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네가 왜 여기 있어?”김지영의 갈라 터진 목소리에는 확연한 거부감과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송하나가 미소 지으며 차분한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했다.“실망이 크신가 봐요?”“태리는? 종현 씨는 왜 안 보여? 다들 왜 안 오는 거야?”김지영이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초조하게 물었다.“그 사람들이요?”송하나가 눈썹을 치키고 홀가분하게 말을 이었다.“지금쯤 아마 단란한 가족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텐데 숙모 생각할 틈이나 있겠어요?”“뭐?”김지영은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바늘에 찔린 것처럼 펄쩍 뛰었다.“뭐가 또 단란한 가족 시간이야? 하나 너 똑바로 얘기해!”송하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차분하게 휴대폰을 꺼내 몇 장의 사진을 보여주었다.화면에는 송종현과 레나가 서로 끌어안고 있는 은밀한 사진들이 선명하게 떠 있었다.“우리 숙모님께서 아직 모르고 계셨군요. 여기 들어온 다음 날부터 삼촌은 새 여자가 생겼어요.”송하나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김지영의 심장을 찔렀다.“숙모 같은 걸리적거리는 사람이 곁에 없으니 삼촌이야 뭐, 예전보다 훨씬 더 편하게 지내고 계시죠.”김지영은 화면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손톱이 손바닥을 깊숙이 파고들어 붉은 자국이 남았다.“아니야, 말도 안 돼! 이 사진 다 가짜야. 나 속일 생각 하지도 마!”송하나는 아무런 변명 없이 곧바로 영상 하나를 틀었다.흔들리는 화면을 들여다보니 배경은 다름 아닌 김지영의 안방, 그녀가 직접 골랐던 익숙한 침대였다!심지어 침대 시트까지 그녀가 직접 골라서 사 온 것이었다!송종현과 레나가 침대를 뒹구는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하지만 화면보다 더 귀를 찌르는 것은 남자의 웃음소리와 느끼한 멘트들이었다.“애기야, 그 늙어빠진 년이 어떻게 너랑 비교가 되겠어? 난 진작 마누라한테 정떨어져서 꼴도 보기 싫어! 이제 감옥에 갇혔으니 잘됐지 뭐. 직접 내쫓을 필요가 없잖아. 그년은 감방에서 뒈져야 해. 평생 안 나왔으면 좋겠다니까!”김지
송태리는 화끈거리는 뺨을 감싸 쥐고 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였지만 흘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그녀는 아빠를 향해 절망과 비웃음이 뒤섞인 눈빛을 보냈다.“그러니까... 전화로 말한 좋은 소식이 고작 이거였어?”“그래!”송종현은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내게도 드디어 아들이 생겼어. 태리 너도 남동생 생겼는데 얼마나 큰 경사야. 앞으로 집에 자주 들러서 동생이랑 정도 쌓고 누나 될 도리를 다해야지. 안 그래?”‘그랬구나... 그런 거였구나.’송태리는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서늘한 한기가 차올랐다.직접 요리하고 다정한 말투로 속삭였던 모든 따뜻함이 완벽하게 짜인 연극이었다니.갑자기 태도를 바꾸고 그녀를 집에 부른 이유는 부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그녀 손에 있는 돈을 노리고 늦둥이 아들과 상간녀를 먹여 살리려는 속셈이었다!송태리는 가슴이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얼음 파편만이 남았다.“하...”나지막한 웃음소리에는 슬픔과 증오가 가득했다.“지금 나보고 저 더러운 여자랑 사생아까지 내 돈 대면서 키우란 거야?”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꿈도 꾸지 마!”말을 마친 그녀는 단호하게 몸을 돌려 문을 세게 닫고 뛰쳐나갔다.다음 날 아침.차정원이 송하나를 태우고 교외의 교도소로 향했다.송하나는 창밖으로 희미해져 가는 건물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우뚝 솟은 엄숙한 분위기의 철문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그녀의 호흡이 미세하게 멈췄다.이런 곳에 발을 들이는 것은 생전 처음이었다.“긴장 풀어, 하나야.”차정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김지영이 입을 열지 않아도 우리가 확보한 증거만으로 송종현을 단죄하기엔 충분해.”송하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그녀라고 왜 이 도리를 모를까?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증언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사건의 실체를 두 눈에 새기기 위해서였다.자신을 나락으로 밀어
