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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소금 창틀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1 12:08:52

「멜리네 조약 6조. 두 나라 상인은 상대 나라 항구와 시장에서 그 나라 상인과 같은 세를 낸다.」

열쇠는 손바닥 안에 들어왔지만 손가락을 오므려도 끝이 조금 남았다.

로잘린은 검게 묻은 부분을 엄지로 문지르지 않고 뒤집어 보았다. 금고를 열기 전에 보아야 할 장부가 있었다.

“열쇠는 받겠습니다. 장부는 어디로 가면 볼 수 있나요?”

“재상에게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처음 받은 기록도 함께요.”

“그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마티아스는 조건을 적은 종이를 자기 쪽으로 당겼다. 장부 열람 아래에 로잘린의 이름으로 기록을 남긴다는 문장이 있었다.

“혼인 문서는 이 조건을 넣어 다시 쓰겠습니다. 내일 읽어 보시고 서명하십시오.”

“읽다가 고칠 곳이 나오면요?”

“고친 뒤 서명하시면 됩니다.”

로잘린은 열쇠를 가져온 문서 위에 놓았다. 서류를 포갤 때 금속이 종이를 긁지 않도록 손가락으로 받쳤다.

마티아스가 자리에서 비켜 주었다. 문까지 함께 걸었지만 문턱을 넘지는 않았다.

“왕비.”

로잘린이 돌아보았다.

“내일 소금도 준비됩니다.”

“얼마나 먹어야 하나요?”

“조금이면 됩니다.”

“풍습은 제가 잘 몰라요.”

“저를 보시고 하시면 됩니다. 저도 많이 먹지는 않습니다.”

로잘린은 잠깐 마티아스의 얼굴을 보았다. 웃음을 기다리는 얼굴은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소금부터 따라 하죠.”

«▼»

추수달 28일, 로잘린은 서재의 그 의자에 앉았다.

책상 위에는 새로 쓴 혼인 문서와 작은 접시가 놓여 있었다. 접시의 소금은 흰 가루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알갱이 몇 개가 펜촉 끝처럼 날카로웠다.

베크는 책상 옆에 서 있었다. 게르다는 접시를 내려놓은 뒤 문 가까이 물러났다. 둘 다 로잘린이 문서를 읽는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로잘린 카렌츠를 라우덴의 왕비로 맞는다.」

로잘린은 첫 줄부터 손가락으로 짚어 내려갔다. 조약의 보증인으로 머무는 기한은 5년이었다. 그 뒤에는 원하면 떠날 수 있고, 혼인을 이유로 그 선택을 막지 않는다는 문장이 따로 적혀 있었다.

“이 줄은 두 문서에 모두 들어갔나요?”

“같이 썼습니다.”

마티아스가 다른 한 장을 내밀었다. 로잘린은 두 장을 나란히 놓고 그 부분을 읽었다.

베크가 헛기침했다.

“부인, 원문은 같으니 서명하셔도 됩니다.”

“확인하고 있어요.”

로잘린은 마지막 줄까지 읽은 뒤 다시 앞장으로 돌아왔다. 장부를 볼 권리와 기록에 이름을 남기는 조건도 빠지지 않았다.

“대관을 아직 하지 않는다는 문장은 없네요.”

“혼례를 미루는 것이 지위를 미루는 뜻으로 읽혀서는 안 됩니다.”

마티아스가 말했다.

“왕비의 지위는 서명한 날부터입니다.”

베크의 입술이 잠깐 벌어졌다가 닫혔다. 게르다는 접시 옆에 물잔을 놓았다.

로잘린은 깃펜을 들었다. 펜촉에 묻은 잉크를 병 가장자리에서 덜어 낸 뒤 이름을 썼다. 카렌츠의 마지막 글자를 마치고 손을 들었을 때, 마티아스가 문서를 당기려다 멈췄다.

잉크가 아직 젖어 있었다.

마티아스는 다른 문서부터 서명했다. 로잘린의 글씨가 마른 뒤에야 종이를 바꾸었다. 베크와 게르다도 증인 자리에 이름을 남겼다.

게르다의 글씨는 작고 촘촘했다. 열쇠를 다루는 손이 펜을 쥐고 있을 때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제 소금을 나누시면 됩니다.”

