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아침 8시가 넘은 시간 세 뱀파이어는 각자 자신들의 집으로 흩어졌다. 같은 건물에 거주하고 있었지만 각자 사는 집은 층이 다 달랐다.
해일은 자신의 집 현관문 앞에 서서 비밀 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집 안은 굉장히 온기가 없는 차가운 공기만 맴돌았다. 필요한 가구들만 배치가 된 거실과 먼지 한톨 보이지 않는 바닥...... 공기조차 정제된 느낌이었다.
모델하우스라기보다, 인간의 냄새가 지워진 공간에 가까웠다.
깔끔하고, 냉정하고, 어딘가 외로웠다.
“하....... 내 집이지만 온기라고는 없구만.....”
해일은 차가운 자신의 집을 둘러보며 한숨을 쉬었다.
해일이 뱀파이어가 된 것은 1665년, 현종 시대였다. 그때 그는 이제 막 서른을 넘긴 나이였다. 이미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고, 자식들은 모두 장성하여 각자의 가정을 꾸렸으며 손주까지 있었다.
조선시대의 서른이면 이미 인생의 중반을 지난 노년이었다.
그는 병에 걸려, 조용히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어딘가 어그러지고 있었다.
해일은 병상에 누운채 일어나지 못했고 몸은 점점 말라가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죽음을 기다리며 천장을 바라보며 하루 하루를 보냈지만 아내는 그렇지 못했다.
“서방님.... 제가 어떻게든 약을 구해볼게요.”
약을 구해보겠다고 하는 아내를 바라보며 해일은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요....”
해일은 자신을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아내에게 자신을 보내달라는 말은 할 수 없었고, 슬픈 눈을 한 채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는 밝은 얼굴로 집의 문을 열고 들어와 병상에 누워있는 자신의 앞에 앉았다.
“서방님, 제가 약을 구했어요. 이 약이 아주 좋다고 합니다.”
해일은 상기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내와 약을 번갈아 보았다.
“이... 콜록... 약은 어디서... 콜록... 구한거요....”
연신 나오는 기침 때문에 말을 천천히 이어가는 남편을 바라보며 아내는 잠시 슬픈 눈빛이 스쳐 지나갔지만 금방 지나쳐 해일은 그 표정을 읽어내지 못했다.
“서방님, 그것은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제발.....”
해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상체를 살짝 일으켜 아내가 구해온 약을 받아들었다.
그녀는 남편을 살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 약은 생명을 주지 않고, 영원을 저주처럼 안겨주었다.
해일은 자신의 아내가 준 약을 먹은 뒤 다시 자리에 누워 천장을 멍하게 바라보다 스르륵 눈이 감기며 잠에 빠져 들었다.
그날 밤, 해일은 이상한 느낌에 잠에서 깨어났다. 피가 끓고, 몸은 비정상적으로 강해졌으며, 눈앞의 세상이 낯설게 빛났다.
인간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렸다. 맥박의 리듬이, 그에게는 유혹처럼 속삭였다.
그는 날뛰기 시작하는 본능에 견디지 못했다.
“왜 이러는 거지..?”
해일은 이해할 수 없는 느낌에 혼란을 느꼈고, 맥박의 뛰는 소리와 심장 박동 소리에 머리가 어지러웠고 물어뜯고 싶었다.
그러다 자신의 옆에 잠들어있는 아내가 눈에 들어왔고, 그녀의 목을 물고 싶은 본능에 눈 앞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고 손을 뻗었다.
사랑하는 아내의 향기 속에서 피 냄새를 맡았다. 그렇게 — 그는 처음으로, 사냥을 했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아내를 자신의 손으로 사냥한 그날 밤, 해일은 충격에 휩싸인 채 집을 뛰쳐나왔다.
그는 아무도 찾지 못할 산속으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피의 향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사냥 본능은 그의 의지를 비웃듯 끊임없이 고개를 들었다. 숨을 끊고 싶었다.
그러나 그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그의 몸은 이미 죽음을 초월해 있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그의 곁에서 사람과 짐승이 하나둘 쓰러져 갔다.
