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진짜네. 어제 날짜로 신고 수리됐어.”
“이봐요, 학생. 아니, 사장님. 상도가 있지. 우리 아파트 입구 바로 앞에다가 이런 알박기를 하면 어떡합니까? 이거 짓고 나면 우리 공사 차량은 어떻게 다니라고!”
소장이 억지를 부렸다.
“제 땅에 제 건물 짓는데 남의 공사 차량 걱정까지 해줘야 합니까? 그리고 알박기라뇨. 섭섭하게. 저는 엄연히 '협소 주택'이라는 새로운 주거 트렌드를 선도하는 중입니다.”
“협소 주택은 개뿔! 이거 딱 봐도 우리 엿 먹이려고 짓는 거잖아!”
'들켰나?'
하지만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내 땅 경계선 안에서, 적법한 절차
“확실합니다. 제가 직접 수집하고, 크로스 체크까지 끝낸 자료입니다.”“어떻게 구하셨습니까?”'박동수의 정보력, 그리고 내가 가진 미래의 지식이 합쳐진 결과물이었다. 전생에서 김철민 후보는 시장에 당선됐지만, 1년 뒤 이 투기 의혹이 터지면서 낙마했었다. 나는 그 시기를 앞당긴 것뿐이다.'“내일 저녁 뉴스에 내보내 주세요. 선거 3일 전입니다. 타이밍은 그때가 제일 좋습니다.”“알겠습니다. 강 대표님 믿고 갑니다.”---선거 D-3.[단독] 여당 김철민 후보 처남, 용산 개발 예정지 100억 대 투기 의혹[충격] 대성그룹, 김철민 후보 캠프에 불법 정치 자금 제공 정황 포착뉴스가 터지자 대한민국이 뒤집어졌다.깨끗한 이미지로 포장했던 김철민 후보의 위선이 벗겨졌다.지지율은 곤두박질쳤고, 조상욱 후보는 반사이익을 얻으며 압도적 1위로 올라섰다.사무실에서 뉴스를 보던 한재이가 박수를 쳤다.“야, 강진호. 너 진짜 무서운 놈이다. 어떻게 저런 자료까지 가지고 있어? 너 혹시 국정원 출신이야?”“그냥, 뉴스를 열심히 봤을 뿐이야.”“거짓말.”한재이는 흘겨봤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번져 있었다.“이대로면 조상욱 당선 확실시야.
“후보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내일 아침 방송 토론도 있으신데...”비서가 안절부절못하며 말렸지만, 조상욱은 쓴웃음을 지으며 잔을 비웠다.“김 비서. 솔직히 말해봐. 우리 가망 없지? 여당 후보는 지하철 연장 공약 내걸고, 야당 후보는 무상 급식 내거는데... 나는 고작 '정직한 서울' 같은 추상적인 구호나 외치고 있으니.”“...후보님.”“사람들은 당장 내 집 값이 오르는 걸 원해. 정직? 정의? 그런 건 배부른 소리라고 하더군.”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나는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정직이 밥 먹여주진 않지만, 정직한 사람이 밥상을 차리면 적어도 독은 안 들어있겠죠.”“누구십니까?”조상욱이 고개를 들었다.나는 맞은편 의자를 빼서 앉으며 명함을 건넸다.“JM 홀딩스 대표 강진호입니다. 후보님께 서울을 살릴 '밥상'을 차려드리러 왔습니다.”“강진호? 아... 그 상암 랜드마크 설계한 젊은 건축가?”그가 눈을 가늘게 떴다.“건축가가 정치인에게 무슨 볼일입니까? 혹은 재개발 인허가 때문에 로비하러 오셨나?”“로비라뇨. 거래를 하러 왔습니다.”“거래?&rdqu
"이걸 우리가 한다고? 에이, 이건 다른 대기업이 할 사이즈잖아.""그들이 못 했으니까 내가 하는 거야. 그들은 서로 밥그릇 싸움하느라 망했거든."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용산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첫째, 막대한 자본.둘째, 완벽한 마스터플랜.셋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여론'.나는 휴대폰을 꺼내 한재이에게 전화를 걸었다."재이 씨, 지금부터 용산 주변 땅, 자잘한 것들 싹 다 긁어모으세요. 재개발 딱지(입주권)든 뭐든 상관없으니까."- 용산? 야, 거긴 너무 위험해. 거품이 얼마나 꼈는데."거품은 터지라고 있는 게 아냐. 타고 오르라고 있는 거지. 그리고 이지현 실장님한테 전해요. 용산 마스터플랜 팀 꾸리라고. 이번엔 전 세계 건축가들 다 불러모을 거니까 영어 공부 좀 해두시라고."전화를 끊고 나는 다시 황무지를 바라봤다.그때, 낡은 상가 건물 2층에서 누군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졌다.검은색 승용차 안. 창문이 스르르 내려갔다.백발의 노인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박태수 회장? 아니었다.그보다 더 거물.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 대성그룹의 이병철 회장이었다.그가 나를 보고 묘한 미소를 지었다.'어디 한번 해보라'는 듯한 눈빛.&nb
다음 날.나는 언론에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JM 홀딩스, 아틀리에 성수 오픈 기념 대규모 자선 행사 개최][초대 가수 및 정재계 인사 대거 참석 예정]화려한 파티를 미끼로 던졌다.최무진은 초조할 것이다. 방화도 실패하고, 나는 보란 듯이 승승장구하고 있으니까.그는 분명 이 파티장에 나타나 난동을 부리거나, 마지막 발악을 할 것이다.그리고 그 자리가 그의 무덤이 될 것이다.파티 당일.아직 완공되지 않았지만, 골조가 드러난 공장은 그 자체로 훌륭한 파티장이 되었다.화려한 조명과 음악, 그리고 수많은 인파.박태수 회장과 백윤자 회장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강 대표, 정말 대단해. 이 폐허를 이렇게 멋진 곳으로 만들다니."박 회장이 샴페인을 들며 감탄했다."감사합니다. 하지만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아직 남았습니다."나는 입구 쪽을 주시했다.예상대로,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등장했다.최무진.그는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수행원 몇 명을 대동하고 들어왔다. 그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강진호... 강진호 어딨어!"그가 고함을 질렀다. 음악이 멈추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여기 있습니다, 팀장님. 아니 전무님. 초대장도 없이 웬일이십니까?"나는 여유롭게 그에게 다가갔다.