게르다가 접시를 가운데로 밀었다.

마티아스는 소금을 한 줌 집어 손바닥을 폈다. 로잘린도 접시에서 소금을 집었다. 손금 사이로 고운 가루가 내려앉았다.

“서로 가진 소금을 조금씩 먹습니다.”

마티아스가 말했다.

“남은 것은 접시에 놓으시면 됩니다.”

로잘린은 마티아스가 펼친 손에서 소금을 조금 집었다. 밧줄 굳은살이 있는 손바닥 가운데에 흰 알갱이가 얹혀 있었다. 손가락이 닿지 않도록 조심해 입에 넣었다.

짰다.

눈을 깜빡이는 사이 마티아스도 로잘린의 손에서 소금을 집어 먹었다. 곧바로 물잔을 들지는 않았다.

로잘린은 남은 소금을 접시에 내려놓았다. 손끝에 붙은 가루를 털고 물을 마셨다. 게르다가 기다렸다는 듯 깨끗한 천을 내밀었다.

“끝인가요?”

“예, 부인.”

게르다는 접시를 들었다.

누군가 축하의 말을 길게 할 틈도 없었다. 베크는 문서 한 장을 말아 끈으로 묶었고, 마티아스는 다른 한 장을 로잘린에게 건넸다.

“왕비께서 보관하실 문서입니다.”

로잘린은 자기 이름과 마티아스의 서명이 나란히 있는 곳을 보았다. 소금을 먹는 데 걸린 시간보다 글씨가 마르는 시간이 더 길었다.

“제 방에 두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마티아스는 서재 문을 열어 주었다. 복도에는 축하 꽃도, 구경하는 귀족도 없었다. 페트라만 벽 곁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로잘린이 문서를 보여 주자 페트라가 먼저 끈을 확인했다.

“접시가 작던데요.”

“소금은 충분했어.”

“올덴에선 이러지 않았어요.”

“거기서는 물을 이렇게 빨리 마시지는 못했지.”

페트라가 로잘린의 빈 손을 보았다. 그러고는 문서를 받을 두 손을 내밀었다.

«▼»

방으로 돌아가는 계단 아래에서 하인들이 천을 접고 있었다.

로잘린이 지나가자 한 사람이 허리를 숙였다. 다른 사람은 접던 천을 내려놓지도 않고 라우덴어로 말했다.

“올덴 여자라서 그런가. 옷은 좋은 걸 입었네.”

“목소리 낮춰. 부인 지나가신다.”

“어차피 못 알아들어.”

로잘린은 계단 난간을 잡았다. 아버지의 관세소에서 배를 기다리던 뱃사람들도 저런 말끝을 썼다. 빠르게 말하면 끝소리가 짧아지고, 소금 이야기를 할 때는 유난히 혀가 또렷해졌다.

“닷새면 운다.”

뒤에서 낮은 웃음이 났다.

“여긴 수프에도 고기가 드물잖아.”

“너는 그 수프 먹고 잘만 일하더라.”

이번 웃음은 조금 더 컸다. 로잘린은 계단을 올라갔다. 페트라가 돌아보려 하자 문서를 가리켰다.

“끈이 느슨해. 방에서 다시 묶어 줘.”

“지금 묶어 드릴까요?”

“앉아서 하자.”

방에 들어온 뒤 로잘린은 혼인 문서를 책상에 펼쳤다. 페트라가 새 끈을 찾는 동안, 로잘린은 젖은 손수건으로 소금이 남은 손끝을 닦았다.

닷새를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다만 오늘은 남의 입에서 무엇이 더 나오는지 들어 둘 생각이었다.

«▼»

오후에 찾아온 소냐는 문이 열리자마자 안을 들여다보았다.

“정말 혼인하셨어요? 소금은 드셨어요? 많이 짰어요?”

페트라는 의자를 가져오다가 멈췄다. 로잘린은 책상 위 문서를 접었다.

“혼인했고, 소금도 먹었고, 짰어요.”

“오라버니는 물을 안 마셨죠?”

“제가 있는 동안에는요.”

“나중에 마셨을 거예요. 어릴 때도 그랬어요.”