그는 괴물이 되어, 살아 있는 모든 것에게 재앙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해일은 자신의 힘을 제어하지 못한 채 방황했다.
피 냄새만 맡아도 이성을 잃었고, 스스로를 증오하며 나날을 버텼다. 그때 —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다가왔다. 그 역시 뱀파이어였다. 하지만 해일과 달리, 눈빛이 맑았다.
“누구십니까?”
해일은 물었지만 남자는 그저 인자한 미소를 지어보일 뿐이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 남자는 자신이 이길 수 없는 존재이며, 따라야 한다는 동물적인 감각이 지배했다.
“사람을 사냥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 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지만 부드러웠다.
그래서, 해일은 그 남자를 따라 나섰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해일은 피 대신 다른 욕망으로 본능을 제어하는 법,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법, 그리고 ‘영원’을 견디는 법을. 세월이 흘러, 그를 스승이라 불렀던 그 존재는 지금 — 2026년 현재, 뱀파이어들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해일은 스승을 만나 많은 것을 배웠고, 신생 뱀파이어들을 찾아 다니며 그들을 어둠에서 빛으로 이끌어내며 인간들과 융합을 거부하며 사냥을 하는 뱀파이어 범죄자들을 찾아 심판하는 심판자가 되었다.
그렇게 성장해가는 해일은, 어둠 속을 헤매던 두 젊은 뱀파이어 — 지율과 은재 —를 빛으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며 해일은 뱀파이어 사회의 중요한 위치에 올랐다.
그는 평소에는 인간들과 함께 일하며 배달과 요식업을 운영했고, 다른 때는 사냥 본능에 굴복한 뱀파이어들을 심판하는 자로 변했다.
그 덕분에 인간 헌터들과도 협력하며, 종족의 경계를 넘어서는 독특한 삶을 살았다.
그의 존재는 이제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 균형을 지키는 삶이었다.
해일은 언제나 열정적인 뱀파이어였다. 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완벽했고, 성격도 깔끔하고 예민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일 밖의 문제에는 늘 약했다. 그의 외모와 커리어에 끌려 다가오는 여자 뱀파이어나 인간들이 많았다. 그런데도 그는 거절을 잘 못했다.
결국 휘둘리거나, 곤란한 상황에 끌려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지율과 은재는 늘 한마디씩 했다.
“형, 또야? 도대채 형의 어떤 매력에 끌리는거지? 이해할 수가 없다. 진짜....”
“형은 진짜 피보다 여자가 무서운 뱀파이어야.”
해일은 그럴 때마다 귀끝까지 붉어졌다. 그는 강한 자였지만, 감정에는 언제나 약한 존재였다.
자신의 아내를 사냥했다는 죄책감이 여자들에게 함부로 하지 못하는 행동으로 나왔던 것이다.
여자들은 남자다운 해일의 외모에 이끌렸지만 로봇 처럼 뚝딱거리는 모습에 질려 떠나기도 했던 것이다.
다른 뱀파이어들은 ‘쑥맥’이라며 놀리기도 했으며 뱀파이어 왕은 한숨만 쉴 뿐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해일은 피곤한 듯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문을 닫자마자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해 로봇청소기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오늘은 먼지 한 톨도 남기지 마라.”
해일의 명령에 응답이라도 하 듯 로봇 청소기는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바로 암막 커튼 쪽으로 향했다. 창가에서 새어 들어오는 햇빛 한 줄기조차 그의 피부를 자극했다.
커튼을 완전히 닫은 뒤, 비로소 해일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이제야 좀 살겠군.”
해일의 집에는 청소를 해주기 위해 정기적으로 오는 인간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인간은 자신이 정해 준 영역만 정리를 해 줄 뿐 기본적인 청소는 해일이 직접 하고 있었다.
해일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소파에 앉은 그는 바닥을 돌아다니는 로봇청소기를 무심히 바라봤다.
그 작은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에 묘하게 안도감을 느꼈다.
뱀파이어는 잠이 필요 없는 존재지만, 피로는 여전히 그를 찾아왔다. 육체가 아닌 마음의 피로였다. 그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쉬어야지... 오늘은 정말, 피곤하네.”
