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반죽하는 사람: 오븐 앞은 겨울에도 따뜻해요. 할머니는 추운 날 문 앞에서 떠는 사람을 보면 그냥 들어오라고 했어요. 오븐 앞 자리 하나는 늘 비워 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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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 토요일 새벽 두 시 오십 분. 반달동 3층 건물 302호 앞.
다온은 현관문을 열자마자 숨을 들이켰다. 차가웠다. 바깥보다 더.
토요일 새벽 방송은 녹음분이었다. 금정란이 한 달에 한 번 쉬는 날. 다온은 녹음 송출만 확인하고 두 시 반에 퇴근했다. 오랜만에 일찍 자려고. 그런데 방 안 공기가 차갑다 못해 따가웠다. 입김이 하얗게 나왔다.
보일러 조절기를 봤다. 화면에 빨간 글씨. 「E-02」. 다온은 전원 버튼을 껐다 켰다. 다시 「E-02」. 껐다 켰다. 「E-02」.
“아, 진짜.”
다온은 외투를 벗지 않고 침대에 앉았다. 휴대폰으로 「E-02」를 검색했다. 「점화 불량. 서비스 센터에 문의하세요.」 서비스 센터는 아침 아홉 시에 문을 연다.
여섯 시간.
다온은 이불을 뒤집어썼다. 외투 위로. 목도리도 그대로. 그래도 추웠다. 11월 첫날 새벽 기온 영하 2도. 원룸 바닥이 발바닥을 뚫고 올라오는 냉기.
십 분을 버텼다. 이가 딱딱 부딪혔다.
다온은 이불을 걷고 일어났다. 창가로 갔다. 커튼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1층. 빵집 유리문 안에 불이 켜져 있었다. 노랗게. 새벽 세 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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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오는 반죽기를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유리문 쪽에서 소리가 났다. 똑똑.
셔터는 반만 올려져 있었다. 그 아래로 사람 발이 보였다. 털 실내화. 분홍색. 그 위로 잠옷 바지.
태오는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문 쪽으로 갔다. 셔터를 끝까지 올렸다. 철커덩.
3층 사람이 서 있었다. 외투에 목도리에 잠옷 바지에 털 실내화. 머리가 헝클어져 있었다. 입술이 파랬다.
“저… 죄송한데요.”
다온이 말했다. 이가 부딪혀서 말이 끊겼다.
“보일러가 고장 나서요. 아홉 시까지 서비스가 안 돼서. 혹시… 잠깐만, 여기 좀 있어도 될까요. 손님 오시기 전까지만.”
태오는 다온을 봤다. 파란 입술. 떨리는 어깨.
할머니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추운 날 문 앞에서 떠는 사람 보면 그냥 들어오라고 해.」
“…들어오세요.”
태오가 문을 열고 비켜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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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안은 따뜻했다. 오븐 두 대가 돌아가고 있었다. 다온은 문을 들어서자마자 어깨가 풀리는 걸 느꼈다. 빵 냄새가 났다. 버터와 이스트와 밀가루.
태오가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다온은 어디 앉아야 할지 몰라 창가 탁자로 가려 했다. 태오가 돌아봤다.
“거기 말고. 이쪽이요.”
태오가 주방 입구를 가리켰다. 다온은 머뭇거리다 따라갔다. 주방은 처음이었다. 3년 동안 계산대 너머만 봤다.
주방은 넓지 않았다. 스테인리스 작업대, 반죽기, 오븐 두 대, 선반에 철판들. 그리고 오븐 앞에 낮은 나무 의자 하나. 등받이 없는. 앉는 자리가 반들반들 닳아 있었다.
태오가 그 의자를 오븐 앞으로 조금 끌어당겼다.
“앉으세요. 여기가 제일 따뜻해요.”
다온은 앉았다. 오븐 유리문 너머로 빵이 부풀고 있었다. 열기가 얼굴에 닿았다. 손을 오븐 쪽으로 내밀었다. 손가락 끝이 따끔했다. 얼었던 손이 녹는.
“이 의자.”
다온이 말했다.
