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너……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어둡컴컴한 비상구 구석.
방금 전까지 숨이 막힐 듯 진한 키스를 나누던 사내가 물었다.
낮게 가라앉은 동굴 같은 음성.
요스케의 뜨겁고 축축한 숨결이 유진의 짓개진 붉은 입술 위로 가깝게 흩어졌다.
미약한 초록색 유도등 불빛이 그의 날카로운 턱선을 따라 기괴한 음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유진은 짙은 속눈썹 아래로 도발적인 눈빛을 빛내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오만하리만치 선명한 시선.
"혹시…… 유부남이에요?"
"아니."
"그럼…… 후회 안 해요."
망설임 없는 유진의 대답에, 요스케의 움직임이 딱 멎었다.
짙은 암전 속에서, 그는 유진을 빤히 바라보며 깊은 침묵 속으로 잠겼다.
유진을 내려다보는 그의 시선은 묘하게 뒤틀려 있었다.
오랫동안 굶주렸던 맹수가 마침내 먹잇감을 눈앞에 둔 듯한 잔인한 열망.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서글픈 노여움이 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 속에서 격렬하게 충돌하며 번뜩였다.
푸르스름한 어둠 속에서도, 그의 눈빛만큼은 붉은 불꽃처럼 이글거렸다.
그가 턱관절을 거칠게 맞물렸다.
굵은 목줄기에 터질 듯한 핏대가 곤두섰다.
"그럼…… 따라와."
턱―!
그가 유진의 가느다란 손목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손아귀 힘이 어찌나 강한지, 손목뼈가 으스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유진은 신음 한 자락 내지 않았다.
그의 거대한 체구에 이끌려 묵묵히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비상구를 빠져나오자, 복도의 화려한 금빛 조명이 다시 두 사람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요스케는 망설임 없이, 프라이빗 전용 엘리베이터 앞에 카드를 태그했다.
삑,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이 호텔의 가장 높고 은밀한 곳. 최상층 펜트하우스 버튼이 붉게 켜졌다.
딩ㅡ.
묵직한 철제 문이 닫히고 완벽한 밀실이 되는 순간.
두 사람의 이성을 아슬아슬하게 붙잡고 있던 마지막 끈이, 동시에 툭, 하고 끊어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집어삼킬 듯이 격렬하게 달려들었다.
남자의 두꺼운 팔이 유진의 허리를 낚아채, 자신의 품으로 강하게 끌어당겼다.
쿵―!
"하읍, 읏……."
엘리베이터의 매끄러운 거울 벽면에, 순백의 드레스가 거칠게 쓸렸다.
숨 막히는 호흡이 다시 엉켰다.
요스케의 거친 손길이 유진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가녀린 목덜미를 깊게 파고들었다.
유진 역시 그의 단단한 어깨를 부러뜨릴 듯 움켜쥐며, 사정없이 그의 숨결을 탐했다.
엘리베이터가 상층부를 향해 질주하는 속도만큼, 두 사람의 심장 박동도 가파르게 치솟았다.
좁은 밀폐 공간 안은, 두 사람의 질척한 타액 소리와 거친 숨소리로 터질 듯이 가득 찼다.
차가운 거울 벽은 두 사람의 열기가 닿아 하얗게 김이 서렸다.
딩동―.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스위트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까지,
그들의 지독한 갈증은 전혀 채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스위트룸의 문이 채 닫히기도 전.
현관 앞의 어스름한 조명 아래.
유진은 요스케를 마주 본 채 그의 셔츠 단추를 급하게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바르르 떨리는 가느다란 손가락.
자신을 짓누르는 비참한 현실을,
김문기라는 그 이름이 주는 지독한 오염을 이 쾌락으로 전부 지워버리겠다는 듯, 유진의 손길은 애가 탈 정도로 조급했다.
투둑, 툭―.
단추 두어 개가 힘없이 뜯겨 나가며, 까만 대리석 바닥 위로 요란하게 굴러떨어졌다.
그 급한 손길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요스케의 눈빛이 뜨겁게 타올랐다.