이렇게 짧은 휴식이 찾아올 때마다 해일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얼굴은 늘 같았다.
자신의 손으로 죽게 만든, 그리운 아내. 삼백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 죄책감은 한 번도 옅어진 적이 없었다. 어쩌면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그는 늘 자신을 혹사시키듯 일했고, 멈추지 않으려 애썼다.
뱀파이어의 왕인 이현명은 해일에게 말했다.
“그녀는 환생하며 윤회하는 삶을 살고 있으니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말 한마디에 해일은 뱀파이어가 된 후 환생한 아내를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았다.
수세기에 걸쳐 환생한 아내를 찾아다닌 그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어떤 때는 이미 죽음을 앞은 노파의 모습이었고, 어떤 순간에는 이미 가정을 꾸린 신혼 부부의 모습이었고, 어떤 때는 남성의 모습으로 직업 군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멀리서 환생한 자신의 아내를 바라보며 해일은 눈물을 삼켜야만 했고, 이현명은 그를 위로해 주었다.
“때가 되면...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그 말이 해일을 붙잡고 있었다 — 지금까지도. 해일은 믿고 있었다.
언젠가,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되리라. 그래서 이 집도, 그가 일하는 회사도, 모두 그녀를 위해 준비된 것이었다.
그녀가 돌아왔을 때, 그녀가 머물고 웃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두고 싶었다.
그 기다림이 해일의 삶을 지탱하고 있었다. 피도, 영원도 아닌 — 단 한 사람을 향한 그리움이 그를 살아 있게 했다.
해일이 잠시 눈을 감고 아내를 떠올렸다.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앞으로 걸어오는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다.
그리움이 천천히 가슴을 파고들며, 공기마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때, 조용한 방 안에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탁자 위 액정에 떠오른 이름 — ‘은재’. 해일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떨구었다.
“이 자식은 내가 슬퍼할 틈도 안 주네....”
그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비극 같은 하루 속에서도, 누군가는 늘 그를 현실로 끌어내곤 했다.
“하은재... 왜 전화했냐?”
해일은 은재가 또 무슨 말을 할지, 반쯤 기대에 찬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형.... 나 혈청 커피믹스 떨어졌어. 어떡해!!!”
“이 새끼.....”
해일은 이게 무슨 급한 일이라도 된 듯 호들갑 떠는 은재의 목소리에 잠시 진지하게 죽일까 말까 고민했다.
그러나 결국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너 찾아본거냐?”
“형!! 없다고!! 정말이야! 빨리!!”
다급하게 소리를 지르는 은재의 목소리를 들으며 해일은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은재는 자신이 땅굴을 파고 들어갈 때마다 현실로 이끌어내는 존재였다.
“알았어. 일단 끊어 봐.”
해일은 전화를 끊고 소파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로봇청소기가 ‘삐’ 소리를 내며 바닥을 지나가고 있었지만 해일은 신경쓰지 않고 냉장고 문을 열어 상단 선반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차곡차곡 정리된 소형 혈청 팩이 손끝에 닿자 해일은 혈청 팩을 꺼내 식탁 위에 올려 놓았다.
“해일 형! 나 커피 없으면 안 되는 거 알잖아! 이건 비상사태야! 혈청 카페인 금단증상으로 나 죽으면 어떻게해??!!”
“아이고, 별소릴 다 한다.”
해일은 피식 웃으며 커피포트에 물을 채웠다. 끓어오르는 물소리와 함께, 방 안엔 묘하게 따뜻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은재야... 형 지금 커피 끓이고 있거든? 금방 가져다줄 테니까 진정 좀 해.”
해일은 보온병 뚜껑을 열고, 뜨거운 물에 혈청 믹스를 섞었다. 끓는 물 위로 피 향과 커피 향이 묘하게 섞이며 퍼졌다.
“형~ 근데 말이야... 혹시 집에 혈청 커피 팩 남는 거 있으면 몇 개만 가져다주면 안 될까?”
해일은 멈칫하더니, 보온병을 들고 전화를 붙잡은 채 소리쳤다.
