مشاركة

9화. 낮 열두 시, 샌드위치

مؤلف: Jino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10-18 21:37:32

『반죽하는 사람: 누가 저한테 사연을 써 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써요. 원래 쓰고 있었다는 말은 못 했어요. 반죽이 다 부풀면 말할게요.』

≈

11월 29일 토요일 오전 열한 시. 반달FM 4층 회의실.

한도윤 PD가 종이 한 장을 탁자 위에 놓았다. 손가락으로 숫자를 짚었다.

“마케팅팀 중간 집계야. 공식 아니고. 0.5%.”

다온은 그 숫자를 봤다. 0.5. 두 달 전 0.3이었다.

“올랐어요.”

“올랐지. 0.2. 두 달 만에.”

“국장님은요? 뭐라세요?”

“국장님은 1%가 아니면 다 똑같대.”

한도윤이 종이를 접었다. 그런데 버리지 않고 서류철에 넣었다. 다온은 그걸 봤다.

“그래도 게시판은 하루 오십 개 넘어.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코너 사연이 매일 열 통씩 와. 물류 센터, 응급실, 경비실, 편의점. 지난주엔 소방서에서도 왔어.”

한도윤이 서류철을 덮었다.

“다온 작가. 0.5로는 안 돼. 근데 0.5까지 온 건 네가 한 거야. 그건 알아 둬.”

다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만 끄덕였다. 목이 조금 메었다.

≈

열두 시. 반달빵집.

다온은 밤샘 회의를 마치고 바로 빵집으로 왔다. 잠을 못 자 눈이 따가웠다. 창가 탁자에 앉아 메뉴판을 봤다. 낮 메뉴. 샌드위치 세 가지. 햄치즈, 에그마요, 감자.

“감자 샌드위치랑 우유요.”

계산대에서 미소가 「네!」 했다. 주방에서 태오가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식빵 두 장, 으깬 감자, 오이, 햄 한 장. 반으로 잘라 접시에 담았다. 칼질이 반듯했다. 한 달 동안 반 근 식빵을 자른 손.

태오가 접시를 들고 직접 왔다. 미소 대신.

“드세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다온은 샌드위치를 집었다. 감자가 부드러웠다. 오이가 아삭했다. 후추가 조금.

태오가 접시를 내려놓고 돌아서려다 멈췄다. 다온 얼굴을 봤다.

“…안 주무셨어요?”

“밤샘 회의요. 청취율 중간 집계 나왔어요.”

“…어떻게 나왔어요?”

태오 목소리가 조금 빨랐다. 평소보다.

“0.5%요. 0.3에서 올랐어요. 근데 1% 돼야 안 없어진대요.”

태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온 맞은편 의자를 봤다. 빈 의자. 앉을까 말까. 앉지 않았다. 대신 옆 탁자를 행주로 닦았다. 깨끗한 탁자를.

≈

“사장님.”

다온이 샌드위치를 내려놓았다.

“사장님도 사연 한번 써 보세요.”

태오가 행주를 쥔 채 굳었다.

“…네? 제가요?”

“우리 방송이요.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사장님도 새벽에 일하시잖아요. 한 시 반에 나오시죠? 새벽 빵집 얘기 쓰시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예요.”

계산대에서 미소가 쿨럭 했다. 사레들린 소리. 다온이 돌아봤다. 미소가 물을 마시며 손을 저었다. 「괜찮아요.」

다온은 다시 태오를 봤다.

“그리고 할머니 얘기도요.”

태오가 행주를 내려놓았다.

“이름 말고요. 얼굴 말고요. 그냥 반죽하는 할머니가 있었다는 얘기. 손자가 그 빵집을 이어서 하고 있다는 얘기. 그 정도만 써도 돼요. 이름 없이. 사연은 이름 없이 써도 되거든요.”

다온이 웃었다.

“금정란 선생님이 좋아하실 거예요. 그 할머니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하시거든요.”

태오는 다온을 봤다. 오래.

다온은 알고 있었다. 할머니가 반죽하는 할머니라는 걸. 지난주 「그것만 말할게요」 했는데. 다온은 그 약속을 지키면서 다른 길을 열어 주고 있었다. 이름 없이. 얼굴 없이. 할머니가 하던 방식대로. 손자가 직접.

