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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5화

Author: 눈빛 속의 약속
도경진은 그릇을 받아 들고 숟가락으로 가볍게 저었다.

그는 조사예가 가져온 비둘기 탕을 먹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저 강유영이 어찌 되었는지 묻고 싶을 뿐이었다.

"아까 사예 아씨가 진국공 부인께서 강유영을 요월원에서 쫓아냈다고 했는데, 무슨 연유요?"

도 부인이 자리에 앉으며 조사예를 향해 물었다.

강유영은 제법 고고한 척하며 고집을 부리는 구석이 있었다. 고작 양녀 주제에 제 아들의 첩으로 들어오는 것조차 거부하지 않았던가.

그녀는 강유영이 곤욕을 치르는 꼴이 퍽 고소했다. 이참에 제 분수를 똑똑히 깨달았으면 했다.

"부인께선 모르시겠지만, 며칠 새 저희 저택에 일이 참 많았어요."

조사예는 도경진을 힐끗 보았다. 그의 시선이 자신에게 머물자 황급히 말을 이었다.

"폐하께서 큰오라버니에게 궁녀를 하사하셨거든요. 어머니 말씀이, 요월원은 저택에서 가장 좋은 처소이니 본래 미래의 새언니가 머물 곳이라 하셨어요. 폐하께서 내리신 분이니 신분이 귀한 데다, 지금 큰오라버니에겐 정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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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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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un Jang
언제쯤이나 오해를 안할까?? 강유영 속앓이 고구마 100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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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량
재미없음 계속 스토리가 반복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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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915화

    도경진은 그릇을 받아 들고 숟가락으로 가볍게 저었다.그는 조사예가 가져온 비둘기 탕을 먹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저 강유영이 어찌 되었는지 묻고 싶을 뿐이었다."아까 사예 아씨가 진국공 부인께서 강유영을 요월원에서 쫓아냈다고 했는데, 무슨 연유요?"도 부인이 자리에 앉으며 조사예를 향해 물었다.강유영은 제법 고고한 척하며 고집을 부리는 구석이 있었다. 고작 양녀 주제에 제 아들의 첩으로 들어오는 것조차 거부하지 않았던가.그녀는 강유영이 곤욕을 치르는 꼴이 퍽 고소했다. 이참에 제 분수를 똑똑히 깨달았으면 했다."부인께선 모르시겠지만, 며칠 새 저희 저택에 일이 참 많았어요."조사예는 도경진을 힐끗 보았다. 그의 시선이 자신에게 머물자 황급히 말을 이었다."폐하께서 큰오라버니에게 궁녀를 하사하셨거든요. 어머니 말씀이, 요월원은 저택에서 가장 좋은 처소이니 본래 미래의 새언니가 머물 곳이라 하셨어요. 폐하께서 내리신 분이니 신분이 귀한 데다, 지금 큰오라버니에겐 정실이 없으니 그 궁녀가 지내는 게 맞다며 강유영을 내보낸 거예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다시 도경진의 눈치를 살폈다.사실 도경진 앞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온마음으로 그를 연모하는데, 그는 자신을 통해 강유영의 소식만 캐려 하니 속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강유영 이야기를 꺼내야만 도경진이 자신을 쳐다보고 말이라도 몇 마디 섞어주었기 때문이다."그래서 진국공 부인께서 강유영을 그 처소에서 쫓아냈다는 거로군?"도 부인이 단박에 이해한 듯 제 아들을 보며 말했다."내 말했지 않느냐. 양녀 신세가 다 그렇지, 제대로 대접이나 받겠니."참으로 잘된 일이었다. 고고한 척 굴더니 꼴이 좋았다."유영 아씨는 어디로 거처를 옮겼습니까?"도경진은 여전히 탕에 입도 대지 않은 채 조사예를 보며 부드럽게 물었다.그가 조사예에게 각별히 다정해서가 아니었다. 본래 성정이 온화하여 화를 낼 때조차 무섭지 않은 사내였다. 하물며 이리 일상적인 대화를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914화

