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거의 다 끝나가네.’북진연은 눈동자만 움직여 란사의 종아리를 훑어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바로 이때 편전 밖에서 일행의 함성소리가 들렸다.”죽여라!”“천허 대인께서 명하셨다. 백수족과 만고족을 전부 죽여라!”천시족 셋째 장로가 장천허의 명령을 받은 것이었다.본래 기성과 무명 대사제와 싸우는 척하며 시간을 끌더니 갑자기 돌변하면서 살기를 뿜어냈다.”죽여라! 죽여라!””꼭두각시를 풀어라!”“전부터 백수족과 만고족이 거슬렸다! 저놈들을 모조리 산산조각내서 우리 꼭두각시의 먹이로 주자!””명을 받들겠습니다!”천시족 부하들이 하나같이 흥분하면서 끊임없이 함성을 질렀다.기성과 무명도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이내 각자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기성이 씨익 웃으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창을 휘두르자, 팔뚝만큼 굵은 몸뚱이에 머리에 뿔이 달린 커다란 검정 뱀이 나타났다.커다란 뱀은 대가리를 주인의 어깨에 기대고 혀를 날름거리면서 천시족 셋째 장로를 조용히 응시했다.”백수족은 들어라! 각자 야수를 소환하여 오늘 반드시 천시족을 모조리 처단하자!”“명을 받들겠습니다!”무명은 그처럼 격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칼잠자리를 소환하여 양쪽으로 적을 향해 날렸다.“만고족도 봐줄 것 없다! 당장 각자 고충들을 풀어라!”“알겠습니다!”맞은편에서 천시족는 수십 구 꼭두각시를 소환하고, 이쪽에서 백수족의 야수들과 만고족의 다양한 고충들이 동시에 나타나는 바람에 통로가 막혔다.눈 깜짝하는 사이에 편전 밖의 통로를 포함한 전체 공간에 3대 부족과 그들의 소환물로 꽉 차버렸다.그 순간 란사는 위험을 직감했다.천시족은 만단의 준비를 마쳤기에 정작 싸운다면 백수족과 만고족이 큰 손해를 볼 것이다.그녀는 마음속으로 털이 보들보들하게 자란 백호의 귀에 말을 전했다.[섭정왕 전하, 이따가 백수족과 만고족이 열세에 처하면 부디 나가서 도와주세요. 천시족이 지하 궁전에서 우세를 차지하면 안 돼요.]북진연은 귀가 간질거리는지 미세하게 떨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걱정 마
“아우우우우우.”여인 꼭두각시가 다시 입을 열고 필살기를 쓰자, 정면에서 귀를 공격당한 기성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창을 곧게 펴서 여인 꼭두각시의 배를 찌르고, 다른 손으로 목을 꽉 조아렸다.손아귀에 힘을 주어 여인 꼭두각시의 목을 힘껏 꺾으려고 하는 찰나에 뒤에서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기성! 뒤를 조심하오!”사내 꼭두각시가 갑자기 속도를 내어 순식간에 기성의 뒤에 나타나 심장을 노린 것이었다.위험을 감지한 기성은 눈을 번쩍 뜨며 재빨리 몸을 돌렸다.촤아악!안타깝게도 등 부분의 옷이 찢기면서 살점까지 떨어져 나갔다.세 줄기 긁힌 자국은 뼈가 보일 정도로 깊었고, 피가 줄줄 흘러서 등이 흠뻑 젖혔다.그 바람에 피비린내가 순식간에 통로에 퍼졌다.“죽고 싶어서 환장했어?”기성이 상처를 입자 눈이 돌아간 능운이 칼을 들고 맹렬하게 달려들었다.그런데 공격하기 전에 기성에게 잡히고 말았다.“멈추세요! 소족장은 저놈의 상대가 아닙니다.”“뭐라고? 본 소족장을 무시하는 거야?”능운은 인정하지 않았다.“방금 그 속도라면 본 소족장도 뒤처지지 않아!”그래도 기성은 흔들리지 않고 한 손으로 여인 꼭두각시의 목을 잡고, 다른 손으로 기성을 잡고는, 사내 꼭두각시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엄숙하게 말했다.“저놈이 갑자기 강해진 것은 속도뿐이 아닙니다!”마치 기성의 말을 증명하려는 듯, 사내 꼭두각시가 갑자기 귀신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위험을 감지한 기성은 능운이 반응할 새도 없이 그의 어깨를 세게 끌어당기며 놈과 거리를 두었다.이어서 능운이 뒤로 끌려간 순간에 본래 서 있던 자리에 쿵 하는 묵직한 소리가 들리더니 땅이 갈라지고 자갈들이 사방으로 튕겼다.사내 꼭두각시가 사람 두 명도 거뜬히 묻을 수 있는 구덩이를 맨주먹으로 내리쳐서 만든 것이었다.“미쳤어?! 어디서 나온 괴력이야? 갑자기 선단이라도 처먹었어?!”엄청난 이동 속도에 엄청난 힘, 능운은 커다란 구덩이를 본 순간 눈동자가 튀어나올 뻔했다.기성이 미리 뒤로 당겨서 다행이
