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를 티 안 나게 삭이려니 절로 주먹이 쥐어졌다. 저 흰머리 드문드문 섞인 뒤통수를 시원하게 한방 후려갈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부인과의 관계에 문제가 없다고 하시니 크게 걱정하실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요.”
“애인이랑 할 때 문제가 되니 이렇게 찾아온 게 아닙니까.”
차분한 남자의 목소리에 성아가 욱해서 한 걸음 다가왔지만 살짝 들어 올린 형민의 손에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형민은 빙긋 웃었다.
“제가 뭘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그걸 저한테 물으시면 안 되죠. 의사선생이잖습니까. 거, 비알그라나 쑤알레스 같이 좋은 약 많더만요.”
“아무리 의사라 해도 혼외정사에 도움을 드릴 수는 없어서 말이죠. 배우자분과의 성관계에선 별 이상이 없는 걸로 보아, 환자분은 심인성 발기부전 같아 보입니다. 혼외정사에 대한 죄책감이 원인인 듯 하구요. 무의식적이긴
용규의 손이 멈췄다. 이거 잘못 들은 거 아니지? 그는 품에서 성아를 살짝 떼어내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희미하긴 했지만 그녀의 얼굴 위에 보인 것은 웃음이었다."그렇게 예쁜 사진을 찍는 용규씨가 제일 좋아한다는 그 풍경, 보고 싶다고요."용규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성아는 몇 가지 조건을 걸고 난 후에야 강원도행을 받아들였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일단 가고 나서 생각하는 거지. 두 사람은 다시 차에 올랐다.부쩍 짧아진 해가 산 너머로 자취를 감춘 후에야 도착한 곳은 강원도의 팬션 단지에서 조금 더 들어가 고즈넉한 산 중턱에 자리잡은 펜션이었다. 어슴프레하게 보이는 정원이 제법 넓었고, 불을 밝힌 건물 두 채는 통나무로 지은 2층집이었다.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달라진 공기였다. 맑고 신선할 뿐 아니라 엷게 나무 내음과 풀내음까지 섞여있어 향기롭기까지 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숨을 깊게 들이쉬는 성아를 보며 용규가 웃으며 말을 건네왔다."나쁘지 않죠? 지금은 어두워서 안 보이는데, 저기 뒤쪽에 산책로가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곳이죠. 내일 날 밝으면 같이 가요.""네."이것저것 설명하는 용규를 따라 걸음을 옮기다보니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와 용규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가벼운 욕설이 섞이는 걸 보니 꽤 가까운 사이인 것 같았다. 그는 성아에게도 활짝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네왔다. "어서 오세요, 제수씨. 강충식입니다. 이 자식 눈이 높은 건 진작 알고 있었지만, 정말 미인이십니다.""아, 안녕하세요, 김성아예요. 제수씨는 아니고요, 여기 굉장히 예쁘네요.""핫핫핫, 제수씨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언제든 놀러오세요. 제수씨 같은 미인이면 언제나 환영입니다."호탕하게 웃어젖히는 남자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성아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그 손을 마주잡았다. "제수씨 아니라 김성아예요. 예쁘게 봐 주셔서 감사한데 그 호칭은 다음에 받을게요.""다음에? 아, 아직 아닙니까? 너 이 자식 여태 뭐 한 거야?"조금
그럼 그렇지. 이까짓 거 필요 없어! 확 쳐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바로 옆에서 흥미진진한 얼굴로 지켜보는 여자가 둘이었다. 속 좁게 구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 않은가. 대범하게 하하 웃으며 받아들어야 했다. 하지만 고맙다는 소리는 죽어도 하기 싫었다."뭘 이런 걸 다."마지못해 열쇠고리를 받아든 형민을 향해 용규가 씩 웃었다. "뇌물 받으셨으니 청탁도 하나 받으시죠? 10분 일찍 퇴근시켜 주세요."가뜩이나 배알이 꼴린 상황인데 기름을 들이붓는 용규 덕에 형민은 당장 내 병원에서 나가 소리를 지르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전에 영화 볼 때, 성아를 놓쳐선 안 되는 거였다. 그날 게임을 클리어 했다면 이 기분 나쁜 꼴을 보지 않을 수 있었을 터였다. 뿐이겠는가. 