“사장님 거예요?”
“…할머니 거요.”
태오가 작업대로 돌아가 반죽을 꺼냈다.
“할머니가 겨울에 여기 앉아서 라디오 들으셨어요. 오븐 앞 자리는 늘 비워 두라고 하셨어요. 추운 사람 오면 앉히라고.”
다온은 의자를 내려다봤다. 반들반들한 나무. 할머니가 30년 앉은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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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오는 반죽을 밀면서 오븐 쪽을 곁눈질했다.
3층 사람이 할머니 의자에 앉아 손을 녹이고 있었다. 털 실내화를 신은 발을 오븐 쪽으로 뻗고. 목도리를 조금 내렸다. 입술 색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었다.
‘할머니 의자에.’
3년 동안 아무도 그 의자에 앉지 않았다. 태오도. 미소는 앉으려다 태오 눈치를 보고 일어났다. 그 의자는 할머니 자리였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괜찮았다. 할머니가 말한 대로였다. 추운 사람이 오면 앉히라고.
태오는 반죽을 접었다. 그리고 냉장고를 열었다. 우유. 냄비에 부었다. 가스레인지 불을 켰다. 약하게.
“우유 데워 드릴게요.”
“아, 괜찮아요. 신세 지는데.”
“…드세요.”
다온이 고개를 들었다. 태오가 냄비를 저으며 등을 보이고 있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뭘요.”
“제가 커피 못 마시는 거.”
태오가 냄비를 저었다. 우유 표면에 막이 생기지 않게.
“…매일 우유만 사시잖아요.”
다온은 입을 다물었다. 매일. 3년 동안 빵집에서 다온은 소금빵과 우유를 샀다. 아침 일곱 시에 오면 따뜻한 우유. 커피는 한 번도 시키지 않았다. 이 사람은 그걸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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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오가 머그잔에 우유를 따라 건넸다. 하얀 머그. 손잡이에 금이 조금 가 있었다. 오래된 것.
다온은 두 손으로 머그를 감쌌다. 따뜻했다. 한 모금 마셨다. 뜨겁지 않게, 마시기 좋게 데워져 있었다.
“맛있어요.”
“우유가 맛있는 거예요.”
다온은 웃었다. 그리고 우유를 마시며 태오를 봤다. 태오는 작업대에서 식빵 반죽을 틀에 넣고 있었다. 우유 식빵이라고 했다. 물 대신 우유로 반죽하는.
태오 손이 반죽을 둥글게 말았다. 세 덩이씩 틀에 넣었다. 왼손이 반죽을 누를 때 손등이 보였다.
흉터. 하얀 줄 두 개. 손목 쪽에서 손가락 마디 쪽으로 나란히. 하나는 조금 길고 하나는 짧았다. 오래된 화상 자국이었다.
“손등.”
다온이 말했다. 말하고 나서 아차 했다. 남의 흉터를.
태오가 손을 멈췄다. 자기 손등을 내려다봤다.
“…오븐이요.”
“아파 보여요.”
“다 나았어요. 오래돼서.”
태오는 반죽을 마저 틀에 넣었다. 그리고 더 말하지 않았다. 다온도 묻지 않았다.
두 줄. 하나는 길고 하나는 짧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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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들으세요?”
다온이 물었다. 우유를 반쯤 마시고. 계산대 쪽 라디오가 조용했다.
태오가 철판을 오븐에 넣다가 멈칫했다.
“…가끔요.”
“저 라디오 작가예요. 아세요?”
“…알아요.”
“어떻게요?”
“할머니가 말씀하셨어요. 3층 아가씨가 라디오 작가라고.”
다온은 머그를 내려다봤다. 3년 전. 이사 온 첫날 소금빵을 공짜로 준 할머니. 「새벽에 들어오는 아가씨구나.」 다온은 그때 할머니한테 직업을 말한 기억이 없었다. 할머니가 어떻게 알았을까.
“할머니가 어떻게 아셨을까요.”
“…동네 분들이 다 알아요. 오 기사님이 말씀하셨겠죠.”