천시족 셋째 장로는 처음에 몇 초식은 버텨냈지만 시간이 갈수록 버티기 힘들었다.혼자서 두 대사제를 상대하려니 이대로 가다가 천허 대인이 나타나기 전에 목숨을 잃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참으로 비겁하네! 나이를 한참이나 먹고 둘이서 나를 기습하다니, 자신이 있으면 한 명씩 붙어!”“하하하, 셋째! 솔직하게 졌다고 말하지 뭐 하러 입만 살았어? 너 방금 우리한테 진짜 실력을 보여준다고 했잖아. 우리도 진짜 실력을 보여줬는데, 왜 버티지 못하니까 억지를 부리는 거야?”무명이 검으로 셋째 장로가 발사한 암기를 튕겨버리고는 껄껄 웃으며 조롱했다.“네가 셋째야! 누구 보고 셋째래?”무명의 도발에 분노한 셋째 장로는 무명을 사납게 노려보면서 입으로 계속 나불거렸다.“누가 억지를 부렸어? 분명 두 영감탱이가 어린 후배를 괴롭히고 있잖아!”“어리긴 개뿔! 반 오십은 처먹고 뻔뻔하게 어리다고 지껄였냐? 지나가는 개가 다 웃겠다!”기성은 창을 휘두르자마자 곧바로 셋째 장로의 얼굴을 찔렀다.마치 상대방의 얼굴을 갈가리 찢어버릴 기세로 말이다.그러다 셋째 장로가 미처 피하지 못해 기성의 창에 입꼬리부터 눈가까지 직선으로 찢기자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아아아악! 썩을 영감탱이들! 내가 정말 만만한 줄 알아!”셋째 장로가 하늘을 향해 큰소리로 울부짖었다.“아직도 숨어서 뭐 하느냐! 당장 나와서 저들을 죽여라!”그의 부름에 꼭두각시 남녀한쌍이 번개처럼 뛰쳐나왔다.푸른 옷을 입은 사내는 바로 앞서 능운의 칼을 팔로 막았던 꼭두각시였다.이제 보니 팔에 아직도 칼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사내 꼭두각시는 천시족 셋째 장로의 손에서 육신이 단단한 철처럼 단련되었기에 평범한 칼로 죽이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다.반대로 여인 꼭두각시는 평범해 보였다.사내 꼭두각시와 함께 기성을 상대했는데 그의 창에 몇 번 찔려서 상처가 깊이 남은 것을 보면 평범한 꼭두각시와 다를 바가 없었다.그래도 기성은 얕보지 않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셋째 장로에게 꼭두각시
“다 죽고 싶으냐!”참다못한 셋째 장로가 분노를 터트렸다.“백수족의 놈들! 역시 예의가 없는 야만적인 놈들이구나! 오늘 내가 제대로 본때를 보여주겠다!”그는 뒤에서 한 부하가 건네는 긴 나무 지팡이를 잡고 바닥에 쿵 하고 세게 내리치며 흉악하게 웃었다.“백수족이든 만고족이든 모두 함께 덤벼라! 오늘 내 부족들을 이끌고 너희에게 진짜 실력이 무엇이 똑똑히 보여줄 것이다!”“바라던 바다! 우리 백수족이 너희 천시족을 무서워할 것 같으냐!”“마침 본 소족장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 했어. 방금 너희들이 머릿수가 많다고 나를 우습게 봤잖아. 이제 대사제도 왔으니 두고 보겠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실력들인지!”방금 전에 하마터면 천시족 셋째 장로의 손에서 크게 당할 뻔했던 능운은 지금 몹시 불쾌해서, 방금 수치를 갚아주고 싶어서 지금 당장 격하게 싸우고 싶은 심정이었다.무명 대사제도 한 걸음 나서며 기성과 어깨 나란히 섰다.“우리 만고족도 너희들이 두렵지 않다! 누구도 우리 앞에서 성녀 대인을 데려갈 생각하지 마라!”3대 부족의 우두머리들이 발언하자, 뒤에 선 부하들이 일제히 각자 무기를 꺼내 들었다.지금 편전 대문 앞과 통로 사이에 숨이 막히는 긴장감이 감돌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에 이르렀다.양쪽 부하들은 서로를 노려보고, 기성과 무명 대사제도 천시족 셋째 장로를 주시하고 있었다.그러다 기성과 무명, 그리고 맞은편에 선 천시족 셋째 장로가 동시에 움직였다.팅! 팅! 팅!탱! 탱! 탱!칼날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사방에 불꽃이 튀었다.세 사람은 마치 약속한 것처럼 각자 야수, 고충, 꼭두각시를 소환하지 않았다.진짜 실력을 발휘한다면 셋 중에서 누구도 쉽게 죽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주변에 있는 부하들에게 영향을 미쳐서, 세 사람이 승부를 가리기 전에 수많은 사상자가 나타날 것이다.그래서 대전이 닥치기 전에 최소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무차별적인 공격은 피한 것이다.그렇다고 대충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세 사람은 3대 술법을 사용하지 않았
