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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오후 두 시, 꽈배기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8 21:37:11

『반죽하는 사람: 꽈배기는 두 가닥을 꼬는 거예요. 한 가닥은 혼자 서 있지 못하는데, 둘이 꼬이면 튀겨도 안 풀려요. 그래요. 그게 다예요. 드세요.』

≈

11월 8일 토요일 오후 한 시 오십 분.

다온은 천장을 보고 누워 있었다. 다섯 시간째. 눈을 감으면 원고 문장이 떠올랐다.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다음 주 사연 다섯 개. 물류 센터 야간 상하차, 24시 응급실 간호사, 새벽 수산 시장 경매사, 고속도로 휴게소 청소, 그리고 반죽하는 사람. 순서를 어떻게 할지. 어떤 사연 뒤에 어떤 노래를 붙일지.

눈을 뜨면 천장이었다.

새벽에 일하는 사람의 병이었다. 낮에 자야 하는데 낮에 잠이 안 오는. 3년째. 좋아지지 않았다. 보일러는 지난주 고쳤다. 방은 따뜻했다. 그래도 잠이 안 왔다.

다온은 일어났다. 노트북을 가방에 넣었다. 목도리를 감았다. 계단 서른 칸을 내려갔다.

1층. 반달빵집. 오후에 들어가는 건 처음이었다.

≈

딸랑.

오후의 빵집은 새벽과 달랐다. 창으로 햇빛이 들어왔다. 진열대 빵이 반쯤 비어 있었다. 손님이 둘. 아이 손을 잡은 엄마, 그리고 노인 한 분. 계산대에 미소가 있었다. 토요일이라 낮에도 나온 모양이었다.

“어, 작가님! 낮에 오셨네요.”

“잠이 안 와서요. 여기서 원고 좀 써도 돼요?”

“그럼요. 창가 자리 비었어요.”

다온은 창가 탁자에 앉았다. 노트북을 열었다. 주방 쪽에서 기름 냄새가 났다. 튀김 냄새. 달콤한.

“꽈배기 튀기는 날이에요. 토요일 오후만.”

미소가 우유를 데워 가져다주며 말했다.

“사장님이 직접 튀겨요. 할머니 레시피래요.”

다온은 주방 쪽을 봤다. 주방 입구 너머로 태오 등이 보였다. 기름 솥 앞. 긴 나무젓가락을 들고.

≈

두 시 반. 다온은 원고 두 쪽을 썼다. 빵집 소리가 이상하게 집중이 잘 됐다. 오븐 타이머, 계산대 단말기 소리, 기름 튀는 소리. 손님들 목소리.

계산대에서 노인 손님이 말했다.

“총각, 꽈배기 몇 시에 나와?”

주방에서 태오 목소리가 들렸다.

“세 시요. 기다리시면 드릴게요.”

“그래? 그럼 기다려야지.”

“그래요. 앉아 계세요.”

다온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그래요.’

다온은 고개를 들었다. 주방 쪽을 봤다. 태오가 기름 솥 앞에서 돌아서 노인에게 의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다시 원고를 봤다. 손가락을 움직이려다 멈췄다. 머릿속에서 문장 하나가 떠올랐다. 이번 주 화요일에 온 반죽하는 사람 사연.

『그래요. 새벽은 원래 외로운 시간이에요. 그래도 반죽은 해야죠.』

다온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요’는 흔한 말이었다. 다온도 썼다. 엄마도 썼다. 금정란 선생님도 썼다. 세상 사람 절반이 쓰는 말.

다시 원고를 썼다.

≈

세 시. 주방에서 기름 소리가 커졌다. 지글지글.

미소가 주방 입구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작가님, 꽈배기 꼬는 거 구경할래요? 진짜 신기해요.”

다온은 노트북을 덮었다. 따라갔다. 주방 입구. 오븐 앞 할머니 의자가 그대로 있었다. 지난주 다온이 앉아 잠든.

작업대 위에 반죽 가닥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손가락 굵기, 팔뚝 길이. 수십 개.

태오가 가닥 하나를 집었다. 양 끝을 잡고 손바닥으로 굴렸다. 한쪽은 앞으로, 한쪽은 뒤로. 가닥이 저절로 꼬였다. 그리고 양 끝을 맞대어 들어 올리자 가닥이 스스로 감기며 두 가닥 꽈배기가 되었다. 끝을 꾹 눌러 붙였다.

삼 초.

“와.”

다온이 소리를 냈다. 태오가 다온을 봤다. 손을 멈추지 않고 하나 더 꼬았다. 삼 초.

“저도 해 봐요!”

미소가 가닥 하나를 집었다. 손바닥으로 굴렸다. 앞으로, 뒤로. 그런데 가닥이 꼬이지 않고 길게 늘어났다. 양 끝을 맞대자 엉망으로 엉켰다. 매듭이 됐다.

