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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크리스마스 새벽, 슈톨렌

Author: Jin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5 19:40:00

『반죽하는 사람: 크리스마스이브엔 밤을 새워요. 슈톨렌에 슈가파우더를 뿌리면 눈 온 것 같아요. 올해는 누가 옆에서 리본을 묶어 주면 좋겠어요. 혼자 묶으면 자꾸 풀려요.』

≈

12월 23일 화요일 밤 열한 시. 반달FM 4층 작가석.

다온은 달력을 봤다. 책상 옆 벽에 붙은 탁상 달력. 12월 장. 31일에 빨간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한도윤 PD가 그어 놓은. 그 옆에 작게 「마지막 방송」.

여드레.

일요일 빼고 일곱 번의 방송.

다온은 동그라미에서 눈을 떼고 원고를 봤다. 크리스마스이브 특집.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 크리스마스에도 일하는 당신에게」. 사연 열둘. 응급실, 소방서, 편의점, 택시, 경비실, 물류 센터. 그리고 반죽하는 사람.

반죽하는 사람 사연은 맨 마지막에 놓았다.

『올해는 누가 옆에서 리본을 묶어 주면 좋겠어요. 혼자 묶으면 자꾸 풀려요.』

다온은 그 문장에 형광펜을 그었다. 두 줄. 그리고 생각했다. 리본. 슈톨렌. 반달빵집도 크리스마스 케이크 대신 슈톨렌을 팔았다. 할머니 때부터. 진열대 앞에 「슈톨렌 예약 받습니다」 종이가 일주일째 붙어 있었다. 미소 글씨로.

다온은 고개를 저었다. 크리스마스에 슈톨렌 파는 빵집은 많다.

≈

12월 24일 수요일 새벽 한 시. 반달빵집.

태오는 셔터를 반만 올리고 들어왔다. 평소보다 반 시간 일찍. 오늘은 밤을 새워야 했다.

작업대 위에 슈톨렌 반죽이 줄지어 있었다. 어젯밤 열 시까지 빚어 둔 것. 서른 개. 예약이 스물여섯, 매장용 넷. 할머니 때는 마흔 개였다. 태오는 서른 개가 한계였다.

오븐 두 대를 예열했다. 첫 판 열 개를 넣었다. 타이머를 맞췄다. 사십 분.

라디오를 켰다. 할머니 라디오. 테이프 붙은 다이얼. 「두 시의 편지」까지 한 시간.

태오는 슈가파우더 통을 열었다. 하얀 가루. 체에 걸러 둘 것. 그리고 포장 상자와 리본을 꺼냈다. 빨간 리본 한 롤. 할머니가 쓰던 그 색.

리본이 문제였다. 할머니는 리본을 1초 만에 묶었다. 상자를 돌리며 리본을 감고, 손가락 두 개로 고리를 만들고, 쑥 빼면 나비가 생겼다. 태오는 3년째 그게 안 됐다. 묶으면 한쪽 고리가 크고 한쪽이 작았다. 그리고 자꾸 풀렸다.

작년엔 미소가 아직 없었다. 태오 혼자 서른 개를 묶었다. 손님 셋이 다음 날 리본이 풀렸다고 했다.

≈

새벽 두 시 사십 분. 반달FM 스튜디오.

크리스마스이브 특집은 순조로웠다. 금정란이 빨간 머플러를 하고 왔다. 「30년 동안 크리스마스이브엔 이거 했어」. 사연마다 캐럴을 한 곡씩 붙였다. 게시판이 바빴다. 「응급실에서 듣고 있어요」 「택시 손님이 따라 불러요」 「소방서 대기실 다 같이 들어요」.

다온은 작가석에서 게시판 숫자를 셌다. 일흔. 여든. 아흔.

세 시 사십 분. 마지막 사연. 반죽하는 사람.

금정란이 읽었다. 슈톨렌, 슈가파우더, 눈 온 것 같다고. 그리고 리본.