하지만 이내 무언가 결심한 듯, 그가 유진의 두 손목을 손으로 꽉 잡아채며 그녀의 움직임을 제지했다.
"하아…… 왜요?"
유진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불만스럽게 묻자,
요스케는 대답 대신 유진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댔다.
낮고 은밀한 속삭임.
남자의 뜨거운 숨결이 귓바퀴를 축축하게 적셨다.
"우리…… 좀 더 즐겨 보는 건 어때? 이렇게 급하게 끝내기엔 아쉬우니까."
목소리에는 묘한 여유가 묻어났지만,
눈동자만큼은 당장이라도 그녀를 찢어발길 듯, 거친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단어 속에 섞인 노골적인 위압감.
속도를 늦추며, 자신을 완벽하게 길들이려는 남자의 의도를 알아챈 유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유진은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며, 그의 단단한 품에서 유연하게 빠져나왔다.
어두운 방 안.
유일하게 켜진 스탠드의 은은한 오렌지빛 조명이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비추었다.
"좋아요. 그럼 천천히."
유진은 요스케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자신의 드레스 뒤쪽에 달린 작은 버튼들을 하나씩 아래로 풀기 시작했다.
톡, 톡, 톡―.
단추가 풀리는 소리가 고요한 방 안을 잔인하게 두드렸다.
그 소리가 날 때마다, 유진의 매끄러운 어깨선과 굴곡진 하얀 피부가 어둠 속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은밀하고도 과감한 유혹에, 요스케의 거친 숨소리가 방 안 가득 크게 울려 퍼졌다.
그의 눈동자가 깊고 무겁게 가라앉았다.
스르륵―.
마침내 마지막 버클이 풀렸다.
화려했던 순백의 실크 드레스 자락이 무력하게 바닥으로 툭 떨어져 내렸다.
남자의 눈앞에 그녀의 온전한 나신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요스케는 가만히 서서 유진의 도발적인 나신을 아주 천천히, 그리고 집요하게 눈으로 훑어내렸다.
그의 시선이 닿는 살결마다, 불꽃이 튀는 것처럼 짜릿한 전율이 일었다.
남자의 한 손에도 가볍게 쥐어질 듯, 가녀린 허리와 툭 불거진 쇄골.
하지만 그 가냘픈 선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탐스럽고도 유려한 여성의 곡선이 요스케의 시야를 어지럽게 뒤흔들었다.
조명 아래 유백색으로 빛나는 피부는 스치기만 해도 멍이 들 것처럼, 가냘프고 순결해 보였다.
아기같이 작은 얼굴과 그 안을 꽉 채운 청순한 이목구비는…
지금 그녀가 행하고 있는 대담한 유혹과 어우러져 기묘할 정도로 관능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검은 어둠 속에서, 오직 그녀의 새하얀 몸만이 홀로 눈부시게 빛나는 것 같았다.
"넌……."
요스케가 마른침을 삼키며 목이 멘 소리를 냈다.
그의 커다란 손끝이 유진의 뺨을 스치듯 미끄러져 내려와, 가슴팍 언저리에서 위태롭게 멈추었다.
손가락 끝이 채 닿지도 않았는데, 그 위로 뿜어져 나오는 남자의 무시무시한 열기에 살결이 먼저 움찔 떨렸다.
"넌…… 너무 아름다워, 서유진."
그의 음성에 담긴 진득한 감탄과 갈증에, 유진은 붉은 입술을 열어 속삭였다.
그러고는 요스케의 넓은 가슴팍에 자신의 맨살을 부드럽게 밀착시켰다.
말랑하고 뜨거운 살결이 정면으로 맞닿았다.
요스케의 뜯겨진 셔츠 사이로 드러난 구릿빛 단단한 가슴과 유진의 새하얀 피부가 극명한 색채 대비를 이루며 얽혔다.
"그럼…… 날 가져요. 그냥 보는 것보다, 직접 겪어보는 게…… 훨씬 좋을 테니까."
그 도발적인 선언을 끝으로, 요스케는 더 이상 참지 않았다.
"하악!"
