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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오빠의 생명줄을 주웠습니다.

Penulis: 내사랑나무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5-15 17:22:36

​

​

‘어떡하지? 지금이라도 창문으로 뛰어내릴까?’

​

머릿속에서 빨간 비상벨이 미친 듯이 울려 댔다.

주머니 속 은색 원통이 족쇄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나는 황궁 도서관에서 몰래 탐독했던 수많은 로판 속 생존 법칙 하나를 필사적으로 끄집어냈다.

​

[법칙 1. 최선의 방어는 압도적인 뻔뻔함이다!]

​

쾅—!

​

“오라버니이!!!”

​

집무실 문이 부서져라 열리고 씩씩대며 내가 튀어나오자, 방 안의 공기가 일순간 얼어붙었다.

조금 전까지 부하를 압박하며 반란군 수괴의 포스를 풍기던 둘째 오빠 카시안은 내 화려한 등장에 눈알이 튀어나올 듯 놀라며 들고 있던 깃펜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

“헉! 마, 막내야?! 네가 왜 여기…!”

​

카시안은 사색이 되어 무릎을 꿇고 있던 길드원을 발로 뻥! 차서 책상 밑으로 밀어 넣으려다 실패했다.

​

“윽!”

​

나는 덜덜 떨리는 다리에 힘을 팍 주고는 특유의 철부지 말괄량이 톤으로 소리를 질렀다.

​

“아니, 멀쩡한 사람을 왜 발로 차고 난리야! 지금 통로 끝까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서 내 고막을 테러한 건 카시안 오빠거든?! 누가 들으면 아주 나라라도 팔아먹은 줄 알겠어.”

​

나는 책상 밑으로 반쯤 처박힌 길드원을 한심하다는 듯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카시안을 향해 눈을 가늘게 뜨며 쐐기를 박았다.

​

“그래봤자 고작 정보 길드 주제에 뭐 그렇게 대단한 일 이길래 이 난리법석인 건데? 설마… 진짜 나라라도 팔아먹었어?”

“야, 너 말이 씨가 된다고, 무슨 그런 무시무시한 소리를 하고 그래! 나라를 팔아먹다니, 나를 뭘로 보고!”

​

카시안이 제 발 저린 도둑처럼 펄쩍 뛰며 누가 들을까 내 입을 틀어막으려 했다.

그의 눈동자가 불안한 듯 이리저리 굴러지는 것을 보니 확신이 생겼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더니… 이 사람이 진짜…?

​

“이건 뭐랄까 단순히(?) 나라를 팔아먹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문제라고… 아니, 내 일생일대 가장 중요한 ‘생명줄’이 걸린 문제란 말이야!”

‘생명줄? 역시… 반역에 성공해야 살 수 있는 생명이다, 뭐 이런 말인가?’

​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책상 위를 훑었다.

오빠랑 대화를 하면 할수록 저렇게 간절히 찾고 있던 물건이 바로 내 주머니 속 은 원통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

“그래서, 그 ‘생명줄’이라는 게 도대체 뭔데? 물건 같은 거야? 무언가… 나중에 크게 한바탕 하려고 숨겨둔… 뭐 그런 비밀스러운 거야?”

“막내가 생각보다 눈치가 빠른데? 그래 맞아. 내가 수년 동안 피땀 흘려(사실 몰래 길드 공금을 횡령해) 모아 온 나의 비밀 리스트와 자금 내역이 담긴 유일한 기록물! 바로 그 기록물이 담긴 물건이라고!”

​

카시안이 울먹이며 가슴을 쳤다.

내 머릿속은 이미 공포 영화 한 편을 찍고 있었다.

​

비밀 리스트 = 포섭한 반란군 명단

​자금 내역 = 군자금 장부

​

뭐 이런 것이지 않은가? 이건 빼도 박도 못할 증거였다.

​

“오빠… 미쳤어? 그게 큰오빠 귀에 들어가면 어쩌려고 그래? 칼라일 오빠는 둘째 오빠가 이렇게 엄청난 일을 꾸미고 있는 사실을 알기는 하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이 난리를 치는 거 아니야! 형님이 아는 순간, 나는 루체른의 호적에서 파이는 건 물론이고, 북부 얼음 성벽에 산 채로 박제될걸? 형님은 내가 그런 사적인 욕망에 눈이 멀어 뒤로 딴짓하는 꼴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할 테니까!”

​

카시안의 머릿속에는 이미 최고급 샴페인으로 샤워를 즐기며 끊임없이 쏟아지는 형형색색의 보석에 파묻힌 채, 유흥의 정점을 찍는 자신의 찬란하고도 아름다운 미래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엘리노아의 눈에는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피로 물든 황좌 위 오만하게 황제관을 비스듬히 쓴 채 제국을 통째로 집어삼킬 야욕을 불태우는 반역자 카시안이 보였던 것이다.

​

“욕망이라니… 둘째 오빠가 이렇게 엄청난 야심가였을 줄이야. 루체른 공작가 차남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거야?”

“그치? 너만은 내 마음을 알아주는구나! 그래,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기만의 ‘비밀의 화원’ 정도는 가꾸고 싶은 법이잖아. 남들 몰래 맛있는 것도 좀 사 먹고, 번쩍이는 것도 좀 사고! 그게 인생의 낙이지!”

‘비밀의 화원? 그게 반란군 본거지 이름인가? 번쩍이는 건… 설마 황금 왕관?!’

​

등줄기에 소름이 쫙 끼쳤다. 우리 오빠는 생각보다 훨씬 더 미친놈이었다.

​

“아무튼, 그 물건은 절대 드러나서는 안 돼. 특히 황실 근위대 놈들 손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우린 그날로 끝장이야. 알겠지?”

​

카시안이 내 어깨를 꽉 쥐며 당부했다. 나는 소매 속에 숨긴 차가운 은 원통의 감촉을 느끼며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알았어, 오빠. 절대 누구에게도 안 들키고, 오빠 목이 날아가기 전에 내가 어떻게든 처리해 줄게!’

​

비자금을 지키려는 오빠와, 가문의 멸문을 막으려는 여동생은 서로를 향한 눈빛에 결의가 가득 찾다.

완벽한 오해가 빚어낸 눈물겨운 남매의 공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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