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그럼 그 방법부터 찾겠습니다.”세레나가 그렇게 대답한 뒤에도 NODE XII 아래에서는 한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분명하게 잡히던 생체 신호는 여전히 존재했다. 체온 29.4도, 심박 분당 18회.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이미 심각한 저체온 상태였지만, 상대의 신체 구조와 생존 방식이 현대 인간과 같은지부터 알 수 없었다.그렇다고 ‘수천 년을 저 상태로 버텼으니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세레나는 닫힌 문 앞에 쪼그려 앉았다.“한 가지 더 물어도 됩니까?”아래에서 대답이 돌아왔다.“물어.”“몸이 아픕니까?”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는지 침묵이 길어졌다.“……조금.”“조금이라는 게 어느 정도죠?”“익숙해서 모르겠어.”세레나의 표정이 굳었다. 환자가 오래 아팠다는 이유로 통증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저 기준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았다.“춥습니까?”“응.”“숨쉬기는요?”“괜찮아.”“어지럽거나 의식이 끊기는 일은.”“가끔.”세레나는 즉시 렌을 봤다.“문을 열지 않고 내부 온도를 올릴 방법이 있습니까?”『찾아볼게.』“생체 회로나 자기 인식에는 손대지 말고 환경 제어만 확인해 주세요.”렌이 NODE XII의 오래된 구조를 훑었다. 잠시 뒤, 가장 아래층에 독립된 유지 장치 하나가 발견됐다. 마력 공급, 공기 순환, 온도 조절. 모두 존재했지만 거의 최저 출력으로 내려가 있었다.『온도 올릴 수 있어.』“현재 설정을 누가 바꿨습니까?”『자동 유지. 오래돼서 출력 떨어진 것 같아.』“강제로 올리지 마세요.”세레나는 다시 문 아래의 사람에게 물었다.“내부 온도를 조금 높일 수 있습니다. 원합니까?”이번에는 대답이 빨랐다.“응.”“몇 도가 편한지 압니까?”“몰라.”“그럼 한 번에 올리지 않고 조금씩 조절하겠습니다. 불편하면 바로 말해 주세요.”“그래.”세레나는 1도씩 천천히 올리게 했다. 내부 온도가 오르면서 아래의 생체 반응도 아주 조금 변했다. 체온 29.4도에서 29.8도. 심박 18에서
다음 날 아침, 세레나는 출발 준비보다 먼저 루시안을 깨웠다. 정확히는 깨우기 전에 그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1,196년 동안 잠들어 있던 사람에게 ‘밤새 잘 잤느냐’고 묻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지만, 그렇다고 고대의 최종 거부권 보유자라는 이유로 환자 취급을 그만둘 생각도 없었다.“루시안. 들립니까?”외투 안에서 눈을 뜬 루시안이 잠시 세레나를 바라봤다. 어제보다 초점이 잡히는 속도는 빨랐지만 피부 온도는 여전히 낮았다. 세레나는 손을 대기 전에 허락을 구한 뒤 손목과 목의 마력 흐름을 확인했다. 심박 34, 체온 34.1도, 제2심장 순환은 안정적이었고 인간 회로의 부담도 전날보다 낮았다.“어지럽습니까?”“조금.”“메스꺼움은요?”“없어.”“팔다리에 힘은.”루시안이 손가락을 움직여 보다가 솔직하게 대답했다.“어제보다 낫지만 오래 걷기는 어려울 것 같다.”세레나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걷기 어렵다는데?”“환자가 자기 상태를 정확하게 말했습니다. 좋은 변화죠.”옆에서 장비를 정리하던 카른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웃음을 숨기려는 게 뻔했지만 세레나는 모른 척했다. 대신 따뜻하게 데운 육수와 잘게 부순 건조육을 루시안에게 건넸다. 고대 루시안의 신체가 일반 인간과 완전히 같은 소화 구조인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양은 적게 시작했다.라시엘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자기 목에 둘러진 짙은 회색 목도리를 손가락으로 만졌다. 어젯밤 세레나가 그의 손이 차가워진 걸 확인한 뒤 꺼내 준 것이었다.“전하.”“왜.”“목도리 빼려고 하지 마세요.”“안 뺐어.”“방금 풀려고 하셨습니다.”“답답해서 조금 내린 거다.”세레나는 라시엘에게 다가가 느슨해진 목도리를 다시 정리했다. 손끝이 그의 목선을 스치자 라시엘의 시선이 조용히 내려왔다. 세레나는 그 눈빛을 느꼈지만 굳이 피하지 않았고, 매듭을 단단하게 만든 뒤 한 발 물러났다.“설표가 되면 안 추운데.”“일부러 변하시면 현재 인간형과 설표형의 체온 유
