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화

Aвтор: 완경음
낙요는 눈가가 빨갰지만 눈빛만은 의연하고 차가웠다.

방문을 닫은 뒤 그녀는 아직도 쑤시듯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침상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이 몸으로 환생해서인지 무력을 전혀 쓸 수가 없었다.

그녀가 여국에서 모두가 우러러보는 대제사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풍수와 관상을 보고 점을 치는 능력이 출중한 것도 있지만 혼자서 백여 명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대단한 무공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하니 그녀는 자기 몸이 못내 그리워졌다. 어릴 때부터 무공을 배워서 경맥이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강인했으니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괴롭힐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몸은 이미 좌골양회(挫骨揚灰: 원한이 깊거나 중죄를 저지른 사람이 죽은 후 그 뼈를 갈아서 뿌리는 것)를 당했다.

서방(書房)으로 돌아온 부진환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고 마음도 심란했다.

소유(蘇游)가 그의 방으로 찾아와 문을 두드렸다.

“왕야, 오늘 밤도 그 사람들을 불러 큰아씨께 겁을 줄까요?”

그의 말에 부진환의 미간이 더욱 좁혀졌다.

“아니, 오늘은 됐다.”

어젯밤 그녀를 단단히 혼냈으니 다시 한번 그런 일을 겪는다면 또 자결하겠다고 난리를 칠 게 뻔했고, 혹시라도 진짜 죽기라도 한다면 승상부 쪽에 얘기하기가 껄끄러워진다.

소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렸고 희미한 광선이 방 안으로 쏟아졌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 있었다.

젊고 예쁘장한 계집종이 방 안으로 들어오면서 오만한 태도로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왕비 마마께서는 신선이라도 되려고 그러십니까?”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낙청연이 눈을 떴다. 그녀의 눈빛은 싸늘하고 날카로웠고 그 눈빛에 맹금우(孟錦雨)는 순간 겁을 먹었다.

그녀는 손을 휘저으며 밖에 있는 사람을 불러들이더니 일부러 거드름을 피우면서 느긋하게 얘기했다.

“왕비 마마께서 온종일 음식을 드시지 않았으니 배가 많이 고플 것이라 하여 왕야께서 자비를 베풀어 이것들을 하사해주셨습니다.”

계집종들이 손에 접시를 들고 하나둘 들어왔는데 접시 안에 든 것은 전부 찐빵이었다.

“드세요. 배부르게 드셨으면 저녁엔 일을 해야 합니다.”

맹금우는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바라봤고 그 눈빛에는 원망이 가득했다.

맹금우는 말을 마치고 발걸음을 옮겨 방에서 나갔고 문밖으로 나와서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안쪽을 흘겨봤다.

맹금우는 왕야의 통방(通房:하녀로서 첩을 겸한 여인)이 되는 것을 꿈꿨다. 만약 낙월영이 순조롭게 왕비가 되었다면 오늘 밤 왕야의 밤 시중을 드는 사람은 자신이었을 터였다.

오래도록 바랐던 꿈이 곧 이뤄질 거로 생각했는데 낙청연 때문에 모두 허사가 된 것이다.

저렇게 못생긴 여인은 왕비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맹금우는 생각했다.

갓 쪄서 나온 찐빵의 냄새를 맡자 배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확실히 배가 고팠던 낙청연은 찐빵이라도 먹을 생각이었다. 찐빵을 몇 개 먹는다고 해서 목이 메어 죽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낙청연은 몸을 일으켜 앉고는 찐빵을 손에 들고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렇게 입에 넣고 두어 번 씹었는데 낙청연은 돌연 표정을 굳히더니 곧바로 찐빵을 뱉어냈다. 그리고는 옆에 놓인 그릇에 담긴 찐빵들의 냄새도 하나하나 다 맡아봤는데 전부 약이 발라져 있었다.

극락산(極樂散)은 복용하면 아주 강한 환각을 일으키고 그 효과가 네 시진(時辰 옛날 두 시간을 세던 단위)까지 지속되면서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을 자신이 마음에 둔 사람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눈앞에 있는 자의 용모가 어떻든, 설사 눈앞에 있는 것이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라고 해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였다.

어제는 향을 피웠고 오늘은 아예 극락산을 사용한 것이다.

아마도 그녀가 오늘 낙월영을 다치게 해서 부진환의 미움을 더 사게 되는 바람에 이토록 악랄한 방법으로 복수를 하려는 것일지도 몰랐다.

천궐국의 섭정왕은 역시나 소문대로 지독한 사람이었다.

찐빵에는 전부 약이 발라져 있었기에 낙청연은 그것을 먹지 못했고 그저 허기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

낙청연의 눈동자에 서늘함이 감돌았다. 그녀는 우선 상대의 계략을 역이용할 생각이었다. 부진환은 자신을 괴롭히려 했고, 낙요는 낙청연과 달리 순순히 감내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찐빵 세 개를 침상 아래에 숨겨두고는 찐빵을 먹은 척했다.

조용하던 마당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고 윽박지르는 소리와 사람을 패는 소리가 들려왔다. 등 어멈의 목소리도 은은히 들리는 것 같아 호기심이 생긴 낙청연은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등 어멈이 계집종 몇 명에게 둘러싸여 발길질을 당하고 있었는데 등 어멈은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연신 애달픈 목소리로 애원하고 있었다.