“기성 대사제, 무명 대사제, 두 분 빨리도 오셨습니다.”두 사람이 이렇게 빨리 들어올 줄이야.그러다 그들 뒤를 보았는데 다행히 열 몇 명만 데리고 온 것이었다.나머지는 아직도 지상에서 천시족의 부하들이 막고 있는 것 같았다.한 부족에서 각각 열 몇 넘게 데리고 왔으니 합치면 사십 명도 되지 않았다.정작 싸우면 가까스로 버티겠지만 천시족에 꼭두각시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기에, 지금 상황은 천시족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장천허는 어디 있는가? 당신네 천시족이 들어온 지 한참이 되었는데 아직도 합류하지 않았는가?”기성은 제일 먼저 주변에 란사가 있는지 살펴보다가, 구조된 능운이 자신을 향해 눈짓으로 편전 안쪽을 가리키는 것을 보고 바로 눈치를 챘다.그리고 장천허를 찾는 척하며 천천히 편전 문 앞으로 다가가 발걸음을 멈추었다.곁에 있던 무명이 수상한 그의 행동을 보고 의아해하다가 이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는지 똑같이 그쪽으로 따라갔다.지금 편전 문 앞에는 백수족과 만고족의 사람들이 양쪽에 버티고 서서, 안에 있는 란사에게 계속 시간을 벌어주었다.선수를 놓친 천시족 셋째 장로도 이것을 눈치챘지만 오히려 성급하게 행동하지 않았다.본래 그는 백수족과 만고족이 들이닥치기 전에 성녀 대인을 빼돌리려고 했었다.하지만 이미 좋은 기회를 놓쳤고, 3대 부족의 대부대가 아직도 지상에 있기에 그렇게 빨리 내려오지 못할 것을 예상하고 서두르지 않은 것이었다.다들 시간을 끌고 있다면 차라리 함께 기다릴 것이다.마침 셋째 장로도 장천허 대사제를 위해 시간을 끌어야 했다.“천허 대인께서 어디에 계시든 그것은 그분의 일이지 감히 우리가 여쭐 자격이 없습니다. 게다가 당신들은 더더욱 알 자격이 없고요.”그는 상대방을 비웃으며 부하가 건넨 내상 치료 알약을 받아서 입에 넣었다.“우리도 당신네 천시족의 목적을 알고 있네.”대문 오른쪽을 지키던 무명 대사제도 시큰둥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장천허가 수고스럽게 먼저 와서 자네들한테 성녀 대인을 납치하라고 시킨 것
“하하하하! 내 말이 맞았군! 소족장은 성녀 대인을 찾으러 들어왔으니, 백수족의 소족장이 여기서 지키는 사람은 성녀 대인 말고 또 누가 있겠소?”천시족 셋째 장로는 말할수록 흥분하여 손에 든 불진을 꽉 잡고 빙그레 웃었다.“이제 길을 내주오. 백수족 족장의 체면을 봐서 조용히 물러가면 목숨은 살려주겠소.”“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능운은 한 손에 칼을 들고 다른 손으로 삿대질을 하며 언성을 높였다.“당장 당신의 부하를 데리고 꺼져! 그럼 본 소족장이 교활한 장천허의 체면을 봐서 당신들 못 본 척해 줄게!”“무례하다!”어린 놈이 겁도 없이 자기들의 대사제를 모욕했다고, 천시족 셋째 장로는 안색을 굳히고 음산한 눈빛으로 능운을 노려보았다.“보아하니 좋게 말로 해서 통하지 않겠군. 본래 목숨을 살려주려고 했는데, 그리 나온다면 봐줄 필요 없겠소.”그는 손을 들어 수십 명의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저놈을 죽이고 쳐들어가서 사람을 잡아라!”“네!”“네!”천시족 부하들은 저마다 칼을 뽑아 들고 편전 앞을 지키는 능운과 그의 질풍 표범을 향해 돌진했다.“좋아! 얼마든지 덤벼! 오늘 본 소족장이 죽는 한이 있어도 너희들을 지옥에 끌고 갈 것이다!”“질풍아! 나와 함께 저놈들을 쓰러트리자!”능운은 질풍 표범을 타고 한 손에 검을 휘두르며 앞에서 돌진하는 천시족 부하들을 향해 달려갔다.혼자서 수십 명을 상대하는 것도 벅찬데 이놈들은 아직 각자 꼭두각시를 소환하지 않았다.이런 상황에서 잠시는 버텨도 오랫동안 막을 수 없었다.그래도 질풍 표범과 함께 적의 무리에 뛰어들어, 속도가 빠르다는 우세로 닥치는 대로 칼을 휘둘렀더니 성공적으로 여러 명을 쓰러트렸다.문제는 천시족 부하들은 바보가 아니기에 사람과 표범이 용맹하게 공격하는 것을 보고 포위하여 동시에 공격하는 작전을 펼쳤다.두 주먹에 표범의 네 발까지 더해도 사방에서 달려드는 적을 상대하기 어려웠다.그가 불리한 상황에 몰리기 시작하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여기저기에 상처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