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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이 손, 놓지 마시오

مؤلف: 라온하제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8-24 08:25:22

어둠은 생각보다 오래 이어졌다.

전기가 나간 지 얼마나 지났는지 감도 안 잡혔다. 시간이 어둠 속에서는 다르게 흐르는 것 같았다. 바리는 숨을 죽인 채, 자기 팔을 붙잡고 있는 손의 온도를 느끼고 있었다. 차가운 줄만 알았던 손끝이, 지금은 이상하게 뜨거웠다.

"...팀장님."

"...말하시오."

"이거 정전, 얼마나 갈까요?"

"...모르오. 시설팀에서 곧 처리할 거요."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바리는 그 목소리의 결이 어쩐지 낯설게 느껴졌다. 사무실에서 듣던 딱딱한 하오체와는 뭔가 달랐다. 더 조심스럽고, 더 흔들리는.

"팀장님, 손 좀 놓으셔도 될 것 같은데요. 이제 안 놀랐어요."

"...."

"팀장님?"

대답이 없었다. 손도 놓지 않았다. 바리는 어둠 속에서 눈을 몇 번 깜빡였다. 눈이 조금씩 어둠에 적응하면서, 희미하게나마 무장승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시선을 바리에게 고정한 채로, 뭔가 말하고 싶은데 말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입을 살짝 벌렸다가 다시 다물었다.

"...아까 그 서류."

무장승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네. 그 서류가 왜요?"

"...예전에 본 적 있소."

바리는 순간 숨을 멈췄다.

"본 적 있다고요? 언제요?"

"...오래전이오.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 안 나오. 그냥, 어딘가에서 스쳐 지나가듯 본 것 같소."

"근데 왜 방금 전까진 모른다고 하셨어요?"

"...확신이 없었소. 지금도 확신은 없소."

무장승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흔들림이 묻어났다. 500년을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감정을 겉으로 드러낸 적 없다는 사람이, 지금 이 어둠 속에서만큼은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팀장님, 저 진짜 무서운 거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말하시오."

"저희, 원래 알던 사이였어요? 이번 생 말고, 그전에."

한참 동안 답이 없었다. 침묵이 어둠보다 더 무겁게 내려앉았다. 바리는 그 침묵이 대답이라는 걸 직감했다.

"...그럴 수도 있소."

"...그럴 수도 있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명부 관리국 기록은 완벽하지 않소. 인연은 여러 번 겹치기도 하고, 어긋나기도 하오. 나는...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소. 다만."

"다만요?"

"...당신을 처음 봤을 때, 낯설지가 않았소."

바리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걸 느꼈다. 민원실에서 처음 마주쳤던 순간이 떠올랐다. 표정 하나 없는 얼굴로 다가와 "바리 씨, 맞으시죠"라고 묻던 그 목소리. 그때는 그냥 사무적인 확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무슨 뜻이에요, 낯설지 않다는 게."

"...나도 모르겠소. 그냥,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얼굴이었소. 그래서 계약을 제안할 때도, 이상하게 망설여지지 않았소."

바리는 어둠 속에서 무장승의 얼굴을 바라보려 애썼다. 표정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숨소리가 평소보다 거칠어져 있다는 건 느껴졌다.

"팀장님, 저 지금 완전 소름 돋았거든요? 이거 무슨 전생 얘기 하시는 거예요?"

"...전생인지 뭔지는 나도 모르오. 다만 확실한 건."

"뭔데요."

"...당신까지 잃고 싶지 않소."

그 말이 어둠 속에 뚝 떨어지듯 울렸다. 바리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잃고 싶지 않다니요. 그게 무슨—"

무장승은 그제야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듯, 황급히 손을 놓았다.

"...아무것도 아니오."

"아니, 방금 뭔가 되게 의미심장한 말 하셨잖아요. 저를 잃고 싶지 않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저희 오늘 처음 만난 사이잖아요, 서류상으로는."

"...말이 헛나왔소. 신경 쓰지 마시오."

그 순간, 천장 조명이 다시 깜빡이며 켜졌다. 눈부신 빛에 바리는 저도 모르게 눈을 찡그렸다. 시야가 돌아오자, 무장승은 이미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 있었다. 얼굴은 다시 평소의 무표정으로 돌아가 있었지만, 귀 끝만큼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전기 들어왔군. 정리 계속하시오."

