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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황궁 벽에 걸린 거미줄

Penulis: 내사랑나무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5-21 18:20:07

​

​

벽면의 기하학적인 거미줄 문양과 그 마디마다 박힌 흑색 점들이 내 시야 안에서 기분 나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

'이건 단순히 누군가를 향한 저주 따위가 아니야. 황궁 전체를 집어삼키려는 거대한 거미집이지.'

​

나는 무의식적으로 다시 한번 벽면에 손을 뻗었다. 내 안의 권능이 이 기묘한 어둠을 태워버리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

손끝에 서린 투명한 빛의 입자가 검은 마력과 부딪혀 날카로운 파열음을 내기 직전이었다.

​

"어머, 루체른 영애께서는 황궁 벽지가 신기하셨나 보군요? 영지에서만 지내시느라 이런 화려한 장식은 처음 보시는 모양이죠?"

​

날카롭고 고압적인 목소리가 응접실의 정적을 찢었다. 소스라치게 놀라 손을 거두며 뒤를 돌아보자, 눈이 아플 정도로 화려한 드레스를 차려입은 빨간 머리카락의 아가씨와 그 옆에 엄격한 표정의 시녀장이 함께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

"... 누구?"

​

기운을 탐색하느라 정신이 팔려 불청객이 들이닥치는 것조차 몰랐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

“허! 저는 벨루아 공작가의 적녀, 이자벨라 벨루아예요. 같은 공작가 사정도 제대로 모를 만큼 사교계에 문외한이었나요?”

​

내 물음이 자존심을 건드렸는지,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이자벨라는 부채를 신경질적으로 탁-! 접으며 말을 이었다.

​

“어린애도 아니고, 영애는 수치를 모르나요? 이곳이 황궁인 줄도 모르고 혼자 있다고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다니…… 쯧. 아무래도 루체른에서는 궁중 예법조차 가르치지 않은 모양이군요?"

‘예법 선생들이 들으면 기함할 일이겠군.’

​

내게 큰 타격을 줬다고 생각했는지, 그녀는 비릿하게 웃으며 부채로 입가를 가렸다. 이런 말 따위, 솜털로 두들겨 맞는 것보다 간지러웠으나 이자벨라가 알 길은 없었다.

​

하지만 그녀가 한 발짝 내게 다가오는 순간 나는 보았다. 그녀의 그림자 끝에서 조금 전 엘릭에게서 봤던 그 기분 나쁜 검은 실이 일렁이며 벽면의 거미줄과 서서히 공명하기 시작하는 것을 말이다.

​

"실례했군요. 무늬가 특이해서 잠시 넋을 잃었습니다."

​

내가 차분하게 대꾸하자, 이자벨라는 내 여유로운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한 발짝 더 다가와 내 어깨를 툭 밀쳤다.

​

"특이해서? 흥, 시골집에만 계셔서 이런 장식이 익숙지 않으신가 보죠? 아니… 그런데 영애. 갑자기 안색이 왜 이렇게 창백해진 거죠? 혹시 폐하를 뵙는 게 무서워서 그러시는 건가요?"

​

그녀의 손이 내 어깨에 닿는 순간, 내 안의 기운이 비명을 지르듯 요동쳤다. 동시에 벽면의 거미줄 문양이 그녀의 적의에 반응하듯 일제히 진동하며 검은 안개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거대한 거미 다리 같은 검은 마력이 이자벨라의 머리 위로 덮쳐오고 있었다.

​

'안 돼, 이대로 두면 이 여자가 당할지도!'

​

나는 본능적으로 이자벨라의 팔목을 낚아채며 그녀를 내 쪽으로 세차게 끌어당겼다.

​

"꺅!! 뭐, 뭐 하는 짓이야! 이 무례한—!"

​

이자벨라가 경악하며 비명을 질렀지만 내 눈엔 오직 그녀를 덮치려는 거대한 어둠의 형상뿐이었다. 나는 지체 없이 한 손으로 그녀를 붙잡고, 다른 한 손끝에 빛을 집중시켜 그녀의 등 뒤를 향해 튕겨냈다.

​

치익—!

​

엘릭 경에게 했던 것처럼 아무도 모르게 빛을 조심히 튕겨내자, 다행히 형체가 커지기 전이라 빠르게 제거할 수 있었다. 다만, 제삼자의 눈에는 이 상황이 어떻게 보일지 갑자기 까마득해졌다.

​

이자벨라는 내 손에 끌려와 바닥에 주저앉았고, 시녀장은 경악하며 입을 가리고 있었다.

​

바로 그때였다.

​

"응접실이 꽤나 시끄럽군."

​

낮게 깔린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위압감을 실은 목소리가 입구에서 울려 퍼졌다.

​

차갑게 식은 공기를 가르며 나타난 것은 바로 제국의 주인 카엘루스였다. 그는 문가에 비스듬히 기대어 선 채, 내가 이자벨라의 팔목을 낚아챈 후 벽을 향해 뻗었던 기운에 대해 황급히 갈무리하는 모습을 무심한 눈으로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

"폐, 폐하! 죽여주옵소서!"

​

조금 전까지 기세등등하던 이자벨라와 시녀장이 사색이 되어 즉시 바닥에 엎드렸다. 나는 이자벨라의 팔을 조심스럽게 놓아주며 거친 숨을 골랐다.

​

방금 전까지 정의의 사도 노릇을 하느라 남들 모르게 빛을 쏟아붓는데 온 신경을 썼는데, 하필 그 현장에 황제가 떡하니 나타나다니! 정말이지 신께서 작정하고 내 인생에 장난을 치시는 게 분명했다.

​

천천히 들어 올린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카엘루스의 손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심장은 박동을 멈췄다.

​

‘저, 저게 왜 저기에…….’

​

가늘고 긴 손가락 사이에서 위태롭게 굴려지고 있는 것. 그것은 며칠 전 내가 도망치며 떨어뜨렸던 부서진 아티팩트의 조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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