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다음 날 아침,
밤새 한숨도 못 잔 나는 퀭한 눈으로 식당에 들어섰다.
식탁의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상석에는 신문을 든 채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큰오빠 칼라일이 앉아 있었고,
맞은편에는 애꿎은 샐러드만 포크로 푹푹 찌르며 나를 살피는 작은오빠 카시안이 있었다.
어젯밤 내 방 발코니 쪽에서 결계가 터지는 요란한 소리가 났으니,
카시안 역시 뜬눈으로 밤을 새운 게 분명했다.
평소의 능글맞은 장난기는 싹 지워진 채,
그의 눈동자에는 '도대체 막내 방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어디 다치진 않았나?' 하는 순수한 오라비로서의 걱정이 뚝뚝 묻어나고 있었다.
‘하아… 핏줄이 좋긴 좋네. 나쁜 놈이긴 해도 저렇게 날 걱정해 주고.’
마음 한구석이 가시로 찔린 듯 쿡쿡 아려왔다.
오빠가 저토록 애타게 나를 걱정해주고 있는데 그 물건이 바로 내 침대 매트리스 밑에 있다는 걸 알면 오빠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만약 정말로 저 물건이 반역의 결정적 증거라면,
나는 오빠의 손에 죽게 될까?
아니면 오빠를 내 손으로 고발해야 할까?
하지만 카시안의 속내는 내가 짐작하는 ‘반역’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타들어 가고 있었다.
‘제길, 내가 비자금을 끌어모아 금기된 아티팩트를 제작하고 있다는 걸 황실에서 알아차린 건가?’
카시안은 떨리는 손을 식탁 밑으로 숨기며 입술을 거칠게 깨물었다.
14년 전,
제국 최강의 검사였던 아버지와 여신 루세티아의 가호를 받았던 강인한 어머니가
고작 ‘마차 사고’ 따위로 허망하게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그는 단 한순간도 믿은 적이 없었다.
당시 일곱 살이었던 카시안은 기억하고 있었다.
사고 직후 우리 남매를 감싸 안았던 그 기묘하고도 서늘한 안개를.
그날 이후 우리 셋의 기억은 약속이라도 한 듯 그날의 진실만을 교묘하게 비워둔 채 조작되어 있었다.
카시안이 위험을 무릅쓰고 거액의 비자금을 암시장에 쏟아부으며 ‘기억 복원 아티팩트’를 제작하려 한 것은,
오직 14년 전 그날 잃어버린 잔혹한 진실을 되찾기 위함이었다.
이제 거의 다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혹여 자신의 이 위험한 추적이 소중한 막내 동생의 목숨을 위협한 것은 아닌지,
그는 밀려드는 자책감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하지만 내 눈에 비친 오빠의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은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되었다.
‘카시안, 설마… 내가 그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이미 눈치채고 저러는 건가? 그래서 저렇게 무서운 기운을 내뿜으며 나를 압박하는 거야?’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엘리.”
낮게 가라앉은 카시안의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그가 포크를 내려놓고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어젯밤에…… 많이 놀랐지. 미안하다. 오빠가 좀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카시안의 목소리에는 짙은 미안함과 떨림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내 귀에는 그 사과조차 중의적인 칼날로 들렸다.
‘내 암살자가 널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는 뜻일까, 아니면 ‘내 계획에 차질을 빚게 한 네가 사실은 미안해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인 걸까.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간신히 대답했다.
“아니야, 오빠. 큰오빠 결계 덕분에 아무 일도 없었어. 난 정말 괜찮아.”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어 보였지만,
내 손은 머쉬룸 수프가 담긴 볼을 쥔 채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카시안은 내 손끝의 떨림을 보며 주먹을 꽉 쥐더니,
이내 결연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걱정 마라. 다시는 그런 버러지들이 네 근처에 얼씬도 못 하게 할 테니까. 내가… 전부 정리할 거야. 그날의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해 주겠어.”
그 말은 카시안에게는 ‘부모님의 원수를 갚고 진실을 밝히겠다’는 맹세였겠지만,
내 귀에는 ‘황제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반역을 성공시키겠다’는 서슬 퍼런 선언으로 들렸다.
우리는 서로를 끔찍이 아끼는 눈빛을 교환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각자 전혀 다른 장르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카시안은 처절한 ‘복수극’을,
나는 가문의 멸망을 막으려는 ‘첩보물’을.