“아, 오 기사님.”
다온이 웃었다. 오 기사님이면 그럴 만했다.
“무슨 프로 하세요?”
태오가 물었다. 철판을 오븐에 넣으며. 등을 보이고. 이미 아는 걸 물었다.
“「두 시의 편지」요. 새벽 두 시부터 네 시까지. 반달FM.”
“…그래요.”
“들어 보셨어요?”
태오가 오븐 문을 닫았다. 타이머를 맞췄다. 삼십오 분.
“할머니가 들으셨어요.”
“진짜요? 언제부터요?”
“…오래요.”
다온 눈이 커졌다. 머그를 내려놓았다.
“그럼 그 라디오가.”
다온이 계산대 쪽을 봤다. 낡은 라디오. 테이프가 감긴.
“그 라디오로 들으셨어요? 우리 방송?”
“…네.”
다온은 일어나 계산대 쪽으로 가려다 멈췄다. 주방 밖이었다. 손님 자리.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웃었다. 환하게.
“우리 방송 듣는 빵집이 여기 있었네요. 3년 동안 몰랐어요.”
태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작업대 위 밀가루를 행주로 쓸었다. 이미 깨끗한 작업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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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네 시. 다온은 오븐 앞 의자에서 졸고 있었다.
우유를 다 마시고, 태오가 반죽하는 걸 구경하고, 오븐 타이머가 두 번 울리는 걸 듣고. 그러다 몸이 녹으면서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의자 옆 작업대 끝에 팔을 올리고 이마를 댔다.
태오는 반죽을 밀다가 그걸 봤다.
3층 사람이 잠들어 있었다. 할머니 의자에서. 작업대에 팔을 베고. 목도리가 반쯤 흘러내렸다. 털 실내화 한 짝이 벗겨져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태오는 밀대를 내려놓았다. 소리 나지 않게.
계산대 옆 라디오를 봤다. 꺼져 있었다. 오늘 새벽 태오는 라디오를 켜지 않았다. 다온이 들어오고 나서 꺼 버렸다. 아니, 들어오기 전에 꺼 버렸다.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태오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라디오 끄기였다.
토요일 녹음분. 오늘 새벽 녹음분에 그의 사연이 들어 있었다. 목요일에 보낸 것. 오븐 앞 자리 이야기. 할머니가 추운 사람을 앉히라던.
그 사연을 다온 앞에서 들을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온이 잠들어 있었다.
태오는 라디오 앞으로 갔다. 전원을 켰다. 볼륨을 거의 끝까지 줄였다. 귀를 바짝 대야 들릴 만큼.
녹음된 금정란 목소리가 아주 작게 흘렀다.
“…오븐 앞은 겨울에도 따뜻해요. 할머니는 추운 날 문 앞에서 떠는 사람을 보면 그냥 들어오라고 했어요. 오븐 앞 자리 하나는 늘 비워 두라고. 반죽하는 사람님 사연이었어요. 오늘 같은 날 그 자리에 누가 앉아 있으면 좋겠네요.”
태오는 오븐 앞을 돌아봤다.
할머니 의자에 다온이 앉아 있었다. 잠든 채로.
태오는 라디오를 껐다. 그리고 계산대 아래 서랍에서 담요를 꺼냈다. 할머니가 겨울에 무릎에 덮던 체크무늬 담요. 그걸 다온 어깨에 덮어 주었다. 손이 어깨에 닿지 않게. 담요 끝만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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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시 오 분. 딸랑.
“총각! 단팥빵… 어?”
오 기사님 목소리. 다온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어깨에서 뭔가 흘러내렸다. 체크무늬 담요.
다온은 주방 입구 의자에 앉아 있었다. 오븐 앞. 담요를 두르고. 털 실내화 한 짝만 신고.
오 기사님이 계산대 앞에서 주방 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입을 벌리고.
“작가 아가씨가 왜 거기 있어?”
“아, 보일러가… 고장 나서요.”
다온이 일어났다. 담요를 개며. 얼굴이 뜨거웠다. 실내화 한 짝을 찾아 신었다.