요스케가 유진의 가녀린 허리를 부서지라 낚아채어, 거대한 침대 위로 그녀의 몸을 가차 없이 밀어붙였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짙은 네이비색 베드 러너 위로 유진의 하얀 나신이 팽개치듯 눕혀졌다.
어두운 침구의 색조 덕에, 그녀의 하얀 살결이 잔인할 정도로 선명하게 도드라졌다.
푹신한 매트리스가 두 사람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깊숙하게 내려앉았다.
남자는 자신의 상의를 거칠게 찢어발기듯 벗어던졌다.
조명 아래로 드러난 그의 몸은 완벽했다.
터질 듯이 갈라진 초콜릿 빛 가슴 근육과 흉포하게 꿈틀거리는 복근,
그리고 거칠게 솟아오른 핏줄들이 유진의 시야를 완전히 덮어버렸다.
압도적인 무게감이 그녀를 위에서 아래로 짓눌렀다.
유진의 하얀 몸 위로, 요스케의 거대한 그림자가 완전히 드리워졌다.
"흐읏…… 무거워요."
"참아. 이제 시작이니까."
쾅――!신부 대기실의 묵직한 도어가 마치 부서질 듯한 파동을 그리며 활짝 열렸다.압도적인 존재감. 완벽한 체구."미안, 내가 너무 늦었지."낮고 굵직하게 닻을 내리는 목소리.지독하리만치 매혹적이고 오만한 저음이, 좁은 대기실 안의 공기를 단숨에 집어삼켰다.눈물로 흐려진 시야.유진은 순간 눈앞의 남자를 알아보지 못했다.초점 없이 흔들리는 유진의 가느다란 손목 위로, 묵직하고 뜨거운 손아귀 힘이 훅 치고 들어왔다.석―.남자의 커다란 구릿빛 손이 유진의 새하얀 손목을 강하게 움켜쥐었다.거부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힘.남자는 가녀린 유진의 몸을 자신의 단단한 품 안으로 거칠게 끌어당겼다.팍―!남자의 두터운 가슴팍에 유진의 얼굴이 처박혔다.코끝을 마비시키듯 밀려드는 냄새가 있었다.은밀한 우드 향, 그리고 그 뒤를 청량하게 가르는 퇴폐적인 라벤더향.밤새도록 자신의 온몸을 구석구석 지배하고,아랫배를 들끓게 만들었던 바로 그 남자의 체취였다.완벽한 핏의 다크 슈트를 차려입은 남자가 품에 안긴 유진을 내려다보았다.눈물로 젖은 그녀의 뺨을 거친 엄지손가락으로 슥, 쓸어내렸다.조심스럽지만 노골적인 손길.이내 요스케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그의 시선이 문기를 향해 꽂혔다.밤하늘의 어둠을 통째로 베어 물어 박아 넣은 듯한,진한 눈동자 속으로 잔인한 살기가 번뜩였다."오랜만이다, 김문기."남자의 등장과 동시에,문기의 오만하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가셨다.새하얀 신부 대기실의 벽면보다 더 창백하게 질려버린 낯짝.예상치 못한 남자의 등장에, 문기의 입술이 볼품없이 잘게 떨렸다."너…… 요스케? 네가 왜 여기 있어? 이 새끼… 너 대체 유진이랑 무슨 관계야?""글쎄, 뭘까."요스케의 붉은 입술 끝이 호선을 그리며, 기괴하게 올라갔다.교활하고도 잔인한 비웃음.요스케는 문기의 눈앞으로 손을 들이밀었다.그리고 보란 듯이,유진의 가녀린 손가락 사이로, 자신의 두꺼운 손가락을 거침없이 밀어 넣었다.스르륵, 탁.살점과 살점이
“왜, 당장 한 시간 뒤에 식장 들어가려니까, 메리지 블루라도 걸린 척 자존심이라도 부려보고 싶은 거야?"낮고 은밀하게 귓가를 긁는 조롱.그의 너무도 오만한 표정에 유진은 기가 찼다.10년의 세월이 송두리째 난도질당하는 기분이었다.분노보다 먼저 치밀어 오른 것은 거대한 자괴감이었다.[난 도대체 무얼 위해서…… 저 오만한 인간에게 10년이나 조종당하고 순종하며 살았던 걸까.]고결한 정혼자라는 타이틀에 가둬 놓고,자신을 방치했던 그의 모든 내숭이,결국 저 남자의 비틀린 오만함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뼛속까지 시려왔다.