죄책감과 공포에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식어가는 수프만 휘젓던 찰나,
칼라일 오빠의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식당의 공기를 갈랐다.
“카시안, 그만해라. 네 살기 때문에 막내가 밥을 못 먹지 않느냐.”
그제야 칼라일 오빠가 읽고 있던 신문을 접으며 우리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제국 최강의 검사이자 루체른의 가주다운 압도적인 위압감이 순식간에 식탁을 휘감았다.
“그리고 엘리노아. 당분간 외출은 삼가도록 하자. 어젯밤 일은 내가 폐하와 직접 전했다. 조만간 함께 공조하여 뿌리를 뽑을 거다.”
‘공조’라는 단어에 나는 하마터면 들고 있던 숟가락을 떨어뜨릴 뻔했다.큰오빠, 그거야 말로 나를 사지로 밀어 넣는 길이라고!
나는 다급하게 오빠를 불렀다.
*“엄마.”둘만의 낭만은 정확히 삼 분 뒤 끝났다.나는 고개를 돌리자 테라스 문에는 작은 실루엣 하나가 생겼다.바로 루시아였다.한 손에는 카루 인형을 들고 다른 손에는 이불 끝을 들고 있었다.“왜 안 자?”“잠 안 와.”“유모는?”“잔다.”“네가 먼저 재웠어?”“응.”도대체 누가 누구를 재우는 건지. 루시아가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엄마랑 잘래.”“그래.”내가 말하는 순간 카엘루스가 말했다.“안 돼.”루시아가 아빠를 봤다.“왜.”“네 침실이 있잖아.”“싫어.”“루시아.”“엄마랑 잘 거야.”“
황궁에 도착했을 때 나는 계단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엄마아!”루시아가 내게 달려왔다. 나는 아이를 번쩍 안으며 물었다.“잘 놀았어?”“응!”“뭐 했어?”“고양이 샀고! 사탕 먹었고! 공연 봤고!”루시아가 엄청 신나게 말했다.“그리고?”루시아가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아빠가 길에서 나 잃어버렸어!”나는 천천히 카엘루스를 바라보자 그가 눈을 감았다.“……그건.”“카엘루스.”“잠깐이었다.”“애를 잃어버렸어요?”“루시아가 먼저 손을 놓은 거다.”“아빠 나한테 소리도 질렀어.”그러자 빠르게 카엘루스가 말을 막았다.“사과했다.”루시아가
그 뒤로 부녀는 사탕도 먹고 거리 공연도 봤다. 길 가다 만난 작은 분수에서 동전도 던지고 기도해보았다. 그리고 루시아는 끊임없이 말했다.“아빠.”“왜.”“저 사람은 왜 저래?”“아빠.”“왜.”“하늘은 왜 파래?”“아빠.”“왜.”“엄마는 왜 아빠랑 결혼했어?”카엘루스가 멈췄다. 이 질문은 뭔가 대답해 줘야만 할 것 같았다.“왜 궁금하지.”“그냥.”“…….”“엄마가 아빠 미쳤다고 맨날 말하잖아.”“…….”집에 가서 이야기할 사람이 하나 더 늘었다.“그래도 좋아하니까 결혼한 거겠지.”루시아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아빠 좋아.”카엘루스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그래.”“엄마가 더
다음 날 아침.황실 교육 일정이 전부 뒤집혔다.“뭐라고요?”황실 교육원장이 놀란 얼굴로 카엘루스를 바라봤다.“황녀 전하의 일정을 절반으로 줄여라.”“하, 하지만 폐하.”“오전 두 시간.”“그 정도로는 정규 황족 교육 과정을 소화하기 어렵습니다.”“그럼 정규 과정을 바꿔.”“예?”“네 살짜리가 소화하지 못하는 교육이라면.”카엘루스는 태연했다.“교육이 잘못된 거겠지.”교육원장의 입이 닫혔다. 나는 옆에서 차를 마시며 웃음을 참았다. 카엘루스의 시선이 날 향했다.“왜 웃지.”“아무것도.”“어제는 나보고 틀렸다더니.”“그래서 고쳤잖아요.”“…….”“잘했어요.”카엘루스가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칭찬받는 기
“공부하기 싫어.”정확히 사흘 뒤 루시아는 다시 사고를 쳤다.이번에는 보물고가 아니라 바로 황녀궁 교육실이었다.나는 교육실 문을 열자마자 당황했다.“……이게 뭐야.”책이 날아다녔다. 정말로 공중에 떠 다니고 있었다.제국사 책과 예법서. 고대어 교본에 종이 수십 장이 허공을 빙글빙글 도는 중이었다. 교육 담당 궁정 마법사는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황후 전하…….”그의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했다.“저는 분명 아무런 마법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알아요.”범인은 따로 있다.바로 루시아. 내 딸이었다.두 손을 허리에 얹고 서 있었다.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바로 뀨. 녀석이 푸른 눈에서 마력이 반짝였다.“…&helli
