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슬비가 씻고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아침 식사는 이미 차려져 있었다.이재는 슬비보다 일찍 일어나서, 슬비가 내려왔을 때는 이미 집을 나간 뒤였다.식사를 하던 중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슬비는 무심코 발신자를 확인하고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전화를 받았다.“엄마...”[딸아!]전화 너머로 정여진의 한껏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하 회장이 우리 회사에 엄청 큰 사업을 물어다 줬어! 서문구 부지 있잖아.] [우리 원 회장이 그거 따내려고 2년이나 공들였는데 계속 안 됐거든. 그런데 하 회장이 말 한마디 하니까 바로 해결됐어!”핸드폰을 쥔 슬비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서문구 부지는 원국한이 2년 동안 눈독 들이던 사업이었다. 투자 규모도 컸고 수익성도 높았지만, 경쟁이 치열해서 원씨 집안의 규모와 인맥만으로는 도저히 따내기 어려웠다.슬비는 이재에게 원씨 집안 이야기를 꺼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관여한 거지?’‘설마 엄마가 이재한테 부탁한 거야?’[슬비야? 슬비야? 듣고 있어?]그제야 슬비가 정신을 차렸다. “응.”[하 회장 지금 집에 와 있어. 너도 빨리 와!]‘하이재가 엄마 집에 있다고?’하지만 도우는 오늘 이재는 회사에서 회의가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됐다, 끊을게. 얼른 와!]“엄마...”슬비가 더 말하기도 전에 정여진이 전화를 끊었다.어쩔 수 없이 슬비는 우유를 몇 모금 마시고 급하게 차 키를 챙겨서 나갔다.이재의 집에서 원씨 저택까지는 차로 약 40분 거리였다.호강시의 출근 정체는 이미 한풀 꺾여 길이 크게 막히지 않았다. 슬비는 천천히 운전했지만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이 끊임없이 맴돌았다....원씨 저택에 도착한 슬비는 차를 세우자마자 안으로 향했다.문을 열기도 전에 거실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하 회장님은 역시 젊은데도 대단하십니다. 그렇게 어려운 사업을 말씀 한마디로 해결하시다니, 저희가 정말...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문을 밀던 슬비의 손이 잠깐 멈췄다.슬비
정인의 표정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무릎 위에 올린 손가락을 가볍게 두드렸을 뿐이었다.“증명할 수 있어요?”“사람을 시켜서 다 확인했어요!”가람은 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과 자료를 잔뜩 띄운 뒤 정인에게 내밀었다. “보세요. 북명시에서 받아온 기록들이에요. 부슬비, 북명중학교. 학생기록부에 이름이랑 사진이 똑똑히 남아 있어요.”정인은 휴대전화를 받아 가볍게 훑어봤다.사진 속에는 중학생 시절의 슬비가 있었다. 푸른색과 흰색이 섞인 교복을 입고 머리를 하나로 묶은 채 운동장에 서 있었다. 미소는 맑고 환했다.지금과 이목구비는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훨씬 앳돼 보였다.정인이 다음 화면으로 넘기자 가족관계 자료 사본이 나왔다. ‘부슬비’라는 이름과 부모 항목의 정보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부: 부건철][모: 정여진]정인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졌다.계속 넘기던 손가락이 다음 자료에서 멈췄다.누렇게 바랜 판결문 사본이었다. 글자는 조금 흐렸지만 중요한 몇 줄에는 붉은 펜으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피고인 부건철, 미성년자 성폭행죄로 징역 15년을 선고한다...]정인의 눈이 가늘어졌다.정인은 고개를 들어 가람을 바라봤다.가람은 바로 그 반응을 기다렸다는 듯 입가의 웃음을 억누르지 못했다.“보셨죠? 부슬비가 열 살 때 자기 친아버지를 꼬신 거예요. 그 뻔뻔한 엄마랑 똑같은 인간이죠.” “나중에 친엄마한테 들켜서 신고했고, 부건철은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아직도 교도소에 있어요.”정인은 말없이 판결문만 바라봤다. 눈동자 안쪽에서 여러 감정이 스쳤지만, 이내 아무 흔적도 남지 않았다.“모녀가 북명시에 더는 못 버티니까 호강시로 도망친 거예요.” “친엄마 정여진은 원국한 회장한테 붙어서 원 회장 사모님이 됐고, 부슬비도 이름을 바꾸고 원씨 집안 딸 행세를 시작했죠.”“이제는 진짜 딸 원지민 자리까지 대신해서 재벌가에 시집가려고 하잖아요. 그런 여자가 어떻게 하이재 회장님 옆에 설 자격이 있겠어요?” “부슬비가 하이재 회장님 옆에 있기만
