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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소금의 길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1 12:09:06

「멜리네 조약 3조. 두 나라 사이 곡물과 소금의 관세는 수출하는 나라 5퍼센트, 수입하는 나라 8퍼센트를 넘지 않는다.」

로잘린은 마지막 줄의 잉크가 마를 때까지 장부를 덮지 않았다.

소금이 나간 기록과 돈이 들어온 기록을 따로 적은 종이가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묶음 이름은 찾았다. 이제 한 물건이 어느 장부에서 다른 이름으로 적혔는지 확인할 차례였다.

목도리를 여민 뒤 항구 세입 묶음을 당겼다. 첫 장의 소금 항목에는 돈보다 짧은 획이 많았다.

다음 날에는 염전 출고 기록을 가져왔다. 베크가 알려 준 묶음 가운데 소금 자루 수가 가장 자세히 적힌 묶음이었다. 로잘린은 장부를 바꿔 펼칠 때마다 겉장 이름을 종이에 옮겼다.

서리달 5일, 높은 창으로 들어온 햇빛이 책상 끝에 닿았을 때에도 그 묶음이 펼쳐져 있었다.

페트라가 식은 물잔을 가져가며 물었다.

“아직 못 찾으셨어요?”

“찾았어. 그런데 이쪽에선 소금이고, 저쪽에선 배에 싣는 물건이야.”

로잘린은 종이를 나란히 밀어 놓았다.

“날짜도 배도 같아. 자루 수도 같고.”

페트라는 양쪽 줄을 번갈아 보았다.

“왜 이름이 달라요?”

“그걸 물어봐야 해.”

염전 장부에는 물건을 산 사람이 적혀 있었다. 멜리네 상인 길드장 오스카 린드였다. 항구 장부에서는 토렌 배 이름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로잘린은 그 사이에 낀 영수증을 펼쳤다. 종이 끝에 린드의 이름이 있었다. 물건을 넘겨받은 쪽은 토렌 상인이었다.

“이름을 못 읽게 쓴 것도 아닌데요.”

페트라가 말했다.

“따로 놓으면 이어 읽기 어려워. 여기서는 린드가 산 것으로 끝나고, 저기서는 토렌 배가 실은 것으로 시작하니까.”

로잘린은 염전 장부를 접지 않고 페트라 쪽으로 조금 돌렸다.

「소금 1자루, 1.5세르.」

“자루 값은 여기에 있어. 항구에서 이 소금에 걷은 세금은 거의 없고.”

“소금이면 세금을 안 내나요?”

“내야 해. 조약에도 적혀 있어.”

로잘린은 멜리네 조약 사본을 꺼냈다. 곡물과 소금이라는 낱말 아래로 손가락을 옮겼다.

배에 싣는 물건이라는 기록에는 그 낱말이 없었다.

«▼»

문밖에서 가벼운 발소리가 멈췄다.

피노가 문턱 안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손에는 여러 번 접은 종이가 있었다. 종이 아래를 받친 손바닥에도 흰 가루가 묻어 있었다.

“들어가도 돼요?”

“종이에 든 것부터 보여 줘.”

피노는 책상으로 곧장 오지 않고 문 곁에서 종이를 펼쳤다. 소금이었다.

“염전에 다녀왔어요. 궁에서 쓸 것을 가져오라고 해서요.”

“그건 네가 가져도 되는 거야?”

“일하던 분이 줬어요. 종이가 찢어져서 바닥에 떨어질 뻔한 걸 제가 받았거든요.”

피노는 종이 모서리를 조심스럽게 모았다.

“린드 님 소금은 1.5세르라고 들었어요. 이게 1.5세르예요?”

로잘린은 웃으며 빈 접시를 내밀었다.

“이건 공짜. 자루로 사면 1.5세르.”

피노가 소금을 접시에 털었다. 손가락에 붙은 것까지 떼어 놓으려 하자 페트라가 젖은 천을 가져왔다.

“장부 위에서는 털지 마.”

“아직 안 털었어요.”

“그러니까 여기서 닦으라는 거야.”