그런데 다온은 몰랐다. 손자가 이미 1년째 그렇게 쓰고 있다는 걸.

태오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았다. 입술을 꾹 다물었다. 표정이 이상해졌을 것이다.

계산대에서 미소가 말했다. 크게.

“작가님, 사장님 글 못 써요.”

다온이 돌아봤다.

“진짜요? 사장님이?”

“진짜요. 메뉴판도 제가 써요. 사장님이 쓰면 글씨가 반죽 같아—”

미소가 말을 멈췄다. 태오가 계산대 쪽으로 걸어가 미소 옆을 지나갔다. 미소가 「악」 했다. 태오가 지나가면서 미소 운동화 앞코를 밟았다. 살짝.

“…써 볼게요. 언젠가.”

태오가 계산대 뒤에서 말했다. 다온을 보지 않고.

다온이 환하게 웃었다.

“진짜요? 그럼 반달FM 홈페이지 사연함에 보내시면 돼요. 이름은 아무거나 지으세요. 빵집 사장, 이런 거 말고. 멋있게.”

“…생각해 볼게요. 이름부터.”

≈

다온은 샌드위치를 다 먹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우유를 한 잔 더 시켰다. 오후 한 시. 빵집이 한가했다.

태오가 우유를 가져왔다. 이번엔 다온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처음이었다.

“작가님은.”

“네?”

“왜 라디오 작가 됐어요?”

다온이 우유 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 창밖을 봤다. 큰길에 버스가 지나갔다.

“대학 2학년 겨울에요. 많이 힘들었어요. 집안일도 있었고, 저도 있었고. 잠을 못 잤어요. 매일 새벽에 깨어 있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새벽에 라디오를 켰어요. 그냥. 아무 거나.”

다온이 우유를 마셨다.

“「두 시의 편지」였어요. 그때도 금정란 선생님이었어요. 선생님이 사연 하나를 읽어 주셨는데. 그 사연이.”

다온이 멈췄다. 웃었다. 쑥스럽게.

“그 사연이 저를 살렸어요. 진짜로. 무슨 얘기였는지는 다 기억 안 나요. 새벽에 일하는 누가 쓴 거였는데. 한 문장만 기억나요. 「새벽은 다 지나가요. 반죽이 부풀 듯이.」”

태오의 손이 탁자 위에서 굳었다.

“그 문장 듣고 울었어요. 이불 속에서. 그리고 그날 처음으로 잠들었어요. 아침에. 그래서 졸업하고 반달FM에 지원했어요. 「두 시의 편지」 작가 자리 나왔을 때 바로.”

다온이 우유 잔을 내려놓았다.

“그 사연 쓴 분 찾고 싶었는데. 방송국 와서 보니까 사연 기록이 다 남아 있지 않더라고요. 엽서는 버리는 경우가 많고. 그 해 사연 파일도 없고.”

태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반죽이 부풀 듯이.」

할머니 말이었다. 태오가 열 살 때부터 들은. 반죽이 안 부풀어 울 때마다 할머니가 했던 말. 「기다려. 새벽은 다 지나가. 반죽이 부풀 듯이.」

그 말을 할머니가 사연에 썼을까. 다온 대학 2학년 겨울에.

태오는 계산했다. 다온이 스물아홉. 대학 2학년이면 스물한 살. 8년 전.

8년 전 겨울. 할머니는 그때도 사연을 보냈다.

“…찾으셨으면 좋겠네요.”

태오가 말했다. 목소리가 조금 갈라졌다.

다온이 고개를 들었다. 태오를 봤다.

“사장님 목소리 왜 그래요?”

“…밀가루 먹어서요. 아침부터.”

다온이 웃었다.

≈

오후 세 시. 다온이 302호로 올라갔다. 잠을 자러.

침대에 눕기 전에 휴대폰을 들었다. 금정란에게 문자를 썼다.

