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마지막 편까지 읽어주신 독자님들 진심을 다해 감사드립니다. 비록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저에겐 도세준도 강리아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19금 작품에 이런 새드 엔딩이 어울리는 건지 수도 없이 고민했지만, 킬러라는 직업을 선택했던 탓인지 이상하게 해피엔딩은 영 찝찝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아직도 이런 편협한 생각을 버리지 못했나 봅니다. 초보 작가의 좁은 시야 탓이라고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리는 건 욕심일까요..?ㅎㅎ 그래도 집필하는 내내 많이 웃고, 많이 울었습니다. 독자님들의 관심도, 응원도 잊지 않겠습니다. 모두들 행복하세요! 도세준과 강리아도 천국에서 분명 행복할테니까요.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들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분명히 평범했던 하루였다. 모든 게 다람쥐 챗바퀴 굴러가듯 그저 평소처럼, 튀는 것 하나 없이 자연스러운 하루였다. 근데... 불안했다. 이상하게 집으로 가는 내내 더 불안했다. 불안함이 가슴을 치고 자꾸만 올라오는데, 막상 전화기에는 손을 대지 못하겠는 처음 느끼는 이질적인 기분이었다.그리고, 그 모든 이유는 침실에 들어선 순간 알 수 있었다. 침대 위, 평온하게 잠이 든 모습의 리아의 베개 옆에 주사기 하나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서재 금고 안, 더는 쓸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꽁꽁 숨겨두었던 약물. 강리아를 처음 만난 날, 새하얀 목에 꽂아버릴뻔했던 그 약물이 뒤늦게 제 주인을 찾아간 것이다. “강리아.”어깨를 흔들자 배 위에 가지런히 올린 손이 툭 떨어졌다. 세준은 놀라지 않았다. 울지도 않았다. 어쩌면 이미 예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동안 누가 먼저 놓아버릴지 서로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왔던 것 같다.아무리 둘러봐도 유서는 없었다. 그 마음도 알 것 같았다.그동안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으니까. 더는 버틸 수 없다고, 너무너무 힘이 든다고. 숨이 멎은 리아의 이마에 입술을 내리고, 터벅터벅 서재로 향했다. 그는 한참 동안 서재에서 나오지 않았다.새하얀 종이에 무언가를 꾹꾹 눌러 적었고 모든 정리가 끝이 났을 때, 반쯤 열린 금고에서 주사기 하나를 챙겨 들었다.기지배. 비밀번호가 공주 생일인 거 알고는 또 엄청나게 서운했겠네. 근데 이 기지배야. 똑같이 사랑했어.그래서 반쪽을 잃고도 숨을 쉰 거야. 나머지 반쪽이 너니까. 네가 숨 쉬고 있었으니까.어쨌든 내 삶은 이렇게 끝나는구나.행복했다. 기지배야. 또 만나자, 기지배야. 거실 테이블 위, 큼지막한 글씨가 쓰여진 종이 한 장이 올려졌다.- 잘 부탁한다. 끝까지 미안하다.여러 번 덧칠했는지 꽤나 두꺼운 글씨였고, CCTV 방향을 향해 놓인 걸 보니 아무래도 준수를 향해 남긴 말인 것 같았다. 해커질은 그만 뒀어도, 자신과 강리아 걱정은 그만두지
그동안 이런 적이 없었던 탓에 의아했던 이모님이 다시 한 번 되물었다.“예?”“그냥요. 한 번도 제대로 된 식사를 못 차려 준 것 같아서.”고개를 갸웃거리던 이모님이 리아에게 앞치마를 건넸다. 앞치마를 받아든 리아의 손이 살짝 떨렸다.제일 먼저 깨끗하게 쌀을 씻어 밥부터 안쳤다. 냄비 안에는 된장을 풀고 호박과 두부도 썰어 넣고, 프라이팬 위에는 큼지막한 고등어 한 마리가 올려졌다.“된장은 이렇게 채에 걸러서 풀어야 깔끔해요.”“으, 설거지가 하나 늘었네요.”이제야 이모님이 살짝 미소지었다. “고등어는 쌀뜨물에 식초를 살짝 넣고 담가두면, 비린내도 제거되고 살도 단단해져요.”“그렇구나. 요리는 역시 쉽지 않네요.”