일주일 후.나는 여의도에 새로운 사무실을 열었다.<JM 홀딩스>.내 이니셜을 딴 지주회사이자, 앞으로 내 모든 사업을 총괄할 컨트롤 타워였다.사무실은 한재이의 허름한 쪽방이 아닌, 여의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IFC 빌딩 35층이었다."와... 대표님. 여기 월세 장난 아닐 텐데. 우리 진짜 성공했나 봐요."새로 맞춘 정장을 입은 박민수가 창밖을 보며 감탄했다.그 옆에는 단정하게 머리를 자르고 묵직한 아우라를 풍기는 박동수가 서 있었다. 그는 그림자처럼 내 뒤를 지키고 있었다."민수야, 촌스럽게 굴지 마. 우린 이제 시작이야. 재이 씨는?""한재이 이사님은 트레이딩 룸 세팅하느라 바쁘세요. 모니터를 6개나 더 사달라고 하시던데?"민수는 이제 내가 대표라서 그런지, 밖에서는 말을 높이는 경향이 생겼다."사드려. 100개라도 사드려야지."한재이는 JM 홀딩스의 금융 부문 대표를 맡았다. 그녀의 천재적인 감각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내 부동산 개발 사업의 마르지 않는 자금줄이 될 것이다.그리고 이지현 실장은 건설 부문 기술 고문으로, 박동수는 보안 부문 이사로.각 분야의 천재들이 내 깃발 아래 모였다."자, 이제 본업으로 돌아가 볼까."나는 회의실 테이블 위에 성수동 부지의 도면을 펼쳤다.태영건
“강진호 씨 되십니까?”뒤를 돌아보았다.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나를 에워싸고 있었다. 그들의 허리춤이 불룩했다.그리고 그들 사이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한쪽 눈에 깊은 흉터가 있는 남자. 전생에 최무진의 '해결사'로 불리며, 온갖 더러운 일을 처리했던 독사였다.“최무진 상무님이 안부 전해달라고 하십니다.”독사가 비릿하게 웃으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잭나이프였다.햇빛을 받아 날카롭게 빛나는 칼날.“너무 설치셨어. 적당히 했으면 좋았을 텐데.”'이런, 시스템 경고가 너무 늦었잖아.'나는 뒷걸음질 치며 주위를 살폈다. 도망칠 곳은 없다. 민수는 차에 가 있고, 지현 누나는 현장에 없다. 완전한 고립.“어쩌죠? 저는 안부 인사를 받을 생각이 없는데요.”말은 태연하게 했지만,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머릿속으로 계산했다.'상대는 다섯. 무기는 칼. 내 무기는? 주머니 속에 있는 볼펜 한 자루와, 공사용 줄자. 승산이 있을까?'그때였다.『시스템: 긴급! 생존 본능이 발동합니다.』『스킬 「현장 지휘(Lv.Max)」의 숨겨진 기능이 활성화됩니다.』『기능: 「인력 소집」』[주변 500m 반경 내에 당신을 도울 수 있는 '아군'을 검색합니다.][검색 완료. 대상: 성수동 구두 장인 조합원들.]'응?
뒤를 돌아보니, 작업복 점퍼를 입은 백발의 노신사가 서 있었다. 수행원도 없이 혼자였다.세영건설의 창업주이자 현 회장, 박태수였다.현장 출신으로 평생을 바쳐 세영을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 겉멋 든 걸 싫어하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꼬장 영감으로 유명했다.“안녕하십니까, 회장님. 강진호입니다.”“강진호? 아... 그 15평 꼬맹이?”
나와 민수, 그리고 지현 누나는 맨 뒷줄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와... 사람들 기세가 장난 아니네요. 우리가 낄 자리가 있을까요?”지현 누나가 긴장한 듯 마른침을 삼켰다.“걱정 마요. 덩치만 크지 속빈 강정들이니까.”나는 설명회 자료집을 훑어봤다.서울시가 내건 조건은 까다로웠다.
'매장이라. 이미 한번 죽었다 살아난 나에게 그딴 협박이 통할 리가. 오히려 기대됐다. 그가 덤벼들수록 나는 더 높이 올라갈 테니까.'“대표님! 아니, 소장님!”현장 뒤편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뒤돌아보니, 카메라를 든 기자 한 명이 숨을 헐떡이며 달려오고 있었다.“건축 잡지 <공간과 사람>의 이기자입니다! 지나가다 건물이 너무 독특해서 취재 좀 하려고요
'6개월 렌트 프리면 1억 8천만 원이다. 당장은 손해 같지만, 장기적으로 매출 3%를 받는다면 훨씬 큰 이득이다. 무엇보다 건물주와 임차인이 운명 공동체가 되어 건물을 더 잘 관리하게 만드는 장치였다.'권 대표가 팔짱을 끼고 고민에 잠겼다. 깐깐한 사업가인 그가 이 계산을 모를 리 없었다.잠시 후, 그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재밌네요. 강 작가님, 건축가입니까 아니면 사기꾼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