「선생님, 혹시 8년 전 겨울 사연도 상자에 있을까요? 반죽하는 할머니 상자요. 제가 대학 때 들은 사연 하나를 찾고 있어서요. 「새벽은 다 지나가요, 반죽이 부풀 듯이」라는 문장이 있었어요.」

보내고 나서 알았다. 「반죽」이라는 말을 썼다는 걸. 반죽하는 할머니 상자에서 반죽 문장을 찾는다니. 다온은 휴대폰을 든 채 멈췄다.

답장은 십 분 뒤에 왔다. 금정란은 낮에 자는 사람이 아니었다.

「있을 거야. 그분 엽서는 하나도 안 버렸으니까. 근데 8년 전 겨울이면 엽서가 쉰 장은 넘어. 천천히 찾아 봐. 급할 거 없잖아.」

다온은 그 문자를 읽고 휴대폰을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 천장을 봤다.

급할 거 없었다. 프로그램 폐지까지 한 달이 남았지만.

≈

태오는 주방에서 반죽을 하고 있었다. 오후 반죽. 내일 새벽용. 미소가 옆에서 발을 절룩이며 오븐을 닦았다.

“사장님 진짜 밟았어요.”

“살짝이었어. 진짜로.”

“살짝도 밟은 거예요.”

미소가 오븐 문을 닫고 사장님을 돌아봤다.

“근데 사장님.”

“응.”

“작가님이 사연 써 보래요. 사장님한테. 반죽하는 사람한테.”

미소가 웃음을 참았다. 어깨가 떨렸다.

“사장님 이제 사연 처음 쓰는 척해야 돼요? 1년 동안 쓴 거 숨기고?”

태오가 반죽을 밀었다.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대학 2학년 얘기요. 「반죽이 부풀 듯이」. 그거 할머니 말 아니에요? 사장님이 저한테 저번에 했잖아요. 반죽 안 부푼다고 제가 울 때.”

태오가 밀대를 멈췄다.

“…알아. 나도 알아.”

“그럼 말해 줘요. 작가님 살린 사연이 할머니 거라고.”

“확실하지 않아.”

“확실하잖아요. 할머니 말인데.”

“…확실하지 않아.”

태오가 다시 밀대를 밀었다. 미소는 더 말하지 않았다. 사장님 등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사장님은 확실해도 확실하지 않다고 할 사람이었다. 확실할 때까지.

≈

새벽 한 시 삼십오 분. 11월 30일 일요일. 휴방일. 그래도 태오는 빵집에 나왔다. 몸이 깨서.

휴대폰을 꺼냈다. 메일 창. 월요일 방송용.

태오는 썼다.

「누가 저한테 사연을 써 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써요. 원래 쓰고 있었다는 말은 못 했어요.」

쓰고 나서 웃었다. 혼자. 이건 다온만 알아들을 수 있는 농담이었다. 아니, 다온은 못 알아들을 것이다. 다온은 이걸 반죽하는 사람의 이야기로 읽을 것이다. 누가 반죽하는 사람에게 사연을 쓰라고 했다고.

태오는 한 줄을 더 썼다. 그리고 지웠다. 「그 사람이 대학 때 새벽 사연 하나에 살았대요.」 그 줄을 쓰면 다온은 알 것이다. 그 얘기는 오늘 오후 창가 탁자에서 태오 한 사람만 들었다.

대신 이렇게 썼다.

「그 사람도 새벽 라디오를 좋아한대요. 저는 그 사람한테 아직 말 못 한 게 있어요. 반죽이 다 부풀면 말할게요.」

보내기를 눌렀다. 이번엔 지우지 않았다.

≈

월요일 새벽 두 시 오십 분. 반달FM 작가석.

다온은 반죽하는 사람 메일을 열었다. 읽었다.

『누가 저한테 사연을 써 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써요. 원래 쓰고 있었다는 말은 못 했어요.』

다온이 웃었다. 소리 내서. 한도윤이 부조정실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왜?」 「아니에요.」

‘누가 반죽하는 사람한테도 사연 써 보래.’

토요일에 다온이 아래층 사장님한테 한 말이었다. 반죽하는 사람도 누군가에게 같은 말을 들었다. 세상에 그런 말 하는 사람이 다온 말고 또 있었다. 그 사람은 반죽하는 사람이 1년째 쓰고 있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었다. 다온이 아래층 사장님한테 그랬듯이.

다음 줄을 읽었다.