소냐는 허락을 기다리는 듯 의자 등받이에 손만 얹었다. 로잘린이 자리를 가리키자 앉아서 치마 끝을 정리했다.

“저를 뭐라고 부르시면 좋겠어요?”

“소냐 공주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럼 저는 올덴 언니라고 해도 돼요?”

로잘린은 접은 문서의 모서리를 맞췄다.

“왜 올덴 언니인가요?”

“올덴에서 오셨고, 오라버니와 혼인하셨으니까요. 왕비라고 부르면 오라버니하고 똑같잖아요.”

“공식 자리에서는 왕비라고 불러 주세요.”

“여기는 공식 자리예요?”

소냐가 책상과 침대, 페트라가 들고 있는 끈을 차례로 보았다.

“지금은 아니에요.”

“그럼 올덴 언니.”

소냐는 이름표를 붙이듯 그 호칭을 또렷하게 말했다. 로잘린은 대답 대신 의자를 조금 돌려 소냐와 마주 앉았다.

소냐가 보여 달라고 한 것은 왕비의 보석이 아니었다. 책상 위 깃펜이었다.

“왜 이렇게 가느다란 걸 쓰세요?”

“글씨를 작게 쓸 때 편해요.”

“큰 글씨도 쓸 수 있어요?”

“쓸 수는 있지만 시간이 더 걸리죠.”

“그럼 작은 글씨로 큰 이야기를 쓰면 되겠네요.”

로잘린은 빈 종이를 내밀었다.

“공주께서 써 보세요.”

소냐는 펜을 들고 제 이름을 썼다. 마지막 획에서 잉크가 번지자 얼른 손으로 가리려 했다.

“두세요. 손에 묻어요.”

로잘린이 종이를 옮겼다. 소냐는 펜을 돌려주고 손바닥을 펴 보였다. 다행히 깨끗했다.

“오라버니 서재에서는 이렇게 앉아 있으면 안 돼요. 종이를 옮기다가 뭔가 잃어버릴까 봐요.”

“여기서도 다 쓴 종이인지 먼저 물어보세요.”

“네, 올덴 언니.”

소냐는 돌아갈 때 자기 이름을 쓴 종이를 가져가도 되는지 물었다. 로잘린이 고개를 끄덕이자, 잉크가 마른 곳만 잡고 들었다.

«▼»

며칠 동안 방 앞에는 물을 가져오는 사람과 빈 그릇을 거두는 사람이 드나들었다. 로잘린이 문을 열어 둔 때도 하인들은 라우덴어로 말을 주고받았다.

대부분은 빨래와 부엌 일이었다. 누가 손을 데었는지, 항구에서 들어온 생선이 어느 창고로 갔는지 하는 이야기였다.

올덴 여자라는 말은 그 사이에 끼어 나왔다.

로잘린은 들은 말을 종이에 적지 않았다. 대신 장부를 가져올 자리를 만들었다. 책상에서 자잘한 물건을 치우고, 페트라에게 침대 곁 작은 상을 옮겨 달라고 했다.

그날 오후, 문밖에서 맨발이 바닥을 비비는 소리가 났다.

피노가 문턱 옆에 앉아 있었다. 로잘린이 문을 열자 얼른 일어나 손을 뒤로 숨겼다.

“여기서 무엇을 하니?”

“기다렸어요.”

피노는 낱말 사이를 조금 길게 두고 말했다. 로잘린이 대답을 기다리자 뒤에 숨겼던 손을 내밀었다. 가느다란 나무 조각이 들려 있었다.

“자를 빌려 주세요.”

“무엇을 재려고?”

“게르다 님이 선반에 천이 들어가는지 보래요. 손으로 재면 사람마다 다르다고요.”

로잘린은 뼈 자를 가져왔다. 피노는 받자마자 전에 보았던 눈금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이쪽도 맞고 저쪽도 맞아요?”

“기준이 달라. 오늘은 네가 쓰는 쪽을 쓰면 돼.”

피노는 익숙한 눈금 쪽으로 자를 뒤집었다. 손가락을 옮기다 끝에서 멈췄다.

“그럼 12 더하기 12는요?”