[난 당신이 밣아도 꿈쩍도 못하는 인형도, 당신의 고결함을 증명할 트로피도 아니야.]유진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스윽.유진은 입고 있던 블랙 재킷 주머니로 손을 집어넣었다.손끝에 잡히는 매끌거리는 필름의 질감.유진은 접혀 있던 까만 종이를 꺼내,그대로 문기의 면상을 향해 거침없이 던져버렸다.스르륵, 툭―.검은 종이가 공중에서 포선을 그리며, 그의 블랙 턱시도 가슴팍을 때렸다.그리고 차가운 하얀 대리석 바닥 위로 무력하게 추락했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 감히 누구 앞에서 건방지게 물건을 던져?"문기의 미간이 험악하게 뒤틀렸다.눈동자에 살기가 돌았다.유진은 비웃음을 담아 그를 응시했다."이렇게까지 해야 했어? 그냥 아예 내 뒤에서, 나 몰래 딴살림을 차리지 그랬어. 차라리 그게 내 자존심은 덜 상했을 텐데.""서유진!!!""내 브라이덜 샤워 자리에, 내 소중한 친구들이 다 보는 앞에서 그렇게 비참하게 모욕을 줘야만 했냐고! 내 인생을 통째로 진흙탕에 짓밟아놓고…… 내가 지금 이 정도 자존심도 못 부려?""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문기는 불쾌함이 극에 달한 듯,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낚아채듯 주워 올렸다.구겨진 종이를 거칠게 펼친 순간, 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흑백의 태아 초음파 사진.하지만 충격은 찰나였다.문기의 입꼬리에 비열하고 기분 나쁜 미소가 느리게
쏴아아―.뜨거운 물줄기가 씻어내린 자리 위로 오한이 덮쳤다.유진은 거울 앞에 앉았다.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드라이어를 쥐었다.쿠우웅,모터가 비정상적으로 울어댔다.젖어 밀착되어 있던 갈색 머리칼이 뜨거운 바람을 맞아 사방으로 거칠게 흩어졌다.평소라면 스킨과 로션만 대충 바르고 말았을 하얀 얼굴이었다.오늘은 달랐다.피부를 창백하리만치 하얗게 덮어버린 뒤, 칠흑 같은 아이라인으로 눈매를 날카롭게 찢었다.마지막은 지독할 정도로 붉은 핏빛 립스틱이었다.하얀 얼굴 위로 새빨간 입술이 번뜩였다.거울 속 여자는 지독하리만치 아름다웠고, 소름 끼칠 정도로 서늘한 눈을 하고 있었다. 독기가 바짝 오른 뱀의 형상이었다."이제…… 무엇부터 해야 하지?"갈라진 목소리가 거울을 때렸다.유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신혼집을 둘러봤다.최고급 아파트. 웅장한 평수. 하지만 거실부터 주방까지,그 어느 구석에도 '서유진'이라는 인간의 흔적은 존재하지 않았다.단조로운 모노톤의 이탈리아제 가구, 차가운 대리석 식탁, 거실 한가운데를 차지한 기괴한 조형물까지.전부 정혼자인 김문기와 그의 오만한 가족들이 제멋대로 채워 넣은 박제들이었다.유진은 그 공간에서 철저히 소외된 이방인이자, 그들이 규정한 가련한 인형에 불과했다.자괴감이 해일처럼 밀려들었다.유진은 부부 침실로 걸어가 묵직한 옷장을 열었다.화려한 문기의 옷들 사이,한구석에 초라하게 걸려 있는 몇 벌 안 되는 자신의 옷가지들.유진은 그것들을 거칠게 끄집어내 바닥에 팽개쳤다.그리고 거대한 블랙 캐리어를 열고 무작비하게 쑤셔 넣었다.지익, 지이익―!날카로운 마찰음을 내며 캐리어의 지퍼가 굳게 닫혔다.10년의 미련이 그 어두운 가방 속으로 완벽히 밀봉되어 매장당하는 순간이었다.오전 9시.유진은 제 몸집만 한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도로변으로 나섰다.검은 택시의 뒷좌석에 몸을 실었다.목적지는 다시, 어젯밤 그 지독하고 뜨거운 밤을 보냈던 그 호텔이었다.그곳 2층에 위치한 대형 그랜드 볼룸.오늘
