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길해경은 유난히 엄숙한 표정으로 한 사람씩 짚어가며 평가하고 질책했다.“애초 너희 매니저들이 하나같이 잘하겠다고 장담했기에 내가 예외적으로 받아준 거야. 그런데 오늘은 다들 이런 상태로 나를 상대하겠다는 거냐? 계정음, 네 대사가 고작 다섯 줄이고 동작도 몇 개 안 되는데 그것도 제대로 못 하겠어?”계정음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선생님,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더 잘하겠습니다...”“방금 무대에서 어민경 뺨을 제대로 후려쳤지. 우리가 못 봤을 거로 생각했어?”계정음은 움찔하더니 곧바로 눈시울이 붉어졌다.“죄송해요.
임예빈이 떠난 뒤 어민경은 혼자가 되었다.하필 오늘은 첫 실제 무대 리허설 날이라 심리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큰 도전이었다.한 차례 공연을 마치고 나니 어민경은 거의 탈진 직전이었다.만약 임예빈이 있었다면, 무대에서 내려와 의상을 갈아입는 짧은 시간 동안 재빨리 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축일 수 있었을 것이다.어민경의 물 챙기는 일은 원래 임예빈이 맡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그런데 임예빈이 없으니 어민경은 혼자 버틸 수밖에 없었다.첫 공연이라 긴장도 심했고 목도 말랐다. 결국 후반부에 들어서는 목이 쉬어버려 노래도 기대
어민경은 비몽사몽 눈을 뜨고 눈을 비비며 말했다.“예빈아, 이제 괜찮아?”“진작 괜찮아졌지.”임예빈은 웃으며 말했다.“내 체력은 너보다 훨씬 좋다니까. 아침도 이미 배달됐어. 얼른 일어나서 씻고 밥 먹어.”“알겠어.”어민경은 재빨리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방에서 나왔다.아침을 먹던 중, 임예빈이 갑자기 말했다.“민경아, 우리 아빠가 병원에 입원하셨어.”“뭐?”어민경은 아빠가 만든 무말랭이 반찬 한 조각을 집어 들고 있다가 그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무슨 일이야?”“뇌출혈이래.”임예빈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
어민경은 변영준을 바라봤다.변영준은 잠시 침묵하다가 결국 사실대로 대답했다.“외국에 있을 때는 가끔 그런 경우를 보긴 했어.”어민경은 깜짝 놀랐다.“진짜 그런 게 있긴 있구나...”“외국은 좀 개방적이니까.”변영준은 헛기침하며 여자친구와 이런 주제로 이야기하는 게 아무래도 좀 묘하게 느껴져 화제를 돌렸다.“듣기로는 첫 공연 장소가 북성으로 정해졌다며?”어민경은 계속 동작을 하며 말했다.“네, 다음 달 6일로 잡혔어요. 이제 보름밖에 안 남았네요.”“긴장돼?”“그럭저럭요.”어민경은 동작을 멈추고 변영준을 바라보며
“좋아. 내가 시킬게.”임예빈은 앱을 열어 주문하기 시작했다....죽을 먹으면서 어민경은 임예빈을 바라보며 물었다.“계정음의 보조 스태프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응?”임예빈은 지금 이 일에 대해 트라우마까지 생길 지경이다.“나... 난 모르겠는데?”어민경은 그녀의 반응을 유심히 살폈다.“너 그때 거기 있었잖아? 오지랖 넓고 호기심 많은 성격에 구경하러 안 끼어들었어?”임예빈은 헛기침하며 웃었다.“내가 휴게실에서 나올 때 사람들이 많이 둘러싸고 있는 걸 봤어. 게다가 바닥에 피까지 묻어 있었고. 그러다가
방문을 닫고 어민경은 달려가 소파에 벌렁 드러누웠다.임예빈은 넋이 나간 채 문가에 서 있었다.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눈꺼풀이 자꾸만 씰룩거렸다.어민경은 변영준에게 답장 보내고 전화를 내려놓은 뒤 고개를 돌려보니, 임예빈이 여전히 문가에 서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예빈아, 뭐 해?”임예빈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어민경을 보며 멋쩍게 웃었다.“아니, 그냥 좀 생각할 게 있어서.”어민경은 그녀의 팔을 잡고 어리광 부리듯 흔들며 물었다.“아까는 그렇게 다급하게 나를 끌고 오더니 뭐야? 돌아와서 엄청난 비밀 알려
그쪽은 원래 신호가 잘 잡히지 않는 지역이었다.이런 상황은 예전에도 몇 번 있었지만 이번에는 유독 심란하고 불안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다시 한번 고은미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여전히 연결되지 않았다.그 순간, 눈꺼풀이 또다시 떨려왔다.마치 안 좋은 예감이 현실이 될 것만 같았다.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진태현의 전화였다.그 불길한 예감은 점점 더 짙어졌고 심장이 얼어붙은 듯한 느낌 속에서 손끝이 굳은 채로 수신 버튼을 눌렀다.“진 선생님.”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진태현의 목소리는 쉰 듯 갈라져 있었다.
“선생님도 널 이해해.” 염하나는 그를 꼭 안아주었다.“사실 선생님도 그랬어. 엄마가 남동생을 낳았는데, 매일 부모님이 동생만 사랑할까 봐 걱정했거든.”“그래서 어떻게 됐어요?”변현민은 재빨리 물었다.“나중에 보니까 부모님은 전처럼 날 사랑했고 동생도 크면서 점점 날 좋아했어. 물론 나도 동생을 좋아하게 됐지. 왜 그랬는지 알아?”변현민은 고개를 저었다.“왜냐하면 우리는 가족이니까!”염하나는 그의 코끝을 살짝 집으며 말했다.“현민아, 너랑 너희 부모님도 가족이야. 그러니 나중에 새 아이가 생기면 새 아이를 사랑하는
“그래.”전화기 너머에서 변승현은 갑자기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럼 오후에 보자.”심지우는 바로 대답했다.“좋아요, 오후 두 시에 시간 맞춰서 갈게요.”“응.”심지우는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우영지에게 퀵을 불러서 선물들을 전부 남호 팰리스로 보내라고 지시했다.그 후, 그녀는 곧장 복원실로 들어갔다.작업을 하던 심지우는 점심 12시가 되어서야 복원실에서 나왔다.천효성은 시간 맞춰 밥을 가져다주며 태아 안정제를 꼭 먹으라고 당부했다.식사를 마친 심지우는 약을 먹고 알람을 맞춘 후 잠시 누워서 쉬었다.한 시 반에
심지우와 고은미는 눈을 마주쳤다.고은미는 웃음을 참으며 일부러 도발했다.“나중에 진짜 둘 다 아들이면 딸바보 온주원 씨는 분명 울겠네요?”“고은미 씨!”온주원은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그런 불길한 소리 하지 말라니까요!”심지우와 고은미는 웃음을 터뜨렸다.온주원이라는 분위기메이커가 함께 있어서인지 가는 길 내내 차 안 분위기는 한결 유쾌하고 편안했다.식당에 도착한 셋은 방으로 들어갔다.다행히 주말도 아니라 음식은 금방 나왔다.온주원은 말도 안 하고 정신없이 먹었다.그가 입원해 있던 동안 얼마나 음식에 목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