『저는 그 사람한테 아직 말 못 한 게 있어요. 반죽이 다 부풀면 말할게요.』

다온은 형광펜 뚜껑을 열었다. 「반죽이 다 부풀면」에 줄을 그었다. 한 줄.

그리고 손을 멈췄다. 「반죽이 부풀 듯이.」 대학 2학년 겨울, 다온을 살린 그 문장. 토요일에 아래층 사장님한테 처음 말한. 반죽하는 사람도 반죽이 부푸는 얘기를 했다. 빵 굽는 사람은 다 반죽이 부푸는 얘기를 하겠지.

다온은 한 줄을 더 그었다. 그리고 원고를 금정란에게 넘겼다. 마음 한쪽이 이상하게 간지러웠다. 아래층 사장님 목소리가 갈라지던 게 생각났다. 「밀가루 먹어서요.」

(9화 끝)

استمر في قراءة هذا الكتاب مجانا
امسح الكود لتنزيل التطبيق

أحدث فصل

  • 새벽 두 시의 사연은 아래층 빵집에서 온다   12화. 마지막 방송 전야, 식빵 한 근

    『반죽하는 사람: 내일도 반죽할게요. 내일도 라디오 켤게요. 내일 그 자리에 다른 게 나와도 다이얼은 안 돌릴게요. 테이프 붙어 있으니까.』≈12월 31일 수요일 새벽 한 시 오십 분. 반달FM 4층.다온은 스튜디오 문 앞에 서 있었다. 원고 뭉치를 안고. 마지막 원고였다. 「두 시의 편지」 30년 마지막 방송. 사흘 밤을 새워 쓴. 30년 동안 사연을 보낸 사람들 이름을 다 넣고 싶었는데 다 넣을 수가 없었다. 게시판에 남은 이름만 이천 개가 넘었다.복도가 이상하게 붐볐다. 평소 새벽 두 시면 다온과 한도윤과 금정란, 셋이 전부였다. 오늘은 보도국 야간 기자, 교통 캐스터 나보람, 엔지니어 둘, 그리고 낮 프로 PD 몇이 복도에 서 있었다. 다들 종이컵을 들고. 30년 마지막 방송을 보러.보람이 다온에게 다가와 우유 종이컵을 내밀었다.“작가님, 괜찮아?”“몰라. 진짜 모르겠어.”“울지 마. 방송 중에 울면 사고야.”“선생님이 지난번에 팔 초 울었어.”“그러니까 둘이 울면 십육 초야.”다온이 웃었다. 보람도 웃었다. 그리고 보람이 다온 팔을 꽉 잡았다.스튜디오 안에서 금정란이 헤드폰을 쓰고 있었다. 빨간 머플러. 크리스마스이브 때 했던. 「마지막 날엔 이거 해야지.」부조정실에서 한도윤이 콘솔 앞에 앉아 있었다. 손에 서류철. 그런데 열지 않았다. 무릎 위에 올려 둔 채로.≈같은 시각. 반달빵집.태오는 반죽기를 돌리지 않았다. 작업대 앞에 서서 라디오를 보고 있었다. 할머니 라디오. 다이얼 위 테이프.오늘이 마지막이었다. 내일부터 새벽 두 시 이 주파수에선 재방송이 나온다고 했다. 낮 프로