“아, 망했다.”

태오가 미소 손에서 엉킨 가닥을 받았다. 펴서 다시 굴렸다.

“손바닥 전체로. 끝만 말고. 한쪽은 앞, 한쪽은 뒤. 동시에.”

태오가 천천히 보여 줬다. 미소가 따라 했다. 이번엔 반쯤 꼬였다. 양 끝을 맞대자 느슨한 꽈배기가 됐다.

“됐다!”

“…풀리겠다.”

태오가 미소 꽈배기 끝을 꾹 눌러 줬다.

다온은 그걸 보다가 가닥 하나를 집었다.

“저도요.”

손바닥으로 굴렸다. 앞으로, 뒤로. 동시에. 가닥이 꼬였다. 그런데 너무 많이 꼬였다. 양 끝을 맞대자 가닥이 비틀리며 스프링이 되었다. 꽈배기가 아니라 용수철.

미소가 웃음을 터뜨렸다. 손으로 입을 막고.

“작가님 그게 뭐예요?”

다온도 웃었다. 용수철을 들어 보였다.

태오가 다온 손에서 그걸 받았다. 펴지 않았다. 그대로 끝을 눌러 붙였다. 튀김 쟁반 맨 끝에 놓았다.

“이것도 튀겨요.”

“이걸요? 이상하게 생겼는데.”

“…맛은 같아요.”

≈

태오는 기름 솥 앞에서 꽈배기를 넣었다. 하나씩. 기름이 지글거렸다. 반죽이 부풀며 떠올랐다. 젓가락으로 뒤집었다.

맨 마지막으로 용수철 꽈배기를 넣었다. 기름 속에서 그것만 이상한 모양으로 부풀었다.

뒤에서 3층 사람이 미소랑 웃고 있었다. 「작가님 손은 왜 그렇게 돌아가요?」 「몰라, 키보드만 쳐서 그런가 봐.」

태오는 젓가락을 쥔 채 기름 솥만 봤다. 뒤돌아보면 표정이 들킬 것 같았다.

‘손은 왜 그렇게 돌아가요.’

열 살 때 태오도 이 작업대에서 처음 꽈배기를 꼬았다. 용수철이 됐다. 할머니가 웃으면서 그걸 튀겨 줬다. 「모양은 달라도 맛은 같아.」

태오는 용수철 꽈배기를 건졌다. 기름을 털었다. 설탕을 굴렸다. 접시에 담아 다온 앞에 놓았다.

“드세요.”

다온이 접시를 봤다. 웃었다.

“제가 만든 거네요.”

“…그래요.”

다온이 꽈배기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설탕이 입가에 묻었다. 바삭하고 쫄깃하고 달았다.

“맛있어요. 모양은 이상한데.”

“모양은 달라도 맛은 같아요.”

태오가 말하고 나서 아차 했다. 할머니 말이었다. 그리고 사연에 쓴 적 있는 말이었다. 두 달 전.

다온은 꽈배기를 씹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서 들은 말 같았다. 그런데 기억이 안 났다.

≈

네 시. 꽈배기가 다 팔렸다. 오후 손님들이 줄을 서서 사 갔다. 노인 손님은 세 개, 아이 엄마는 다섯 개. 아이가 엄마 손에서 꽈배기 봉투를 받아 들고 냄새를 맡았다. 「할머니 냄새.」 아이가 말했다. 엄마가 웃으며 태오를 봤다. 「옛날에 여기 할머니 꽈배기 먹고 자랐거든요, 제가.」 태오가 고개를 숙였다. 말없이.

다섯 시. 다온은 노트북을 챙겼다. 원고를 다섯 쪽 썼다. 낮에 쓴 원고 중 제일 많이.

계산대에서 계산하려는데 태오가 고개를 저었다.

“우유 값만 주세요. 꽈배기는 작가님이 만든 거라.”

“제가 만든 건 하나예요. 나머지는 사장님이 꼰 거잖아요. 저 세 개 먹었어요.”

“…두 개는 미소가 꼰 거예요.”

미소가 계산대 옆에서 「저 안 꼬았는데요?」 하고 고개를 내밀었다. 태오가 미소를 봤다. 미소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다온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 맞다. 제가 꼬았어요. 두 개.」

“그래도.”

“…드세요.”

다온은 우유 값을 냈다. 태오가 영수증을 내밀었다. 다온이 받았다.

“잘 먹었어요. 꽈배기 꼬는 거 재밌었어요. 다음에 또 해도 돼요?”

“…토요일 세 시요.”

“그래요.”

다온이 말했다. 웃으면서. 그리고 나갔다. 딸랑.

태오는 닫힌 문을 봤다.

‘그래요.’

다온이 태오 말투를 따라 했다. 장난으로. 그 말이 태오 사연에 수십 번 나온 말이라는 걸 다온은 몰랐다.