황궁에는 절대로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 되는 장소가 몇 군데 있다.첫 번째. 제국의 국새와 역대 황실 보물이 보관된 황실 보물고.두 번째. 전쟁과 외교에 관련된 기밀문서가 쌓여 있는 황제의 비밀 집무실.세 번째. 황궁 지하 깊숙한 곳에 봉인된 침묵의 기록관.그리고 오늘 아침. 여기에 새로운 장소 하나가 추가되었다.바로. 제국의 하나뿐인 황녀, 루시아 아르카디온의 침실.이유는 간단했다.“황녀 전하가…….”시녀장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사라지셨습니다.”“…….”나는 찻잔을 든 채 굳었다. 맞은편에서 아침 신문을 읽던 카엘루스의 손도 그대로 멈췄다.아주 짧은 고요였다.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다시 한번 말해볼래?”“화, 황녀 전하께서 침실에 계시지 않습니다.”“언제부터?”&ldqu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카엘루스의 그림자가 나를 덮쳤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그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내 턱을 부드럽게 고정하며 들어 올렸다.“글쎄, 영애라면 이걸 어떻게 하고 싶을까?”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와 입가에 걸린 묘한 미소가 소름 끼치도록 매혹적이었다.‘헉! 위험하다…… 이건 마치 로판 30화쯤 나오는 남주의 전형적인 유혹 포즈잖아?!’머릿속 덕후 본능은 환호성을 질렀지만, 애석하게도 내 몸은 정직했다. 서 있는 황제를 앉은 채로 올려다보느라 목 근육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 것이다.“저…… 폐
바닥에 놓인 조그마한 검은 알이 혹시라도 깨질세라 푹신한 바구니에 옮겨 담은 후, 우리들은 자리를 옮겨 응접실로 이동했다.조금 전까지 불꽃이 튀고 얼음 조각이 날리며 어둠의 파편에서 빛의 기둥까지 세상에 있는 힘없는 힘 모두 뒤엉키는 아수라장 속에서 겨우 살아남은 것 같은데, 응접실에서는 이질적으로 창가를 통해 나른한 햇갈이 쏟아져 내렸다.이 비현실적인 고요를 깬 것은 황제의 낮은 목소리였다.“그래, 그대들은 어디까지 알고 있지?”공작저의 최고급 소파에 몸을 비스듬히 기댄 카엘루스는, 엘리노아의 부서진 아티팩
“내가 인내심이 없다고 말했을 텐데. 기억하지 못하나?”그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영애가 강조했던 그 ‘최상급 기념품’을 친히 받으러 왔지. 말했지 않은가, 내가 인내심이 좀 없다고… 그런데, 기념품치고는 꽤 살벌한 걸 준비했군. 영애의 취향이 이렇게 과격한 줄은 몰랐어. 앞으로 참고하도록 하지.”칼라일 오라버니가 내 앞을 가로막으려 했으나, 카엘루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황권의 마력이 오라버니의 한기를 단숨에 눌러버렸다.“비켜라, 공작. 저건 루체른의 힘으로 감당할 수 있는
쿠궁—!내 처절한 헛소리는 공중에서 마지막 발악을 하듯 팝콘처럼 튀어 오르는 매트리스 가 천장을 전통으로 들이받은 후 중간 부분이 부서졌다.동시에 비명 같은 파열음이 그 사이로 강렬한 은빛 광채와 함께 뿜어져 나오며, 힘을 이기지 못한 유리창들이 덜덜 떨리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저건…!”카시안 오빠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저 물건은 설마! 너 지금 저 침대 속에서 튀어나온 저 물건이 뭔지나 알고 가지고 있었던 거야? 이 꼬맹아? 저게 지금 얼마나 위험한 물건인지 알기나 하냐고!”칼라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