"팀장님, 방금 그 얘기 그냥 넘어가시는 거예요?"

"...넘어갈 얘기요."

"안 넘어가는데요, 저는."

"...업무부터 마칩시다."

무장승은 서둘러 서류함 쪽으로 몸을 돌렸다. 손에 쥐고 있던 그 낡은 서류철은, 어느새 그의 품속 깊숙이 들어가 있었다. 바리는 그 뒷모습을 보며 입을 삐죽였다. 궁금해 미치겠는데, 더 캐물었다간 또 저 벽 같은 침묵이 돌아올 게 뻔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 근데 진짜 이따가 꼭 다시 물어봐야지.'

두 사람은 남은 서류함을 마저 정리했다. 아까와는 다르게 대화가 뚝 끊긴 채, 종이 넘기는 소리만 창고 안에 울렸다. 바리는 서류를 정리하는 척하면서도 계속 무장승 쪽을 흘끔거렸다. 그는 평소보다 손놀림이 어수선했다. 서류를 잘못된 칸에 넣었다가 다시 빼는 것도 몇 번이나 반복했다.

'저 사람도 지금 머릿속이 복잡한가 보네.'

자정이 다 되어서야 정리가 끝났다. 시설팀장이 다시 내려와 창고를 확인하고는 흡족한 얼굴로 도장을 찍어줬다.

"수고하셨습니다. 2관문 통과입니다."

도장이 찍히는 순간, 이번에도 바리의 손등이 옅게 빛났다. 아까보다 조금 더 선명한 문양이었다. 바리는 그 빛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옆에 선 무장승을 슬쩍 쳐다봤다. 그는 그 문양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는데, 그 눈빛이 이상하게 아파 보였다.

관사로 돌아오는 길, 두 사람은 나란히 걸으면서도 말이 없었다. 밤공기가 서늘하게 뺨을 스쳤다. 바리는 몇 번이고 입을 열려다가 참았다. 아까 그 말의 의미를 캐묻고 싶은데, 어떻게 물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결국 관사 문 앞에 다다랐을 때, 바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팀장님, 아까 그 말이요."

"...."

"저를 잃고 싶지 않다는 거, 그거 무슨 뜻이었어요? 진짜 궁금해서 그래요."

무장승은 문고리를 잡은 채로 잠깐 멈춰 섰다. 등을 돌린 채였다.

"...아무것도 아니라 하지 않았소."

"아니 그게 아무것도 아닌 표정이 아니었잖아요. 팀장님, 저 진짜 궁금해서 잠도 못 잘 것 같은데."

"...."

무장승은 대답 대신 문을 열고 먼저 들어가버렸다. 바리는 그 뒷모습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도망치듯 앞서가는 저 걸음걸이, 그리고 문 안으로 사라지기 직전 살짝 보였던 귀 끝의 붉은빛.

'와, 이 사람 지금 진짜 도망가는 거야?'

바리는 헛웃음을 흘리며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방 안에 들어서니 무장승은 이미 소파에 앉아 서류를 뒤적이는 척하고 있었다. 딱 봐도 아까 그 질문을 피하려는 게 뻔히 보였다.

"팀장님, 저 지금 완전 무시당하는 기분인데요."

"...무시하는 거 아니오."

"그럼 대답을 해주셔야죠."

"...오늘은 늦었소. 그만 자시오."

바리는 입술을 삐죽이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오늘 하루,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낡은 서류에 나란히 적힌 두 사람의 이름, 정전 속에서 들었던 그 절박한 목소리, 그리고 지금 저렇게 도망치듯 피하는 모습까지.

'이 남자, 뭔가 숨기고 있는 게 확실해. 근데 그게 뭘까.'

바리는 이불을 끌어당기며 무장승 쪽을 슬쩍 바라봤다. 그는 여전히 서류를 보는 척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자꾸만 흔들리고 있었다. 손등에 남아 있던 문양의 잔상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오늘 밤은 왠지, 쉽게 잠들 수 없을 것 같았다.

"팀장님."

"...."

"저 오늘 진짜 안 잊어버릴 거예요. 아까 그 말. 언젠간 꼭 다시 물어볼 거니까 각오하세요."

무장승은 대답 대신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 표정이 어땠는지는, 어두운 조명 아래서 바리도 정확히 읽을 수 없었다. 다만 그 옆얼굴에 스치는 감정이, 단순한 곤란함만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어렴풋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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