“…올해는 누가 옆에서 리본을 묶어 주면 좋겠어요. 혼자 묶으면 자꾸 풀려요.”

금정란이 원고를 내려놓았다.

“반죽하는 사람님. 리본 묶어 줄 사람 생겼으면 좋겠네요. 아니, 생길 거예요. 크리스마스잖아요.”

금정란이 웃었다. 그리고 마지막 캐럴. 다온이 고른 곡. 조용한.

≈

네 시 칠 분. 생방이 끝나고 다온이 외투를 입는데 한도윤이 부조정실에서 나왔다. 손에 작은 종이 상자.

“다온 작가. 메리 크리스마스.”

상자 안에 머그잔 하나. 하얀 머그. 「두 시의 편지」 로고가 찍힌. 30주년 때 만들었다가 창고에 쌓여 있던 기념품.

“우유 그거 종이컵에 마시지 말고 이거에 마셔. 31일 지나면 이 로고도 끝이니까.”

한도윤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다온은 머그를 받아 들었다. 로고가 조금 벗겨져 있었다.

“PD님, 아직 일주일 남았어요.”

“알아.”

“포기 안 했어요.”

“…알아.”

한도윤이 부조정실로 돌아갔다. 문을 닫지 않았다. 다온은 머그를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걸었다. 25분. 크리스마스이브 새벽 길에 편의점마다 작은 트리가 반짝였다.

≈

네 시 사십 분. 다온은 빵집 앞에 섰다.

셔터가 끝까지 올라가 있었다. 평소엔 다섯 시에 올리는. 유리문 안이 환했다. 그리고 진열대 앞 작업대 위에 하얀 덩어리들이 줄지어 있었다. 슈톨렌. 슈가파우더를 뒤집어쓴.

딸랑.

“일찍 여셨네요.”

태오가 작업대 앞에서 고개를 들었다. 손에 빨간 리본. 슈톨렌 상자 하나에 리본을 감고 있었다. 나비가 비뚤었다. 한쪽 고리가 크고 한쪽이 작았다.

“…예약 손님이 다섯 시부터 와요.”

“몇 개 남았어요?”

태오가 작업대를 봤다. 포장 안 된 상자들.

“스물셋이요.”

다온은 시계를 봤다. 네 시 사십일 분. 다섯 시까지 십구 분.

다온은 가방을 의자에 내려놓았다. 목도리를 풀었다. 외투를 벗었다. 소매를 걷었다.

“제가 할게요. 리본.”

“…네?”

“저 리본 잘 묶어요. 엄마가 꽃집 했어요. 어릴 때 맨날 묶었어요.”

다온이 작업대 앞으로 갔다. 태오 옆에 섰다. 태오가 묶다 만 상자를 집었다. 비뚤어진 나비를 풀었다. 리본을 상자에 다시 감았다. 십자로. 위에서 교차. 손가락 두 개로 고리를 만들고, 다른 쪽을 감아, 쑥 뺐다.

1초. 나비가 생겼다. 양쪽 고리가 똑같았다.

태오가 그걸 봤다. 입이 조금 벌어졌다.

“…할머니처럼 하시네요.”

“할머니도 이렇게 하셨어요?”

“…네. 1초에.”

다온이 웃었다. 다음 상자를 집었다.

≈

둘이 나란히 섰다. 작업대 앞. 태오가 슈톨렌을 상자에 넣고 뚜껑을 덮어 밀면, 다온이 리본을 묶었다. 상자 하나에 십 초. 다온 손이 빨랐다.

계산대 옆 라디오에서 「두 시의 편지」 다시듣기가 흘러나왔다. 볼륨을 작게. 아까 방송. 캐럴과 사연.

다온이 리본을 묶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사장님 라디오 들으시네요. 우리 방송.”

“…할머니 라디오라서요.”

“다시듣기까지요?”