그리고 세준의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이모님은 서둘러 앞치마를 벗었다.“마스터가 좋아하시겠어요.”“네. 다 제가 한 거라고 거짓말할래요. 그래도 돼요?”“그럼요, 하얀 거짓말이죠.”퇴근을 한 세준이 돌아왔을 때, 리아가 어여쁜 앞치마를 매고 쪼르르 마중을 나왔다. 생각지도 못한 모습에 세준은 화들짝 놀라면서도 눈동자는 리아의 상태를 자꾸만 살폈다. 역시나였다.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슬펐다. 앞치마를 매고 있는 몸이 메마른 가시처럼 앙상하게 말라 있었다. “뭐야? 뭐 했어?”“아저씨. 오늘 저녁은 제가 직접 만들었어요.”“아.... 우리 오늘 굶는 거야?”“아니거든요?”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주방으로 향하니, 나름 밥상 다운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맞다. 오늘은 이모님이 오시는 날이다.모든 진실을 깨달았지만 세준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를 시작했다.그냥... 이렇게나마 평범한 대화를 나누고 잠시나마 틱틱거리는 기지배를 보는 게 너무도 오랜만이라서.“이걸 진짜 애기가 했다고? 된장찌개를? 고등어를?”“네.”“하나도 안 태웠네. 드디어 연금술에 성공했네.”“이 정도는 할 수 있어요.”리아는 식사를 하는 내내 “맛있어요?”를 몇 번이나 물었다. 세준은 그 반복되는 질문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울컥. 매 순간이 울컥이었다. 사람 눈에서 이렇게 많은 눈물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흐르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두 사람은 태어나 처음으로 알아버렸다.살아질 것 같다가도 또 무너지고, 완벽하게 무너졌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 일어나고.어쩌면 남은 날의 평생이 이런 날의 반복이겠지.“오늘도 꿈에 안 나왔어요.”“지금은 엄청나게 바쁘지.”“왜요?”“친구들도 생기고, 예쁨도 받고. 천국 투어에 정신이 좀 팔렸겠어.”“귀여워. 또 꺄르르 웃고 있겠네.”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했던가. 살면서 수도 없이 들은 말인데, 그들은 아니었다. 묻는다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그저 시간이 뚝 멈췄다. 세상이 멈췄다. 상실의 깊이도 없었다. 도저히 깊이를 알 수 없는 공허함이 메아리쳤다.***동백나무에 빨간 꽃망울이 맺힌 어느 날, 리아가 나무 기둥에 무언가를 둘러주고 있었다. 가까이서 확인한 순간 세준은 숨통부터 조여왔지만 내색하지 않았다.“다 뜬 거야? 벌써?”“네.”정성스레 직접 뜬 목도리 같은 것. 쌀쌀해진 날씨에 마음이 편치 않았던 리아는 영상을 보고 뜨개질을 배웠다.그래서 시간이 갔다. 조금은 흐르는 것 같았다.나무가 꼭 옷을 입은 모양이 나름 포근해보였는지, 세준은 투박한 손길로 조심스레 어루만졌다.“부드럽네. 비싼 실인가 봐.”“아무래도 다시 떠야겠어요. 중간에 빈 구멍이 많아.”“응, 천천히. 다시.”한동안 손을 놓았던 회사 업무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기철은 전보다 더 대놓고 세준을 챙겼지만, 세화의 이름만큼은 절대로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수척해진 얼굴이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아직은 힘들어 뒤지겠다고, 여전히 아파서 견딜 수 없다고.“마스터, 준수가 해커질을 그만한다는데요.”“갑자기?”“예. 앞으로는 주식 고수가 되겠답니다.”“미친놈.”준수는 세화를 떠나 보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들에게 또 한 번의 소중한 생명이 찾아온다면, 그땐 적어도 창피한 삼촌이 되고 싶진 않다고.
