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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이야기보따리
소예지는 고이한이 차를 멈출 기색이 없는 걸 보고는 마음을 가다듬고 그냥 따라갔다.

검은색 롤스로이스 팬텀이 눈보라를 뚫고 달리더니 한 개인 별장으로 들어섰다. 연미복을 입은 웨이터가 허리를 굽혀 차 문을 열어주었다.

차에서 내려 별장 안으로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들을 데리고 호화로운 복도를 지나 별장 안의 작은 연회장으로 안내했다.

연회장 천장에 3단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었는데 천 개가 넘는 프리즘이 박혀있어 눈이 부실 정도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로즈 골드색의 와인 캐비닛 옆에 젊은 남성 세 명이 앉아 있었고 회색 조끼를 입은 바텐더가 그들에게 술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이한이 왔어?”

그중 한 남자가 열정적으로 다가와 인사했다.

“이분이 바로 소예지 씨지? 만나서 반가워요.”

남자는 소예지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소예지 씨. 어서 오세요. 저는 하종호라고 합니다. 이한이의 친한 친구이자 오늘 밤 파티를 주최한 사람이에요.”

소예지는 그의 이름을 듣자마자 국내 하경 부동산 가문의 둘째 아들이라는 걸 알아챘다.

다른 두 명도 고이한과 친분이 있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러 왔다. 고이한이 그들의 이름을 소개했지만 소예지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모두 국내 유명 기업의 도련님들이겠다고 짐작했다.

“이한아, 이리 와봐.”

하종호가 고이한에게 어깨동무를 하더니 옆으로 가서 얘기했고 소예지는 와인 캐비닛 옆으로 안내되었다.

“사모님, 술 드시겠어요, 아니면 주스 드시겠어요?”

웨이터가 열정적으로 물었다.

“주스 부탁드립니다.”

소예지가 영어로 대답했다.

그때 밖에서 남녀 두 쌍이 들어왔다. 앞쪽 한 쌍은 부부인 듯 팔짱을 끼고 있었고 뒤따르는 한 쌍의 남녀 중 남자는 우아하고 품격 있는 회색 정장 차림으로 상류층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그리고 그의 옆에 심유빈이 서 있었다.

블랙 드레스로 그녀의 매혹적인 몸매를 한껏 드러냈고 우아하고 귀티가 흐르는 보라색 숄을 걸치고 있었다. 거기에 어울리는 액세서리까지 매치하니 단아하고 고상하면서도 매혹적인 매력을 잃지 않았다.

심유빈의 시선이 소예지에게로 향한 순간 눈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고이한이 소예지를 이곳에 데려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만 이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심유빈과 함께 들어온 젊은 남자는 소예지를 한눈에 알아보고 웃으면서 다가와 인사했다.

“소예지 씨, 저 기억하세요?”

소예지는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 같기도 했지만 정확히 누구인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윤하준이라고 합니다. 두 사람의 결혼식에도 참석했었는데 기억나세요?”

소예지는 정말 기억이 나지 않았다. 결혼식 날 그녀의 모든 시선과 마음은 고이한에게만 쏠려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은 깡그리 잊어버렸다.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윤하준 씨.”

“또 만났네요, 예지 씨.”

심유빈도 그녀에게 인사했다.

소예지는 주스를 든 채 못 들은 척했다. 심유빈의 안색이 살짝 굳어지더니 원망 섞인 눈빛으로 고이한 쪽을 힐끗거렸다.

심유빈은 오늘 밤 고이한이 혼자 올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뜻밖에도 소예지를 데리고 왔다. 좋았던 기분이 확 가라앉았다.

소예지는 이곳에 발을 들여서 얼마 되지 않아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들끼리 서로 익숙하고 편안하게 인사하는 걸 보면 평소에 자주 만나는 사이임이 틀림없었다.

‘그나저나 이런 자리에 왜 날 데려와? 혹시 망신시키려고? 아니면 심유빈과의 사적인 관계를 직접 보게 하려고?’

그때 한 웨이터가 손님 몇몇을 더 안내했다. 소예지가 호기심에 고개를 든 순간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와 화들짝 놀랐다.

바로 강준석이었는데 M국 의학계의 천재이자 그녀의 선배였다.

강준석은 심플한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훤칠한 키를 뽐냈다. 그리고 은테 안경을 써서 점잖은 분위기가 더욱 돋보였다. 옆에 있던 중년 남자와 뭔가 얘기하고 있다가 누군가 쳐다보는 걸 알아채고는 고개를 들렸다.

연회장에서 그를 쳐다보는 여자를 발견한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

믿을 수 없어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동료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한 후 안경을 고쳐 쓰면서 소예지에게 다가왔다.

소예지는 미소로 그를 맞았다.

“예지야.”

“준석 선배.”

그녀는 반가운 마음을 애써 참으며 말했다.

“여기서 선배를 만날 줄은 몰랐어.”

“그러게 말이야. 나도 네가 올 줄 몰랐어.”

강준석은 웃으면서 그녀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만난 지 벌써 6개월 가까이 되어가고 있었다.

고이한과 하종호도 대화를 마치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한 남자가 소예지와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는 걸 본 고이한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때 심유빈이 그의 손목을 잡더니 매혹적인 모습으로 그를 막아섰다.

“아까는 왜 내 전화 안 받았어?”

고이한이 자연스럽게 손을 빼내며 말했다.

“나중에 설명할게.”

심유빈은 억지를 부리지 않고 웃어 보이고는 소예지와 얘기를 나누는 남자를 돌아보았다. 평소 그들과 자주 어울리는 사람이 아닌 듯 낯선 얼굴이었다.

‘누구지? 소예지랑 엄청 친해 보이는데?’

오늘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각 분야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사람들이었다. 오랫동안 국내에만 갇혀 있던 가정주부가 어떻게 저렇게 훌륭한 남자와 친분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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