피노가 두 손을 닦는 동안 로잘린은 소금을 조금 집어 보았다. 굵은 알갱이가 손끝에 남았다. 파렌에서 사던 소금도 이곳에서 나갔다. 올덴에는 염전이 없었다.

“파렌에서는 소금 1자루가 5피른이야.”

피노가 접시를 보았다.

“그럼 이걸 자루에 넣어서 파렌으로 가져가면 돼요?”

“배에 실어야 하고, 강도 지나야 해. 운반하는 사람에게 돈을 주고 세금도 내야 하지.”

“그럼 남는 게 없어요?”

“남아. 얼마나 남는지는 돈을 쓴 기록까지 봐야 알고.”

로잘린은 종이 한쪽에 적힌 값을 피노에게 보여 주었다.

“지금 5피른은 8세르야.”

피노는 입술을 움직이다가 고개를 들었다.

“소금은 그대로인데요?”

“맞아. 가는 곳에 따라 값이 달라져.”

“그럼 염전에서 일하는 분들도 파렌 값을 받아요?”

로잘린은 장부의 린드 이름을 보았다.

“이 장부에는 그렇게 적혀 있지 않아.”

피노가 더 묻기 전에 페트라가 접시를 들어 옆 선반에 놓았다.

“이건 부엌에 가져다줄게. 네가 가져온 거라고 말하고.”

“종이는 돌려주세요. 또 쓸 수 있어요.”

로잘린은 소금이 끼어 있던 접힌 부분을 펴 주었다. 피노는 종이를 받아 옷 안에 넣었다가, 책상 끝의 장부를 가리켰다.

“이것도 소금이에요?”

“응.”

“그런데 소금은 왜 없어요?”

피노가 짚은 곳은 항구 장부였다. 로잘린은 그 줄을 다시 읽었다.

“나도 그걸 묻고 있었어.”

피노는 제법 중요한 일을 들었다는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나갈 때는 장부에 손이 스치지 않도록 몸을 옆으로 돌렸다.

로잘린은 접시 밑에 남은 소금 알갱이를 집어 치웠다. 깨끗해진 자리에 항구 장부를 펼쳤다.

«▼»

베크는 점심 뒤에 왔다.

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책상에 펼쳐진 장부들을 보았다. 로잘린이 의자를 내어 주었지만 앉지는 않았다.

“부인, 그 기록은 배에 실은 물건을 확인하는 데 쓰는 것입니다. 세입 장부와 같게 보시면 안 됩니다.”

“그래서 세입 장부도 옆에 놓았어요.”

로잘린은 그 날짜를 짚었다.

“염전에서 나간 소금이 이 배에 실렸어요. 맞나요?”

베크가 몸을 숙여 배 이름을 읽었다.

“그렇습니다.”

“린드가 염전에서 사고, 토렌 상인이 넘겨받았고요.”

“길드를 통해 거래합니다.”

“그러면 국외로 팔린 소금이에요. 세금은 어느 장부에 적히나요?”

베크는 항구 세입 장부를 앞으로 당겼다. 앞뒤 장을 살핀 뒤 염전 장부를 다시 보았다.

“길드가 낸 세금은 별도로 적습니다.”

“그 묶음도 봤어요. 라우덴 안에서 판 물건으로 적혀 있어요.”

로잘린이 마지막 장부를 펼치자 베크가 장부 쪽으로 몸을 더 숙였다.

“처음 산 사람은 라우덴 사람이니 그렇게 적었겠지요.”

“처음 산 사람까지는 맞아요. 그다음에 국경을 넘는 소금은 어디 있나요?”

베크의 손이 장부 모서리에서 멈췄다.

로잘린은 대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베크가 영수증을 집어 들고 린드의 이름 아래를 읽었다. 물건을 넘긴 곳과 받을 곳이 모두 적혀 있었다.

“항구에서 길드 기록을 받았을 겁니다.”

“받은 기록대로 적은 거겠죠. 그런데 염전의 기록과 맞춰 보지는 않았어요.”

“모든 물건을 염전까지 거슬러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알아요. 그래서 한 물건을 서로 다른 이름으로 적지 못하게 해야 해요.”