한참 동안 침묵이 흐르고, 세준이 무언가를 결심한 듯 리아의 손에 수저를 쥐여주었다.“강리아. 세화 따라갈 거 아니면 먹어.”“싫어요.”“그럼 따라가. 난 어차피 뒤져도 못 따라가니까, 너라도 기어코 따라가라고.”말 같지도 않은 말에 기철이 버럭 목소리를 높였다.“마스터!”“수저 대신 총이라도 쥐여줘? 칼이라도 쥐여줘?”“무,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왜. 어차피 천국인데 뭐.”참다못한 준수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세화, 천국 못 갔습니다.”순간, 세준의 눈에 사나운 살기가 실렸다. “이 씨발 새끼가.”금방이라도 휘둘러질 듯한 주먹마저 부들부들 떨렸지만 준수는 멈추지 않았다. “두 분이 못 가게 붙잡고 있잖습니까. 여전히 리아 품 안에만 안겨있는데, 천국을 대체 어떻게 갑니까.”뚝뚝.새하얀 유골함 위로 리아의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정말 세화가 천국을 못 갔다고? 나 때문에? 정말 나 때문에?“끄윽.... 아저씨.. 어떡해요.. 끄윽...”“씨발.. 하아...”기철도, 준수도 이제서야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예쁜 세화.. 이제 그만 보내줍시다.”“끄윽... 납골당은 무서울 것 같단 말이에요... 너무 어리잖아요.. 아무것도 모르는데 어떻게 엄마랑 떨어져...”한 번도 품 안에서 멀리 했던 적이라고는 없었던 존재.그래서 더 놓질 못했다. 아니, 그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놓아야 할 이유를 몰랐다.모두가 눈물을 쏟던 중, 기철의 목소리가 낮게 흘렀다.“마스터, 마당에 심었던 동백나무. 기억하십니까.”리아가 만삭이던 어느 날, 세준은 기철과 함께 마당에 동백나무 몇 그루를 심었었다. 꽃말이 변치 않는 사랑이라서, 사랑스러운 딸이랑 어울리는 꽃일 것 같아서. 세화가 걸음마를 시작하면 예쁜 원피스를 입히고, 그 앞에서 소중한 순간을 찍어주려고 했었다.기억을 떠올린 세준이 고개를 끄덕였을 때, 뜨거운 눈물이 턱 끝으로 떨어져 내렸다.“어차피 세화를 위한 나무잖아요.”“그러네요. 곧... 동백꽃
빈소는 차려지지 않았다. 준수와 기철의 도움으로 필요한 서류들을 발급받고, 꼬박 하루를 기다린 뒤 화장터로 향했다. 정신없이 병원을 수소문하던 지연은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 화장터에 도착했지만, 차마 리아의 곁에는 다가갈 수 없었다.꼭 리아를 잃었다고 믿고 울부짖던 과거의 자신 같아서. 리아는 정신을 차렸다 놓았다를 반복했고, 세준 역시 혼절만 하지 않았을 뿐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작은 유골함을 품에 안은 리아가 맥없이 속삭였다.“가요... 집으로.”모두가 만류했지만 세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마지막 인사를 끝내지 못해서. 도저히 사랑하는 딸을 납골당에 혼자 둘 수 없어서. 현관문을 열자 세화의 냄새가 코끝에 풍겨왔다. 리아는 터벅터벅 침실로 향해 유골함을 꼭 끌어안고 몸을 뉘었고, 세준은 소파에 앉아 하염없이 눈물만을 흘렸다.곳곳에 놓여있는 아기 용품들, 세화의 흔적들.그것들은 전부 세화가 살아있다 말해주고 있는데, 왜.. 도대체 왜.. 아빠는 천국도 못 가는데, 그럼 앞으로도 두 번 다신 공주를 못 본다는 거잖아.아니지, 볼 자격이 없지. 이건 다 나 때문이다. 다른 이들의 목숨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던 나 때문이다.하늘이 너무너무 미운데, 신이라는 작자의 멱살을 당장이라도 움켜쥐고 싶은데.곰곰이 생각해보니 미워할 수 없었다. 혹시라도 천국에 간 세화에게 해가 될까 봐.그래서 누구도 원망할 수 없었다. 자기 자신 말고는 그 누구도 원망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세상이 무너진 이들에겐 시간조차 멈춰버렸다. 집안의 불은 어디에도 켜지지 않았고, 그 어떤 대화소리도 오고 가지 않았다.들려오는 건 오직 두 사람의 울음소리뿐이었다.유골함을 품고 웅크려 누운 리아의 뒤에 세준이 몸을 말았다. 조심스레 손을 뻗어 유골함과 리아를 품에 안았다.“미안해.”“세화 자요. 그러니까 조용히 해요.”“그러자. 푹 자게 두자.”눈만 감으면 세화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귓가에는 웃음소리와 웃음소리가 환청처럼 메아리쳤다.***하루, 또