스윽―.암막 커튼의 미세한 틈새를 뚫고 들어온,날카로운 아침 햇살이 어두운 펜트하우스의 침실 바닥을 일직선으로 갈랐다.그 검붉은 어둠을 가르는 금빛 광선이 유진의 감긴 눈꺼풀 위로 쏟아졌다.유진은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밀어 올렸다.두통이 깨질 듯이 밀려왔다.지독한 숙취와는 다른 종류의 통증이었다.뇌 신경을 사정없이 짓누르는 감각과 함께, 코끝을 스치는 낯선 냄새가 있었다.묵직하고 퇴폐적인 우드 향.그리고 살결에 닿는 서늘하고 이질적인 시트의 감촉.그 생경한 감각들이 전신을 때리는 순간, 흐릿하던 정신이 확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시야가 번쩍 트였다.‘……아.’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린 유진은 숨을 턱 멈추었다.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완벽한 나신.은은하게 빛나는 백옥 같은 하얀 몸 위로,닻처럼 묵직하게 자신을 감싸 안고 있는 단단하고 두터운 구릿빛 팔뚝이 보였다.힘줄이 붉게 불거진 남자의 커다란 손이 유진의 가녀린 허리를 통째로 집어삼킬 듯 움켜쥐고 있었다.유진은 그 위험한 이방인의 거대한 품 안에 여전히 갇혀 있었다.하얗게 질린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아…… 진짜 미쳤구나, 서유진.]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쿵쾅거리는 소리가 고요한 방 안을 가득 채울 것만 같았다.유진은 잠든 남자가 깨지 않도록 거친 숨을 억지로 고르며,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아주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였다.남자의 묵직한 팔을 슬그머니 들어 올리고, 침대 밖으로 하얀 발을 내딛는 순간."앗……."허벅지 안쪽에서부터 찌릿한 통증이 척추를 타고 뇌리를 강타했다.온몸의 마디마디가 부서질 것처럼 저려왔다.밤새도록 그가 남긴 뜨겁고 무자비했던 흔적들이 다리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감각에,유진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삼키며, 아랫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미쳤어. 미쳤어, 진짜……!]속으로 피를 토하듯 비명을 지르며,유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침실 밖으로 조용히 빠져나갔다.거실 바닥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어젯밤의 격정적인
"날…… 가져요. 거칠게 가져도 좋으니까…… 제발……."가늘게 떨리는 여자의 애원.그 한마디가 사내가 간신히 붙잡고 있던 이성의 전선을 잔인하게 끊어버렸다.찰나의 순간이었다.유진을 배려하던 요스케의 눈빛이 통째로 씻기듯 지워졌다.그 자리에는 오직 사냥감을 눈앞에 둔 포식자,굶주린 수컷의 가공할 본능만이 번뜩였다.눈동자가 기괴할 정도로 짙게 가라앉았다."……하아, 너 절대 후회하지 않게 해 줄게."낮게 으르렁거린 요스케가 유진의 골반을 꽉 틀어쥐었다.뼈가 으스러질 듯한 무시무시한 악력.짙은 네이비색 베드러너 위로 유진의 하얀 골반 살결이 붉게 짓눌려 들어갔다.탁―!그가 허리를 무자비하게 쳐올렸다.완전히 변해버린 그의 맹렬한 몸짓이 유진의 은밀하고 좁은 살결을 가차 없이 가르고 들어왔다.