태오가 상자를 밀었다. 대답하지 않았다.

다섯 번째 상자. 여섯 번째. 라디오에서 금정란 목소리가 마지막 사연을 소개했다.

“…반죽하는 사람님이에요.”

다온 손이 리본 위에서 멈췄다.

라디오가 읽었다. 슈톨렌. 슈가파우더. 리본. 혼자 묶으면 자꾸 풀려요.

다온은 리본을 쥔 채로 작업대를 봤다. 슈톨렌. 슈가파우더. 리본. 혼자 묶던 태오.

옆에서 태오가 상자 뚜껑을 덮고 있었다. 손이 멈춰 있었다. 상자 위에서.

다온이 고개를 돌렸다. 태오를 봤다.

태오가 다온을 봤다.

둘 사이에 슈톨렌 상자 하나. 리본이 반쯤 감긴.

라디오에서 금정란이 웃었다. 「리본 묶어 줄 사람 생겼으면 좋겠네요.」

≈

다온은 리본을 마저 묶었다. 1초. 나비.

그리고 말했다. 리본을 보면서.

“이 사람, 오늘 누구 옆에 있을까요.”

목소리가 작았다. 농담으로 하려던 말이었다. 농담이 되지 않았다.

태오는 상자를 밀었다. 다음 상자를 집었다. 슈톨렌을 넣었다. 손이 조금 떨렸다. 슈가파우더가 작업대에 흩어졌다.

“…있겠죠, 누구.”

태오가 말했다. 상자를 보면서.

다온은 다음 상자에 리본을 감았다. 손가락이 리본 위에서 한 번 미끄러졌다. 다시 감았다. 1초. 나비.

둘 다 더 말하지 않았다. 라디오가 캐럴을 틀었다. 오븐 타이머가 째깍거렸다. 리본 감는 소리. 상자 미는 소리.

다온 손이 다음 리본을 집으려 할 때 태오 손도 그 리본 롤을 집으려 했다. 손등이 닿을 뻔했다. 1센티미터. 둘 다 손을 멈췄다. 태오가 먼저 손을 뺐다.

“…드세요.”

리본 롤을 다온 쪽으로 밀었다.

다온이 웃었다. 리본을 받았다.

“리본은 먹는 거 아니에요.”

“…그래요.”

≈

다섯 시. 첫 예약 손님이 왔다. 딸랑.

“총각! 슈톨렌 찾으러 왔어!”

오 기사님이었다. 예약 명단 1번. 손자들 주려고. 오 기사님이 작업대 앞에 선 다온을 보고 멈췄다. 소매를 걷고 리본을 든 다온. 그 옆 슈가파우더 묻은 태오.

“어, 작가 아가씨가 왜 리본을 묶어?”

“도와드리는 거예요.”

“크리스마스이브 새벽 다섯 시에?”

“네.”

오 기사님이 태오를 봤다. 태오가 슈톨렌 상자를 내밀었다. 빨간 리본. 나비가 반듯한.

“기사님 거요.”

오 기사님이 상자를 받아 들고 리본을 봤다. 그리고 크게 웃었다.

“이야, 이거 순례 누님 리본이네. 3년 만에 반듯한 리본 본다. 작년엔 총각이 묶어서 집에 가는 길에 풀렸잖아.”

태오가 계산했다. 다온은 다음 상자를 묶었다.

오 기사님이 나가다 문 앞에서 돌아봤다. 둘을 번갈아 보며.

“메리 크리스마스. 둘 다.”

딸랑.

≈

여섯 시 사십 분. 마지막 예약 상자. 스물여섯 번째.

다온은 리본을 묶고 손을 털었다. 손가락이 빨갛게 쓸려 있었다. 리본에.

“다 했다.”

태오가 상자를 받아 진열대 옆에 쌓았다. 스물여섯 개. 나비가 다 반듯했다.

“…고마워요.”