  • 새벽 두 시의 사연은 아래층 빵집에서 온다   11화. 크리스마스 새벽, 슈톨렌

    『반죽하는 사람: 크리스마스이브엔 밤을 새워요. 슈톨렌에 슈가파우더를 뿌리면 눈 온 것 같아요. 올해는 누가 옆에서 리본을 묶어 주면 좋겠어요. 혼자 묶으면 자꾸 풀려요.』≈12월 23일 화요일 밤 열한 시. 반달FM 4층 작가석.다온은 달력을 봤다. 책상 옆 벽에 붙은 탁상 달력. 12월 장. 31일에 빨간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한도윤 PD가 그어 놓은. 그 옆에 작게 「마지막 방송」.여드레.일요일 빼고 일곱 번의 방송.다온은 동그라미에서 눈을 떼고 원고를 봤다. 크리스마스이브 특집.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 크리스마스에도 일하는 당신에게」. 사연 열둘. 응급실, 소방서, 편의점, 택시, 경비실, 물류 센터. 그리고 반죽하는 사람.반죽하는 사람 사연은 맨 마지막에 놓았다.『올해는 누가 옆에서 리본을 묶어 주면 좋겠어요. 혼자 묶으면 자꾸 풀려요.』다온은 그 문장에 형광펜을 그었다. 두 줄. 그리고 생각했다. 리본. 슈톨렌. 반달빵집도 크리스마스 케이크 대신 슈톨렌을 팔았다. 할머니 때부터. 진열대 앞에 「슈톨렌 예약 받습니다」 종이가 일주일째 붙어 있었다. 미소 글씨로.다온은 고개를 저었다. 크리스마스에 슈톨렌 파는 빵집은 많다.≈12월 24일 수요일 새벽 한 시. 반달빵집.태오는 셔터를 반만 올리고 들어왔다. 평소보다 반 시간 일찍. 오늘은 밤을 새워야 했다.작업대 위에 슈톨렌 반죽이 줄지어 있었다. 어젯밤 열 시까지 빚어 둔 것. 서른 개. 예약이 스물여섯, 매장용 넷. 할머니 때는 마흔 개였다. 태오는 서른 개가 한계였다.오븐 두 대를 예열했다. 첫 판 열 개를 넣었다. 타이머를 맞췄다. 사십 분.라디오를 켰다. 할머니 라디오. 테이프 붙은 다이얼. 「두 시의 편지」까지 한 시간.

  • 새벽 두 시의 사연은 아래층 빵집에서 온다   10화. 새벽 네 시, 단팥 호빵

    『택시 오 기사: 비 오는 새벽에 작가 아가씨를 태워다 줬어요. 빵집 앞에 내려 줬는데 빵집 총각이 유리문 안에서 나를 째려보더라고요. 30년 택시 몰면서 그런 눈은 처음 봤어요. 총각, 나 기사야.』≈12월 5일 금요일 오후 네 시. 반달FM 4층 회의실.한도윤 PD가 공문 한 장을 탁자에 놓았다. 이번엔 마케팅팀 중간 집계가 아니었다. 방송국 공식 청취율 조사 결과. 11월분.「두 시의 편지 — 0.6%」.다온은 그 숫자를 오래 봤다. 0.3에서 0.6. 두 배였다. 두 배인데 1%의 절반을 겨우 넘었다.“국장님이 이거 보시고 뭐라고 하셨는지 알아?”한도윤이 의자에 몸을 던지듯 앉았다.“「두 배네. 근데 0.6이네.」 끝.”금정란이 보온병 뚜껑을 열며 웃었다.“국장님 말 잘하시네.”“선생님, 웃을 일이 아니에요.”“웃어야지. 0.3이 0.6 됐는데. 30년 동안 이렇게 오른 적 없어.”금정란이 다온을 봤다. 안경 너머로.“다온 작가가 한 거야.”다온은 고개를 저었다.“청취자분들이 한 거예요. 사연 보내 주신 분들이. 게시판에 쓰신 분들이. 오 기사님이 택시 손님들한테 다 틀어 준대요.”“그 오 기사님 사연은 언제 읽어?”“…다음 주요. 월요일에.”다온은 대답하면서 서류철 안 오 기사님 사연을 생각했다. 「택시 오 기사」라는 이름으로 일주일에 두 통씩 오는. 손님 얘기, 새벽 도로 얘기, 반달빵집 단팥빵 얘기. 오 기사님은 사연마다 단팥빵이 나왔다.≈12월 6일 토요일 새벽 네 시 십 분. 반달FM 건물 1층 현관.비가 왔다. 겨울비. 차가운. 다온은 현관 유리문 안쪽에 서서 밖을 봤다. 빗줄기가 가로등 불빛에 하얗게 보였다. 큰길이 젖어 번들거렸다.우산이 없었다. 가방 안에 접이식 우산이 있었는데 지난주에 살이 부러져 버렸다. 새로 사야지 하면서 일주일이 지났다.25분. 걸으면 다 젖을 것이다. 첫차는 다섯 시 십 분. 한 시간을 현관에서 기다릴 수도 없었다.다온이 목도리를 머리에 뒤집어쓰려는데 큰길에서 경적이