태오가 계산대로 나왔다. 표정 없이. 단팥빵 둘을 봉투에 넣었다.
“기사님 사천 원이요.”
오 기사님이 태오를 봤다. 다온을 봤다. 다시 태오를 봤다. 그리고 크게 웃었다.
“총각, 순례 누님 의자에 손님 앉힌 거 처음 보네.”
태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카드를 받았다. 영수증을 정리했다.
다온은 담요를 태오에게 돌려줬다.
“감사합니다. 진짜로. 우유도.”
“…보일러 기사 아홉 시에 부르세요.”
“네.”
다온은 문을 나섰다. 딸랑. 그리고 문밖에서 멈췄다. 돌아섰다. 유리문 너머 태오가 담요를 개고 있었다. 반듯하게. 네 번 접어서.
다온은 다시 문을 열었다.
“사장님.”
태오가 고개를 들었다.
“오늘 사연 중에요. 오븐 앞 자리 하나 비워 두라는 할머니 얘기가 있었어요. 반죽하는 사람이라는 분이 보냈는데. 제가 목요일에 골라서 녹음해 둔 거예요.”
태오 손이 담요를 쥔 채 멈췄다.
“그 할머니도 사장님 할머니 같은 분이었나 봐요.”
다온이 웃고 문을 닫았다. 딸랑.
태오는 담요를 쥔 채 오래 서 있었다. 오 기사님이 단팥빵 봉투를 들고 태오 어깨를 두드렸다. 「총각, 숨은 쉬어.」 그리고 나갔다.
(5화 끝)
『반죽하는 사람: 내일도 반죽할게요. 내일도 라디오 켤게요. 내일 그 자리에 다른 게 나와도 다이얼은 안 돌릴게요. 테이프 붙어 있으니까.』≈12월 31일 수요일 새벽 한 시 오십 분. 반달FM 4층.다온은 스튜디오 문 앞에 서 있었다. 원고 뭉치를 안고. 마지막 원고였다. 「두 시의 편지」 30년 마지막 방송. 사흘 밤을 새워 쓴. 30년 동안 사연을 보낸 사람들 이름을 다 넣고 싶었는데 다 넣을 수가 없었다. 게시판에 남은 이름만 이천 개가 넘었다.복도가 이상하게 붐볐다. 평소 새벽 두 시면 다온과 한도윤과 금정란, 셋이 전부였다. 오늘은 보도국 야간 기자, 교통 캐스터 나보람, 엔지니어 둘, 그리고 낮 프로 PD 몇이 복도에 서 있었다. 다들 종이컵을 들고. 30년 마지막 방송을 보러.보람이 다온에게 다가와 우유 종이컵을 내밀었다.“작가님, 괜찮아?”“몰라. 진짜 모르겠어.”“울지 마. 방송 중에 울면 사고야.”“선생님이 지난번에 팔 초 울었어.”“그러니까 둘이 울면 십육 초야.”다온이 웃었다. 보람도 웃었다. 그리고 보람이 다온 팔을 꽉 잡았다.스튜디오 안에서 금정란이 헤드폰을 쓰고 있었다. 빨간 머플러. 크리스마스이브 때 했던. 「마지막 날엔 이거 해야지.」부조정실에서 한도윤이 콘솔 앞에 앉아 있었다. 손에 서류철. 그런데 열지 않았다. 무릎 위에 올려 둔 채로.≈같은 시각. 반달빵집.태오는 반죽기를 돌리지 않았다. 작업대 앞에 서서 라디오를 보고 있었다. 할머니 라디오. 다이얼 위 테이프.오늘이 마지막이었다. 내일부터 새벽 두 시 이 주파수에선 재방송이 나온다고 했다. 낮 프로
『반죽하는 사람: 크리스마스이브엔 밤을 새워요. 슈톨렌에 슈가파우더를 뿌리면 눈 온 것 같아요. 올해는 누가 옆에서 리본을 묶어 주면 좋겠어요. 혼자 묶으면 자꾸 풀려요.』≈12월 23일 화요일 밤 열한 시. 반달FM 4층 작가석.다온은 달력을 봤다. 책상 옆 벽에 붙은 탁상 달력. 12월 장. 31일에 빨간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한도윤 PD가 그어 놓은. 그 옆에 작게 「마지막 방송」.여드레.일요일 빼고 일곱 번의 방송.