30분 후, 송태리는 송씨 가문 별장에 도착했다.그녀는 복잡한 심경으로 문을 열었다.따뜻한 노란 조명 아래 식탁에는 풍성한 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었고 향긋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발걸음이 저절로 멈칫했고 눈시울이 살짝 뜨거워졌다.엄마가 감옥에 가고 아빠가 레나라는 여자와 놀아난 이후로 이렇게 제대로 된 집밥을 먹어본 지가 얼마 만인가.“태리 왔니? 어서 와, 밥 먹자!”송종현이 앞치마를 두른 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요리를 들고 부엌에서 나왔다. 그의 얼굴에는 간만에 미소가 가득 찼다.“네.”송태리가 나지막이 대답하며 식탁으로 다가갔다.“음, 냄새 좋다.”바로 그때, 부엌문이 다시 열리고 레나가 요염한 자태를 뽐내며 국그릇을 들고 나왔다.송태리는 사색이 된 채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아이고, 레나야.”이를 본 송종현이 재빨리 접시를 내려놓고 레나에게 달려가 그녀의 손에서 국그릇을 조심스럽게 건네받았다. 그러고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여 레나를 애지중지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가만히 앉아 있으랬잖아! 데면 어쩌려고 그래?”레나가 교태를 부리며 눈을 흘겼다.“괜찮네요. 뭐가 그렇게 귀하다고.”처음 보는 아빠의 낯선 모습에 송태리는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아빠! 이년이 왜 아직도 여기 있어요?”“뭐? 이년이라니.”송종현의 안색이 확 일그러졌다.“레나 내 사람이야! 앞으로 이 집의 안주인이니 너도 예의 차려!”“예의요? 남의 가정을 깨부순 상간녀가 우리 엄마 감옥에 가 있는 동안 뻔뻔스럽게 안방을 차지하고 앉았는데 대체 무슨 예의를 차려요? 이딴 파렴치한 년 앞에서!”송태리는 쌓였던 분노가 완전히 폭발하여 모진 말을 함부로 내뱉었다.“닥쳐!”화가 난 송종현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네 엄마는 자업자득이야! 감옥 가는 게 마땅하지. 레나는 네 엄마보다 백 배는 나아. 다정하고 배려도 깊은데 대체 네 엄마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레나랑 비교해?”부녀의 싸움이 점점 격렬해지자 레나가 때를 놓치지 않고 눈시울을 붉혔다.그녀는
그렇다면 이 배후에 과연 어떤 사정이 숨어 있는 것일까?설마 서유준과 갈등을 빚은 걸까?아니면 또 다른 계획이 생긴 걸까?심성빈은 생각에 잠긴 듯 의자에 기대앉아 낮은 목소리로 지시했다.“하나 회사의 주주 구조, 등록 자본금이랑 주력 사업까지 싹 다 조사해봐. 소식 들어오는 대로 바로 보고해. 절대 하나 눈치채지 못하게 해.”“네, 대표님.”모든 일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그날 밤, 송하나는 홀로 책상 앞에 앉아 레나가 보낸 파일을 응시하며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폴더 안에는 레나와 송종현의 은밀한 사진과 영상이 가득했다.어떤 것은 송씨 가문 별장의 침실에서, 어떤 것은 호텔 스위트룸에서 찍힌 것이었다.화면 속 장면들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었고 불쾌한 소리마저도 조용한 방 안에서 유난히 귀를 찔렀다.송하나는 마우스로 빠르게 스크롤하며 세세하게 보지 않았다. 단지 모든 영상에 송종현의 얼굴이 선명하게 찍혔고 그가 레나와 결혼하겠다고 맹세했던 말들이 짤막하게라도 녹음되어 있는지만 확인했다.이 자료들은 김지영의 심리적 방어선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다만 마지막 단계가 남았을 뿐이다.송하나는 마치 불결한 것을 차단하려는 듯 폴더 창을 닫았다.이어서 레나에게 별도로 천만 원을 더 송금했다. 이것은 일종의 정신적 위자료였다.비록 레나가 이 바닥에서 일하는 사람이란 것을 알지만 송종현 같은 늙어빠진 남자를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에 송하나의 마음속에 복잡한 연민이 스쳤다.그야말로 힘들게 벌어들인 돈이었다.송금을 마친 그녀는 레나에게 문자를 보내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다음 단계 시작해요.]그녀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속도를 내서 송종현을 감방에 처넣어야 한다. 그곳은 그가 마땅히 가야 할 곳이니까.며칠 뒤, 송태리는 퇴근길에 송종현의 전화를 받았다.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받았다.“태리야, 저녁에 집으로 한 번 와라. 아빠가 엄청난 희소식 하나 알려줄게!”송종현의 목소리에 간만에 흥분이 묻어났다.송태리는 살짝 놀라
