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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저 사람, 팀장님 전 정혼자래요

작가: 라온하제
last update 게시일: 2026-08-20 14:16:14

"오랜만이네요, 장승 씨."

그 한마디에 사무실 전체가 숨을 죽였다. 바리는 서류를 보는 척하면서도 곁눈질로 두 사람을 살폈다. 무장승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평소보다 동작이 딱딱하다는 걸, 바리는 알아챘다.

"인사팀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목소리마저 평소보다 한 톤 낮았다. 존댓말을 쓰는 것도 처음 들었다. 바리는 그동안 무장승이 팀원들에게도, 자기한테도 하오체를 쓰는 걸 당연하게 여겼는데, 저 여자 앞에서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별건 아니고요. 이번에 새로 들어온 임시직 인사평가 건 때문에 왔어요."

여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시선을 슬쩍 바리 쪽으로 돌렸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바리는 저도 모르게 등을 곧게 폈다. 위아래로 훑어보는 시선이 노골적이진 않았지만, 뭔가 재는 듯한 느낌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이분이시구나. 얘기 많이 들었어요."

"아, 네. 바리라고 합니다."

바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색하게 고개를 숙였다. 여자는 그런 바리를 보며 살짝 미소 지었는데, 그 미소가 이상하게 냉기를 품고 있었다.

"인사팀장 길례예요. 반가워요."

"네, 반갑습니다."

"임시직 채용 규정상 배우자 보증인 건에 대해선 제가 서류로 검토하긴 했는데, 이렇게 실물로 보니까 느낌이 또 다르네요."

느낌이 다르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바리는 정확히 짚어낼 수 없었다. 칭찬인지 아닌지 애매한 화법이었다. 길례는 다시 무장승 쪽으로 몸을 돌렸다.

"장승 씨, 잠깐 얘기 좀 할까요. 업무적으로."

"...여기서 하시죠."

"아니요, 잠깐이면 돼요. 자리 좀 옮기죠."

길례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몸을 돌려 회의실 쪽으로 걸어갔다. 무장승은 잠깐 그 자리에 서 있다가, 결국 뒤따라갔다. 그 뒷모습을 바리는 물끄러미 지켜봤다. 왜인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답답했다.

두 사람이 사라지자마자 덕순이 바리 옆으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눈치를 보며 목소리를 한껏 낮췄다.

"바리 씨, 저분 누군지 알아요?"

"인사팀장이라고 하셨잖아요."

"그거 말고요. 저 두 분, 예전에 사내 정혼 얘기까지 나왔던 사이예요."

"...네?"

바리는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가, 주변 눈치를 보고 얼른 낮췄다.

"정혼이요? 그럼 결혼하려고 했던 사이라는 거예요?"

"정확히는 결혼까지는 안 갔는데, 관리국 내에서는 거의 기정사실처럼 얘기됐었대요. 저야 그때 입사 전이라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두 분 다 워낙 조건이 좋으니까 위에서도 은근히 밀어붙였다고 하더라고요."

"조건이 좋다니요?"

"장승님이야 뭐, 500년 만에 최연소 팀장, 능력 최고, 얼굴 최고. 길례 팀장님도 인사팀 역대 최연소 팀장이시고, 국장님이랑도 친분 두터우시고. 둘이 딱 어울리는 짝이라고 다들 그랬대요."

바리는 손끝이 살짝 저릿해지는 걸 느꼈다. 이상했다. 애초에 저 남자랑 나는 그냥 서류상 계약결혼일 뿐인데, 왜 이 얘기를 듣고 있으니까 기분이 이상해지는 건지 스스로도 이해가 안 갔다.

"근데 왜 안 됐어요? 결혼."

"그게,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몰라요. 어느 날 갑자기 얘기가 쏙 들어갔대요. 그 뒤로 장승님이 더 무뚝뚝해지셨다는 얘기도 있고. 아무튼 그 뒤로 두 분 사이가 좀 껄끄러워졌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오늘 갑자기 저렇게 찾아오신 거 보면..."

덕순이 말끝을 흐리며 의미심장하게 눈썹을 들썩였다. 바리는 그냥 헛웃음으로 넘기려다가, 자꾸만 회의실 쪽으로 시선이 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뭐야, 나 지금 뭐 하는 거야. 저 사람들 얘기가 나랑 무슨 상관인데.'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몸은 자꾸만 회의실 문 쪽을 신경 쓰고 있었다. 서류를 보는 척하면서도 눈은 몇 번이나 그쪽을 향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회의실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나왔다. 무장승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어딘가 평소보다 더 굳어 있었다. 길례는 반대로 여유로운 미소를 유지한 채였다.

"그럼 서류는 제가 검토해서 다시 연락드릴게요, 장승 씨."

"...네."

길례는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리다가, 바리 자리 앞에서 잠깐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위아래로 다시 한번 훑어보더니, 입가에 옅은 미소를 걸며 말했다.

"이번 임시직은... 좀 특이하네요."

"...네? 뭐가요?"

"아니에요.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서요."

길례는 더 이상 말을 붙이지 않고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또각또각, 힐 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사무실 안은 계속 조용했다.

바리는 그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특이하다는 게 무슨 뜻일까. 그냥 임시직치고 특이한 케이스라는 걸까,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는 걸까.

자리로 돌아온 무장승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서류를 펼쳤다. 하지만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걸, 바리는 놓치지 않았다.

"팀장님, 괜찮으세요?"

"...뭐가 말이오."

"방금 표정이 별로 안 괜찮아 보이셔서요."

"신경 쓸 것 없소."

무장승은 짧게 대답하고는 서류에 시선을 고정했다.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다는 게 명백했다. 바리는 입술을 삐죽이며 자기 자리로 돌아왔지만, 계속 신경이 그쪽으로 쏠렸다.

'뭐야, 이거. 나 지금 왜 이렇게 신경 쓰이는 거야.'

스스로도 이해가 안 가는 감정이었다. 이 결혼은 서류상 계약일 뿐이고, 아빠를 살리기 위한 수단일 뿐인데. 그런데 왜 자꾸 저 옆얼굴이 신경 쓰이고, 왜 자꾸 아까 그 여자의 미소가 마음에 걸리는지.

바리는 애써 고개를 저으며 다시 서류에 집중하려 했지만, 오후 내내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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