「ORIGINAL REQUEST」「나는 나뉘고 싶지 않다.」「하지만 혼자이고 싶지도 않다.」「REQUESTED METHOD : CREATE ANOTHER, WITHOUT ERASING ME」기록이 떠오른 뒤에도 세레나는 한동안 다음 문장을 넘기지 않았다.연구실 아래의 이름 없는 존재가 원했던 것은 적어도 분명했다. 자신을 분할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 자신을 지우지 않은 채 ‘다른 하나’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하나의 위험한 해석이 생길 수 있었다.다른 하나.그게 무엇을 뜻하는가.자신과 똑같은 복제체인지, 별개의 생명인지, 제2심장인지, 단순한 대화 상대인지 아직 모른다. 지금까지 수천 년 동안 벌어진 잘못 대부분이 누군가의 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대신 뜻을 정해 버리는 데서 시작됐다.세레나는 그래서 가장 먼저 기록을 닫았다.이름 없는 존재가 의아한 듯 물었다.“왜 멈췄지?”“당신에게 먼저 물어보려고요.”“나도 기억이 없는데.”“그래도 지금의 당신이 그 문장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들을 수 있습니다.”세레나는 화면에 마지막 문장만 남겼다.「CREATE ANOTHER, WITHOUT ERASING ME」“여기서 ‘다른 하나’가 무엇이었다고 생각합니까?”존재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검은 공간이 아주 느리게 흔들렸다. 그것은 기억을 찾는 것 같기도 했고, 현재의 자신에게 처음 질문하는 것 같기도 했다.“나와 같은 것.”“같다는 게 어떤 의미죠?”“모르겠다.”“외형?”“아니.”“능력?”“아니.”“기억?”이번에는 대답이 빨랐다.“그것도 싫다.”세레나의 눈빛이 달라졌다.“왜요?”“내 기억을 그대로 가진 것이 생기면 그건 나와 다른 건가?”좋은 질문이었다.세레나는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존재가 잠시 침묵했다.“처음에는 같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깨어난 다음에는 달라질 것 같다.”렌의 빛이 케이스 안에서 아주 작게 흔들렸다.『나처럼?』존재가 렌을 바라봤
「내 이름이 아직도 리디아 브리엘로 기록되어 있습니까?」금속 상자의 뚜껑에 남은 문장을 읽은 뒤에도 세레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외할머니의 이름이라고 들었던 리디아 브리엘. 로웬은 이전 관찰자가 남긴 기록의 필체를 보고 세레나가 어릴 때 연구 노트 쓰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의 글씨라고 했다. 연구소 기초 표본실에서 발견된 상자에도 L. BRIEL이라는 표기가 남아 있었다.여기까지만 보면 모든 단서가 한 사람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였다.그래서 오히려 조심해야 했다.“하인츠 소장님. 아직 상자 열지 마세요.”이미 관찰자 권한으로 개방을 선택했던 하인츠가 멈췄다.“왜?”“뚜껑이 열리는 것과 안쪽 기록을 재생하는 건 별개일 수 있습니다.”세레나는 화면을 확대했다.“렌, 상자 자체에 자기 인식 회로나 생체 기록이 있습니까?”『없어. 기록 장치만 있어.』“외부 제4회로 연결.”『0.』“BRIEL-01 접근.”잠시 뒤 렌이 대답했다.『차단돼 있어.』세레나의 눈빛이 달라졌다.“상자가 자체적으로 차단한 겁니까?”『응. 오래전에 설정됐어.』“누가.”『OBSERVER.』하인츠가 자신의 관찰자 권한 표시를 내려다봤다.세레나는 바로 물었다.“현재 관찰자입니까?”『아니. 이전.』그렇다면 적어도 이 상자를 남긴 사람은 BRIEL-01이 기록을 덮어쓸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세레나는 관찰일지를 펼쳤다.「L. BRIEL 상자: 이전 OBSERVER 권한으로 봉인. BRIEL-01 접근 거부 설정.」그 아래에는 더 크게 적었다.「L. BRIEL = 리디아 브리엘이라고 아직 확정하지 않음.」로웬이 그 문장을 보고 씁쓸하게 웃었다.“내가 글씨를 알아봤는데도?”“필체가 같다는 건 중요한 증거예요. 하지만 같은 필체를 사용한 기록이라는 것과 작성자의 신원이 완전히 같은 문제는 아니니까요.”“그래.”“외할머니가 직접 썼을 수도 있고, 외할머니의 필체를 복제한 기록일 수도 있고, 같은 기록법을 배운 사람이 비슷하게 썼을 수도 있습니
