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그는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조용히 지켜보기로 했다.엘리베이터가 드디어 28층에 도착했다.문이 열리자, 어민경은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마치 죽음을 각오한 사람처럼 고개를 돌리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착한 분, 저 집 도착했어요. 오늘 이렇게 끝까지 데려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안녕히 가세요! 조심히 들어가세요!”변영준은 그녀를 바라봤다.지금의 어민경이 조금만 더 멀쩡했다면 그의 눈빛이 얼마나 복잡한지 알아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전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술기
뒤에서 차 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차가 멀어지는 소리가 이어졌다.어민경이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을 때 뒤에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그녀는 순간 멈칫하고 돌아서다가 변영준과 눈을 마주쳤다.밝은 엘리베이터 조명 아래로 보이는 남자는 키가 훤칠했다.키 165cm에 플랫슈즈를 신은 어민경은 고개를 살짝 들어야만 그와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남자의 또렷하고 입체적으로 잘생긴 얼굴을 확인한 순간, 어민경의 물기 어린 눈동자에 순간 감탄의 빛이 스쳤다.연예계에서 10년이나 굴러온 그녀라 잘생긴 남자라면 정말 수
사실 병원 가서 수액 맞는 게 지금 가장 나은 선택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가고 싶지 않았다.갈 수도 없었다.이 얼굴로 병원에 가면 내일 또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게 뻔했다.이미 연예계를 떠나 평범하게 살기로 한 이상, 더는 노출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앞에 앉은 변영준을 바라봤다.차 안은 어두웠고, 창밖의 불빛이 스쳐 지나가며 명암이 번갈아 비쳤다.그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건 느껴졌다.“저기... 집까지 좀 데려다주실 수 있을까요?”변영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길고 깊은 눈
변영준은 의식을 잃은 여자를 안아 들고는 멀지 않은 곳, 룸 밖에 서 있는 섭정수를 무표정하게 바라봤다.섭정수가 여자들을 가지고 노는 방식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었고, 재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하지만 그는 가정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체면을 지키는 척은 했다.그래서 지금, 어민경이 변영준에게 안겨 있는 모습을 보고도 섭정수는 얼굴이 잿빛으로 굳었지만 더는 다가오지 않았다.변영준.북성 상권의 ‘괴짜 천재’라 불리는 인물이었다.오랜 시간 상계에 몸담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스캔들도 없었던 남
어민경은 천천히 주먹을 풀더니 비웃음을 흘리며, 눈빛이 서서히 식어갔다.그녀는 웃으며 임수영의 말투를 흉내 냈다.“아니요. 비참하게 죽는 게 당신한테 어울리는 벌이에요.”임수영은 순간 멈칫했다가 곧 더 격렬하게 욕을 퍼부었다.어민경은 돌아서며 짧게 한마디만 남겼다.“주소 보내요.”그리고 그대로 나가버렸다.임수영은 원하는 답을 얻고 나서야 욕을 멈췄다.하지만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지난달 공들여 산 찻잔 세트를 전부 집어 던져버렸다.쨍그랑, 쨍그랑.산산이 부서지는 소리는 마치 어민경의 산산이 조각난 인생 같았다.밤
이 말들은 어민경이 이미 줄줄 외울 수 있을 정도였다.이제는 임수영의 이런 욕설을 들을 때마다 그녀는 속으로 다른 생각할 여유까지 있었다.‘좀 새로운 대사는 없나?’어민경은 가끔 자신도 인정했다.자신이 정말로 임수영과 계찬호의 숨겨진 딸이 맞다는 것을.자신의 골수에도 그들의 이기심과 독설이 유전된 게 분명했다.그렇지 않고서야, 임수영이 이렇게까지 이성을 잃고 욕을 퍼붓는 와중에도 딴생각할 수 있겠는가.바로 지금도 그랬다.“어민경, 이건 네가 나한테 진 빚이야. 평생을 갚아도 못 갚을 빚이라고!”임수영이 미친 듯이 외
심지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지강을 바라보며 묵묵히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아버지는 완전히 변했어요. 아버지는 진숙희를 변씨 가문 호적에서 지워내고 저희 어머니를 변씨 가문 묘원에 모시겠다고 했죠. 그리고 저에게 변승현 대신 가문의 후계자가 되라고 했죠. 아버지는 늘 말했어요. 진숙희는 원래 남의 자리를 빼앗은 사람이라고. 그래서 그 여자를 증오하고 변승현까지 함께 미워하게 된 겁니다.”심지우는 차갑게 비웃었다.“당신 아버지는 정말 대단한 사랑꾼이네요.”지강은 심지우의 말 속에 담긴 비아냥을 충분히
심지우와 탁이수는 무대 위에서 나란히 서서 한 마디씩 주고받으며 전형적인 격식 있는 인사말을 주고받았다.그 과정 내내 그녀의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가 머물러 있었다. 차갑게 빛나는 눈동자는 가끔 객석을 훑었는데 특정한 누구를 보는 건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모두 자신을 쳐다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바로 그때 변승현과 송해인이 도착했다.무대 위에서 여유 있게 말하는 심지우를 본 변승현은 걸음을 멈추었다.송해인은 곁눈질로 변승현을 훑어보고는 붉은 입술을 비웃듯 살짝 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장난을 던졌다.“이혼하고 나니까 전처가 완전
며칠간 깊이 고민한 끝에 심지우는 결국 북성에 남기로 했다.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온주원도 언젠가는 결혼해 가정을 꾸릴 텐데 자신이 계속 운귀에 머무는 게 그리 좋지 않다고 여겼다.비록 두 사람은 친남매처럼 가까웠지만 혈연관계가 없는 만큼 외부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기 쉬웠다.온주원의 앞날에 짐이 되지 않으려면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사실 그녀는 4년 전, 안강의 강변에 위치한 고급 주택을 이미 사두었는데 지금껏 비워둔 상태였다.거기는 심지우의 작업실과도 가깝고 윤영이 다니는 어린이집과도 가까워 앞으
그 말을 들은 고은미가 소리를 질렀다.“진태현 씨, 당신 멋대로 결정하지 마요! 저는 동의한 적 없어요!”품에 안긴 진순영은 움찔하더니 금세 입술을 쭉 내밀며 울음을 터뜨릴 기세였다.심지우는 얼른 다가와 아이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넌 이 불같은 성질 좀 죽여. 봐, 아이 놀라잖아.”고은미는 아이의 작은 엉덩이를 살짝 두드리며 부드럽게 달랬다.그러자 잔뜩 찌푸려져 있던 아이의 미간이 서서히 풀렸다.고은미는 진순영을 내려다보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지우야, 난 엄마가 될 자격이 없는 것 같아.”심지우가 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