저 뺀질뺀질한 얼굴이 패배감에 물드는 통쾌한 모습도 볼 수 있었을 게다. 지나간 일을 후회해서 무엇하겠냐마는, 치솟아 오르는 아쉬움을 달랠 길이 없었다. 형민은 성아를 돌아보았다. 여상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여자 속을 뒤집어 탈탈 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그는 이를 뿌득 갈았다. "김 선생님 업무 마치시면 그리 하시던가요."성아에게 차트 더미를 떠안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한 심술이 일어 떠안긴 일거리라 좀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면 무려 10분이나 일찍 그녀를 보낼 뻔하지 않았는가. "일 많이 남았어요?" 형규가 접수대 위로 몸을 기대며 성아에게 물었으나, 대답은 민영에게서 나왔다."어우, 많이 남긴요. 끝났어요, 끝났어. 마무리는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데려가요, 용규씨.""그렇다네요, 의사선생님?"용규의 웃는 얼굴이 너무너무 얄미워 한 대 치고 싶었으나, 형민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속좁은 짓은 차트더미로도 넘치게 했으니, 이제 대범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다. "주말 잘 보내시고 월요일에 뵈어요.""데이트 잘 해요, 김 선생!""다음에 또 뵙겠습니다.""선물 잘 먹고 잘 쓸게요. 고마워요, 용규씨."즐
뜨거운물줄기가만들어낸수증기안에나체로선용규는오랜비행시간덕에몸여기저기에덕지덕지들러붙은피곤을씻어내는중이었다.12시간가까운비행시간도,8시간의시차도성아를만나고픈용규의바램을꺾을수는없었다.몸이먼저동한관계이긴했지만만나는횟수가늘어갈수록그녀는그의마음을끌어당겼다.도도한표정으로애태우던모습도,방어벽을허물고밝게웃던모습도자꾸만눈앞에아른거렸다.그런그녀를만나러간다는생각에저도모르게콧노래를흥얼거리고있었다.잔뜩김이서린거울에뜨거운물을뿌려맑게만든후,만족스러운표정으로그앞에섰다.아무리봐도잘났단말야.면도를마친매끈한턱을한번쓸면서씩웃고는수건을집어들고욕실을나섰다.시계를보니10분전4시.준비하고나가서백화점들르면얼추시간이맞겠다&nbs
“어서 오세요, 어디가 불편하신가요?”상큼하게 웃으며 자기를 반겨주는 두 간호사의 모습에 남자는 쭈뼛거리는 걸음으로 접수대 쪽으로 다가왔다.“지난달에 한 번 왔었는데…….”“성함이 어떻게 되시죠?”“양민철입니다.”이름을 밝히는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성아의 핸드폰에서 진동음이 울렸다. 두 여자의 시선이 동시에 남자의 얼굴에서 접수대 아래쪽에 고이 놓인 핸드폰으로 향했다. 부르르 한 번 떨고 난 핸드폰은 이제 램프만 반짝거리고 있었다. 메시지로구나! 성아는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아 고개를 돌려 민영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민영도 알 것 같다는 표정으로 성아를 한 번 쳐다보더니 씩 웃으며 엉덩이로 성아를 슬쩍 밀쳐 컴퓨터 앞에서 밀어냈다.“양민철 씨…… 67년 생 맞으시죠?”“네.”키보드를 두드려 남자의 파일을 찾은 민영이 성아의 옆구리를 마구 찔러대기 시작했다. 내가 할 테니 너는 메시지를 확인하라는 신호였다. 자기보다 더 열성적으로 궁금해하는 그 모습에 성아는 웃으며 핸드폰을 집어들 수밖에 없었다.-한국 도착! 공항이에요.입술을 삐죽인 성아는 바닥에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민영 쪽으로 슬쩍 밀어서 보여주었다.“양민철 씨, 진료실로 들어가시면 됩니다.”슬쩍 눈을 내려 메시지를 확인한 민영이 시치미를 떼고는 환자를 진료실로 안내하며 ‘얼른 답문을 보내’라는 눈빛을 성아에게 보냈다.그 사이 메시지가 하나 더 도착했다.-퇴근 시간에 맞춰서 병원으로 갈게요.성아는 가만히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프랑스로 떠나기 전에 ‘비행기 타러 가요. 잘 다녀올게요. 그동안 내 생각 많이 해요’라는 문자만 보내고는 내내 연락도 없던 용규였다. 갑자기 심술이 났다.정식으로 데이트 한 번 못한 용규를 생각해서 형민의 적극적인 대쉬를 피해왔던 게 살짝 억울해졌달까. 딱히 연락을 기다리지는 않았지만, 프랑스에 가 있는 동안 전화 한 통 없었던 용규가 괘씸했다. 날 좋아한다면서 말이지, 경쟁자가 바로 옆에 있다는 걸 빤히 알면서 이렇게 성의 없이!-많