베크는 영수증을 내려놓았다.

“길드장은 자기 거래에 필요한 방식이라고 할 겁니다.”

“그러면 그 방식으로 걷힌 세금부터 보여 달라고 하겠습니다.”

로잘린은 확인할 장부 이름을 쓴 종이를 건넸다.

“없는 돈을 있다고 적으라는 뜻은 아니에요. 어느 장부로 넘어갔는지 알려 달라는 거예요.”

베크는 종이를 끝까지 읽었다. 그리고 접지 않은 채 손에 들었다.

“린드에게 물어야겠군요.”

“전하께 먼저 보여 드릴게요.”

“서재에 계십니다.”

베크가 나가려다 문 앞에서 돌아섰다.

“길드장은 오늘 항구에 있습니다. 부르면 올 수 있을 겁니다.”

로잘린은 영수증이 날리지 않도록 장부 안에 끼웠다.

“그럼 이 기록도 함께 보여 주겠어요.”

«▼»

왕 서재의 창밖에서는 배를 묶는 사람들이 줄을 당기고 있었다.

로잘린은 책상 위에 장부를 내려놓았다. 마티아스가 읽던 서류를 옆으로 옮기고 의자를 가까이 당겼다.

“소금이 나간 곳을 찾았습니까.”

“소금이 아니라, 소금값이 남는 곳을 찾았어요.”

로잘린은 염전 장부를 먼저 펼쳤다.

“여기서는 1자루에 1.5세르예요. 파렌 시장에서는 5피른, 지금 환율로 8세르고요.”

마티아스가 영수증을 들어 보았다.

“토렌이 옮깁니다.”

“네. 운반비도 들고 세금도 내야 해요. 두 값의 차이가 전부 이익은 아니에요.”

로잘린은 다른 종이를 그 옆에 놓았다.

“하지만 라우덴에서 걷은 세금이 거의 없어요. 소금은 토렌 배에 실렸는데, 세금 장부에서는 린드가 나라 안에서 산 것으로 끝나요.”

마티아스가 날짜를 맞춰 읽었다.

“그다음 기록이 빠졌군요.”

“빠졌거나, 다른 물건으로 적혔어요.”

“고칠 곳 있습니까.”

“먼저 린드가 가진 거래 장부를 봐야 해요. 토렌에 얼마를 받고 넘겼는지, 누구 이름으로 세금을 냈는지요.”

마티아스는 창밖을 보았다가 책상으로 눈을 돌렸다.

“린드는 항구 사정을 압니다. 배를 잡고 소금을 옮길 사람도 구합니다.”

“필요한 일을 하는 것과 내야 할 돈을 안 내는 건 다른 일이에요.”

“압니다.”

마티아스는 문 곁에서 기다리던 하인에게 린드를 불러 달라고 했다.

로잘린은 그동안 그 날짜의 기록을 다시 맞췄다. 한 번만 어긋난 줄이 아니었다. 장부를 넘길 때마다 되풀이됐다.

창밖의 항구가 어두워졌다. 마티아스가 촛대를 당겨 놓자 영수증 아래쪽까지 빛이 닿았다.

“이 줄도 같은 배입니까.”

“네. 여기서는 소금을 산 날이고, 항구에서는 실은 날이에요.”

로잘린은 종이를 마티아스 쪽으로 더 밀었다. 목도리 끝이 함께 끌려가자 한 손으로 눌렀다.

낮부터 장부를 옮겨 다니느라 느슨해진 목도리가 어깨에서 내려와 있었다. 다시 두르려는데 마티아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어깨 위에 외투가 닿았다.

로잘린은 펜을 든 손을 멈췄다. 마티아스는 아무 말 없이 외투 자락이 종이를 덮지 않도록 옆으로 빼 주었다. 소매를 끼우라는 뜻은 아니었다. 등에 남아 있던 따뜻한 기운이 천천히 목덜미까지 닿았다.

“전하께서 추우실 텐데요.”

“저는 괜찮습니다.”

로잘린은 외투 앞자락을 여몄다. 항구에서 묻은 듯한 소금 자국이 소매 끝에 있었다.

