에 물결뱀의 사진을 붙였다. 꼬리 상처, 몸통의 멍, 철창 문과 바닥을 각각 나눴다. 검사 사진과 처치 전후의 기록도 빠뜨리지 않았다.

보호자가 오늘 아침 문에 끼였다고 말한 내용은 따로 적었다.

탁인호가 돌멩이의 경과를 묻고 가려다가 계산대 앞에서 멈췄다. 함께 들어온 가영은 물결뱀 쪽으로 다가가다 보라가 손을 들자 발을 멈췄다.

“지금 쉬는 중이에요. 여기서 보세요.”

가영이 목소리를 낮췄다.

“체험 행사장에서 데려온 애예요?”

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도 행사한다던데. 탱자 데리고 구경 가려다가 그냥 저만 가려고 했거든요.”

“행사를 한다는 건 들었습니다. 관리원에 기록을 보내고 있어요.”

탁인호가 철창 사진을 보았다. 바닥에 놓인 자와 마른 배설물 앞에서 손을 멈췄다.

“선생님, 저희가 내일 가 볼까요?”

도경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들었다.

“직접 따지러 가시면 안 됩니다.”

“그러려는 건 아니고요. 손님으로 가서 볼 수 있는 데만요.”

가영이 자기 휴대전화를 꺼냈다.

“사진 찍어도 되는 행사래요. 애들 있는 데를 찍어 올게요.”

도경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안쪽에 몰래 들어가거나 철창 문을 여시면 안 돼요. 문제가 보이면 관리원에 바로 연락하시고요.”

탁인호가 휴대전화에 연락처를 적었다. 가영도 화면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계산대 전화가 울렸다.

도경은 기록지를 뒤집어 놓고 수화기를 들었다.

엄기철의 목소리가 들렸다.

“원장, 관리원에서 전화 왔는데. 남의 장사에 왜 끼어요.”

도경은 수화기를 귀에 조금 더 붙였다. 보라는 물결뱀 앞에 앉아 있었고, 탁인호와 가영은 말없이 계산대 옆으로 물러났다.

“진료 중 확인한 상태를 전달했습니다.”

“두꺼비 물 좀 안 먹은 걸 가지고 사람을 그렇게 만들면 돼요?”

도경은 영수증 사본을 당겨 왔다.

“치료비 두 마리 값 남았어요.”

전화 너머가 잠깐 조용해졌다.

“그건 나중에 준다고 했잖아요.”

“네. 미수금으로 적어 뒀습니다. 물결뱀도 오늘 처치한 내용과 비용을 따로 기록했고요.”

엄기철은 숨을 길게 내쉰 뒤 전화를 끊었다.

도경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물결뱀의 기록지를 다시 폈다. 방금 통화에서 처치를 바꿀 만한 내용은 없었다. 보내려던 사진과 서류를 차례로 확인한 뒤 전송했다.

■

밤이 되어 대기실 불을 끄고도 처치실 불은 남겨 두었다.

도경은 물결뱀의 꼬리를 마지막으로 살폈다. 드레싱에 새로 번진 피는 없었다. 물그릇을 갈고 받침의 젖은 부분을 마른 수건으로 바꿨다.

보라는 입원실에서 나와 철창 문을 닫았다. 안이 빈 것을 확인하고 벽 쪽으로 옮겼다.

도경이 진료 기록의 마지막 칸을 채울 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노상필의 문자였다.

『기록 받았습니다. 월요일 단속 나갑니다. 원칙대로 원장님도 입회해 주셔야 합니다.』

도경은 문자를 끝까지 읽고, 책상 위에 놓인 철창 사진을 집어 들었다.