“먼저 12까지 재고 자리를 표시해. 그 자리에서 다시 재면 돼.”

“그럼 표시가 틀리면요?”

“다시 확인해야지.”

로잘린은 자를 빼앗아 대신 재 주지 않았다. 책상 모서리에서 피노가 해 보도록 두었다. 피노는 나무 조각을 표시 자리에 세운 뒤 자를 옮겼다.

옮기는 동안 나무가 넘어졌다.

피노가 숨을 참고 처음 자리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손가락으로 표시를 누른 채 자를 움직였다.

“여기요.”

“이제 처음 잰 곳과 이어지는지 봐.”

피노는 고개를 숙여 틈을 살폈다. 자 끝을 조금 당긴 뒤 손을 뗐다.

“됐어요.”

문 앞에 게르다가 서 있었다. 피노가 자를 돌려주려 하자 로잘린이 손을 저었다.

“선반부터 재고 가져와.”

피노는 게르다를 보았다. 게르다가 고개를 끄덕이자 자를 가슴에 붙이고 복도로 나갔다.

“부인께 번거로운 일을 드렸군요.”

“제가 먼저 무엇을 하는지 물었어요.”

“자는 제가 돌려드리겠습니다.”

“아이가 가져와도 돼요. 어디를 썼는지 말해 줄 수 있으니까요.”

게르다는 책상 위 나무 조각을 보았다. 떨어진 것을 주워 문턱 바깥에 놓아 주고 물러났다.

저녁 쟁반에는 수프가 평소보다 한 그릇 더 있었다.

페트라가 그릇을 세다가 문을 보았다.

“오늘은 제 것도 주셨네요.”

게르다는 대답하지 않고 숟가락을 나란히 놓았다.

“식기 전에 드십시오, 부인.”

로잘린은 페트라 쪽으로 의자를 당겼다. 페트라는 빈 문턱을 한 번 보고 앉았다.

«▼»

밤이 되자 방 안에서는 바다보다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 소리가 더 잘 들렸다.

페트라가 빈 그릇을 내간 뒤, 로잘린은 책상에서 일어나 창가로 갔다. 항구의 창고 문은 닫혀 있었고, 배 사이에는 작은 불빛이 남아 있었다.

항구 끝 등대의 불은 다른 것보다 높았다.

로잘린이 창을 닫으려는 순간 그 불이 꺼졌다.

곧 다시 켜졌다가 한 번 더 어두워졌다. 불이 돌아온 뒤에는 그대로였다.

로잘린은 창손잡이를 쥔 채 기다렸다. 다시 꺼지지는 않았다.

‘두 번.’

유리 때문에 놓쳤나 싶어 창을 조금 열었다. 찬바람만 들어왔다. 등대 아래는 방에서 보이지 않았다.

다음 날 밤에도 그 불이 두 번 어두워졌다.

로잘린은 책상으로 돌아가 빈 종이 귀퉁이에 짧게 적었다.

「등대. 밤. 두 번.」

문이 열리고 페트라가 촛불을 가져왔다.

“창을 닫아 드릴까요?”

“내가 닫을게.”

로잘린은 종이를 책상 서랍에 넣었다. 창밖을 한 번 더 본 뒤 손잡이를 당겼다. 등대 불은 유리 너머에서도 켜져 있었다.

«▼»

서리달 1일 아침, 로잘린은 아래층 식당에 내려갔다.

식탁에는 수프와 빵이 놓여 있었다. 페트라가 의자를 빼 주었고, 하인 하나가 빈 물잔을 채웠다.

로잘린은 빵을 손으로 작게 나누었다. 잘린 면의 기공이 고르지 않았다. 끝부분을 수프에 적시지 않고 먼저 먹었다.

물병을 내려놓은 하인이 다른 하인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라우덴어였다.

“저 여자 먹는 것도 올덴식이네.”

다른 하인은 쟁반을 든 채 로잘린의 접시를 보았다. 로잘린은 빵 조각을 내려놓고 물잔을 조금 옆으로 옮겼다.

한 모금을 마신 뒤, 물병을 든 하인에게 시선을 맞췄다.

대답은 라우덴어로 했다.