“장부방보다 여기가 따뜻해요.”

“그 방도 손볼 곳을 알아보겠습니다.”

마티아스가 다시 앉았다. 로잘린은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았다. 손끝이 풀릴 때까지 잠깐 기다린 뒤 다음 장을 펼쳤다.

«▼»

린드는 소금이 묻은 장화를 신고 들어왔다.

서재 안을 둘러본 뒤 마티아스에게 허리를 숙였다. 로잘린 앞의 장부를 발견하자 붉은 얼굴에 웃음이 붙었다.

“왕비가 장부를 봐요?”

로잘린은 펼쳐 둔 줄을 읽었다.

“소금 1자루, 1.5세르. 염전에서 받은 값이에요.”

린드가 책상으로 다가왔다.

“좋은 소금입니다. 값도 비싸지 않고요.”

“파렌에서는 같은 소금이 5피른이에요. 8세르죠.”

“파렌까지 누가 가져갑니까? 제가 아닙니다. 토렌 배가 가져갑니다.”

“그 배에 실린 소금의 세금은 어디에 있나요?”

린드의 웃음이 멎었다.

“길드가 낸 돈은 장부에 다 있습니다.”

“라우덴 안에서 산 물건의 세금은 있어요. 밖으로 판 소금의 기록은 거의 없고요.”

“저는 토렌 상인에게 물건을 넘겼을 뿐입니다.”

“이 영수증에도 그렇게 적혀 있어요.”

로잘린은 영수증을 돌려 보여 주었다.

“항구에는 왜 소금으로 적히지 않았나요?”

“배에 싣는 물건이라고 적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면 밀도 그렇게 적어야겠네요.”

린드가 영수증에서 손을 뗐다.

“밀은 들어오는 물건입니다.”

“소금은 나가는 물건이고요. 둘 다 조약에 적힌 물건이에요.”

“장부에 쓰는 낱말까지 조약이 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맞아요. 그래서 낱말이 아니라 세금이 어디로 갔는지 묻고 있어요.”

로잘린은 빈 종이를 린드 앞에 놓았다.

“받은 값과 낸 세금을 적어 주세요. 토렌 상인이 냈다면 그 영수증을 가져오시고요.”

린드는 종이를 받지 않았다. 마티아스를 보았다.

“전하, 거래를 모르는 분에게 장부만 보이면 이런 오해가 생깁니다. 소금은 염전에서 저절로 항구까지 오지 않습니다.”

마티아스가 말했다.

“운반비를 묻는 것이 아닙니다.”

“길드가 맡은 일이 많습니다.”

“그 기록도 가져오십시오.”

린드는 입술을 눌렀다가 다시 로잘린을 보았다.

“토렌 쪽 장부까지 제 마음대로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린드의 장부부터 가져오세요.”

“영업에 관한 일입니다. 다른 상인에게 알려지면 곤란합니다.”

“다른 상인을 부르지 않았어요.”

로잘린은 책상 위의 영수증을 모았다.

“어느 줄이 오해인지, 린드의 기록으로 보여 주세요.”

린드는 한동안 서 있었다. 장화 끝에서 떨어진 소금 가루를 발로 가리다가, 빈 종이를 집었다.

“찾아보겠습니다.”

“같은 기간의 기록으로요.”

린드는 종이를 접어 외투 안에 넣었다. 이번에는 웃지 않고 허리를 숙인 뒤 나갔다.

마티아스는 문이 닫힐 때까지 기다렸다. 로잘린은 린드가 만졌던 영수증을 장부 사이에 끼웠다. 모서리가 구겨져 있어 손끝으로 펴야 했다.

“내놓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럴 수 있습니다.”

“받아 와도 바로 맞지는 않을 거예요. 토렌 쪽 기록과 다른 곳이 있을 테니까요.”

마티아스가 책상 끝에 놓인 소금 출고 묶음을 보았다.

“린드를 자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염전 일꾼 300명이 린드 사람입니다.”

로잘린은 구겨진 모서리에서 손을 뗐다.

“그러면 자르지 않고 계산하게 하죠.”