다온은 동그라미에서 눈을 떼고 원고를 봤다. 크리스마스이브 특집.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 크리스마스에도 일하는 당신에게」. 사연 열둘. 응급실, 소방서, 편의점, 택시, 경비실, 물류 센터. 그리고 반죽하는 사람.반죽하는 사람 사연은 맨 마지막에 놓았다.『올해는 누가 옆에서 리본을 묶어 주면 좋겠어요. 혼자 묶으면 자꾸 풀려요.』다온은 그 문장에 형광펜을 그었다. 두 줄. 그리고 생각했다. 리본. 슈톨렌. 반달빵집도 크리스마스 케이크 대신 슈톨렌을 팔았다. 할머니 때부터. 진열대 앞에 「슈톨렌 예약 받습니다」 종이가 일주일째 붙어 있었다. 미소 글씨로.다온은 고개를 저었다. 크리스마스에 슈톨렌 파는 빵집은 많다.≈12월 24일 수요일 새벽 한 시. 반달빵집.태오는 셔터를 반만 올리고 들어왔다. 평소보다 반 시간 일찍. 오늘은 밤을 새워야 했다.작업대 위에 슈톨렌 반죽이 줄지어 있었다. 어젯밤 열 시까지 빚어 둔 것. 서른 개. 예약이 스물여섯, 매장용 넷. 할머니 때는 마흔 개였다. 태오는 서른 개가 한계였다.오븐 두 대를 예열했다. 첫 판 열 개를 넣었다. 타이머를 맞췄다. 사십 분.라디오를 켰다. 할머니 라디오. 테이프 붙은 다이얼. 「두 시의 편지」까지 한 시간.
『택시 오 기사: 비 오는 새벽에 작가 아가씨를 태워다 줬어요. 빵집 앞에 내려 줬는데 빵집 총각이 유리문 안에서 나를 째려보더라고요. 30년 택시 몰면서 그런 눈은 처음 봤어요. 총각, 나 기사야.』≈12월 5일 금요일 오후 네 시. 반달FM 4층 회의실.한도윤 PD가 공문 한 장을 탁자에 놓았다. 이번엔 마케팅팀 중간 집계가 아니었다. 방송국 공식 청취율 조사 결과. 11월분.「두 시의 편지 — 0.6%」.다온은 그 숫자를 오래 봤다. 0.3에서 0.6. 두 배였다. 두 배인데 1%의 절반을 겨우 넘었다.“국장님이 이거 보시고 뭐라고 하셨는지 알아?”한도윤이 의자에 몸을 던지듯 앉았다.“「두 배네. 근데 0.6이네.」 끝.”금정란이 보온병 뚜껑을 열며 웃었다.“국장님 말 잘하시네.”“선생님, 웃을 일이 아니에요.”“웃어야지. 0.3이 0.6 됐는데. 30년 동안 이렇게 오른 적 없어.”금정란이 다온을 봤다. 안경 너머로.“다온 작가가 한 거야.”다온은 고개를 저었다.“청취자분들이 한 거예요. 사연 보내 주신 분들이. 게시판에 쓰신 분들이. 오 기사님이 택시 손님들한테 다 틀어 준대요.”“그 오 기사님 사연은 언제 읽어?”“…다음 주요. 월요일에.”다온은 대답하면서 서류철 안 오 기사님 사연을 생각했다. 「택시 오 기사」라는 이름으로 일주일에 두 통씩 오는. 손님 얘기, 새벽 도로 얘기, 반달빵집 단팥빵 얘기. 오 기사님은 사연마다 단팥빵이 나왔다.≈12월 6일 토요일 새벽 네 시 십 분. 반달FM 건물 1층 현관.비가 왔다. 겨울비. 차가운. 다온은 현관 유리문 안쪽에 서서 밖을 봤다. 빗줄기가 가로등 불빛에 하얗게 보였다. 큰길이 젖어 번들거렸다.우산이 없었다. 가방 안에 접이식 우산이 있었는데 지난주에 살이 부러져 버렸다. 새로 사야지 하면서 일주일이 지났다.25분. 걸으면 다 젖을 것이다. 첫차는 다섯 시 십 분. 한 시간을 현관에서 기다릴 수도 없었다.다온이 목도리를 머리에 뒤집어쓰려는데 큰길에서 경적이