“야! 넌 돈도 많은 새끼가 형꺼를 뜯어가고 싶냐? 루비 아워 매출이 네 손에 달렸는데, 거기서 좀 가져가면 되잖아!”
“아니~ 혈청 믹스커피는 형이 타주는게 제일 맛있단 말이야~”
은재의 천연덕스러운 목소리에 해일은 입꼬리를 올렸다.
“이 자식.... 진짜 피보다 커피에 진심이네.”
그는 피식 웃으며 보온병 뚜껑을 닫았다.
“알았어, 기다려라. 이 형이 직접 배달 간다~ 대신 배달비는 너네 집에 있는 피규어 하나 내가 가져간다!”
“형....... 배달비 너무 비싼데?? 엉?? 배달비 덤탱이 씌운다고 신고하는 수 있어!!”
“신고 같은 소리하고 있네..... 끊어!!!”
은재의 절규에 해일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통화를 종료했다.
해일은 어이가 없어 신세 한탄이 절로 나왔다.
“하.... 내가 이 아니에 애를 하나 더 키우는 구나... 내팔자야...”
한숨이 섞인 말이었지만 은재에 대한 애정이 담긴 손은 정성스럽게 혈청 커피를 제조하고 있었다.
루비 아워 안으로 도망쳐 들어온 이솔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곧장 직원 휴게실로 뛰어 들었다.자신의 사물함 앞에 서서 거친 숨을 몰아 쉬는 이솔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식은땀을 닦아낸 이솔은 해일이 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무서웠어.....”공포 영화를 보면서 깜짝 놀란 적은 있어도 공포를 느껴본 적이 없었던 이솔은 사물함에 가방을 넣은 후 뒤로 돌아 벽에 잠시 기대 맞은 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이솔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거칠게 몰아쉬던 숨은 다시 안정을 찾고 있었다.직원 휴게실에서 안정을 찾고 있는 이솔과는 다르게 해일은 세상이 무너진 듯 어깨는 축 쳐져 있었고, 고개도 떨구고 이솔이 사라진 그 자리에 망부석처럼 서있었다.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지율은 눈을 찡그리며 이솔이 사라진 직원 휴게실과 문 밖에서 세상을 잃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해일을 번갈아 보고 무슨 일인지 대략 감이 잡혔다.루비 아워 밖에서 서서 세상을 잃은 듯 한 해일의 처참한 모습을 지율은 웃어야 할지 그를 위해 위로를 해줘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하...... 형....”지율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 두 사람 사이에 방금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대충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지율은 출입문을 열고 해일을 바라보며 충고를 하기 시작했다.“해일형. 잠깐 여기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나 김매니저랑 인수인계 해야 하거든? 나 퇴근하면 그때 나랑 이야기 하자. 알았지?”지율의 말에 해일은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말을 이어보려 입술이 몇 번 떨리더니, 금세 눈가가 붉어지기 시작했다.“지율아.....”
