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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든 꽃의 계절
멍든 꽃의 계절
Author: 소담결

프롤로그.

Author: 소담결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06 16:41:55

프롤로그.

‘짝—!’

고개가 돌아가는 속도보다 통증이 먼저 뇌를 강타했다.

고요한 실내에 파열음이 무겁게 박혔다.

하늘은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얼얼한 뺨 위로 뜨거운 열감이 치솟았고, 입안에서 비릿한 피 냄새가 번졌다.

“재현……아?”

초점이 흐릿한 시야 속에서 재현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자신의 손바닥을 빤히 내려다보더니, 이내 서늘한 광기가 어린 눈으로 다시 하늘을 직시했다.

“내가 나만 보라고 했지. 왜 딴 놈한테까지 그렇게 실실거려? 기분 나쁘게.”

그는 바들바들 떨고 있는 하늘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어 고정했다.

도망칠 곳 없는 시선의 감옥이었다.

“누난 내 거잖아. 내가 군대에서 썩는 동안 누나가 딴 놈이랑 침대에서 뒹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 한숨 못 잤어. 근데 왜 내 말을 안 들어? 왜 날 미치게 만들어, 응?”

재현의 목소리는 다시 기괴할 정도로 차분해졌다.

그 고요함이 매보다 더 무거웠다.

하늘은 자신의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이 눈물인지, 아니면 공포 그 자체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재현의 목소리는 매질보다 낮고 끈적하게 고막을 파고들었다.

그는 바닥으로 무너진 하늘의 턱을 다시금 세우며, 공포로 얼룩진 그녀의 눈동자를 집요하게 들여다보았다.

“왜 울어? 잘못한 거 인정하는 거야? 그래서 울어? 나한테 미안해서? 응?”

그의 어조는 다정한 연인의 속삭임과 광기 어린 심문관의 추궁 사이를 기괴하게 오갔다.

하늘은 대답할 수 없었다.

터진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신음조차 재현의 비위를 거스를까 봐 숨을 참아야 했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뜨거웠지만, 그보다 더 뜨거운 것은 재현이 내뿜는 비정상적인 열기였다.

어느덧 하늘의 하얀 살결 위에는 푸릇하고 불그스레한 멍울들이 훈장처럼 들어찼다.

소매 아래로 가려지지 않는 손목의 자국들, 그리고 거울을 볼 때마다 낯설게 다가오는 자신의 수척한 안색.

재현은 그 상처들 위에 입을 맞추며 "다 널 사랑해서 그러는 거야"라고 속삭였다.

그 모순적인 고백이 들릴 때마다 하늘은 구역질을 참으며 눈을 감았다.

열린 문밖으로 도망치지 않았던 새는 이제 날개가 꺾인 채, 자신이 사랑이라 믿었던 그 비좁은 새장 안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중이었다.

재현의 그림자가 다시 거실로 드리워지자, 하늘은 조건반사처럼 몸을 둥글게 말아 올렸다.

지옥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처럼 그녀의 눈앞에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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