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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 하룻밤 사고

Author: KRYS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27 21:09:17

"너……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어둡컴컴한 비상구 구석.

방금 전까지 숨이 막힐 듯 진한 키스를 나누던 사내가 물었다.

낮게 가라앉은 동굴 같은 음성.

요스케의 뜨겁고 축축한 숨결이 유진의 짓개진 붉은 입술 위로 가깝게 흩어졌다.

미약한 초록색 유도등 불빛이,

그의 날카로운 턱선을 따라 기괴한 음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유진은 짙은 속눈썹 아래로 도발적인 눈빛을 빛내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오만하리만치 선명한 시선.

"혹시…… 유부남이에요?"

"아니."

"그럼…… 후회 안 해요."

망설임 없는 유진의 대답에, 요스케의 움직임이 딱 멎었다.

짙은 암전 속에서, 그는 유진을 빤히 바라보며 깊은 침묵 속으로 잠겼다.

유진을 내려다보는 그의 시선은 묘하게 뒤틀려 있었다.

오랫동안 굶주렸던 맹수가,

마침내 눈앞에 먹잇감을 담은 듯한 잔인한 열망.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서글픈 노여움이,

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 속에서 격렬하게 충돌하며 번뜩였다.

푸르스름한 어둠 속에서도,

그의 눈빛만큼은 붉은 불꽃처럼 이글거렸다.

그가 턱관절을 거칠게 맞물렸다.

굵은 목줄기에 터질 듯한 핏대가 곤두섰다.

"그럼…… 따라와."

턱―!

그가 유진의 가느다란 손목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손아귀 힘이 어찌나 강한지, 손목뼈가 으스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유진은 신음 한 자락 내지 않았다.

그의 거대한 체구에 이끌려 묵묵히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비상구를 빠져나오자,

복도의 화려한 금빛 조명이 다시 두 사람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요스케는 망설임 없이, 프라이빗 전용 엘리베이터 앞에 카드를 태그했다.

삑,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이 호텔의 가장 높고 은밀한 곳. 최상층 펜트하우스 버튼이 붉게 켜졌다.

딩ㅡ.

묵직한 철제 문이 닫히고 완벽한 밀실이 되는 순간.

두 사람의 이성을 아슬아슬하게 붙잡고 있던 마지막 끈이, 동시에 툭, 하고 끊어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집어삼킬 듯이 격렬하게 달려들었다.

남자의 두꺼운 팔이 유진의 허리를 낚아채, 자신의 품으로 강하게 끌어당겼다.

쿵―!

"하읍, 읏……."

엘리베이터의 매끄러운 거울 벽면에, 순백의 드레스가 거칠게 쓸렸다.

숨 막히는 호흡이 다시 엉켰다.

요스케의 거친 손길이 유진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가녀린 목덜미를 깊게 파고들었다.

유진 역시 그의 단단한 어깨를 부러뜨릴 듯 움켜쥐며, 사정없이 그의 숨결을 탐했다.

엘리베이터가 상층부를 향해 질주하는 속도만큼,

두 사람의 심장 박동도 가파르게 치솟았다.

좁은 밀폐 공간 안은,

두 사람의 질척한 타액 소리와 거친 숨소리로 터질 듯이 가득 찼다.

차가운 거울 벽은 두 사람의 열기가 닿아 하얗게 김이 서렸다.

딩동―.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스위트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까지,

그들의 지독한 갈증은 전혀 채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스위트룸의 문이 채 닫히기도 전.  

현관 앞의 어스름한 조명 아래.

유진은 요스케를 마주 본 채 그의 셔츠 단추를 급하게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바르르 떨리는 가느다란 손가락.

자신을 짓누르는 비참한 현실을,

김문기라는 그 이름이 주는 지독한 오염을,

이 쾌락으로 전부 지워버리겠다는 듯, 유진의 손길은 애가 탈 정도로 조급했다.

투둑, 툭―.

단추 두어 개가 힘없이 뜯겨 나가며, 까만 대리석 바닥 위로 요란하게 굴러떨어졌다.

그 급한 손길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요스케의 눈빛이 뜨겁게 타올랐다.

하지만 이내 무언가 결심한 듯,

그가 유진의 두 손목을 손으로 꽉 잡아채며 그녀의 움직임을 제지했다.

"하아…… 왜요?"

유진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불만스럽게 묻자,

요스케는 대답 대신 유진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댔다.

낮고 은밀한 속삭임.

