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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잊혀진 신전의 주인

ผู้เขียน: 내사랑나무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5-15 17:22:41

[수도 외곽 지하, 잊혀진 신전]

​

“……가져오지 못했다?”

​

거대한 여신상 아래 핏빛 휘장 너머에서 흘러나온 고요한 목소리는 그 자체로 지독한 공포였다.

바닥에 이마를 처박고 있던 소년은 사시나무 떨듯 떨며 변명 한마디조차 내뱉지 못했다.

​

“죄, 죄송합니다… 상점가에서 누군가와 강하게 부딪혔는데, 아무래도 그때 흘린 모양입니다. 당장 돌아가서 찾아오겠습니다!”

​

스윽—.

​

붉은 휘장이 걷히며, 짙은 어둠 속에서 감히 봐서는 안 될 ‘그분’이 친히 모습을 드러냈다.

핏기 없이 창백한 피부와 메마른 잿빛 머리카락 그리고 어둠 속에서 형형하게 번뜩이는 뱀처럼 세로로 찢어진 기형적인 은빛 동공을 가진…

​

“…….”

​

그가 숨을 들이쉴 때마다 신전 전체가 기괴한 소름을 토해내는 듯했다.

인간의 것이라곤 믿을 수 없는 묘한 이단적인 외모를 가진 그는 바로 지하 신전의 진정한 주인인 ‘자하크’였다.

소년에게 가까이 다가간 자하크는 엎드린 소년의 머리 위에 그의 크고 차가운 손을 얹었다.

​

“아… 앗! 끄아아악!”

​

신전의 정적을 찢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자하크의 은빛 눈동자가 번뜩이는 순간, 소년의 기억은 산산조각 나며 자하크의 뇌리로 생생하게 흘러 들어갔다.

마법사들조차 금기로 여기는 끔찍한 금술, 바로 ‘기억 추출’이었다.

​

자하크의 머릿속에 소년이 겪은 찰나의 순간들이 휘르륵 스쳐 지나갔다.

활기찬 상점가의 소음과 중심을 잃은 자신을 붙잡아주던 부드러운 손길, 그리고 후드 틈새로 얼핏 보였던 상대의 얼굴까지.

​

찬란하게 빛나는 백금발을 가진 그녀는 시린 청색 눈동자로 해사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기억 속 그녀는 이 음습한 지하 신전과는 지독히도 어울리지 않는 눈부신 존재였다.

​

자하크의 입가에 잔인하고도 흥미로운 미소가 번졌다.

그의 손길이 닿아 기억이 뒤엉키다 이내 산산조각 부서져버린 소년은 짧은 시간 내에 영혼뿐만 아니라 육체까지 완전히 망가진 채 숨을 거두었다.

​

영혼이 빠져나간 빈 껍데기가 바닥을 뒹굴었으나, 자하크는 단 한 톨의 동요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시선은 소년의 시신이 아닌 조금 전 머릿속을 스쳐 간 백금발 여인의 잔상에 고정되어 있을 뿐이었다.

​

“……어째서 저 여자에게서 루세티아 여신의 기운이 느껴지는 거지? 여신의 아이들은 분명 영원히 사라졌을 터인데.”

​

자하크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려 신전 중앙을 수호하듯 서 있는 거대한 여신상을 향해 느릿하게 걸음을 옮겼다.

세월의 풍파에 깎여나간 제단 위 투박한 질그릇 속에는 죽은 자들의 비명처럼 느껴지는 잿빛과 저 아래 지하 심연을 닮은 검은빛과 그 사이에서 이질적으로 찬란한 은빛을 내뿜는 보석들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다.

​

그는 소름 끼치게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가장 영롱한 은빛 보석 하나를 집어 올렸다.

방금 소년에게서 강제로 뜯어낸 기억의 파편을 주입하자, 보석은 순식간에 생기를 잃고 탁한 잿빛으로 변색되었다.

​

그는 변색된 보석을 그릇 안으로 툭 던져 넣고는 무심한 눈으로 여신상을 올려다보며 낮게 읊조렸다.

​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루세티아. 이번만큼은 나의 승리로 끝나겠군.”

​

그의 목소리에 서늘하고도 끈적한 집착이 서렸다.

​

“나에게서 한 번은 도망칠 수 있어도 두 번은 어림없지. 기대해. 널 다시 내 발치에 주저앉히는 그날을.

​

널 기쁘게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네 아름다운 목소리로 할 수 있는 모든 비명을 지를 때까지, 네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을 하나씩 갈기갈기 찢어발겨 난도질해 줄까?

​

아니면, 네가 그토록 애처롭게 수호하던 이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광경을 그 고결한 눈동자에 영원히 박제해 줄까?

​

그것도 아니라면…… 네 영혼을 산산조각 내어 이 차가운 보석 속에 가두고 영원히 나만을 바라보게 만들어 줄까. 네가 그토록 증오하는 나의 안광이 네 세상의 전부가 되도록 말이야.”

​

자하크는 만족스러운 듯 흉측하게 낄낄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거대한 신전의 천장을 타고 흘러내려 어둠 속에 깊게 가라앉았다.

그는 여신상으로부터 느릿하게 몸을 비틀며 짧고 날카로운 휘파람을 불었다.

​

그 순간, 죽은 듯 고요하던 그림자들이 일제히 일렁이며 그의 발치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칠흑보다 깊은 어둠을 두른 사냥개들이 주인의 다음 명령을 기다리며 숨을 죽였다.

​

자하크의 은빛 동공이 루체른 공작저가 있는 북쪽 하늘을 향해 번뜩였다.

​

“가라. 루체른의 꽃을 꺾어 내 발치에 바쳐라. 루세티아의 기운이 느껴지는 그 아이의 비명이 이 신전을 가득 채울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기꺼울 것 같군.”

​

그 시각, 침대 위 엘리노아의 손에 쥔 은 원통이 주인의 운명을 예견하듯 기분 나쁜 진동을 내뿜었다.

화려하고 게으른 일상이 산산조각 부서져 내리며, 서늘한 파열음의 전주곡이 이 밤을 가늘게 찢어내고 있었다.

​

각기 다른 야욕과 오해가 뒤엉킨 채 루체른의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갔다.

누군가에게는 사냥의 시작이었고,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꿈꿔온 안식의 종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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