카페 루비 아워에서 매니저로 근무 중인 이솔은 요즘 상당히 난감했다.몇 년 동안 루비 아워에서 주간에 근무하면서 인간 손님들을 상대하는 이솔은 가장 가까이에서 대화를 나누고 농담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뱀파이어는 지율 뿐이었다.지율은 언제나 밝고 친절하게 인사했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누구보다 부드러웠다.그래서 이솔 역시 자연스럽게 지율의 태도에 익숙해져 있었다.반면 해일과 은재는—말 그대로 가끔. 일 년에 몇 번 볼까 말까 한 뱀파이어들이었고, 그마저도 스쳐 지나가는 정도였다.특히 해일은 근처 건물에 사는 뱀파이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과는 전혀 삶의 방식이 다르기에 아주 가끔 마주치는게 다였다.평소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오히려 신비로울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상했다. 아니, 이상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이솔이 출근할 때, 루비 아워 출입문 앞에 서서 담배를 피고 있다거나, 이솔이 퇴근할 때, 지율과 함께 퇴근한다며 찾아 왔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일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처음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까지도 그냥 타이밍이 겹쳤나 싶었다.그런데.... 한 번, 두 번이 아니라 일주일 내내.카페 앞, 주차장 입구, 심지어 분리 수거를 하기 위해 쓰레기장으로 향할 때 조차 해일이 있었다. 심지어....“아, 이솔씨. 오늘도 수고 많았어요.”그 한마디가 떨어지는 순간, 이솔은 마치 심장 깊숙한 곳을 누군가 건드린 것처럼 툭 하고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심장이 내려앉는 느낌과 함께 온몸에 소름이 돋아났다.이솔은 순간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자신에게 수고했다며 인사를 건네는 해일을 바라보았다.해일은 예전처럼 무심하게 지나치는 것도 아니고, 정확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해일은 잠시 멈칫하며 은재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평소 무뚝뚝하고 냉정한 그의 표정과는 다른, 어딘가 당황스러운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평소 무뚝뚝한 표정의 해일이 저런 표정도 지을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에 오히여 은재가 더 당황했다.당황해하는 은재를 보며 해일은 헛기침을 했다.“아니.... 뭐.... 큼!! 뱀파이어도 갱년기 올 수 있나? 아무튼!!!”해일은 오늘 루비 아워에서 환생한 자신의 아내를 만날 생각에 상당히 들뜬 상태였다. 그래서, 은재의 어이없어하는 반응도 이해가 갔다.“해일형..... 오늘 이상해? 응?”해일은 지금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지체 할 수 없었기에 어서 은재와 함께 루비 아워로 가야했다. 그녀가 퇴근 하기 전 도착해야만 했기 때문이다.“은재야. 내가 나중에 진짜 다~~~ 말해줄테니까 어서 가자!!!”은재는 정말 나중에 모든 비밀을 알게 되면 그때 온 우주의 기운을 빌어 놀려주겠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짐을 챙겨 루비 아워로 향했다.루비 아워에 도착해 안을 들여다 보자 이미 지율은 출근을 해서 이솔과 함께 인수인계 중이었고, 인간 직원들도 퇴근 전 마감을 위해 정리 중인 것이 보였다.해일은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자신의 아내가 루비 아워 안에서 일하고 있었고, 그 옛날 자신이 뱀파이어가 되기 전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병간호를 하느라 힘들어하던 아내였지만 지금은 생기가 넘쳐흘렀다.감정이 그대로 들어나는 얼굴로 루비 아워 안을 들여다보는 해일을 지켜보던 은재는 대충 감이 오기 시작했다.오랜 시간 그의 곁에서 지켜 본 바로 저 표정과 몸짓은 환생한 아내를 바라보는 것이었다.루비 아워에 해일의 환생한 아내가 있다는 것에 조금은 놀란
이현명은 잠시 해일을 바라본 뒤, 자신이 전달받은 보고서를 조심스럽게 건넸다.“해일 심판자, 이리 와서 이 보고서를 확인해 보게. 그대의 환생한 아내의 신상이 적혀 있네.”해일은 떨리는 손으로 보고서를 받아들였다.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의 몸을 차갑게 스며드는 전율이 휘감았다.오래 묵혀둔 죄책감과 집념, 그리고 이제 막 드러난 진실이 한꺼번에 몰려와, 심장은 말 그대로 얼어붙는 듯했다.“폐하... 이게... 진짜입니까?”해일의 목소리는 낮고 떨렸지만, 그 눈빛은 보고서의 내용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오랜 세월을 환생한 아내를 찾았고 멀리서만 지켜볼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무너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했던 해일이었다.