  • 새벽 두 시의 사연은 아래층 빵집에서 온다   9화. 낮 열두 시, 샌드위치

    『반죽하는 사람: 누가 저한테 사연을 써 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써요. 원래 쓰고 있었다는 말은 못 했어요. 반죽이 다 부풀면 말할게요.』≈11월 29일 토요일 오전 열한 시. 반달FM 4층 회의실.한도윤 PD가 종이 한 장을 탁자 위에 놓았다. 손가락으로 숫자를 짚었다.“마케팅팀 중간 집계야. 공식 아니고. 0.5%.”다온은 그 숫자를 봤다. 0.5. 두 달 전 0.3이었다.“올랐어요.”“올랐지. 0.2. 두 달 만에.”“국장님은요? 뭐라세요?”“국장님은 1%가 아니면 다 똑같대.”한도윤이 종이를 접었다. 그런데 버리지 않고 서류철에 넣었다. 다온은 그걸 봤다.“그래도 게시판은 하루 오십 개 넘어.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코너 사연이 매일 열 통씩 와. 물류 센터, 응급실, 경비실, 편의점. 지난주엔 소방서에서도 왔어.”한도윤이 서류철을 덮었다.“다온 작가. 0.5로는 안 돼. 근데 0.5까지 온 건 네가 한 거야. 그건 알아 둬.”다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만 끄덕였다. 목이 조금 메었다.≈열두 시. 반달빵집.다온은 밤샘 회의를 마치고 바로 빵집으로 왔다. 잠을 못 자 눈이 따가웠다. 창가 탁자에 앉아 메뉴판을 봤다. 낮 메뉴. 샌드위치 세 가지. 햄치즈, 에그마요, 감자.“감자 샌드위치랑 우유요.”계산대에서 미소가 「네!」 했다. 주방에서 태오가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식빵 두 장, 으깬 감자, 오이, 햄 한 장. 반으로 잘라 접시에 담았다. 칼질이 반듯했다. 한 달 동안 반 근 식빵을 자른 손.태오가 접시를 들고 직접 왔다. 미소 대신.“드세요.”“감사합니다, 사장님.”다온은 샌드위치를 집었다. 감자가 부드러웠다. 오이가 아삭했다. 후추가 조금.태오가 접시를 내려놓고 돌아서려다 멈췄다. 다온 얼굴을 봤다.“…안 주무셨어요?”“밤샘 회의요. 청취율 중간 집계 나왔어요.”“…어떻게 나왔어요?”태오 목소리가 조금 빨랐다. 평소보다.“0.5%요. 0.3에서 올랐어요. 근데 1% 돼야 안 없어진대요.”태오가

  • 새벽 두 시의 사연은 아래층 빵집에서 온다   8화. 새벽 다섯 시, 모카빵

    『택시 오 기사: 30년 전에 빵집 누님이 그러더라고요. 비밀은 반죽 같은 거라고. 너무 치대면 질겨진대요. 그래서 저는 안 치대요. 근데 입이 근질근질해요.』≈11월 22일 토요일 새벽 다섯 시 십이 분. 반달빵집.다온은 소금빵 봉투를 받아 들고도 나가지 않았다. 계산대 옆 벽. 할머니 사진 앞에 섰다. 일주일째였다. 7일 동안 매일 아침 다온은 그 사진 앞에서 1분씩 서 있었다.태오는 계산대 뒤에서 그걸 보고 있었다. 일주일째.“사장님.”“…네.”“할머니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태오가 영수증을 쥔 채로 멈췄다.“…왜요?”“그냥요. 3년 전에 이사 왔을 때 소금빵 공짜로 주셨거든요. 인사도 제대로 못 했어요. 그해 겨울에 돌아가셨잖아요. 이름도 모르고.”다온이 사진을 보며 말했다. 태오를 보지 않고. 목소리가 담담했다. 너무 담담했다.태오는 영수증을 내려놓았다. 할머니 이름을 말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동네 사람 절반이 알았다. 그런데 다온이 그걸 묻는 이유를 태오는 알았다. 일주일 전 금정란 선생님 방송. 반죽하는 할머니.이름을 말하면 다온은 어떻게 할까. 금정란 선생님한테 전할까. 할머니가 30년 동안 숨긴 이름을.태오가 입을 열었다. 그 전에 문이 열렸다. 딸랑.“총각! 단팥빵 둘!”≈오 기사님은 모자를 벗어 털며 들어왔다. 찬바람이 같이 들어왔다. 그리고 계산대 옆 벽 앞에 선 다온을 봤다.“어, 작가 아가씨. 순례 누님 사진 보고 있어?”다온이 돌아봤다.“순례 누님이요?”“그래, 순례 누님. 여기 할머니. 반달빵집 순례 누님이지. 이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 없어.”오 기사님이 단팥빵 칸으로 가며 말을 이었다.“30년 전에 내가 택시 처음 몰 때부터 여기서 단팥빵 사 먹었어. 새벽 네 시 반에 오면 누님이 문 열기 전인데도 뒷문으로 줬어. 「기사 양반 배고프지」 하고.”태오가 계산대 뒤에서 오 기사님을 봤다. 오 기사님은 그 눈빛을 못 봤다. 아니, 봤는데 무시했다.“누님이 라디오를 그렇게 좋아했어.