태오가 말했다. 다온을 보고. 처음으로 「고마워요」였다. 「드세요」 「그래요」가 아니라.

다온이 손을 흔들었다.

“저도 재밌었어요. 리본 묶는 거 오랜만이에요. 엄마 가게 접고 나서 처음.”

다온이 외투를 입었다. 목도리를 감았다. 가방을 들었다. 문 쪽으로 가려는데 태오가 불렀다.

“작가님.”

“네?”

태오가 진열대 끝에서 슈톨렌 하나를 집었다. 매장용 넷 중 하나. 리본 없는 상자. 태오가 그 상자에 리본을 감았다. 직접. 서툴게. 손가락 두 개로 고리를 만들고, 다른 쪽을 감아, 쑥 뺐다.

나비가 생겼다. 한쪽 고리가 조금 컸다. 그래도 나비였다.

태오가 상자를 내밀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다온은 상자를 받았다. 리본을 봤다. 비뚤어진 나비.

“사장님이 묶은 거네요.”

“…자꾸 풀려요. 집에 가서 풀리면 다시 묶으세요.”

다온은 상자를 두 손으로 안았다.

“안 풀리게 들고 갈게요.”

≈

302호. 다온은 슈톨렌 상자를 책상에 놓았다. 리본을 풀지 않았다. 비뚤어진 나비 그대로.

노트를 펼쳤다. 박순례 할머니 장. 「→ 손자가 말할 때까지 기다리기?」 그 아래 빈 줄.

다온은 볼펜을 들었다. 쓰려다 멈췄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몰랐다.

「반죽하는 사람 — 슈톨렌, 리본, 혼자 묶음.」

「아래층 — 슈톨렌, 리본, 혼자 묶음.」

그렇게 쓰면 됐다. 그런데 쓰지 못했다.

쓰면 확실해질 것 같아서. 확실해지면, 그 다음은. 1년 동안 사연을 받아 읽은 사람이 매일 아침 빵을 사던 아래층 사람이라면. 다온은 그 사람한테 1년 동안 무슨 얼굴을 보였을까. 형광펜 묻은 손, 퉁퉁 부은 눈, 털 실내화, 잠든 얼굴, 용수철 꽈배기.

그리고 그 사람은 그걸 다 보면서 사연을 썼을까.

다온은 노트를 덮었다. 볼펜을 내려놓았다.

슈톨렌 상자를 다시 봤다. 리본이 풀리지 않았다. 비뚤어진 채로 단단했다.

창밖이 조금씩 밝아졌다. 크리스마스이브 아침. 아래층에서 오븐 타이머 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 띠리리.