“빵은 라우덴식이 더 맛있어요. 소금이 좋아서.”

식당이 조용해졌다.

(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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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 협정 서문. 두 둑이 같이 젖는다. 두 나라는 서로의 백성이 먹고 살아갈 길을 함께 지킨다.」로잘린은 접어 둔 헨리크의 서한을 협정문 아래에 넣었다.바람달 15일의 강바람이 종이 모서리를 들었다. 마티아스가 탁자 끝을 눌러 주었다. 소매 아래로 드러난 손등에 찬 바람이 닿았다.“그 편지도 가져왔습니까?”“부탁받은 답을 해야 하니까요.”탁자는 하론 강 돌다리 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올덴 쪽에서 오는 수레가 잠시 멈췄고, 라우덴 쪽에서는 소금 자루를 내리는 소리가 났다. 빈 수레가 지나갈 길은 가운데에 남겨 두었다.로잘린은 다리 난간의 돌을 보았다. 처음 이곳을 건넜을 때 손끝으로 더듬었던 글이 그대로 있었다.이번에는 그 글을 읽을 사람들이 돌 앞에 함께 섰다.헨리크가 외투의 여밈을 고치며 다가왔다. 흰 수염 끝이 바람에 흔들렸다. 뒤따라온 서기는 문서함을 탁자 옆에 내려놓았다.“보내 준 초안을 읽었소.”“고칠 곳이 있었나요?”“세입이 줄어드는 줄부터 다시 보았소. 통행세까지 없애면 당장은 받는 돈이 줄겠더군.”헨리크가 협정문 위에 손을 얹었다.“대신 떠났던 상인이 돌아와야 그 다음 장부가 채워지겠지.”“돌아올 이유를 오늘 적으려 해요.”“그 이유를 서로 다르게 읽지 않도록 해 주시오.”로잘린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스는 토렌 쪽 문서를 펼쳐 놓고 있었다. 힐데는 구리 값이 적힌 장을 확인했고, 스벤은 소금과 대구의 약정이 붙은 끝장을 잡았다. 베크가 각 문서의 순서를 맞추어 탁자에 놓았다.헨리크가 난간 쪽으로 눈을 돌렸다.“저 글의 뜻도 오늘 듣게 되는 것이오?”“예.”로잘린은 협정문을 잠시 내려놓았다.«▼»돌에 새긴 글은 가운데가 조금 닳아 있었다. 로잘린은 홈에 낀 먼지를 손수건 끝으로 걷어 냈다.헨리크가 곁에 서고 마티아스가 바람이 오는 쪽을 막았다. 힐데와 사스도 돌 앞까지 다가왔다.“리타어입니다.”로잘린이 글을 따라 손을 옮겼다.“두 둑이 같이 젖는다.”스벤이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강물이 양쪽