정인은 수소문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가람의 행방을 알아냈다.가람이 머무는 아파트 앞에 차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기울고 있었다.말레이시아의 저녁노을이 하늘을 짙은 주홍빛으로 물들였다. 낡은 아파트의 잿빛 외벽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풍경이었다.가람은 부모에게 이끌려 밤중에 호강시를 빠져나온 뒤 여러 곳을 전전했고, 결국 말레이시아 외곽의 작은 도시에 자리를 잡았다.아파트라고는 했지만 오래된 임대주택에 가까웠다. 복도의 조명은 깜빡거렸고 벽의 페인트는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다. 공기 속에는 눅눅한 곰팡이 냄새까지 배어 있었다.차에서 내린 정인의 미간이 단단히 일그러졌다.“정말 여기 사는 거야?”“네, 아가씨.” 곁에 있던 경호원이 고개를 숙여 답했다.정인은 더 말하지 않고 하이힐 소리를 울리며 안으로 들어갔다.경호원들이 곧바로 뒤따랐다. 한 명은 앞에서 길을 살폈고, 다른 이들은 주변을 경계했다.계단의 센서등도 고장 나 있어서 경호원들은 휴대전화 손전등까지 켜야 했다.치맛자락이 먼지 쌓인 난간에 닿자, 정인은 질색하며 옷자락을 들어 올렸다. 표정은 갈수록 굳어졌다.‘내가 어쩌다 이런 곳까지 직접 찾아오게 된 거지?’하지만 이재의 결혼식은 이달 말이었다. 그 전에 반드시 ‘원지민’의 정체를 밝혀야 했다.정인이 오랫동안 ‘원지민’의 뒷조사를 했지만 이상할 만큼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 신상 자료를 통째로 막아 둔 것처럼 아무 흔적도 없었다.가람이 유일한 실마리인데, 정인은 어렵게 가람과 연락이 닿았다.그래서 직접 이곳까지 온 것이다.마음속으로는 죽어도 오기 싫었지만.4층 복도 끝.경호원이 문을 두드리자, 안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낮은 욕설이 들렸다.“누구세요?”“문 여세요.”문이 살짝 열리며 시트 마스크를 붙인 얼굴 반쪽이 드러났다.마스크 구멍 사이로 눈을 내민 가람은 문밖의 정인을 알아보자 그대로 굳어졌다.“하... 하정인 씨?”정인은 말없이 가람을 내려다봤다. 눈빛에는 싫다는 기색이 숨김없
이재는 잠깐 말을 멈췄다가 목소리를 낮췄다. 은근히 사람을 홀리는 기색이 묻어났다.“내가 그것도 따줄게.”슬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너무 다정한 말이었다.진심이라고 믿어 버릴 만큼.슬비는 눈을 내리깔고 가슴속에서 뒤엉키는 감정을 애써 눌렀다.‘괜한 생각 하지 마.’‘우린 서로 필요한 걸 얻기 위해서 결혼을 약속했을 뿐이야.’‘일 년만 지나면 각자 제 갈 길로 가는 거야.’‘저런 말도 그냥 장난치는 거겠지...’‘진심으로 받아들이면 안 돼.’슬비가 한참 말이 없자 이재가 낮게 물었다. “무슨 생각 해?”슬비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이재는 잠시 슬비를 바라보다 허리를 숙였다. 한 팔로 무릎 뒤를 받치고 다른 팔로 허리를 감더니 그대로 번쩍 안아 올렸다.슬비는 놀라 반사적으로 이재의 목을 끌어안았다.“뭐 하는 거예요?”“위에 올라가서 자려고.” 이재는 슬비를 안은 채 침대 쪽으로 걸었다.“놔... 놔줘요. 저 혼자 걸을 수 있어요.”이재가 슬비를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눈가에도 옅은 웃음이 번졌다. “안 돼. 음악감독 하고 싶다며? 그럼 이따 침대에서 제대로 한번 부탁해 봐.”슬비의 뺨이 또 달아올랐다.“장난치지 마요... 저 지금 그날이라 불편해요.”“또 무슨 엉뚱한 생각을 하는 거야?”이재는 슬비를 침대에 내려놓고 위로 몸을 기울였다. 코끝이 맞닿을 듯 가까워지면서 서로의 숨결이 섞였다. “안 건드려.”목소리는 믿기 힘들 정도로 잔뜩 잠겨 있었다. 한마디 한마디에 끝까지 눌러 참는 절제가 배어 있었다.“키스하고 안아 주는 정도는 괜찮잖아?”슬비가 대답하기도 전에 이재의 입술이 내려앉았다.전처럼 빼앗듯 거친 키스가 아니었다. 물 위를 스치는 깃털처럼, 꽃잎을 훑고 가는 봄바람처럼 아주 가볍고 부드러웠다.입가에서 뺨으로, 코끝에서 이마로 옮겨 갔다가 다시 입술로 돌아왔다.입맞춤에 슬비의 정신이 몽롱해졌다. 따뜻한 물에 몸을 푹 담근 것처럼 온몸의 힘이 풀렸다.“