(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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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 협정 서문. 두 둑이 같이 젖는다. 두 나라는 서로의 백성이 먹고 살아갈 길을 함께 지킨다.」로잘린은 접어 둔 헨리크의 서한을 협정문 아래에 넣었다.바람달 15일의 강바람이 종이 모서리를 들었다. 마티아스가 탁자 끝을 눌러 주었다. 소매 아래로 드러난 손등에 찬 바람이 닿았다.“그 편지도 가져왔습니까?”“부탁받은 답을 해야 하니까요.”탁자는 하론 강 돌다리 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올덴 쪽에서 오는 수레가 잠시 멈췄고, 라우덴 쪽에서는 소금 자루를 내리는 소리가 났다. 빈 수레가 지나갈 길은 가운데에 남겨 두었다.로잘린은 다리 난간의 돌을 보았다. 처음 이곳을 건넜을 때 손끝으로 더듬었던 글이 그대로 있었다.이번에는 그 글을 읽을 사람들이 돌 앞에 함께 섰다.헨리크가 외투의 여밈을 고치며 다가왔다. 흰 수염 끝이 바람에 흔들렸다. 뒤따라온 서기는 문서함을 탁자 옆에 내려놓았다.“보내 준 초안을 읽었소.”“고칠 곳이 있었나요?”“세입이 줄어드는 줄부터 다시 보았소. 통행세까지 없애면 당장은 받는 돈이 줄겠더군.”헨리크가 협정문 위에 손을 얹었다.“대신 떠났던 상인이 돌아와야 그 다음 장부가 채워지겠지.”“돌아올 이유를 오늘 적으려 해요.”“그 이유를 서로 다르게 읽지 않도록 해 주시오.”로잘린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스는 토렌 쪽 문서를 펼쳐 놓고 있었다. 힐데는 구리 값이 적힌 장을 확인했고, 스벤은 소금과 대구의 약정이 붙은 끝장을 잡았다. 베크가 각 문서의 순서를 맞추어 탁자에 놓았다.헨리크가 난간 쪽으로 눈을 돌렸다.“저 글의 뜻도 오늘 듣게 되는 것이오?”“예.”로잘린은 협정문을 잠시 내려놓았다.«▼»돌에 새긴 글은 가운데가 조금 닳아 있었다. 로잘린은 홈에 낀 먼지를 손수건 끝으로 걷어 냈다.헨리크가 곁에 서고 마티아스가 바람이 오는 쪽을 막았다. 힐데와 사스도 돌 앞까지 다가왔다.“리타어입니다.”로잘린이 글을 따라 손을 옮겼다.“두 둑이 같이 젖는다.”스벤이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강물이 양쪽

  • 버려진 왕비는 적국의 왕에게 시집갑니다   36화. 귀족회의

    「올덴 귀족회의 결의문. 라이너의 왕위를 거두고 헨리크 공을 왕으로 세운다. 앞서 나라의 이름으로 맺은 조약은 새 왕이 이어 지킨다.」로잘린이 펜을 내려놓은 자리에는 작은 잉크 자국이 남았다.사스는 빈 서명란에서 손을 거두지 않았다. 마티아스가 다리에서 가져온 회담 문서를 펼쳐 탁자 가운데로 밀었다.“귀족회의가 어떤 결정을 할지는 모릅니다.”“왕이 바뀌어도 이 약속이 남습니까?”“그것부터 글로 확인하겠습니다.”로잘린은 초안 위에 깨끗한 종이를 덮었다.“서명할 사람을 짐작해서 적지는 않을 거예요. 답이 오면 완성한 초안을 보내겠습니다.”사스는 그제야 펜을 놓았다.«▼»바람달 1일, 덮어 두었던 초안 위로 올덴 왕실 인장이 찍힌 서한이 놓였다.게르다가 가져온 쟁반에는 서한과 얇은 문서 묶음이 함께 있었다. 끈 끝에 길에서 묻은 마른 흙이 붙어 있었다.로잘린은 끈을 풀기 전에 인장부터 확인했다. 왕실 문양이었다. 추수달에 받았던 폐위 문서의 인장과는 달랐다.“회의실로 가져갈까요?”게르다가 물었다.“여기서 먼저 볼게요.”게르다는 문 옆에서 기다렸다. 로잘린이 봉인을 열자 접힌 종이 사이에서 결의문이 나왔다. 아래쪽에는 귀족회의의 확인을 마쳤다는 글과 서명이 이어져 있었다.왕위를 거둔다는 문장에 라이너의 이름이 있었다.로잘린은 종이 가장자리를 잡은 손을 조금 옮겼다. 파렌 성에서 왕의 이름을 적을 때는 늘 빈칸이 모자랐다. 라이너가 원한 수식어를 넣고 나면 세금과 곡물에 관한 문장은 다음 장으로 넘어가곤 했다.이 문서의 이름 앞에는 긴 말이 붙지 않았다.“왕비 전하?”“재상께 알려 주세요. 올덴에서 답이 왔어요.”“전하께도요?”“예.”게르다는 더 묻지 않고 문을 닫았다.로잘린은 다음 장을 넘겼다. 포셰의 재산 가운데 관세소 장부와 대조해 확인한 몫을 국고로 돌린다는 결정이 있었다. 아직 확인을 마치지 않은 재산은 따로 적어 두었다.해마다 2만 피른이 빠져나간 줄을 찾는 데 쓰였던 아버지의 글씨가 떠올랐다. 이제 올덴의 서

