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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미안할 일만

Author: 무취인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5-17 03:28:46

하늘은 정신없는 일주일을 보냈다.

결국 윗 선에서 강우주에게 전적으로 맞춰주라는 통보에 하늘이 그의 홍보 스케줄을 전담하기로 했고,

그와 관련된 일과 더불어 프로젝트 일까지 마무리 하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하늘 씨가 부탁한 자료 가지고 집 앞에 있어요. 준비 천천히 하고 내려와요."

오늘 프로젝트를 마감해야 하는 날이다.

어젯밤, 잠들기 전까지 프로젝트를 마무리 하던 하늘은 급하게 필요한 자료를 받기 위해

지은우 팀장에게 연락했다. 이런 적이 없는데, 일이 많다 보니 잘 하지 않는 실수를 한 게 맘에 들지 않는다.

그는 내 연락에 일단 늦었으니 자고 내일 연락 주겠다고 하고선 오늘 아침 일찍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의 전화를 받고 창밖을 내다 본 하늘은 지은우 팀장의 차가 눈에 들어왔다.

하늘은 급하게 출근 준비를 마치고는 서둘러 짐을 챙겨 내려갔다.

"왔어요?"

후다닥 내려온 하늘의 모습에 지은우 팀장은 차에서 내려 그녀를 향해 웃어 보였다.

"아니..어떻게 여길. 그냥 회사에서 주셔도 되는데."

아직 채 마르지 않은 하늘의 머리카락에 잠시 눈을 둔 은우가 차의 보조석 문을 열었다.

"일단 타요."

하늘은 그를 잠시 쳐다보다가 이내 서둘러 그의 차 보조석에 몸을 실었다.

차 안은 이미 한참이나 그녀를 기다린 듯, 따뜻했다.

하늘을 따라 운전석에 올라탄 그는 이미 갈 데가 있다는 듯, 자연스레 핸들을 돌려 골목을 빠져나갔다.

무슨 상황인지 몰라 운전하는 지은우의 옆모습을 쳐다보던 하늘의 시선을 느꼈는지

지은우 팀장은 고갤 돌려 하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이내 소리 없이 웃으며 다시 앞을 바라본다.

"근처에 24시 카페가 있더라구요. 거기서 일 마무리해요."

지은우의 말에 하늘은 그를 바라보던 시선을 멈추고는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항상 친절하지만 묵묵하다. 웃고 있지만 그은 선이 확실하다.

회사에서 그는 항상 젠틀한 남자로 비춰지지만 그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를 몰래 좋아하는 회사 여직원들은 내가 아는 사람만 해도 한 손으로 셀 수도 없는 수준이지만

차마 그에게 고백했다는 여직원들 또한 없었다.

그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늘 같은 말을 한다.

자신이 그은 선 안으로 절대 사람을 넣지 않는다고. 고백을 할 만큼 가까워 질 수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하늘이 느낀 그는 달랐다.

그는 내가 어려울 때마다 항상 말 없이 그녀의 뒤에 서 있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동생이 수술을 받았을 때. 내가 괴롭힘을 당할 때..

언제나 그는 내가 필요한 순간에 나타나고. 또, 말 없이 뒤에 서 있었다.

카페 앞에 주차를 한 그는 말 없이 문을 열어주고

하늘의 무거운 짐들을 자연스럽게 한 손으로 들었다.

자리를 잡고 그녀를 앉힌 뒤, 주문하고 올 테니 일하고 있으라 말하고는 1층으로 내려갔다.

그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하늘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노트북을 켰다.

그가 놓고 간 자료를 살펴보던 하늘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이미 그대로 하늘의 자료에 삽입하기만 하면 될 정도로 정리되어 있었다.

이걸 하려고 그는 또 몇 시에 일어 난 건지. 또 나에게 가져다 주기 위해 언제부터 서둘렀을지.

또 팀장님께 미안할 일이 생겼다.

하늘은 주변 신경을 쓸 틈도 없이 일에 몰두했다.

1시간 정도 흘렀을까, 미리 자료를 만들어 둔 그 덕분에 예상보다 빨리 서류를 마무리 한 하늘이

깊은 숨을 내쉬며 카페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그제서야 주변을 둘러보니, 카페 2층은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팀장님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니 8시10분.

하늘은 1층으로 조심스레 내려갔다.

1층 쇼파 자리에서 피곤한 듯,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고 있는 지은우 팀장의 모습이 보였다.

하늘은 그의 모습을 보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게..왜 그랬어요"

그의 곁으로 다가간 하늘의 말에 그가 감았던 눈을 번쩍 뜨고는 하늘을 바라봤다.

"어? 끝났어요?"

그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미리 시켜서 받아 둔 커피를 그녀에게 건넸다.

펄펄 끓거나 뜨겁지 않은 마치 그처럼 알맞은 따뜻한 온도였다.

"일하는 데 방해 될까봐 여기서 기다린 거에요?"

그녀의 물음에 은우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고갤 들어 그녀의 눈을 마주했다.

"들켰네."

그의 대답에 하늘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마운데..미안하잖아요. 왜 자꾸 미안할 일만.."

하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은우는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미안 하라고 한 거 아닌데. 일단 갈까요? 내가 올라가서 짐 가져올게요. 커피 먹고 있어요."

그는 하늘을 향해 싱긋 웃어 보이고는 이내 2층으로 올라갔다.

그의 뒷모습을 하늘은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회사 건물에 주차를 마친 은우는 그녀의 오늘 따라 무거운 짐 가방을 자연스레 들었고,

하늘은 가방을 달라고 했지만 은우는 대신 커피 좀 들어 달라는 그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자신과 그의 커피를 한잔 씩 손에 들었다.

회사 건물이 가까워지자, 인사를 해 오는 직원들의 눈길이 느껴졌다.

그녀의 짐 가방을 그가 들고 있고, 그녀가 든 커피 두 잔은 직원들의 눈초리를 받기 좋은 상황이었지만

은우는 신경도 쓰이지 않는 듯, 여유롭게 그들의 인사를 받아내었고

괜시리 신경 쓰이는 하늘이 말했다.

"팀장님..가방 주세요.. 커피 팀장님이 들구요."

"왜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는 듯 팀장은 가볍게 되물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잖아요.."

작게 소근 거리며 말한 하늘의 말에 그는 입을 다문 채 웃음을 참는 듯 숨을 내쉬었다.

"이상하게 보라고 하죠 뭐."

묘하게 달라진 그의 태도에 하늘이 안절부절 했던 것도 잠시

앞서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말 없이 바라 볼 뿐이었다.

그의 말에서 단호함 같은 것과 비슷한 알 수 없는 느낌을 받은 하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를 따라 갔고.

곧 그들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팀장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하늘이 조심스레 그를 불렀다.

그녀의 부름에 지은우는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은 그에게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

그 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 안에는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채 매니저와 나란히 서있는 강우주가 있었다.

"어?"

하늘이 강우주를 보고 놀라 소리를 내자

눈을 위로 지켜 뜬 강우주의 시선이 하늘과 옆에 선 지은우 팀장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러고는 하늘의 손에 들린 커피 두 잔을 응시하며 말했다.

"출근을 같이 하는 사이 인가 보네"

인사도 없이 들어온 그의 말에 하늘이 자신도 모르게 당황하며 커피를 든 손을 내리자

그 모습을 본 지은우의 눈빛 또한 미세하게 날카로워 졌다.

"일단 타죠."

그를 가만히 바라보던 지은우는 그녀를 향해 말하고는 먼저 엘리베이터로 몸을 실었다.

하늘도 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가 묘하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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