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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잃어버린 벤자민을 찾아서
Penulis: 하민오

1. 드완 가문의 첫째딸

Penulis: 하민오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4-15 05:36:02

네리나는 드완 가문의 첫째딸이었다. 바로 그 점이 새어머니가 그녀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이유였다. 드완 가문의 아이들보다도 나이가 많다는 점은, 적어도 드완 경이 결혼생활 중 바람을 피지 않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드완 가문이 세워지기 전부터 이 지역에 눌러 살던 토착민의 피가 섞여 있었다. 밀빛 피부에 다홍색 머리카락이 그 증거였다. 회색이 감도는 초록빛 눈동자만은 아버지를 닮아서, 쉬이 드완 가문에 입적할 수 있었다.

뚜렷한 토착민의 외모 덕분에, 새어머니는 개를 데리고 살 듯 네리나를 가문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다.

“하암~.”

네리나가 이른 아침 눈을 떴다. 응접실로 나가 보니 1인분의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또 혼자야?”

볼을 부풀린 네리나가 살그머니 1층 식당으로 내려가니 단란한 대화가 들려왔다.

“그래서요 아버님, 제가 이번에 아카데미에서 수석을 했어요.”

“오, 그러냐? 수고 많았다.”

“샤인 너는 항상 1등이면서 뭘 또 자랑해.”

“내 마음이야, 케인!”

우아하게 식사를 음미하던 드완 부인이 말했다.

“벤자민, 멀뚱히 보고 있지 말고 말리는 시늉이라도 하렴.”

“어머니! 너무해요. 벤자민형을 끌어들이다니요!”

이어서 들리는 웃음소리까지. 완벽하게 화목한 가정의 모습이었다.

‘앗차’

순간 식당에 앉아 있던 케인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셨다. 네리나에게 꺼지라는 제스처를 하고는 아무렇지 않게 어머니에게 키스를 날렸다.

“내 팔자에 가족이 있겠어? 아이구.”

네리나는 혼자 중얼거리며 정원의 뒷뜰로 향했다.

가문에 입적된 후,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자 네리나는 직접 저택 탐사에 나섰다. 그때 우연히 발견한 뒷뜰의 개구멍은 그녀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기에 충분히 넓었다.

병사들이 봤다면 기겁을 해서 그녀를 끌어 당겼겠지만, 고향 마을에서도 발이 조용하기로 소문났던 네리나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드완 가문의 서쪽은 울창한 밀림으로 뒤덮인 곳이었다. 금지된 숲과의 경계에 있어서 그런지, 가문은 특별히 서쪽 구역을 경계하지 않았다.

네리나는 밀림을 한시간 동안 쭉 걸어나갔다. 바닥에 깔린 무성한 잡초 사이 드문드문 보이는 타일을 따라 걸어가면 얕은 산이 나왔다. 

네리나는 그 속의 무너진 출입구로 들어갔다. 벽화가 즐비한 복도를 지나 뒷편에 조각상을 세워둔 가짜 문 앞에 걸터앉았다.

“휴, 오늘도 힘차게 시작해볼까.”

문 너머로 보이는 조각상은 사람처럼 아름답고 생기가 가득했다. 네리나는 그를 친구삼아 가져온 간식을 먹기 시작했다.

“아차, 친구한테도 나눠줘야지. 자, 여기요. 한 입 해보세요.”

비록 문 뒤에 있어서 조각상의 입가에 직접 닿을 수는 없었지만, 냉대와 멸시가 없는 이곳은 네리나에게 더욱 집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케인은 샤인보다도 나를 더 미워해요. 둘이서 누가 더 나를 싫어하나 경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드완 부인이 오늘은 인사를 받아줄까요?”

“아, 엄마 보고 싶다.”

“벤자민은 그래도 착해요. 나를 같은 사람으로 봐주거든.”

네리나는 조각상을 등지고 집에서 꺼내지 못했던 말들을 하나하나씩 꺼내어 놓았다. 그렇게 있으면 하루가 순식간에 흘러가곤 했다.

해가 지기 전에는 돌아가야 했다. 자신이 침실에 없다면, 저녁 담당 하녀가 시녀에게 말할 것이고, 시녀는 시녀장에게, 시녀장은 드완 부인에게 자신의 행실을 일러바칠 테니 말이었다. 네리나는 자신에게 시녀가 배정되지 않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알지 못했다.

뭐,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식사가 줄어드는 것은 곤란했다.

“이만 갈게요. 또 올게요, 아저씨.”

네리나는 조각상에게 인사를 전하고 밀림을 다시금 빠져나왔다. 저택의 개구멍으로 살금살금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또 나갔다가 온거야?”

벤자민이었다. 신께서 직접 꿀과 우유, 설탕 따위를 함께 넣어 빚은 것만 같은, 볼 때마다 황홀하게 생긴 첫째 남동생이었다.

금발이 귓가에서 찰랑거렸고, 초록색 수정을 품은 눈은 그녀와 다르게 따뜻함이 넘실거렸다. 그의 눈이 둥글게 휘었다.

“하루종일 찾아다녔잖아요. 도대체 어디를 가는 거야?”

“나를 기다렸어?”

“왜 처음 듣는 말인것처럼 굴지? 난 매일 기다려요. 나가는 건 누나잖아.”

네리나는 기다린다는 말을 음미하느라 잠시 눈을 감았다. 그런 그녀를 보는 벤자민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케인이야? 아니면 샤인이야?”

“응?”

“누나가 힘들 때마다 나가는 거 알아. 그래서, 오늘은 둘 중 누구야?”

“음.”

네리나는 당장이라도 벤자민을 붙잡고 하소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이내 시야에 드완 부인이 들어왔다.

“드완부인을 뵙습니다.”

“….”

벤자민에게 아름다움을 물려준 이 여자, 그녀에게 이름을 허락하지 않는 드완 부인은 눈을 느리게 한 번 깜빡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녀가 네리나에게 보이는 최소한의 예의였다.

드완부인은 곧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벤자민에게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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