≈

새벽 두 시 사십 분. 11월 9일 일요일 새벽. 일요일은 휴방이었다. 다온은 302호 책상에 앉아 있었다. 휴방이라 쉬는 날인데도 밤낮이 바뀐 몸은 이 시간에 깨어 있었다.

다온은 메일함을 열었다. 「반죽하는 사람」. 토요일 오후 다섯 시 사십 분에 온 메일. 월요일 방송용.

『꽈배기는 두 가닥을 꼬는 거예요. 한 가닥은 혼자 서 있지 못하는데, 둘이 꼬이면 튀겨도 안 풀려요. 그래요. 그게 다예요. 드세요.』

다온은 그 메일을 읽고 멈췄다.

꽈배기.

오늘 오후 세 시, 아래층 빵집에서 꽈배기를 꼬았다. 반죽하는 사람은 오후 다섯 시 사십 분에 꽈배기 사연을 보냈다.

그리고 「그래요.」 그리고 「드세요.」

다온은 노트를 펼쳤다. 원고 노트. 아무 데나 펼쳐진 장에 볼펜으로 적었다.

「반죽하는 사람 — 말투가 아래층 사장님이랑 비슷함」

그리고 그 옆에.

「그래요 / 드세요 / 꽈배기 / 반 근 / 오븐 앞 자리」

다섯 개를 적었다. 그리고 그 다섯 개를 봤다.

반 근. 반죽하는 사람이 반 근 사연을 보낸 날, 아래층 사장님은 반 근을 팔기 시작했다. 다온이 부탁해서.

오븐 앞 자리. 반죽하는 사람 할머니가 비워 두라던 자리. 아래층 할머니 의자가 오븐 앞에 있었다.

꽈배기. 오늘.

다온은 볼펜을 쥔 채로 한참 그 줄을 봤다.

그리고 웃었다. 혼자.

‘빵집은 다 비슷하지.’

반 근 식빵은 옛날 빵집이 다 팔았다고 금정란 선생님이 말했다. 오븐 앞은 어느 빵집이나 따뜻하다. 꽈배기는 토요일에 많이 튀긴다. 「그래요」는 세상 사람 절반이 쓴다. 할머니 빵집을 손자가 물려받은 데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아래층 사장님은 말이 없었다. 「그래요」 「드세요」 말고는 거의 말을 안 했다. 그런 사람이 1년 동안 마흔여섯 통의 사연을 쓸 리 없었다. 사연 속 반죽하는 사람은 말이 짧지만 따뜻했다. 할머니 얘기를 하고, 외로운 손 얘기를 하고. 아래층 사장님은 영수증만 정리했다.

다온은 볼펜으로 그 줄을 그었다. 두 줄로. 지웠다.

그리고 노트를 덮었다.

≈

같은 시각. 반달빵집 2층 창고 옆 작은 방.

태오는 일요일 새벽에도 잠이 오지 않았다. 빵집이 쉬는 날. 그래도 몸은 한 시 반에 깼다. 3년 동안 그랬다.

방 한쪽에 할머니 라디오의 짝이 있었다. 한 모델. 할머니가 2층 방에 두고 쓰던. 이것도 다이얼에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일요일은 휴방이었다. 「두 시의 편지」 자리에 음악만 흘렀다.

태오는 라디오를 켜 두고 휴대폰을 봤다. 메일함. 보낸 메일. 오늘 오후 다섯 시 사십 분. 꽈배기.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알았다. 다온이 꽈배기를 꼰 날 꽈배기 사연을. 그런데 손이 먼저 썼다. 용수철 꽈배기를 든 다온 얼굴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서.

들킬지도 몰랐다.

태오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천장을 봤다. 위층. 3층 302호는 이 방 바로 위가 아니었다. 대각선. 그래도 한 건물이었다.

다온이 알면.

태오는 그 다음을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할머니는 30년 동안 얼굴 없이 사연을 보냈다. 「반죽하는 할머니」가 누구인지 아무도 몰랐다. 오 기사님만 빼고. 할머니는 그게 좋다고 했다. 「얼굴 없이 쓰니까 다 쓸 수 있어. 얼굴 알면 못 써.」

태오도 그랬다. 얼굴 없이 쓰니까 다 쓸 수 있었다. 외로운 손, 반 근 칼질, 오븐 앞 자리. 3층 사람이 웃는 얼굴.

얼굴을 알면 못 쓸 것이다.