  • 버려진 왕비는 적국의 왕에게 시집갑니다   36화. 귀족회의

    「올덴 귀족회의 결의문. 라이너의 왕위를 거두고 헨리크 공을 왕으로 세운다. 앞서 나라의 이름으로 맺은 조약은 새 왕이 이어 지킨다.」로잘린이 펜을 내려놓은 자리에는 작은 잉크 자국이 남았다.사스는 빈 서명란에서 손을 거두지 않았다. 마티아스가 다리에서 가져온 회담 문서를 펼쳐 탁자 가운데로 밀었다.“귀족회의가 어떤 결정을 할지는 모릅니다.”“왕이 바뀌어도 이 약속이 남습니까?”“그것부터 글로 확인하겠습니다.”로잘린은 초안 위에 깨끗한 종이를 덮었다.“서명할 사람을 짐작해서 적지는 않을 거예요. 답이 오면 완성한 초안을 보내겠습니다.”사스는 그제야 펜을 놓았다.«▼»바람달 1일, 덮어 두었던 초안 위로 올덴 왕실 인장이 찍힌 서한이 놓였다.게르다가 가져온 쟁반에는 서한과 얇은 문서 묶음이 함께 있었다. 끈 끝에 길에서 묻은 마른 흙이 붙어 있었다.로잘린은 끈을 풀기 전에 인장부터 확인했다. 왕실 문양이었다. 추수달에 받았던 폐위 문서의 인장과는 달랐다.“회의실로 가져갈까요?”게르다가 물었다.“여기서 먼저 볼게요.”게르다는 문 옆에서 기다렸다. 로잘린이 봉인을 열자 접힌 종이 사이에서 결의문이 나왔다. 아래쪽에는 귀족회의의 확인을 마쳤다는 글과 서명이 이어져 있었다.왕위를 거둔다는 문장에 라이너의 이름이 있었다.로잘린은 종이 가장자리를 잡은 손을 조금 옮겼다. 파렌 성에서 왕의 이름을 적을 때는 늘 빈칸이 모자랐다. 라이너가 원한 수식어를 넣고 나면 세금과 곡물에 관한 문장은 다음 장으로 넘어가곤 했다.이 문서의 이름 앞에는 긴 말이 붙지 않았다.“왕비 전하?”“재상께 알려 주세요. 올덴에서 답이 왔어요.”“전하께도요?”“예.”게르다는 더 묻지 않고 문을 닫았다.로잘린은 다음 장을 넘겼다. 포셰의 재산 가운데 관세소 장부와 대조해 확인한 몫을 국고로 돌린다는 결정이 있었다. 아직 확인을 마치지 않은 재산은 따로 적어 두었다.해마다 2만 피른이 빠져나간 줄을 찾는 데 쓰였던 아버지의 글씨가 떠올랐다. 이제 올덴의 서

  • 버려진 왕비는 적국의 왕에게 시집갑니다   35화. 협정문 초안

    「삼국 협정 초안 1조. 올덴의 밀 1자루와 라우덴의 소금 3자루를 서로의 장부에 올려 직접 교환한다.」마티아스가 세워 주었던 외투 깃에는 접힌 자국이 남아 있었다.로잘린은 회의실 문 옆에 외투를 걸고 깃을 폈다. 안주머니에서 가죽 덮개를 꺼내자 다리에서 받아 온 문서가 함께 나왔다. 바람달 15일에 다시 만나겠다는 글 아래로 두 왕의 서명이 나란히 있었다.오늘 탁자에 놓을 것은 그 약속이 아니라, 약속한 날 읽을 초안이었다.얼음달 10일 아침의 회의실에는 젖은 장화 냄새가 났다. 린드는 문 가까이에 앉았고, 스벤은 창에서 먼 자리를 골랐다. 산악 외투를 벗은 힐데는 구리 거래 장부를 펼쳤다.다시 멜리네에 온 사스는 탁자 가장자리의 잉크 자국부터 살폈다.“이번에는 저울이 없군요.”“운반 장부를 가져오셨으니까요.”로잘린이 초안을 나누어 주었다.“무게를 다시 확인할 일이 없으면 좋겠어요.”사스가 좋은 외투의 소매를 걷었다. 장부를 내려놓는 손은 전보다 조심스러웠다.베크는 초안을 읽다가 곧 고개를 들었다.“관세를 양쪽 모두 3퍼센트로 낮추는 겁니까?”“예. 수출하는 나라와 수입하는 나라가 각각 3퍼센트를 받습니다.”“하론 강 통행세도 없애고요?”“그 조항은 그 아래에 있어요.”베크가 종이를 조금 내렸다.“전하, 돈이 없습니다.”마티아스는 로잘린 옆에 앉아 있었다. 베크가 내민 조항을 읽은 뒤 종이를 다시 탁자 가운데로 놓았다.“빠질 돈부터 적으십시오.”베크는 빈 종이를 당겼다. 로잘린이 그 옆에 항구 세입 장부를 폈다.“들어올 돈도 그 종이에 적어 주세요.”“배가 더 들어온다는 보장이 있어야 합니다.”“그래서 지난 장부를 가져왔어요. 토렌 배가 한 달에 6척 들어왔을 때와 11척 들어왔을 때예요.”베크는 장부의 표시된 줄을 손가락으로 따라갔다.“배가 늘어도 관세를 낮추면 남는 돈이 줄 수 있습니다.”“맞아요. 배마다 싣는 물건도 다르고요. 그래서 척수만 곱하지 않았습니다.”로잘린은 밀과 소금이 적힌 줄만 골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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