스위트룸의 아늑한 침실 안.아픔이 섞인, 날카롭게 찢어진 신음소리가 공기 중에 흩어지기 시작했다."윽……! 아, 읏, 아……!"가녀린 체구만큼이나, 그녀의 중심은 단 한 번도 타인을 제대로 허락한 적 없는 어린 소녀처럼 좁고 단단했다.무자비하게 파고드는 요스케의 거대함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유진의 하얀 허벅지가 공중에서 잘게 떨렸다.오렌지빛 스탠드 조명 아래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가느다란 다리.마찰 열기로 가볍게 쓸리는 통증에 긴 속눈썹 사이로 눈물이 왈칵 고였다.하지만 요스케는 멈추지 않았다.짓씹는 숨소리가 거칠었다.심지어 그는 이내 유진의 가녀린 두 다리를 자신의 넓은 구릿빛 어깨 위로 더 높게 꺾어 올렸다.더욱 깊숙하게. 사정없이. 단 한 치의 빈틈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밀어붙였다.철저한 유린이자 완벽한 지배였다.철퍽, 찰팍―!서로의 살결이 거칠게 부딪치는 외설적인 소리가 고요한 펜트하우스를 난폭하게 난도질했다.유진은 숨이 턱 막히는 압박감과 통증에, 남자의 단단하고 두터운 어깨를 악착같이 움켜쥐었다.그녀의 짧고 날카로운 손톱이 그의 탄탄한 등 가죽을 파고들어 붉은 생채기를 남겼다. 구릿빛 피부 위로 선명하게 그어지
“보는 것보다 직접 겪어보는 게… 훨씬 좋을 거예요.”그녀의 도발적인 선언은, 요스케의 내면에 자리한 이성의 마지노선을 완전히 부러뜨렸다."하으……."요스케는 으르렁거리듯 거친 숨을 내뱉으며, 자신의 화이트 셔츠를 벗어던졌다.투둑, 투두둑―.하얀 단추들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까만 대리석 바닥을 요란하게 때렸다.실루엣만으로도 압도적인 단단하게 단련된 그의 넓은 가슴팍과 어깨 근육이 오렌지빛 조명 아래 묵직하게 드러났다.묵직한 구릿빛 피부 위로,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그의 쇄골을 타고 흘러내려, 근육의 음영을 더 진하고 입체적으로 만들었다.그는 굶주린 맹수처럼, 유진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품에 강하게 끌어안았다.팍―!다시 마주 닿은 입술은, 방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뜨겁고 노골적이었다.질척한 마찰음이 고요한 방 안을 빈틈없이 채웠다.그의 두터운 손길이 유진의 은밀한 곡선을 따라 부드럽게, 그러나 탐욕스럽게 쓰다듬기 시작했다.단단하고 거친 남자의 손가락이 유진의 가녀린 척추뼈를 하나하나 짚어 내렸다.매끄러운 골반을 지나, 이내 허벅지 안쪽의 연약한 살결을 파고들었다.유진의 몸은 은은한 스탠드 불빛을 받아 새하얀 눈처럼 투명하게 빛났다.요스케의 짙은 구릿빛 손바닥 아래에서, 아기의 속살처럼 말캉하면서도 만지는 대로 녹아내릴 것 같은 유백색 살결이 기묘한 대비를 이루며 짓눌렸다.손끝에 닿는 극상의 촉감에, 요스케는 더 이상 자제력을 유지할 수 없었다.머릿속의 퓨즈가 통째로 끊어진 느낌이었다."하아……."요스케는 낮게 신음하며, 유진의 가느다란 몸을 단숨에 안아 올렸다.시야가 웅장하게 흔들렸다.허공에 뜬 유진은 저도 모르게 그의 단단한 목을 꼭 끌어안았다.몇 걸음 만에 침실에 도달한 그가 유진을 침대 위로 눕혔다.그리고 곧장 그 거구로 유진의 새하얀 나신 위를 빈틈없이 덮쳐눌렀다.침대에 눕자마자 그의 애무와 키스는 한층 더 맹렬해졌다.요스케의 뜨거운 입술이 유진의 젖은 입술을 지나 턱선, 그리고 가냘픈 목덜미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