『환자: 물결뱀(팔 길이 · 온순)』

『진단: 꼬리 끝 절단과 상처, 몸통의 오래된 멍』

『처치: 엑스선·초음파 확인, 상처 세척과 소독, 진통·국소 마취 후 봉합, 입원 관찰』

(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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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계생물관리원 노상필입니다.”도경은 휴대전화를 귀에 댄 채 물그릇을 보았다. 돌두꺼비 한 마리가 턱을 들었다가 옆에 붙어 있는 몸 위에 내려놓았다.“주임님, 느티나무 동물병원 임도경입니다. 오늘 돌두꺼비 셋을 진료했는데, 사육 상태도 확인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보호자와 등록 번호부터 말씀해 주십시오.”도경은 선반의 서류를 가져왔다. 엄기철의 이름과 고리 번호를 읽자 전화 너머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났다.“현재 병원에 있습니까?”“네. 셋 모두 탈수가 있고 등 피부가 손상됐습니다. 철창과 처음 왔을 때 상태를 찍어 뒀어요.”“사진과 진료 기록을 보내 주십시오. 확인한 사실과 보호자가 한 말은 나눠 적어 주시고요.”도경은 기록지 옆에 빈 종이를 놓았다.“관리 상태가 나빴다고 제가 단정해도 됩니까?”“진료에서 확인하신 상태를 적으시면 됩니다. 사육 환경은 저희가 확인하겠습니다. 기록으로 남기겠습니다.”전화를 끊고 도경은 철창 사진을 다시 열었다. 사진 아래에 물그릇 없이 내원했다고 적었다. 아침에 물을 줬다는 엄기철의 말은 따로 옮겼다.보라가 물그릇 옆 받침을 바로 놓았다.“돌아가서 또 저 안에 들어가는 건 아니겠죠?”“확인해 보겠다고 하셨어요.”도경은 마른 배설물이 붙어 있는 바닥 사진을 골랐다. 전송 화면에 사진이 한 장씩 올라가는 동안 보라는 돌두꺼비들의 머리가 물에 잠기지 않는지 살폈다.■4월 3일(금), 도경이 입원실 물그릇을 갈고 나왔을 때 유리문이 열렸다.엄기철이었다.어제 두고 간 철창보다 길쭉한 철창을 양손으로 들고 있었다. 금목걸이 아래 셔츠 앞섶에 작은 물자국이 났다.“원장, 이것도 좀 봐 줘요.”철창 바닥에 팔 길이의 뱀이 몸을 접고 있었다. 옅은 물결무늬 사이로 젖은 거즈가 보였다. 꼬리 끝에 감아 놓은 거즈였다.도경은 진료대 위를 비웠다.“무슨 일이 있었습니까?”“철창 문에 끼였어요. 직원이 닫다가.”엄기철이 철창을 내려놓자 뱀이 머리를 들었다. 입을 벌리지는 않았지만 몸을 움직일 때마다

  • 던전 수의사, 몬스터 진료 예약 받습니다   7화. 철창에 갇혀 온 돌두꺼비

    “어떤 아이들이 있는지 먼저 알려 주세요.”도경은 펜을 든 채 청년을 보았다.청년이 이동장을 내려놓으려다 안쪽을 살피고는 그대로 받쳐 들었다.“두꺼비도 있고, 뱀도 있어요. 제가 맡는 날에는 물을 갈아 주는데 다른 날은 잘 모르겠어요.”“행사장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아픈 아이는 여기로 데려와야 해요.”“사장님한테 말은 해 볼게요.”청년이 이동장 손잡이에 감긴 천을 고쳐 잡았다. 도경은 진료 시간 아래에 병원 연락처를 적어 건넸다. 청년은 종이를 접지 않고 작업복 안주머니에 넣었다.유리문이 닫힌 뒤에도 도경의 펜은 잠깐 들려 있었다.보라가 진료대의 수건을 걷었다.“행사장에 물그릇은 있겠죠?”“그것부터 물어봤어야 했네요.”도경은 기록지 아래에 물 공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적었다.■4월 2일(목), 점심을 먹고 돌아온 보라가 간식 서랍을 닫을 때 유리문이 열렸다.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먼저 들렸다.배가 나온 남자가 철창을 한 손에 들고 들어왔다. 셔츠 목 안쪽에서 굵은 금목걸이가 흔들렸다. 철창이 문 옆 선반을 스치자 남자는 손잡이를 높이 들어 올렸다.“여기가 몬스터 봐 준다는 데죠?”도경은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철창 바닥에 자갈 같은 덩어리 셋이 붙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중 하나가 눈을 떴다. 주먹 크기의 돌두꺼비였다.등은 희끗했고 눈 주위는 움푹 들어가 있었다. 철창이 기울었는데도 몸을 바로 세우지 않았다.“진료대에 내려놓으세요.”남자가 철창을 놓았다. 철창 안에 있던 돌두꺼비 한 마리가 옆으로 밀렸다. 보라가 손잡이를 받아 바닥을 수평으로 맞췄다.“무슨 일로 오셨습니까?”“밥을 안 먹어요. 행사에 나가면 움직여야 하는데 가만히만 있고.”남자는 바지 주머니에서 접힌 종이를 꺼냈다. 관리원에 등록한 개체 번호와 돌두꺼비 셋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도경은 종이를 펴고 철창 안의 등록 고리를 확인했다.“보호자 성함이 엄기철 씨 맞으세요?”“네. 엄가네 몬스터 체험 해요. 우리 알바가 여기 괜