남자의 뜨거운 숨결이 귓바퀴를 축축하게 적셨다.

"우리…… 좀 더 즐겨 보는 건 어때? 이렇게 급하게 끝내기엔 아쉬우니까."

목소리에는 묘한 여유가 묻어났지만,

눈동자만큼은 당장이라도 그녀를 찢어발길 듯, 거친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단어 속에 섞인 노골적인 위압감.

속도를 늦추며, 자신을 완벽하게 길들이려는 남자의 의도.

유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리고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며, 그의 단단한 품에서 유연하게 빠져나왔다.

어두운 방 안.

유일하게 켜진 스탠드의 은은한 오렌지빛 조명이 전부였다.

"좋아요. 그럼 천천히."

유진은 요스케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자신의 드레스 뒤쪽에 달린 작은 버튼들을 하나씩 아래로 풀기 시작했다.

톡, 톡, 톡―.

단추가 풀리는 소리가 고요한 방 안을 잔인하게 두드렸다.

그 소리가 날 때마다,

유진의 매끄러운 어깨선과 하얀 피부가 어둠 속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은밀하고도 과감한 유혹에,

요스케의 거친 숨소리가 방 안 가득 크게 울려 퍼졌다.

그의 눈동자가 깊고 무겁게 가라앉았다.

스르륵―.

마침내 마지막 단추가 풀렸다.

화려했던 순백의 실크 드레스 자락이 무력하게 바닥으로 툭 떨어져 내렸다.

남자의 눈앞에, 그녀의 온전한 나신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요스케는 가만히 서서 유진의 도발적인 나신을,

아주 천천히, 그리고 집요하게 눈으로 훑어내렸다.

그의 시선이 닿는 살결마다, 불꽃이 튀는 것처럼 짜릿한 전율이 일었다.

남자의 한 손에도 가볍게 쥐어질 듯, 가녀린 허리와 툭 불거진 쇄골.

하지만 그 가냘픈 선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탐스럽고도 유려한 여성의 곡선이 요스케의 시야를 어지럽게 뒤흔들었다.

유백색으로 빛나는 피부는 스치기만 해도 멍이 들 것처럼,

가냘프고 순결해 보였다.

아기같이 작은 얼굴과 그 안을 꽉 채운 청순한 이목구비는…

지금 그녀가 행하고 있는 대담한 유혹과 어우러져,

기묘할 정도로 관능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검은 어둠 속에서,

오직 그녀의 새하얀 몸만이 홀로 눈부시게 빛나는 것 같았다.

"넌……."

요스케가 마른침을 삼키며 목이 멘 소리를 냈다.

그의 커다란 손끝이 유진의 뺨을 스치듯 미끄러져 내려와,

가슴팍 언저리에서 위태롭게 멈추었다.

손가락 끝이 채 닿지도 않았는데,

그 위로 뿜어져 나오는 남자의 무시무시한 열기에 살결이 먼저 움찔 떨렸다.

"넌…… 너무 아름다워, 서유진."

그의 음성에 담긴 진득한 감탄과 갈증에,

유진은 붉은 입술을 열어 속삭였다.

그러고는 요스케의 넓은 가슴팍에 자신의 맨살을 부드럽게 밀착시켰다.

말랑하고 뜨거운 살결이 정면으로 맞닿았다.

"그럼…… 날 가져요. 그냥 보는 것보다, 직접 겪어보는 게…… 훨씬 좋을 테니까."

그 도발적인 선언을 끝으로,

요스케는 더 이상 참지 않았다.

"하악!"

요스케가 유진의 가녀린 허리를 부서지라 낚아채어,

거대한 침대 위로 그녀의 몸을 가차 없이 밀어붙였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짙은 네이비색 베드 러너 위로,

유진의 하얀 나신이 팽개치듯 눕혀졌다.

푹신한 매트리스가 두 사람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깊숙하게 내려앉았다.

남자는 자신의 상의를 거칠게 찢어발기듯 벗어던졌다.

조명 아래로 드러난 그의 몸은 완벽했다.

터질 듯이 갈라진 초콜릿 빛 가슴 근육과 흉포하게 꿈틀거리는 복근,

그리고 거칠게 솟아오른 핏줄들이 유진의 시야를 완전히 덮어버렸다.

압도적인 무게감이 그녀를 위에서 아래로 짓눌렀다.

유진의 하얀 몸 위로,

요스케의 거대한 그림자가 완전히 드리워졌다.

"흐읏…… 무거워요."

"참아. 이제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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