같은 시각, 이재의 집.슬비는 현관 신발장에 한 손을 짚고 신발을 갈아 신다가 말을 멈췄다. 그제야 이재가 통화 중인 걸 보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재는 무표정하게 통화를 끊었다.슬비가 조금 미안한 듯 웃었다. “내가 방해했어요?”“아니. 스팸 전화였어.”슬비는 별생각 없이 몸을 숙이고 현관 바닥에 떨어진 머리끈을 주웠다.어느새 가까이 온 이재가 자연스럽게 슬비의 허리를 감쌌다. 손바닥을 아랫배에 대고 부드럽게 문질렀다.“배 아직 아파?”따뜻한 손바닥의 온기가 얇은 니트 천을 지나 천천히 스며들었다. 묵직하게 부풀어 있던 아랫배가 조금씩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슬비의 몸이 살짝 굳어졌다. 아파서 그런 게 아니었다.누군가가 이렇게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챙겨 주는 감각이 너무 낯설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낯설었다.“이제 안 아파요.”이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손도 떼지 않았다.한 팔로 슬비를 안은 채 손바닥을 아랫배에 댔다. 엄지로 세지도 약하지도 않게 힘을 주면서 천천히 원을 그렸다.슬비의 얼굴이 조금씩 뜨거워졌다.이재는 빨갛게 달아오른 슬비의 귀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시간도 늦었는데, 이제 자자.”“나... 먼저 씻고 올게요.”슬비가 몇 걸음 떼기도 전에 이재가 가느다란 허리를 감아서 다시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슬비의 등이 단단하고 따뜻한 가슴에 닿았다.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를 스치자 가느다란 떨림이 온몸으로 번졌다.“지금도 충분히 향기로워.”슬비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슬비는 얼른 몸을 돌리면서 이재의 가슴을 손으로 밀었다. 셔츠 아래의 단단한 근육이 손바닥에 닿자 뜨거운 느낌에 바로 손을 빼고 싶어졌다.“장난치지 마요.”“장난 아닌데. 진짜 향기로워서 그래.”이재가 다시 가까이 오려고 하자, 슬비는 급히 얼굴을 옆으로 돌리며 화제를 바꿨다. “저기... 저, 물어볼 게 있어요.”이재는 나지막하게 웃으면서 슬비의 손을 잡고 식탁 쪽으로 데려갔다. 슬비를 앉힌
성준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충혈된 눈으로 우찬을 노려봤다.“뭐라고?”그 눈빛에 우찬은 등골이 서늘해졌지만 끝까지 말을 이어 갔다.“슬비는 지금 하이재랑 결혼했어. 대신 들어간 결혼이든 억지로 한 결혼이든 그 사실은 달라지지 않아.” “네가 계속 찾아가면 너한테도 슬비한테도 좋을 게 없어. 게다가 하이재라는 사람은...”“그만해!”벌떡 일어난 성준이 우찬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우찬은 비틀거리며 뒤로 밀렸다. 입꼬리가 찢어져서 피가 턱을 타고 떨어졌다.우찬은 한쪽 얼굴을 감싼 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성준을 바라봤다.“나보고 그만하라고? 슬비랑 2년을 만났어. 2년이야. 그런데 지금 나보고 그냥 포기하라고?”“성준아...”성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거의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날이 서 있었다.“슬비는 오랫동안 나만 좋아했어! 그런 마음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바뀌겠어?” “억지로 결혼한 게 분명해. 부모님이 강요했을 거야! 내가 제대로 설명만 하면 슬비는 다시 돌아와!”우찬은 입가를 누른 채 눈앞의 성준을 바라봤다. 너무 낯설었다.우찬이 알던 성준은 언제나 냉정하고 자기 통제가 철저했다. 아무리 큰 일이 닥쳐도 중심을 잃지 않았고 차분하게 대처했다.그런데 지금은 궁지에 몰린 짐승처럼 이성도 판단력도 전부 다 놓아 버린 모습이었다.“성준아, 좀 진정해...”“진정 못 해!”성준은 몸을 돌려 벽을 주먹으로 내리쳤다.단단한 원목 벽면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손등이 바로 터져서 붉은 피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어두운 카펫 위에 피가 한 방울씩 떨어지며 짙은 얼룩을 만들었다.성준의 몸 전체가 떨렸다. 어깨도, 팔도, 숨을 내쉴 때마다 가슴까지 흔들렸다.“슬비가 어떻게 다른 사람이랑 결혼해?”목소리는 목구멍 깊은 곳에서 긁혀 나온 것처럼 잔뜩 갈라져 있었다. 울음을 겨우 억누르는 소리와도 비슷했다.“슬비가 어떻게...”우찬은 그 자리에 선 채 허리를 굽히고 있는 성준을 바라봤다. 성준은 이마를 벽에 기댄 채 어깨를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