(1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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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 오 기사: 30년 전에 빵집 누님이 그러더라고요. 비밀은 반죽 같은 거라고. 너무 치대면 질겨진대요. 그래서 저는 안 치대요. 근데 입이 근질근질해요.』≈11월 22일 토요일 새벽 다섯 시 십이 분. 반달빵집.다온은 소금빵 봉투를 받아 들고도 나가지 않았다. 계산대 옆 벽. 할머니 사진 앞에 섰다. 일주일째였다. 7일 동안 매일 아침 다온은 그 사진 앞에서 1분씩 서 있었다.태오는 계산대 뒤에서 그걸 보고 있었다. 일주일째.“사장님.”“…네.”“할머니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태오가 영수증을 쥔 채로 멈췄다.“…왜요?”“그냥요. 3년 전에 이사 왔을 때 소금빵 공짜로 주셨거든요. 인사도 제대로 못 했어요. 그해 겨울에 돌아가셨잖아요. 이름도 모르고.”다온이 사진을 보며 말했다. 태오를 보지 않고. 목소리가 담담했다. 너무 담담했다.태오는 영수증을 내려놓았다. 할머니 이름을 말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동네 사람 절반이 알았다. 그런데 다온이 그걸 묻는 이유를 태오는 알았다. 일주일 전 금정란 선생님 방송. 반죽하는 할머니.이름을 말하면 다온은 어떻게 할까. 금정란 선생님한테 전할까. 할머니가 30년 동안 숨긴 이름을.태오가 입을 열었다. 그 전에 문이 열렸다. 딸랑.“총각! 단팥빵 둘!”≈오 기사님은 모자를 벗어 털며 들어왔다. 찬바람이 같이 들어왔다. 그리고 계산대 옆 벽 앞에 선 다온을 봤다.“어, 작가 아가씨. 순례 누님 사진 보고 있어?”다온이 돌아봤다.“순례 누님이요?”“그래, 순례 누님. 여기 할머니. 반달빵집 순례 누님이지. 이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 없어.”오 기사님이 단팥빵 칸으로 가며 말을 이었다.“30년 전에 내가 택시 처음 몰 때부터 여기서 단팥빵 사 먹었어. 새벽 네 시 반에 오면 누님이 문 열기 전인데도 뒷문으로 줬어. 「기사 양반 배고프지」 하고.”태오가 계산대 뒤에서 오 기사님을 봤다. 오 기사님은 그 눈빛을 못 봤다. 아니, 봤는데 무시했다.“누님이 라디오를 그렇게 좋아했어.

  • 새벽 두 시의 사연은 아래층 빵집에서 온다   7화. 새벽 두 시 반, 생방송

    『반죽하는 사람: 할머니는 반죽을 치대면서 혼잣말을 했어요. 누구한테 하는 말이냐고 물으면 라디오한테 한다고 했어요. 라디오가 대답은 안 해도 다 듣는다고.』≈11월 15일 토요일 새벽 두 시 이십팔 분. 반달FM 4층 스튜디오.다온은 작가석에서 유리창 너머를 보고 있었다. 금정란이 마이크 앞에 앉아 원고를 넘겼다.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코너 차례. 오늘 사연은 반죽하는 사람. 다온이 맨 앞에 놓았다.코너를 시작한 지 4주. 게시판 글이 하루 서른 개를 넘었다. 청취율은 아직 몰랐다. 다음 달 첫 주에 나온다고 했다. 한도윤 PD는 매일 새벽 게시판 숫자를 세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금정란이 원고를 들었다. 큐 사인. 다온이 부조정실 쪽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도윤이 노래 볼륨을 내렸다.“두 시 반이에요.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 오늘은 다시 반죽하는 사람님이에요. 이분 사연 기다리시는 분들 많죠. 게시판에 「반죽하는 사람 언제 나와요」가 제일 많대요.”금정란이 웃었다. 그리고 읽었다.“할머니는 반죽을 치대면서 혼잣말을 했어요. 누구한테 하는 말이냐고 물으면 라디오한테 한다고 했어요. 라디오가 대답은 안 해도 다 듣는다고.”금정란이 거기서 멈췄다.다온은 원고를 따라 읽다가 고개를 들었다. 다음 문장이 있었다. 「그래서 저도 반죽하면서 라디오한테 말해요. 할머니처럼.」 금정란은 그 문장을 읽지 않았다.유리창 너머 금정란이 원고를 쥔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이크가 켜져 있었다. 숨소리가 들렸다. 한 번. 두 번.부조정실에서 한도윤이 몸을 일으켰다. 손이 콘솔 위 페이더로 갔다. 노래를 올릴까 말까.삼 초. 사 초. 라디오에서 삼 초 침묵은 사고였다. 오 초는 큰 사고.금정란이 고개를 들었다.“…죄송해요, 여러분.”목소리가 젖어 있었다.“이 사연 읽다가 옛날 생각이 나서요. 30년 전부터 우리 방송에 사연 보내 주시던 분이 계셨어요. 이분도 반죽하는 분이셨어요. 반죽하는 할머니. 그분도 라디오한테 혼잣말한다고 쓰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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