『반죽하는 사람: 누가 저한테 사연을 써 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써요. 원래 쓰고 있었다는 말은 못 했어요. 반죽이 다 부풀면 말할게요.』≈11월 29일 토요일 오전 열한 시. 반달FM 4층 회의실.한도윤 PD가 종이 한 장을 탁자 위에 놓았다. 손가락으로 숫자를 짚었다.“마케팅팀 중간 집계야. 공식 아니고. 0.5%.”다온은 그 숫자를 봤다. 0.5. 두 달 전 0.3이었다.“올랐어요.”“올랐지. 0.2. 두 달 만에.”“국장님은요? 뭐라세요?”“국장님은 1%가 아니면 다 똑같대.”한도윤이 종이를 접었다. 그런데 버리지 않고 서류철에 넣었다. 다온은 그걸 봤다.“그래도 게시판은 하루 오십 개 넘어.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코너 사연이 매일 열 통씩 와. 물류 센터, 응급실, 경비실, 편의점. 지난주엔 소방서에서도 왔어.”한도윤이 서류철을 덮었다.“다온 작가. 0.5로는 안 돼. 근데 0.5까지 온 건 네가 한 거야. 그건 알아 둬.”다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만 끄덕였다. 목이 조금 메었다.≈열두 시. 반달빵집.다온은 밤샘 회의를 마치고 바로 빵집으로 왔다. 잠을 못 자 눈이 따가웠다. 창가 탁자에 앉아 메뉴판을 봤다. 낮 메뉴. 샌드위치 세 가지. 햄치즈, 에그마요, 감자.“감자 샌드위치랑 우유요.”계산대에서 미소가 「네!」 했다. 주방에서 태오가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식빵 두 장, 으깬 감자, 오이, 햄 한 장. 반으로 잘라 접시에 담았다. 칼질이 반듯했다. 한 달 동안 반 근 식빵을 자른 손.태오가 접시를 들고 직접 왔다. 미소 대신.“드세요.”“감사합니다, 사장님.”다온은 샌드위치를 집었다. 감자가 부드러웠다. 오이가 아삭했다. 후추가 조금.태오가 접시를 내려놓고 돌아서려다 멈췄다. 다온 얼굴을 봤다.“…안 주무셨어요?”“밤샘 회의요. 청취율 중간 집계 나왔어요.”“…어떻게 나왔어요?”태오 목소리가 조금 빨랐다. 평소보다.“0.5%요. 0.3에서 올랐어요. 근데 1% 돼야 안 없어진대요.”태오가
『택시 오 기사: 30년 전에 빵집 누님이 그러더라고요. 비밀은 반죽 같은 거라고. 너무 치대면 질겨진대요. 그래서 저는 안 치대요. 근데 입이 근질근질해요.』≈11월 22일 토요일 새벽 다섯 시 십이 분. 반달빵집.다온은 소금빵 봉투를 받아 들고도 나가지 않았다. 계산대 옆 벽. 할머니 사진 앞에 섰다. 일주일째였다. 7일 동안 매일 아침 다온은 그 사진 앞에서 1분씩 서 있었다.태오는 계산대 뒤에서 그걸 보고 있었다. 일주일째.“사장님.”“…네.”“할머니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태오가 영수증을 쥔 채로 멈췄다.“…왜요?”“그냥요. 3년 전에 이사 왔을 때 소금빵 공짜로 주셨거든요. 인사도 제대로 못 했어요. 그해 겨울에 돌아가셨잖아요. 이름도 모르고.”다온이 사진을 보며 말했다. 태오를 보지 않고. 목소리가 담담했다. 너무 담담했다.태오는 영수증을 내려놓았다. 할머니 이름을 말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동네 사람 절반이 알았다. 그런데 다온이 그걸 묻는 이유를 태오는 알았다. 일주일 전 금정란 선생님 방송. 반죽하는 할머니.이름을 말하면 다온은 어떻게 할까. 