    "너무 기름집니다. 그냥 맑은 죽이나 좀 먹겠습니다."도경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며칠째 어머니가 갖가지 귀한 약재를 넣어 끓인 고깃국을 내오시는 통에 속이 느글거려 도무지 넘어가지 않았다."그게 무슨 소리냐. 상처가 아물려면 부실하게 먹어서는 안 돼……."도 부인은 물러서지 않았다.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부인, 문 좀 열어주세요."도 부인은 저도 모르게 도경진과 시선을 교환했다."사예가 왔구나."도 부인이 입을 열었다."어머니 선에서 적당히 돌려보내 주세요."도경진도 조사예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미간을 더 깊게 찌푸렸다.그는 조사예에게 마음이 눈곱만치도 없었다. 자꾸 찰거머리처럼 들러붙으니 오히려 반감만 더 커질 뿐이었다."알았다, 다녀오마."도 부인은 대답하고는 밖으로 나가 문을 열었다."사예 아씨 오셨는가. 이건 또 뭔가?"그녀는 문 앞에 선 조사예를 보자마자 만면에 웃음을 띠며 그녀의 손에 들린 찬합에 시선을 고정했다.비록 조사예를 며느리로 들일 생각은 없었지만, 굳이 미움을 사예 득 될 것도 없었다. 적당히 관계를 유지해 두면 이모저모 쓸모가 있었다. 예컨대 저 찬합 안에도 필시 귀한 약재가 들어있을 터였다."산삼 비둘기 탕이에요."조사예는 웃으며 안으로 들어서더니 손에 든 찬합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그녀는 쑥스러운 듯 손가락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의원이 말하길, 이 탕은 원기를 보충하고 상처를 아물게 하는 데다 기혈을 돕는 데 그만이라더군요. 제 생모께서 애지중지하시던 귀한 산삼을 꺼내어 화로에 밤새 고았으니, 부인께서 도 나리께 따뜻할 때 드시라 전해주세요."그녀는 두 손을 다소곳이 모아 쥐었다. 통통한 얼굴에 수줍은 미소를 띤 품이 제법 순박하고 진실해 보였으며, 도경진을 향한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아이고, 참으로 정성이 지극하구려. 그나저나 우리 경진이가 통 사람 호의를 몰라주니 원……."도 부인은 그렇게 말하며 슬쩍 방문 쪽으로 턱을 까딱였다.문을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913화

    혹시 어제 서준과 만난 일을 알아챈 것일까.그러고 보면 그는 늘 그런 식이었다. 자신은 다른 여인을 품으면서 그녀에게는 일말의 딴마음도 허락하지 않았다.참으로 우스운 일이었다."문 열어라."조원철의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강유영은 황급히 눈가를 훔치고는 벽 쪽으로 돌아누워 눈을 질끈 감았다.그를 보고 싶지 않았다. 마주치고 싶지 않고, 말은 더더욱 섞고 싶지 않았다.애써 발소리를 죽인 걸음이 침상 곁으로 다가오더니 이내 휘장을 걷어내는 기척이 느껴졌다.등을 돌리고 누웠음에도 등 뒤에서 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강유영은 숨소리를 고르며 최대한 깊이 잠든 척했다.침상 곁의 사내는 뭘 보는지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또다시 왈칵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곁에 새 여인을 두었으니 이제 그녀는 필요 없을 텐데 왜 굳이 여기까지 와서 가증스럽게 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의 손이 어깨에 내려앉았다. 얇은 속적삼 너머로 전해지는 손바닥의 온기가 맨살에 닿은 듯 뜨거웠다.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눈치챘겠지?'그는 예민한 사내이니 자는 척한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을 것이다.조원철은 조심스레 그녀의 상체를 돌려 눕히고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러더니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애틋한 입맞춤을 남겼다.강유영은 온몸이 굳어버렸다. 보드라운 깃털이 스치고 지나간 듯 가슴이 시큰거리고 저릿했다. 그를 마주하면 모질게 대하리라 굳게 다짐했건만, 입맞춤 한 번에 이틀 밤을 꼬박 새우며 쌓아온 분노와 서러움이 눈 녹듯 허물어지고 가슴속에는 그저 뻐근함과 떨림만이 남았다.그녀는 눈물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참았다."오래 머물 수 없다. 나중에 다 설명하마."말을 마친 그가 손을 거두었다.강유영은 눈을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촉촉이 젖은 긴 속눈썹만이 미세하게 떨릴 뿐이었다.이마에는 아직 다정한 온기가 남아 있었지만, 그녀는 이미 그를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912화