  • 던전 수의사, 몬스터 진료 예약 받습니다   6화. 눈이 흐려진 쇠부엉이

    보라는 문 옆의 낮은 선반을 비웠다.도경이 큰 담요를 접어 올려놓자 보라가 끝을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유리문을 여닫아도 담요가 걸리지 않았다.“이 정도면 바로 꺼낼 수 있겠네요.”“바닥에 닿으면 갈아 주세요.”보라는 선반 위를 한 번 더 닦았다. 도경은 처치실로 돌아가 고정대에 남은 물기를 확인했다. 마른 거즈를 채우고 나니 진료대 아래 서랍이 조금 뻑뻑하게 닫혔다.■3월 31일(화), 문 옆의 담요는 작은 이동장을 받치는 데 쓰였다.점심이 지난 뒤였다. 작업복 차림의 청년이 이동장을 양손으로 들고 들어왔다. 한쪽 소매에 흙이 말라붙어 있었고, 이동장 손잡이는 천으로 여러 번 감겨 있었다.“몬스터도 보시는 거 맞죠?”도경은 계산대 밖으로 나왔다.“네. 어떤 아이예요?”“쇠부엉이요. 눈이 좀 이상해요.”이동장 안에서 쇳빛 깃이 움직였다. 팔뚝 길이의 부엉이가 낮은 횃대에 앉아 있었다. 몸을 돌리지 않고 고개만 틀어 도경을 보았다.눈 가장자리에 마른 분비물이 조금 붙어 있었다. 오른쪽 눈을 자주 감았다 떴다.“언제부터 그랬어요?”“사흘쯤 됐어요. 밤에 자꾸 벽에 부딪혀요. 전에는 불을 꺼도 잘 날았거든요.”도경은 이동장 아래에 담요를 깔았다. 청년이 손잡이를 놓고도 손을 떼지 않았다.“떨어뜨릴까 봐 감아 놨어요. 들고 오는데 안에서 자꾸 움직여서요.”“잘하셨어요. 지금은 문을 열지 말고 잠깐 볼게요.”도경은 이동장 옆으로 몸을 낮췄다. 부엉이는 횃대를 발톱으로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날개는 양쪽 모두 접혀 있었고, 숨을 쉴 때 꼬리가 크게 들썩이지는 않았다.“밥은 먹습니까?”“주면 먹어요. 그런데 바닥에 놓으면 못 찾을 때가 있어요.”청년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등록 내용에는 위험 단계 주의가 적혀 있었다. 발목의 등록 고리 번호도 맞았다.“직접 데리고 일하세요?”“저는 D급 헌터고요. 평일에는 체험 행사장에서 아르바이트해요. 얘 먹이 주고 청소하는 건 제가 합니다.”도경은 접수 칸에 들은 내용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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