영화를 보는 둥 마는 둥 하는 사이에 시간이 흘러 어느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확인한 형민이 몸을 일으켰다. 어서 빨리 성아와 단 둘만이 있을 수 있는 곳으로 장소를 옮기고 싶었다. 그런데 성아는 일어설 생각 없이 영화의 결말이 준 여운에 빠져있었다.“성아 씨? 끝났어요.”“네? 아, 죄송해요. 반전이 너무 기가 막혀서……. 유효정, 너무 멋진 것 같아요.”눈을 반짝이며 여주인공에 대한 감탄을 늘어놓는 성아를 보며 형민은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아 깍지를 꼈다.“좋은 영화였어요.. 끝났으니 이제 그만 가요.”성마른 손길로 잡아당겼으나 성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 영화도 끝났는데 또 왜 그러세요. 짜증스러운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일단은 참았다. 애써 목을 가다듬고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래요?”“배고파요.”처량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성아에게 차마 화를 낼 수 없어 형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딱 배고플 시간이었다. 퇴근하는 대로 극장으로 왔고, 상영시간까지 20여 분 대기하는 동안 뭘 먹기 애매해서 커피만 한 잔씩 마셨더랬다. 거기에 팝콘이랑 콜라만. 배고플 만도 하지.“아까 보니 위층에 ‘웁스’ 있던데 괜찮아요?”“네. 저 ‘웁스’ 스테이크 좋아해요.”평소 같았으면 형민은 좀 더 고급스러운 곳으로 가자고 했을 터였지만,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분위기가 아니라 시간이었기에 성아를 데리고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음식 접시를 앞에 두고 형민은 깨작거리고 있었다. 배는 고픈데 먹어지지가 않았다. 머릿속 잔뜩 다른 생각이 가득해서리라. 이에 반해 성아는 너무 잘 먹고 있었다. 샐러드도 벌써 몇 접시째던가. 양 볼이 미어지게 음식을 넣고 우물거리던 성아가 형민을 힐끔 보았다.“음식이 입에 안 맞으세요?”“아, 성아씨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네요.”다른 잡념 없이 식사에만 열중하는 성아가 살짝 얄밉기까지 하던 형민은 성아의 물음에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그래도 시장하실 텐데…….”“괜찮아
반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극장은 제법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벌써 몇 개의 상영관은 매진이었다. 상영 목록을 살펴보던 성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딱히 봐야겠다 마음먹은 영화는 없었으나, 주변에서 그 영화 재미있더라 하던 것들이 모두 매진이었다.“보고 싶은 거 있어요?”“글쎄요. 그다지…….”말끝을 흐리며 목록을 훑던 성아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녹턴이라, 피아노 연주곡이 제목이네요. 성아씨 피아노 칠 줄 아세요?”“아뇨. 듣는 것만 좋아해요. 이제 김 선생 안하실 거예요?”“아, 이름 부르는 게 불편하시면…….”“아니에요. 박 선생님이 김 선생님 안 하시니까 좀 신기한 느낌이라 그래요.”성아의 웃는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형민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신기하다고 한 말이 거슬렸나 싶어 성아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아니면 계속 김 선생이라 불러달라고 했어야 했나?“형민 씨.”“네?”“형민 씨라 불러달라고요, 성아 씨. 형민 오빠가 더 좋겠지만, 그건 성아 씨가 싫어할 것 같으니 형민 씨로 해요.”일전에 민영 부부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용규가 그의 신경을 긁어대던 것이 떠오른 형민이었다. 용규가 보는 앞에서 자신에게 ‘형민 오빠’라 부르는 성아를 그려 보았다. 일그러질 용규의 얼굴이 떠오르니 상상일 뿐이지만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다. 이왕에 바꾸는 호칭, 오빠로 밀고가?“노력해 볼게요, 박 선생님.”생긋 웃어보이고는 매표소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성아를 보며 형민은 입맛을 다셨다. 형민씨도 노력하겠다는데 형민 오빠가 될 리가 없었다.영화는 잔잔하게 흘렀다. 남편의 외도에도 내색 않고 담담하게 지내는 여자의 단조로운 생활을 지켜보며 형민은 가만히 손을 뻗었다. 분명 팔걸이 위에 얌전히 올라가 있는 손을 확인하고 뻗었건만, 잡히는 것은 팔걸이 뿐이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성아는 팝콘을 먹고 있었다. 팝콘 따위 좀 못 먹어도 돼, 형민은 다시 손을 뻗었다.“저, 송충의 좋아해요.”“송충이요?”갑자기 무슨 소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