의사는 남아있는 수액 주머니를 조심스럽게 들어 냄새를 맡더니 순간 안색이 돌변했다.“이 약 이상해요! 당장 봉인해서 검사 의뢰해요.”마침 지나가던 이강우가 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대화를 엿듣더니 눈빛이 서늘해지고 온몸에 섬뜩한 기운을 내뿜었다.그러니까 이 약은 원래 송하나 거라...누굴까? 누가 감히 그의 눈앞에서 송하나를 해치려 든 걸까?송하나가 몰래 도망가지 않았더라면 지금 병상에 누워 고통스럽게 경련하며 사경을 헤매고 있을 사람은 바로 그녀였을 것이다!뒤늦은 공포와 끓어오르는 분노가 뒤섞여 그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이때 비서가 정성껏 준비한 아침 식사를 들고 황급히 달려왔다.“대표님, 아침 식사 준비됐습니다. 바로 올려드릴까요?”“아니. 이제 필요 없어.”이강우는 한없이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믿을 만한 사람 시켜서 약에 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철저히 조사해.”단순한 의료 사고인지 아니면 누군가 고의로 송하나의 목숨을 노린 것인지 기필코 알아내야만 했다.분부를 마친 이강우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병원을 나섰다.비서는 즉시 알겠다고 대답한 뒤, 간호사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서야 송하나가 몰래 병원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어쩐지 대표님의 안색이 안 좋더라니, 송하나 씨 안전이 걱정된 거였네.’이강우가 몇 번이고 전화를 걸어봤지만, 예외 없이 거절당했다.그는 차를 몰아 송하나의 별장으로 곧장 향했다.잠시 후, 그녀가 검은색 토트백을 들고 집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방금 샤워를 마친 듯 집게 핀으로 대충 머리를 묶고 매끈한 목덜미를 드러내고 있었다.옷도 어느새 아이보리 니트와 검은색 바지로 갈아입어 여전히 마른 몸매에 깔끔한 분위기를 자아냈다.립스틱을 발라서인지 병원에 있을 때보다 혈색이 훨씬 좋아 보였다.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건지 걸음을 재촉하느라 멀리 주차된 익숙한 검은색 승용차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이강우도 그런 그녀를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차를 몰아 뒤를 따랐다.택시는 사업자등록센터 입구에 멈
이강우는 눈치껏 더는 그녀를 방해하지 않고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서 밀린 업무를 처리했다.약효가 작용한 덕분에 송하나는 금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새벽녘.간호사들이 교대하는 틈을 타 송태리가 약제실로 휙 들어갔다.그녀는 고무장갑을 끼고 능숙하게 수액 주머니를 바꿔치기하고는 입가에 차갑고 음침한 미소가 걸렸다.“하나야, 네가 날 힘들게 했으니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이 뭔지 톡톡히 보여줄게. 몸에 온통 발진이 돋고 호흡곤란이 와서 얼굴이 돼지처럼 부어올라도 강우 씨가 널 예뻐해 줄까? 크큭!”새벽 다섯 시. 송하나가 잠에서 깼다.창밖은 희뿌옇게 동이 트고 있었고 병실은 매우 조용했다.이강우는 소파에 밤새 앉아 있다가 이마를 짚은 채 잠들어버렸다.그녀는 가볍게 몸을 일으켰다.열은 내렸고 몸도 한결 가벼워졌으니 이 남자가 떠날 생각이 없다면 자신이 먼저 나가버리면 그만이다.송하나는 휴대폰과 겉옷을 챙겨 소리 없이 병원을 빠져나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강우가 잠에서 깼다.눈을 뜨자마자 텅 빈 침대를 보더니 심장이 움찔거렸다.이제 막 그녀를 찾아 나서려 했는데 간호사가 수액을 놓으려고 병실 문을 열었다.문을 연 간호사는 이강우와 정면으로 마주쳤다.“대표님...”“하나 못 봤어요?”이강우가 차갑게 물었다.간호사는 그때야 침상에 송하나가 없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강우의 날카로운 시선에 덜컥 겁을 먹었다.그녀는 벌벌 떨면서 겨우 말했다.“못... 못 봤는데요. 화장실 간 거 아닐까요?”어제도 고집스럽게 병실 화장실을 놔두고 밖의 화장실에 다녀왔으니 오늘도 그 가능성을 열어두었다.결국, 이강우는 다시 소파에 앉아 침착하게 기다리며 비서에게 전화해 아침을 준비하라고 했다.간호사들은 송하나가 없으니 먼저 다른 병실로 갔다.하지만 20분이 지나도 그녀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이강우는 슬슬 초조해져서 간호사더러 화장실을 한번 확인해 보라고 했다.하지만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그는 침상으로 다가가 침대 협탁 위의 휴대폰이 사라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