    청류는 오히려 기뻤다. 주군이 진작 아씨를 찾아갔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짙은 어둠이 국공부 한구석에 자리한 소은원에 내려앉았다.마치 모두에게 잊힌 듯, 숨이 막힐 만큼 캄캄한 밤이었다.강유영은 침상에 반듯이 누워 있었다.몸에 덮은 이불은 오씨 어멈이 깨끗이 빨아 볕에 말려둔 덕에 푹신하고 포근했다. 은은한 향까지 배어 한결 따뜻했다.하지만 그녀의 손발은 아무리 이불을 여며도 얼음장처럼 차갑기만 했다.그녀는 뜬눈으로 소박한 무늬가 수놓인 침상 휘장만 멍하니 올려다보았다.지금쯤 조원철은 요월원에서 소지란과 첫날밤을 보내고 있을 터였다.낮에 서준은 소지란의 이목구비가 반듯하다고 했다.분명 눈치도 빠르고 영악한 데다 인상도 고운 여인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황제의 눈에 들어 어전 시중을 들었겠는가. 그처럼 영특하고 고결한 여인이니 필시 남다른 구석이 있을 터였다.조원철은 그녀를 어찌 대할까. 황제가 친히 내린 사람이니 각별히 여길 것이 분명했다.그녀를 대할 때처럼 무례하게 굴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강유영이 거부해도 번번이 억지로 안았고, 며칠씩 침상에서 일어나지 못할 만큼 괴롭히곤 했다.지금 요월원의 풍경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붉은 촛불이 밝게 타오르고, 포근한 침상에서 온기를 나누며 그는 소지란의 손을 밪고 입을 맞추고 부드럽게 그녀를 취할 것이다.'분명 날 대할 때보다 훨씬 다정하고 부드러울 테지.'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눈시울이 붉어지며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가슴을 파고들었다.강유영은 몸을 뒤척이며 이불을 끌어올려 얼굴을 푹 덮었다. 더는 잡념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진작 결심한 일이었다. 낮에 하 낭자와 만나 은자 문제도 매듭지었다. 곧 이곳을 떠나면 조원철과는 영영 남남이 될 터였다. 이제 와서 그런 것들을 신경 쓴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모두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수없이 마음을 다잡았건만 머리와 마음이 따로 놀았다. 찰나의 틈만 생기면 어김없이 조원철이 떠올랐다.그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911화

    청운의 짐작대로 주군은 그런 섣부른 사내가 아니었다.다만 강유영 쪽에는 아직 아무런 귀띔도 들어가지 않았으니, 분명 단단히 오해하고 있을 터였다."내려놓거라."조원철이 명했다."예."청운은 더운물을 내려놓고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벽에 기대어 있던 청류는 그가 나오자 콧방귀를 뀌며 발뒤꿈치로 벽을 툭툭 찼다.청운이야 뼛속까지 주군 편이니 주군을 감싼다 쳐도, 청류는 홀로 밤을 지새울 강유영이 못내 안쓰러웠다."이제 마음 놓아도 된다."청운이 곁으로 다가와 뜬금없는 소리를 툭 던졌다."마음을 놓다니요?"청류가 무언가 눈치를 채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세자께선 침상에 오르지 않으셨다. 의복도 단정히 입고 계시고. 그저 저들 보라고 꾸민 연막이야."청운이 목소리를 낮추며 안쪽을 향해 턱을 까딱였다."저도 그럴 줄 알았습니다. 세자께서 그럴 분이 아니시죠."청류가 그제야 헤벌쭉 웃으며 제 일처럼 기뻐했다.방금 전까지 세자를 오해했던 것이다. 주군이 가장 아끼고 마음에 두는 분은 역시 유영 아씨뿐이었다."아까는 딴소리를 하더니."청운은 그를 힐끗 흘겨보았다.*기나긴 밤이 지나고, 창밖의 하늘이 어스름하게 밝아오기 시작했다.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기둥에 기대어 졸고 있던 두 시녀가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자세를 바로잡았다.조원철은 문지방을 넘어서며 고개를 돌려 소지란을 보았다.소지란은 얇은 속적삼 차림으로 다가와 그의 옷자락을 반듯하게 펴주며 물었다."세자, 점심때는 식사하러 들르시겠습니까?""낮에 상황을 봐서."조원철이 짧게 대꾸했다."공무도 중요하지만 너무 무리하지는 마십시오."소지란은 세심하고 다정하게 당부했다."음."조원철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직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덧붙였다."고맙다."소지란이 눈을 내리깔며 미소와 함께 가볍게 예를 갖추었다.*"세자."뜰 입구에서 청운과 청류가 예를 표했다.조원철은 두 사람을 지나쳐 요월원을 나섰다. 대문을 나서고도 한참을 더 걸어간 뒤에야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910화