금정란 선생님한테 전할까. 할머니가 30년 동안 숨긴 이름을.태오가 입을 열었다. 그 전에 문이 열렸다. 딸랑.“총각! 단팥빵 둘!”≈오 기사님은 모자를 벗어 털며 들어왔다. 찬바람이 같이 들어왔다. 그리고 계산대 옆 벽 앞에 선 다온을 봤다.“어, 작가 아가씨. 순례 누님 사진 보고 있어?”다온이 돌아봤다.“순례 누님이요?”“그래, 순례 누님. 여기 할머니. 반달빵집 순례 누님이지. 이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 없어.”오 기사님이 단팥빵 칸으로 가며 말을 이었다.“30년 전에 내가 택시 처음 몰 때부터 여기서 단팥빵 사 먹었어. 새벽 네 시 반에 오면 누님이 문 열기 전인데도 뒷문으로 줬어. 「기사 양반 배고프지」 하고.”태오가 계산대 뒤에서 오 기사님을 봤다. 오 기사님은 그 눈빛을 못 봤다. 아니, 봤는데 무시했다.“누님이 라디오를 그렇게 좋아했어.
『반죽하는 사람: 할머니는 반죽을 치대면서 혼잣말을 했어요. 누구한테 하는 말이냐고 물으면 라디오한테 한다고 했어요. 라디오가 대답은 안 해도 다 듣는다고.』≈11월 15일 토요일 새벽 두 시 이십팔 분. 반달FM 4층 스튜디오.다온은 작가석에서 유리창 너머를 보고 있었다. 금정란이 마이크 앞에 앉아 원고를 넘겼다.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코너 차례. 오늘 사연은 반죽하는 사람. 다온이 맨 앞에 놓았다.코너를 시작한 지 4주. 게시판 글이 하루 서른 개를 넘었다. 청취율은 아직 몰랐다. 다음 달 첫 주에 나온다고 했다. 한도윤 PD는 매일 새벽 게시판 숫자를 세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금정란이 원고를 들었다. 큐 사인. 다온이 부조정실 쪽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도윤이 노래 볼륨을 내렸다.“두 시 반이에요.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오늘은 다시 반죽하는 사람님이에요. 이분 사연 기다리시는 분들 많죠. 게시판에 「반죽하는 사람 언제 나와요」가 제일 많대요.”금정란이 웃었다. 그리고 읽었다.“할머니는 반죽을 치대면서 혼잣말을 했어요. 누구한테 하는 말이냐고 물으면 라디오한테 한다고 했어요. 라디오가 대답은 안 해도 다 듣는다고.”금정란이 거기서 멈췄다.다온은 원고를 따라 읽다가 고개를 들었다. 다음 문장이 있었다. 「그래서 저도 반죽하면서 라디오한테 말해요. 할머니처럼.」 금정란은 그 문장을 읽지 않았다.유리창 너머 금정란이 원고를 쥔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이크가 켜져 있었다. 숨소리가 들렸다. 한 번. 두 번.부조정실에서 한도윤이 몸을 일으켰다. 손이 콘솔 위 페이더로 갔다. 노래를 올릴까 말까.삼 초. 사 초. 라디오에서 삼 초 침묵은 사고였다. 오 초는 큰 사고.금정란이 고개를 들었다.“…죄송해요, 여러분.”목소리가 젖어 있었다.“이 사연 읽다가 옛날 생각이 나서요. 30년 전부터 우리 방송에 사연 보내 주시던 분이 계셨어요. 이분도 반죽하는 분이셨어요. 반죽하는 할머니. 그분도 라디오한테 혼잣말한다고 쓰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