입원 5일 차, 세화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난 뒤 얼굴에는 산소마스크가 씌워지고, 몸에는 각종 의료기기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그 모습도 미쳐 돌겠는 와중에 의사의 입에서는 결국 최악의 말이 떨어졌다.“아무래도...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쿵.그건, 세준이 바닥에 무릎을 꿇는 소리였다.“선생님,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안 됩니다. 제발 포기하지 말아주십시오.”“끝까지 최선을 다할 겁니다. 다만, 아이 상태가 너무.. 너무 좋지 않습니다.”리아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다리에 힘을 바짝 주고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오히려 콧방귀를 뀌었다.마음의 준비? 웃기지 말라 그래.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이라더니, 여기도 뭐 별거 없잖아.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이름 하나. 강지연.다급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서는 기어이 그 연락처를 누르고야 말았다.“리.. 리아니?”“대표님, 저 좀 도와주세요.”수화기 너머, 지연의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리아가 스스로 자신의 도움을 바라는 상황.이런 상황을 내내 바라긴 했었는데, 막상 코앞에 닥치고 나니 정말로 무슨 큰 일이 있는 건가 싶어 심장이 벌렁거렸다.“무슨 일이야? 응? 무슨 일인데 그래.”“세화가 아파요. 지금 OO 대학병원에 와 있는데요, 여기, 실력이 영 형편없는 것 같아서요.” 이제야 리아에게 달려온 세준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강리아!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리아는 개의치 않았다.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대표님은 부자시잖아요. 그러니까 저희보다 아는 병원도, 의사도 훨씬 더 많을 거 아니에요.”“상, 상태가 어떤데, 응?”“뇌수막염이요. 점점 안 좋아져서 지금은 중환자실에 들어갔어요.”말문이 막혀버렸다.단순한 열병정도가 아니라 중환자실이라고?말도 안 돼, 얼굴 한 번 못 본 생명이 어디가 그렇게 아프다는 건지.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 잔혹한 현실을 되묻고 말았다.“중.. 중환자실?
샤워를 마치고 거실로 나가자 라면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리아는 뒤꿈치를 들어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190cm에 맞춘 싱크대 높이. 낑낑거리는 모습에 한숨이 새어 나왔다.“냅둬. 사람 올 거니까.” “그래도요... 제가 먹은 건데요...” “냅두라고.” “...네.”이제야 뒤를 돈 리아가 고개를 푹 숙였다. 하반신에 수건 한 장만 두른 남자가 성큼성큼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으니까. 귀 끝까지 금세 달아올라 얼굴이 홧홧거렸다. 세준은 바로 앞에 멈춰서 벌컥벌컥 찬물을 마셨다. “맛있게 먹었어?” “네...
리아의 눈에, 아저씨는 나쁜 사람 같진 않아 보였다. 아까랑은 달리 해칠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단 말이다. 아까도 죽이긴커녕 오히려 살려줬잖아..?“감.. 감금이에요?” “감금 반, 보호 반.” “네..?” “넌 지금 나가면 어차피 뒤져.” “아.... 네.”지나치게 얌전한 대답이었다. 퍽 순수한 모습에 입꼬리가 움직여 힘겹게 참아냈다. 이 정도면 조련은 꽤 쉽겠다는 생각이 들어 벌써부터 기대감이 만발했다. “둘, 시키는 건 뭐든 한다.”시키는 거? 시키는 건 뭐지? 아... 집안일? 빨래, 청소는 얼마든지 할
차가 대문 앞에 멈춰 서자, 철문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외부와 완전히 분리된 공간. 철저한 보안이 세팅된 곳. 아파트는 사절이다. 보는 눈이 많다는 건 전부 다 위험 요소니까. 주차를 하자마자 강리아를 안아들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품에 안긴 무게는 가벼웠고, 꽤나 작고 앙증맞았다. 침대 위에 눕혀두고, 위스키 잔을 채웠다. 오늘따라 알코올이 흐릿하게 느껴졌다.“뭘까. 진짜 뒤지고 싶었던 건가.”한 모금, 두 모금. 침묵이 이어지던 찰나, 리아의 눈꺼풀이 작게 떨려왔다. 동시에 세준의 입꼬리도 함께 올라갔다.“일
“눈 떠.”그 말과 함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떼어냈다. 비명을 지르든 말든, 어차피 아무도 들어줄 리 없는 동떨어진 주택이니까. 하지만 리아는 기침도, 비명도 없었다. 오히려 도세준 만큼이나 차분해보였다.“아저씨... 저 죽이러 온 거죠.” “뭐 이딴 년이 다 있어.” “해요…… 일.”그동안 타깃들 중 절반은 살려달라 아우성이었다. 나머지 절반은 그 아우성을 내뱉을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근데 얘는 뭐냐고. 왜 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거냐고. “돌겠네, 씨발.”한 발 뒤로 물러서자, 리아가 몸을 일으켜 침대 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