(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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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 오 기사: 30년 전에 빵집 누님이 그러더라고요. 비밀은 반죽 같은 거라고. 너무 치대면 질겨진대요. 그래서 저는 안 치대요. 근데 입이 근질근질해요.』≈11월 22일 토요일 새벽 다섯 시 십이 분. 반달빵집.다온은 소금빵 봉투를 받아 들고도 나가지 않았다. 계산대 옆 벽. 할머니 사진 앞에 섰다. 일주일째였다. 7일 동안 매일 아침 다온은 그 사진 앞에서 1분씩 서 있었다.태오는 계산대 뒤에서 그걸 보고 있었다. 일주일째.“사장님.”“…네.”“할머니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태오가 영수증을 쥔 채로 멈췄다.“…왜요?”“그냥요. 3년 전에 이사 왔을 때 소금빵 공짜로 주셨거든요. 인사도 제대로 못 했어요. 그해 겨울에 돌아가셨잖아요. 이름도 모르고.”다온이 사진을 보며 말했다. 태오를 보지 않고. 목소리가 담담했다. 너무 담담했다.태오는 영수증을 내려놓았다. 할머니 이름을 말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동네 사람 절반이 알았다. 그런데 다온이 그걸 묻는 이유를 태오는 알았다. 일주일 전 금정란 선생님 방송. 반죽하는 할머니.이름을 말하면 다온은 어떻게 할까. 금정란 선생님한테 전할까. 할머니가 30년 동안 숨긴 이름을.태오가 입을 열었다. 그 전에 문이 열렸다. 딸랑.“총각! 단팥빵 둘!”≈오 기사님은 모자를 벗어 털며 들어왔다. 찬바람이 같이 들어왔다. 그리고 계산대 옆 벽 앞에 선 다온을 봤다.“어, 작가 아가씨. 순례 누님 사진 보고 있어?”다온이 돌아봤다.“순례 누님이요?”“그래, 순례 누님. 여기 할머니. 반달빵집 순례 누님이지. 이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 없어.”오 기사님이 단팥빵 칸으로 가며 말을 이었다.“30년 전에 내가 택시 처음 몰 때부터 여기서 단팥빵 사 먹었어. 새벽 네 시 반에 오면 누님이 문 열기 전인데도 뒷문으로 줬어. 「기사 양반 배고프지」 하고.”태오가 계산대 뒤에서 오 기사님을 봤다. 오 기사님은 그 눈빛을 못 봤다. 아니, 봤는데 무시했다.“누님이 라디오를 그렇게 좋아했어.

  • 새벽 두 시의 사연은 아래층 빵집에서 온다   7화. 새벽 두 시 반, 생방송

    『반죽하는 사람: 할머니는 반죽을 치대면서 혼잣말을 했어요. 누구한테 하는 말이냐고 물으면 라디오한테 한다고 했어요. 라디오가 대답은 안 해도 다 듣는다고.』≈11월 15일 토요일 새벽 두 시 이십팔 분. 반달FM 4층 스튜디오.다온은 작가석에서 유리창 너머를 보고 있었다. 금정란이 마이크 앞에 앉아 원고를 넘겼다.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코너 차례. 오늘 사연은 반죽하는 사람. 다온이 맨 앞에 놓았다.코너를 시작한 지 4주. 게시판 글이 하루 서른 개를 넘었다. 청취율은 아직 몰랐다. 다음 달 첫 주에 나온다고 했다. 한도윤 PD는 매일 새벽 게시판 숫자를 세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금정란이 원고를 들었다. 큐 사인. 다온이 부조정실 쪽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도윤이 노래 볼륨을 내렸다.“두 시 반이에요.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오늘은 다시 반죽하는 사람님이에요. 이분 사연 기다리시는 분들 많죠. 게시판에 「반죽하는 사람 언제 나와요」가 제일 많대요.”금정란이 웃었다. 그리고 읽었다.“할머니는 반죽을 치대면서 혼잣말을 했어요. 누구한테 하는 말이냐고 물으면 라디오한테 한다고 했어요. 라디오가 대답은 안 해도 다 듣는다고.”금정란이 거기서 멈췄다.다온은 원고를 따라 읽다가 고개를 들었다. 다음 문장이 있었다. 「그래서 저도 반죽하면서 라디오한테 말해요. 할머니처럼.」 금정란은 그 문장을 읽지 않았다.유리창 너머 금정란이 원고를 쥔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이크가 켜져 있었다. 숨소리가 들렸다. 한 번. 두 번.부조정실에서 한도윤이 몸을 일으켰다. 손이 콘솔 위 페이더로 갔다. 노래를 올릴까 말까.삼 초. 사 초. 라디오에서 삼 초 침묵은 사고였다. 오 초는 큰 사고.금정란이 고개를 들었다.“…죄송해요, 여러분.”목소리가 젖어 있었다.“이 사연 읽다가 옛날 생각이 나서요. 30년 전부터 우리 방송에 사연 보내 주시던 분이 계셨어요. 이분도 반죽하는 분이셨어요. 반죽하는 할머니. 그분도 라디오한테 혼잣말한다고 쓰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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