  • 버려진 왕비는 적국의 왕에게 시집갑니다   35화. 협정문 초안

    「삼국 협정 초안 1조. 올덴의 밀 1자루와 라우덴의 소금 3자루를 서로의 장부에 올려 직접 교환한다.」마티아스가 세워 주었던 외투 깃에는 접힌 자국이 남아 있었다.로잘린은 회의실 문 옆에 외투를 걸고 깃을 폈다. 안주머니에서 가죽 덮개를 꺼내자 다리에서 받아 온 문서가 함께 나왔다. 바람달 15일에 다시 만나겠다는 글 아래로 두 왕의 서명이 나란히 있었다.오늘 탁자에 놓을 것은 그 약속이 아니라, 약속한 날 읽을 초안이었다.얼음달 10일 아침의 회의실에는 젖은 장화 냄새가 났다. 린드는 문 가까이에 앉았고, 스벤은 창에서 먼 자리를 골랐다. 산악 외투를 벗은 힐데는 구리 거래 장부를 펼쳤다.다시 멜리네에 온 사스는 탁자 가장자리의 잉크 자국부터 살폈다.“이번에는 저울이 없군요.”“운반 장부를 가져오셨으니까요.”로잘린이 초안을 나누어 주었다.“무게를 다시 확인할 일이 없으면 좋겠어요.”사스가 좋은 외투의 소매를 걷었다. 장부를 내려놓는 손은 전보다 조심스러웠다.베크는 초안을 읽다가 곧 고개를 들었다.“관세를 양쪽 모두 3퍼센트로 낮추는 겁니까?”“예. 수출하는 나라와 수입하는 나라가 각각 3퍼센트를 받습니다.”“하론 강 통행세도 없애고요?”“그 조항은 그 아래에 있어요.”베크가 종이를 조금 내렸다.“전하, 돈이 없습니다.”마티아스는 로잘린 옆에 앉아 있었다. 베크가 내민 조항을 읽은 뒤 종이를 다시 탁자 가운데로 놓았다.“빠질 돈부터 적으십시오.”베크는 빈 종이를 당겼다. 로잘린이 그 옆에 항구 세입 장부를 폈다.“들어올 돈도 그 종이에 적어 주세요.”“배가 더 들어온다는 보장이 있어야 합니다.”“그래서 지난 장부를 가져왔어요. 토렌 배가 한 달에 6척 들어왔을 때와 11척 들어왔을 때예요.”베크는 장부의 표시된 줄을 손가락으로 따라갔다.“배가 늘어도 관세를 낮추면 남는 돈이 줄 수 있습니다.”“맞아요. 배마다 싣는 물건도 다르고요. 그래서 척수만 곱하지 않았습니다.”로잘린은 밀과 소금이 적힌 줄만 골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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