「REMOVE ACCESS KEY : INITIATED」「CURRENT OBSERVER : HEINZ BELLOA」수정구 너머 하인츠의 얼굴이 굳었다.세레나 역시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지만, 조금 전 머릿속을 스친 ‘없애려 한다’는 표현부터 곧바로 수정했다. REMOVE ACCESS KEY가 사람 자체를 제거한다는 뜻인지, 관찰자 권한만 회수한다는 뜻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고대 시스템은 같은 단어를 서로 다른 시대와 기능에 겹쳐 사용했고, 번역 과정에서도 의미가 달라졌다. 위험한 상황일수록 먼저 해야 할 일은 가장 끔찍한 해석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실제 실행 대상을 분리하는 것이었다.“렌, 실행 대상부터 확인해 주세요. 하인츠 벨로아의 생체 회로입니까, 기억입니까, 아니면 OBSERVER 권한입니까?”렌의 빛이 빠르게 흔들렸다.『잠깐만. 깊어.』“직접 연결하지 말고 외부 명령층만 읽으세요.”『응.』라시엘은 세레나 옆에 선 채 수정구 너머 연구소 외곽을 살폈다. 황실 기사들이 하인츠를 중심으로 넓게 거리를 벌리고 있었지만, 지금 상대가 고대 시스템이라면 검이나 방패가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하인츠를 더 멀리 빼내는 건?”“아직요.”세레나는 고개를 저었다.“물리적 위치가 실행 조건인지도 모릅니다. 괜히 움직였다가 관찰자 연결이 끊기면 오히려 시스템이 ‘응답 불능’으로 판단할 수도 있어요.”라시엘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또 응답 불능인가.”“그래서 먼저 묻는 겁니다.”세레나는 하인츠를 봤다.“소장님. 현재 몸에 이상 있습니까?”“없네.”“두통, 기억 혼란,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는 증상, 손발 감각 저하, 시야 변화는요?”하인츠는 잠시 자기 상태를 확인했다.“없어.”“벽에서 소리가 들립니까?”“지금은 안 들리네.”“관찰자라는 말을 보기 전과 후로 기억이 달라진 부분은요?”“없다.”좋다.현재까지는 직접적인 생체·기억 공격 반응이 없다.렌의 분석 결과가 올라왔다.『찾았어. RE
「ERROR : TOO MANY VALID REFUSALS」열두 개 노드에 동시에 떠오른 문장은 분명 통쾌했다.적어도 카른에게는 그랬다. 그는 화면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고대 시스템도 당황하는군요.”그러나 세레나는 웃고 있지 않았다. 조금 전 입가에 떠올랐던 미소도 이미 사라졌다. BRIEL-01의 우회 명령이 실패했다는 건 좋은 결과였지만, ‘실패했다’와 ‘멈췄다’는 같은 말이 아니었다. 더구나 상대는 수천 년 동안 당사자의 거부를 오류로 분류해 온 자동 시스템이다. 예상하지 못한 입력이 들어왔다고 해서 순순히 포기할 거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렌, BRIEL-01 실행 상태를 확인해 주세요. 실패 문구만 보지 말고 다음 행동 대기열까지요.”『확인할게.』렌의 빛이 빠르게 깜빡였다. 라시엘은 검자루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세레나 곁을 지켰고, 카시안과 루시안은 각자 제2심장의 공명을 확인했다. 연구실 아래의 이름 없는 존재도 더는 ‘돌아오라’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잠시 뒤 렌이 결과를 띄웠다.「PRIMARY OVERRIDE : FAILED」「VALID REFUSALS : 11」「CONFLICT RESOLUTION : PENDING」「SYSTEM OBJECTIVE : ACTIVE」카른의 표정이 굳었다.“목적은 그대로군요.”“네.”세레나는 마지막 문장을 가리켰다.「RESTORE THE FIRST HEART」모든 것을 처음 상태로 돌린다. 제2심장을 분리 이전의 상태로 회수하고, 경계를 원래대로 복구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별 존재의 거부는 오류로 처리한다. BRIEL-01이 실패했어도 목적 자체가 남아 있는 한 시스템은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그런데 세레나의 시선은 다른 곳에서 멈췄다.“열한 명?”조금 전 거부 의사를 밝힌 존재를 다시 셌다. 세레나, 이름 없는 존재, 아르젠-1, 루시안, 렌, 아델, 세린, 루시, 에블린, 카시안, 라시엘.열한.숫자는 맞는다.문제는 시스템이 이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