“금우양, 우리 어머니는 병세가 심각하셔서 아마 곧 돌아가실 것 같소. 그래서 집에 가 봐야 하오. 날 때려서 분을 푼 다음, 날 저택에서 나가게 해주면 안 되겠소?”

옆에 있던 맹금우는 팔짱을 낀 채로 교만하게 말했다.

“아직 살아있지 않습니까? 죽은 다음에 얘기하시지요.”

등 어멈은 급한 마음에 맹금우의 옷자락을 잡으면서 빌었다.

“금우양, 제발 부탁이오. 제발…”

“이거 놓으시지요!”

혼란스러운 와중에 맹금우의 소맷자락이 찢어졌고 그녀는 등 어멈에게 발길질하면서 씨근거리며 욕을 했다.

“망할 노인네 같으니라고! 이 옷이 얼마나 비싼 것인 줄 아느냐? 널 팔아도 사지 못한다. 퉤. 너 같은 건 늙고 못생겨서 청루(青樓)에 팔아도 돈이 안 된다는 말이다!”

낙청연은 그 모습에 울컥 화가 났다. 맹금우는 조금 전 자신에게 찐빵을 가져다준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등 어멈을 무자비하게 때리고 있었다. 도대체 뭐 하는 인간인지 알 수 없었다.

등 어멈은 어머니가 병중에 계셔서 저택을 나가고 싶은 것뿐이었는데 그걸 막는 걸로도 모자라 나이 드신 분을 이렇게나 모욕하다니.

낙청연은 부처는 아니었지만 자신의 앞에서 사람이 맞아 죽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만!”

낙청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을 치더니 빠른 걸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등 어멈을 때리는 계집종들을 힘껏 밀쳤다.

맹금우는 그녀를 보고는 바로 턱을 쳐들면서 거만한 태도로 차갑게 말했다.

“왕비 마마는 정말 한가하신가 봅니다. 신부를 기절시켜서 대신 혼례를 치르시더니 이제는 여기까지 오셔서 저희 아랫사람들을 혼내시다니. 그렇게 마음씨가 좋으시면 저택의 뒷간 청소나 해주시지요. 그럼 저희도 좀 쉴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낙청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들어 맹금우의 뺨을 내리쳤다. 그녀는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노비 따위가 감히 상전에게 일을 시킨다는 말이냐? 간덩이가 단단히 부었구나!”

체형 상의 우세 때문인지 낙청연은 힘이 꽤 셌고 맹금우는 하마터면 바닥에 나뒹굴 뻔했다. 맹금우는 몸을 비틀거리면서 겨우 중심을 잡았고 옆에 있던 계집종들은 기함하면서 얼른 그녀를 부축했다.

낙청연의 행동에 계집종들은 전부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고 등 어멈 또한 경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맹금우는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몸의 중심을 잡고 고개를 들었는데 그녀의 뺨에는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었고 입가에서는 붉은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감히 날 때리다니? 빌어먹을 년! 왕야께서도 차마 날 때리지 않는데 너 따위가 뭐라고 내게 손찌검을 한단 말이냐?”

맹금우는 분한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낙청연을 노려봤고 대놓고 낙청연의 면전에 대고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낙청연은 눈썹을 까딱이며 말했다.

“왜? 네가 어느 대단한 집안의 여식이라도 되느냐? 그래서 왕야께서 무서워서 널 때리지 못한다고 하시더냐?”

낙청연에게 말꼬리가 잡힌 맹금우는 안색이 돌변해서 말했다.

“그건…”

다시금 정신을 차린 맹금우는 다시 그녀를 쏘아보며 말했다.

“망할 년. 왕비라고 한 번 불러줬더니만 네가 진짜 왕비라도 된 줄 아느냐? 이 저택에서 너는 짐승만도 못한 미천한 존재다. 감히 날 때리다니, 죽을 각오나 해두거라.”

맹금우는 뺨을 부여잡고 낙청연을 노려보더니 씩씩거리며 자리를 떴다. 맹금우는 감히 자신을 때린 낙청연에게 오늘 밤 제대로 복수하리라 다짐했다.

맹금우와 계집종들이 떠나고 등 어멈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낙청연은 본디 곧바로 몸을 돌려 떠나려 했으나 등 어멈의 달랑거리는 팔을 보니 팔이 빠진 게 분명해 보였다.

낙청연은 곧바로 등 어멈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오른쪽 어깨를 잡았고 등 어멈은 낙청연의 행동에 기겁하면서 두려운 얼굴로 버둥거렸다.

“뭐 하는 짓입니까? 놔주시옵소서!”

“움직이지 말거라. 팔이 빠져서 그런다.”

낙청연이 호통을 쳤고 등 어멈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낙청연이 자신을 해하려 하는 게 아니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등 어멈이 잠시 넋을 빼놓고 있는 틈을 타서 낙청연은 제대로 된 위치를 찾고는 재빨리 뼈를 맞췄다.

낭랑한 소리가 들렸고 등 어멈은 창백한 얼굴로 입술을 꾹 깨물고 있었다.

“됐다.”

그녀의 말에 등 어멈은 적지 않게 놀랐다. 팔을 움직여보니 그녀의 말대로 멀쩡했다. 등 어멈은 의문 가득한 얼굴로 낙청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왜 절 구해주신 것입니까?”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80화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79화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78화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77화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76화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75화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