  • 새벽 두 시의 사연은 아래층 빵집에서 온다   7화. 새벽 두 시 반, 생방송

    『반죽하는 사람: 할머니는 반죽을 치대면서 혼잣말을 했어요. 누구한테 하는 말이냐고 물으면 라디오한테 한다고 했어요. 라디오가 대답은 안 해도 다 듣는다고.』≈11월 15일 토요일 새벽 두 시 이십팔 분. 반달FM 4층 스튜디오.다온은 작가석에서 유리창 너머를 보고 있었다. 금정란이 마이크 앞에 앉아 원고를 넘겼다.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코너 차례. 오늘 사연은 반죽하는 사람. 다온이 맨 앞에 놓았다.코너를 시작한 지 4주. 게시판 글이 하루 서른 개를 넘었다. 청취율은 아직 몰랐다. 다음 달 첫 주에 나온다고 했다. 한도윤 PD는 매일 새벽 게시판 숫자를 세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금정란이 원고를 들었다. 큐 사인. 다온이 부조정실 쪽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도윤이 노래 볼륨을 내렸다.“두 시 반이에요.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오늘은 다시 반죽하는 사람님이에요. 이분 사연 기다리시는 분들 많죠. 게시판에 「반죽하는 사람 언제 나와요」가 제일 많대요.”금정란이 웃었다. 그리고 읽었다.“할머니는 반죽을 치대면서 혼잣말을 했어요. 누구한테 하는 말이냐고 물으면 라디오한테 한다고 했어요. 라디오가 대답은 안 해도 다 듣는다고.”금정란이 거기서 멈췄다.다온은 원고를 따라 읽다가 고개를 들었다. 다음 문장이 있었다. 「그래서 저도 반죽하면서 라디오한테 말해요. 할머니처럼.」 금정란은 그 문장을 읽지 않았다.유리창 너머 금정란이 원고를 쥔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이크가 켜져 있었다. 숨소리가 들렸다. 한 번. 두 번.부조정실에서 한도윤이 몸을 일으켰다. 손이 콘솔 위 페이더로 갔다. 노래를 올릴까 말까.삼 초. 사 초. 라디오에서 삼 초 침묵은 사고였다. 오 초는 큰 사고.금정란이 고개를 들었다.“…죄송해요, 여러분.”목소리가 젖어 있었다.“이 사연 읽다가 옛날 생각이 나서요. 30년 전부터 우리 방송에 사연 보내 주시던 분이 계셨어요. 이분도 반죽하는 분이셨어요. 반죽하는 할머니. 그분도 라디오한테 혼잣말한다고 쓰셨어요.

فصول أخرى
استكشاف وقراءة روايات جيدة مجانية
الوصول المجاني إلى عدد كبير من الروايات الجيدة على تطبيق GoodNovel. تنزيل الكتب التي تحبها وقراءتها كلما وأينما أردت
اقرأ الكتب مجانا في التطبيق
امسح الكود للقراءة على التطبيق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