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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꼬마어
그때 행사를 주최한 사람이 간단한 이벤트를 하나 제안했다.

커플이 함께 무대에 올라 피아노를 연주하고, 가장 좋은 무대를 보여 준 팀에게 고가의 주얼리 세트를 선물로 주는 이벤트였다.

“저 주얼리 진짜 예쁘다.”

임지연의 눈이 반짝였다.

서준우의 소매를 잡아당기면서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준우 씨, 곧 내 생일이잖아. 소아 씨랑 같이 나가서 저거 받아 주면 안 돼?”

주변에 있던 여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지연아, 그건 너무 무리한 부탁 아니야? 소아 씨는 G국어도 못 하는데 피아노 같은 걸 어떻게 쳐. 그냥 지연이 네가 준우 씨랑 같이 하지 그래?”

누군가 말을 보탰다.

임지연이 서준우를 바라봤다.

“괜찮아?”

서준우는 별다른 표정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임지연은 김소아를 힐끗 바라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럼 준우 씨를 잠깐만 빌릴게요.”

두 사람이 무대에 올라갔다.

연주가 시작되자 장내가 조용해졌다.

임지연의 손가락이 건반 위를 빠르게 오갔다.

서준우도 자연스럽게 연주를 맞췄다.

두 사람은 마치 오랫동안 함께 연주해 온 사람들처럼 호흡이 잘 맞았다.

주변에서는 감탄이 이어졌다.

그러자 김소아 곁으로 임지연의 친구들이 몰려들었다.

“김소아 씨, 잘 봐요. 저 정도는 돼야 어울리는 거예요.”

한 여자가 비웃으며 말했다.

“G국어도 못 하고 피아노도 못 치면서 서준우 같은 남자랑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눈치가 있으면 알아서 사라져요.”

“예전에 엄청 가난한 동네에서 살았다면서요? 그런 데서 어떻게 살았대?”

“그러게. 아무리 꾸며도 가난한 티는 못 숨기나 봐.”

“형편도 안 되는 사람이 괜히 욕심을 내면 자기만 우스워지는 거예요.”

주변에서 웃음소리가 터졌다.

김소아는 치맛자락을 움켜쥔 채 몸을 돌렸다.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걸음을 떼는 순간 누군가 일부러 발을 내밀었다.

김소아는 그대로 바닥에 강하게 넘어졌다.

온몸에 통증이 퍼졌다.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붉은 하이힐 굽이 손목 위로 올라왔다.

“어머, 미안해요.”

여자는 놀란 척 눈을 크게 떴다.

그러면서도 굽으로 김소아의 손목을 천천히 짓눌렀다.

뚝-

손목 안쪽에서 짧고 선명한 소리가 났다.

김소아는 눈앞이 하얗게 변할 만큼 아팠다.

본능적으로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서준우를 바라봤다.

입을 열어 보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서준우를 바라볼 뿐이었다.

마침 서준우도 이쪽을 한 번 쳐다봤다.

딱 한 번이었다.

곧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시선을 거두고 임지연의 악보를 넘겨줬다.

김소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울음소리만큼은 내고 싶지 않았다.

문득 3년 전 일이 떠올랐다.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손가락을 조금 베였던 날이었다.

서준우는 연락을 받자마자 일도 내팽개치고 달려왔다.

별것 아닌 상처니 괜찮다고 해도 억지로 김소아를 병원에 데려갔다.

의사가 작은 상처라 따로 치료할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도 밤새 곁을 지켰다.

혹시라도 열이 나거나 덧날까 봐 걱정했다.

그런데 지금은 손의 뼈가 부러질 만큼 다쳤는데도 서준우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무대 위에서 서준우와 임지연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윽...”

여자는 하이힐 굽에 더욱 힘을 실었다.

손목에서 다시 한번 끔찍한 통증이 터져 나왔다.

견디기 힘든 통증이 김소아의 온몸으로 번졌다.

시야도 점점 흐려졌다.

의식을 잃기 직전에 피아노 연주가 끝났다.

곧이어 큰 박수가 쏟아졌다.

...

김소아가 눈을 떴을 때 병실에는 소독약 냄새가 가득했다.

의사는 서준우에게 상태를 설명하고 있었다.

“김소아 씨 손목은 분쇄 골절입니다. 회복하더라도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높고, 앞으로 무거운 물건을 들기는 어려울 겁니다.”

의사가 잠시 김소아 쪽을 바라봤다.

“당분간 통증도 심할 테니 잘 돌봐 주셔야 합니다.”

김소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무심코 손을 들어 침대 옆 물컵을 집으려고 했다.

하지만 손목을 타고 올라오는 통증에 손에 힘이 풀렸다.

쨍그랑!

컵이 바닥으로 떨어져서 깨졌다.

의사와 서준우가 동시에 돌아봤다.

의사는 짧게 한숨을 쉬고 병실을 나갔다.

서준우는 곧바로 침대 옆으로 다가오더니 새로 물을 따라 건넸다.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남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미안해.”

목소리는 조금 굳어 있었다.

“그때 연주 중이라 당신이 넘어진 걸 못 봤어.”

잠시 멈췄다가 물었다.

“많이 아파?”

김소아는 서준우를 바라봤다.

그러자 무대 위에서 임지연을 다정하게 바라보던 모습이 먼저 떠올랐다.

‘정말 못 본 걸까?’

‘아니면 보고도 신경 쓰지 않은 걸까?’

김소아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억눌렀다.

그리고 또박또박 말했다.

“경찰에 신고할 거야.”

서준우가 멈칫했다.

“뭐?”

김소아는 깁스를 한 손을 들어 보였다.

눈가가 붉어졌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방금 의사 말 못 들었어? 내 손이 이렇게 됐어. 그 사람들이 한 짓인데 책임은 져야 하잖아.”

서준우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무거운 걸 못 드는 것뿐이잖아.”

김소아는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서준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예전처럼 당신이 힘든 일 할 필요도 없잖아. 지금은 내가 있는데.”

잠시 뒤 서준우가 덧붙였다.

“그리고 다 지연이 친구들이야. 당신이 경찰에 신고하면 지연이도 곤란해져.”

서준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 김소아를 바라봤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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