    "세자, 이대로 가실 겁니까?"소지란이 물었다.조원철은 여전히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되물었다."아직 할 말이 남았느냐?""세자께서도 아시다시피, 소녀는 황궁에서 왔으며 출궁할 때 폐하의 어명이 있으셨습니다." 소지란은 고개를 숙이고 나직이 말했다. "오늘은 제가 진국공부에 온 첫날밤입니다. 세자께서 그저 앉아만 계시다가 촛불조차 끄지 않고 가버리신다면, 훗날 폐하께서 물으실 때 소녀는 무어라 답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게다가 이 처소에는 궁에서 데려온 여덟 명의 시녀들도 있습니다."그녀는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뜻을 명확히 전달했다.자신이 건정제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고, 주변의 하인들 역시 각기 주인을 따로 두고 모종의 목적을 품고 왔음을 넌지시 일깨운 것이다.만약 조원철이 이대로 방을 나선다면 꽤나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터였다.조원철은 그 자리에 선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디 조금만 인내하시어 침상에서 쉬시지요. 소녀는 평상에 기대어 눈을 붙이면 그만입니다."소지란이 상대를 배려하며 나긋하게 권했다."내가 평상에서 자겠다."조원철은 몸을 돌려 평상으로 다가가 앉았다."세자처럼 귀하신 분이 어찌……."소지란이 황급히 만류했다.그녀는 제 신분을 잘 알았다. 어찌 조원철을 평상에 재우고 자신이 침상을 차지한단 말인가."잔말 말고 불이나 끄거라."조원철은 평상에 비스듬히 기댄 채 눈을 감고 명했다."그럼 소녀가 이불이라도 내오겠습니다……."소지란이 장롱 문을 열려 했다."필요 없다."조원철은 차갑게 거절했다.소지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더는 말없이 다가가 촛불을 껐다.침소 안이 어둠에 잠겼다.그녀는 더듬거리며 침상으로 다가가 겉옷도 벗지 않은 채 그대로 누웠다.*"불이 꺼졌습니다!"고개를 뻗어 침소의 불이 꺼진 것을 본 청류가 참지 못하고 청운의 팔을 툭툭 쳤다.청류는 세자가 이리 쉽게 굴복할 줄은 몰랐다. 황제가 하사한 사람이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해도, 굳이 손을 댈 필요는 없지 않은가.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2화

    “문을 열고 들어가 보자꾸나.”한씨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강유영은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머리털이 곤두서고 정신은 아찔해져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다.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고 오직 문이 열리면 둘 다 끝장이라는 생각만 맴돌 뿐이었다. 온몸은 얼어붙은 듯, 꼼짝할 수 없었다. 그녀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손을 뻗어 조원철의 어깨를 밀었다.그녀는 안간힘을 쓴 것이었지만, 조원철에게는 그저 간지러울 정도였다.투명한 두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히고 길게 말린 속눈썹에는 눈물방울이 맺혀 처연하기 그지없었다. 축 처진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화

    초여름의 이른 아침.경성 진국공부의 사당 주변은 아침부터 자옥한 안개로 휩싸였다.조용한 사당 안에서는 승려가 경을 읊는 소리가 이따금씩 흘러나오고, 정원 내 청동로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당을 지키는 시녀와 하인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하루를 준비하고 있었다.강유영은 치맛자락을 들고서 처마 길을 따라 뒤뜰을 나오고 있었다. 온몸에 퍼진 근육통 때문에 걸음걸이가 다소 어색했다.좌측 쪽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커다란 손이 뻗어 나와 가늘고 여린 그녀의 허리를 가로챘다. 상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녀를 끌고 뒤뜰에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7화

    강유영은 그가 왜 여기에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뒤돌아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탓에 다리가 바닥에 꽁꽁 얼어붙은 듯, 움직여지지 않았다.“들어오거라.”조원철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명령했다.강유영은 누가 보기라도 할까 두려워,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내실로 들어갔다.“언제 오셨나요?”잠깐 오씨 어멈의 저녁을 챙기러 나갔다 온 사이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지금쯤이면 밖에서 왕 소저와 저녁 식사를 해야 하지 않나?’조원철이 다가오더니 문을 닫았다.강유영은 뒤로 두 걸음 물러서서 그와 거리를 벌리고 고개를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6화

    “기특하기도 하지. 어서 이리 와서 앉으렴.”한씨는 웃으며 강유영을 향해 손짓하더니 자신의 옆자리를 가볍게 두드렸다.밖에서 강유영에게 잘해주는 것은 인자한 진국공 부인의 명성을 위해서였다.강유영은 약상자를 장 의원에게 건네고는 고분고분 그쪽으로 다가갔다.장 의원은 그녀와 시선을 교환하고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유영의 처지를 잘 알기에, 그녀의 거짓말을 까발리지 않았다. 장 의원은 손을 뻗어 한씨의 손목에 대고 진맥을 시작했다.한씨의 옆에 앉은 강유영은 불안하게 병풍 뒤쪽을 힐끔거렸다.조원철은 탁자 앞에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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