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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가족 모임(3)

作者: 유소휘
last update 公開日: 2026-10-11 21:49:56

주방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다이닝룸은 식사보단 연회장에 가까운 공간이었다.

열 명이 앉아도 남을 정도로 긴 원목 테이블이 중앙을 차지하고 있었고, 천장에는 거대한 샹들리에가 화려하게 빛을 내뿜고 있었다. 벽면을 가득 채운 통유리 너머로는 잘 관리된 연못이 한눈에 보였다.

아직 식사 준비가 다 끝나지 않은 탓에 테이블 위엔 개인 식기만 놓여있었다.

가만히 테이블을 바라보던 채원은 천천히 통유리 쪽을 향해 걸어갔다. 홀로 덩그러니 앉아 있기도 뭐하고, 유리창 너머 정원이나 구경하며 시간을 좀 때울 생각이었다.

대건그룹의 저택은 아주 사소한 인테리어조차 화려하지 않은 게 없었지만, 유일하게 선대 회장의 손을 타지 않은 곳이 정원이었다.

물론 화단이며 연못이며 없는 건 없었지만, 그래도 저택에 비하면 정원은 꽤 수수한 편이었고 그만큼 고요하고 조용한 곳이었다.

처음 채원이 이 저택에 왔을 땐 이 드넓은 정원이 주택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를 알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언제 봐도 참 아름답죠?”

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창밖을 바라보던 채원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안녕하세요, 도련님.”

채원의 인사에 맞춰 뒤에 있던 지훈도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두 사람의 인사에 유건은 호탕하게 웃으며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

“에이, 두 분 다 볼 때마다 뭘 그렇게 딱딱하게 인사해요. 그냥 편하게 대하셔도 되는데.”

유건의 말에 채원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어느 상황에서나 말을 아끼는 게 좋지만, 특히나 유건의 앞에서는 더더욱 말을 아껴야 했다.

공식적으로는 대건그룹의 둘째 아들 강유건. 하지만 실제론 선대 회장이 내연녀 사이에서 낳은 사생아. 좋든 싫든 차기 회장 자리를 두고 강태건과 강유건은 형제이기 앞서 라이벌이었다.

유건이 사생아라는 것이 폭로된 이후에도 회장 부부는 태건과 유건을 차별하지 않았고,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었다. 태건은 그때나 지금이나 일관되게 유건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고, 유건은 존경하는 형님이라며 늘 웃어 보였다. 

어쩌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위기 속에서도 굳건한 가족애를 보여주며 일각에서는 진정한 사랑이라며 환호했지만, 일각에선 ‘그래서 결국 왕좌를 차지하는 건 누구냐’로 초점이 맞춰졌었다. 언제 형제의 난이 시작될지 모른다며 예언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하지만 그건 각자의 사정이고, 채원이 유건을 피하는 이유는 그녀가 강태건의 부인이어서가 아니었다.

늘 별생각 없다는 듯 생글생글 웃지만, 채원은 그 웃음이 불편했다. 강유건은 저 웃음 뒤에 가려진 속내가 무엇인지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역시 우리 형수님. 오늘도 과묵하시군요.”

아무런 반응이 없는 채원을 보면서도 유건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그 아무렇지 않다는 반응이 오히려 위화감을 주었지만, 채원은 굳이 티를 내지 않았다.

“형님은 오늘도 멋지시고요.”

“형님이라고 부르시면 안 된다고 저번에도 말씀드렸습니다. 그냥 장 비서라고 불러주세요.”

친근하게 대하는 유건을 향해 지훈은 단호하게 말했다.

몇 년째 단호하게 선을 긋지만, 유건은 오늘도 아쉬운 소리를 내며 더 지훈에게 치근덕거렸다.

“에이, 형님 친구면 저한테도 형님이죠.”

“친구 아닙니다, 저희.”

“또, 또 그러신다. 태건이 형의 유일한 친구시잖아요.”

“철저하게 월급 받고 사는 비즈니스 관계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갑을 관계네요.”

지훈의 말에 유건은 뭐가 웃긴 건지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아, 역시! 우리 형님 유머 감각은 아무나 못 따라온다니까요!”

배까지 부여잡으며 깔깔 웃는 유건의 웃음소리가 다이닝룸 전체에 울려 퍼졌다. 

지훈은 질렸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고, 채원은 말없이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유건은 아무렇지 않은 듯 웃었다. 둘의 반응이 애초에 중요하지 않았다는 듯.

그렇게 한참을 웃던 지훈이 고개를 돌려 채원이 바라보던 연못으로 시선을 돌렸다.

“형수님도 저 연못 좋아하시죠? 저도 저 연못이 되게 좋거든요.”

갑자기 웃음을 멈춘 유건이 말했다.

뜬금없는 말과 상황이었지만 채원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여전히 입은 웃고 있었지만 방금 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역시 그 사람의 손이 유일하게 닿지 않은 곳이라 그런가?”

유건이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다. 채원은 그의 눈을 바라보다 시선을 내렸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그의 주먹에 힘이 들어간 것이 보였다.

“형수님.”

그때 유건이 그녀를 불렀다.

다시 시선을 올리니 그가 이번에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채원을 바라보던 유건이 갑자기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근데 오늘 기분이 좀 안 좋아 보이시네요?”

순간 채원의 손끝이 움찔했다. 

화장으로 가린 목덜미. 새벽까지 잠들지 못했던 잠.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이혼 이야기. 굳게 걸어 잠근 문. 볼품없는 여자.

그 어떤 것도 드러내지 않았고, 드러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유건은 마치 뭔가를 본 사람처럼 물었다.

“제가 착각한 건가?”

채원은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유건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다시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다.

“아니면 다행이고요.”

그 순간 식사 준비를 마친 가정부들이 일제히 다이닝룸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과 함께 신 여사도 안으로 들어오자, 유건은 다시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

채원은 말없이 두 사람을 바라보다 조용히 두 손을 꽉 쥐었다.

역시 얼른 계획을 서둘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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