그래서, 이번에는 그녀와 자신의 시간이 겹쳐 만날 수 있기를 얼마나 고대했던가.....이현명은 해일을 내려다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맞네. 몇 번이나 확인해보았지만, 그 사람이 틀림없네.”해일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머리가 핑 돌며 어지러움을 느꼈다. 손끝이 떨리고, 이미 멈춰버린 심장이 다시 살아난 듯 박동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폐하..... 지율 형은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해일의 목소리는 낮고 떨렸지만, 보고서 속 진실을 확인하고 싶은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지율은 모르네.”이현명은 잠시 숨을 고르고, 한숨처럼 낮게 이어 말했다.“알았다면 이미 그대에게 말했을 걸세. 그 사람은 지금 아주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이야.”해일은 잠시 보고서를 내려다보며, 환생한 아내가 자신 바로 앞에 있었고 그것도 모른채 있었다는 사실에 혐오를 느낄 지경이었다.이
사형수는 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은 단 하나였다."살려주세요......“하지만 은재는 그 부탁을 들어줄 마음이 털끝만큼도 없었다.분명 그가 죽어가던 소녀에게도 살려 달라는 애원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끝내 외면했다.그래서일까. 이제 와 제 목숨을 구걸하는 그 목소리는 은재에게 헛웃음조차 아까울 만큼 공허하게 들렸다.순간, 은재는 주저 없이 사형수의 목덜미로 얼굴을 파묻었다.이빨이 피부를 찢고 들어가자, 목 깊숙이 숨은 급소가 강하게 떨렸다.은재가 단번에 물기 위해선 목뼈와 경동맥, 주변의 연골을 한 번에 으깨야 했다.짧은 파열음과 함께 피가 뜨겁게 분출했고, 은재는 그 붉은 흐름을 탐욕스럽게 빨아들였다.사형수는 그렇게 마지막을 맞이했다. 은재는 깊게 들이쉰 숨을 내쉬며 피 묻은 손을 털고,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이어 안전 지대로 몸을 옮긴 그는 맞은편 관찰실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뒤, 첫 번째 사형수 때와 동일하게 의사가 공식적인 사망 판정을 내렸다. 교도관들이 들것을 밀고 들어와 차갑게 식은 시신을 조심스레 실어 나갔고, 복도 끝으로 사라지는 들것의 바퀴 굴러가는 소리만이 남았다.이로써 두 번째 사형 집행이 끝났다. 은재는 작은 숨을 내쉬며 머릿속을 스치는 혼란을 정리했다.혼란스럽고 사냥 본능으로 어지러웠던 머리가 조금씩 가라앉으며, 그의 정신은 점점 더 또렷해지고 안정되어 가고 있었다.그 후로 또 세 명의 사형수들이 은재의 손에 의해 차례로 숨을 거두었다.다섯 명 모두의 사형이 마무리되자, 혹여라도 신생 뱀파이어로 되살아나는 일을 막기 위해 마지막 절차가 진행되었다.의료진이 물러나자 은재는 직접 사형수들의 심장을 확인했다
은재는 단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그는 사형수를 향해 곧장 달려들었고, 냉혹하게 목의 급소를 물어 피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사형수는 저항할 틈조차 없었다.사형 집행 하루 전..........교도관은 사형수 다섯 명을 각각 독립된 방에 모아, 사형 집행 방식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었다.“너희가 다음 날 경험하게 될 것은... 뱀파이어가 직접 목의 급소를 물어 사형을 집행하는 방식이다.”그 말을 들었을 때 사형수들은 믿지 않았다. 사형이란 것이 보통 인간식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했었고, 한국이라는 나라는 사형수라는 이름만 있을 뿐 집행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그래서, 자신들은 20년 정도만 교도소에 있으면 가석방 자격이 주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었다.그런데, 뱀파이어라니..... 자신들은 뱀파이어라는 존재 자체를 믿지 않았다.뱀파이어라는 존재는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만나던 존재아니었었나.....사형수들은 즉각 반발하기 시작했다.“한국은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교도관님 세상에 뱀파이어가 어디있습니까?”“이런식으로 저희 겁주지 마십시오. 교도관님.”믿지 못하겠다는 듯 자신의 말에 반박하는 사형수들을 바라보는 교도관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믿지 못하겠다면 믿지마라. 다만 한가지 사실은 너희들은 내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는 것이다.”사형수들은 교도관의 말에 몸을 굳혔다. 내일이면 자신들은 죽게된다. 그것도 존재의 유무도 모를 뱀파이어에 의해서 말이다.........그리고 현재 첫 번째 사형수가 사형 집행실로 들어섰다. 그는 자신이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