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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후에야 들린 엄마의 울음

죽은 후에야 들린 엄마의 울음

Oleh:  아무개Tamat
Bahas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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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과 함께 교통사고를 당했다. 나는 심장이 파열돼 당장 수술받아야 하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병원장인 엄마는 모든 의료진을 여동생의 병실로 불러들였다. 겨우 가벼운 찰과상만 입은 동생의 몸 상태를 전부 검사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살려 달라며 엄마에게 애원했다. 그러나 엄마는 짜증 섞인 얼굴로 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관심받고 싶어도 때와 장소는 가려! 네 동생은 하마터면 뼈를 다칠 뻔했다고!” 결국 나는 아무도 찾지 않는 병원 구석에서, 그렇게 차갑게 죽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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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 1

제1화

숨이 끊어지기 전 마지막 3분, 내 영혼은 떠밀리듯 엄마 심애라 여사의 곁으로 흘러갔다.

심애라 여사는 지금 내 동생 고채연의 병상 곁에 앉아, 걱정스러운 얼굴로 기도를 하고 있었다.

“엄마 놀라게 하지 말고 얼른 눈 떠.”

내 아버지인 고현성 회장은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

“지윤이 언니 노릇만 제대로 했어도 채연이 이렇게 되진 않았어! 돌아오기만 해 봐. 내가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나는 그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제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저는 이미 죽었으니까요. 아빠 엄마의 무관심 속에서 죽어버렸다고요.’

그때 의사들이 고채연의 침대를 빙 둘러싸고 있었다. 뼈만 다쳤을 뿐 큰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그중 연세가 있어 보이는 의사 한 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병원장님, 정말 지윤 씨는 신경 안 쓰셔도 됩니까? 교통사고가 꽤 심각해 보이던데요.”

심애라 여사의 얼굴에 서려 있던 걱정은 순식간에 혐오로 바뀌었다.

“또 무슨 연극을 하는 거야? 이번엔 죽은 척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자기가 동생을 얼마나 위험하게 만들었는지 몰라?”

나는 멍하니 심애라 여사를 바라봤다.

이미 멈춰버린 심장이 다시 찢기는 것처럼 아파져 왔다.

‘분명 나도 아빠 엄마의 딸인데, 정말 내게는 조금의 관심도 없는 거예요?’

그때 심애라 여사가 휴대폰을 들어, 내 번호를 눌렀다.

간호사가 내 귀에 휴대폰을 가져다 대자, 내가 바라던 따뜻한 관심이 아니라 여전한 욕지거리만 들려왔다.

“도대체 언제 와서 네 동생한테 사과할 거야?”

나는 그제야 완전히 마음을 접었고, 더 이상 기대 같은 건 남아 있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심애라 여사는 고채연만 편애했고, 나한테는 뭐든 고채연에게 양보하라고 강요했다.

고채연이 태어나던 날, 내가 실수로 뜨거운 물을 엎질러 화상을 입었고, 엄마는 급히 나를 병원에 데려가다 넘어져 조산을 했다.

그날 이후 가족들은 모두 그것이 내 잘못이라고 여겼다.

인큐베이터 안에서 겨우 숨을 붙이고 있는 고채연을 보고 온 식구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안타까워했다.

고현성 회장은 내 고막이 찢어질 정도로 뺨을 내리치며 말했다.

“이 재수 없는 것! 동생이 태어나자마자 너 때문에 죽을 뻔했잖아!”

산후 회복실 침대에 누워 있던 심애라 여사는 힘없이 눈을 떴고, 그 시선에는 나에 대한 실망만이 가득했다.

1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똑같다.

‘이제 내가 죽었으니, 더는 두 분을 실망하게 하는 일은 없겠죠.’

‘이제 만족하시겠네요.’

30분 전, 병원에 실려 왔을 때 나는 심애라 여사에게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심애라 여사는 차갑게 한마디만 남겼다.

“관심받고 싶어도 때와 장소는 좀 가려. 네 동생이 뼈를 다칠 뻔했다고.”

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모든 의사를 데리고 고채연에게 갔다.

심애라 여사가 나를 사랑할 여유 같은 게 있었을 리 없었다.

보다 못한 간호사가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

“병원장님, 지윤 씨 진짜로 위험합니다.”

하지만 내가 소동을 부리고 있다고 굳게 믿는 심애라 여사는 비웃음을 터뜨렸다.

“얼마나 돈을 받았길래 그 애랑 짜고 이런 연극까지 해? 설마 이런 수작까지 부릴 줄이야.”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한동안 기절한 척 누워 있던 고채연이 마침내 눈을 뜨더니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는 괜찮아요?”

심애라 여사는 병상에서 얌전하고 속 깊은 고채연을 바라보며 더 역겨운 표정을 지었다.

“너도 채연이 반만이라도 닮아. 채연이는 너 때문에 이 꼴이 됐는데도 걱정하고 있잖아. 3분 안에 여기 굴러와서 네 동생한테 사과하지 않으면 앞으로 다시는 내 얼굴 보지 마!”

심애라 여사는 전화를 끊고 가슴이 격하게 들썩였다.

고현성 회장은 그런 심애라 여사 곁에서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거들었다.

“걔를 왜 불러? 채연이를 그렇게까지 망쳐 놓고도 아직 부족해?”

고채연은 승리감을 감추려는 듯 살짝 고개를 떨구더니, 이내 죄책감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부모님을 바라봤다.

“너무 화내지 마세요. 언니는 제가 유학 자리를 빼앗은 일 때문에 계속 마음에 두고 있었을 거예요. 저를 원망하는 것도 이해해요.”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내가 죽은 뒤에도 고채연은 여전히 나와 부모님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절대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부모님 눈에 고채연은 언제나 나보다 더 순종적이고 착한 딸이니까.

그리고 그 교통사고가, 부모님이 그토록 아끼는 딸이 직접 나를 차도로 밀어 벌어진 일이라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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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숨이 끊어지기 전 마지막 3분, 내 영혼은 떠밀리듯 엄마 심애라 여사의 곁으로 흘러갔다.심애라 여사는 지금 내 동생 고채연의 병상 곁에 앉아, 걱정스러운 얼굴로 기도를 하고 있었다.“엄마 놀라게 하지 말고 얼른 눈 떠.”내 아버지인 고현성 회장은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지윤이 언니 노릇만 제대로 했어도 채연이 이렇게 되진 않았어! 돌아오기만 해 봐. 내가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나는 그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이제 그러실 필요 없어요.’‘저는 이미 죽었으니까요. 아빠 엄마의 무관심 속에서 죽어버렸다고요.’그때 의사들이 고채연의 침대를 빙 둘러싸고 있었다. 뼈만 다쳤을 뿐 큰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그중 연세가 있어 보이는 의사 한 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병원장님, 정말 지윤 씨는 신경 안 쓰셔도 됩니까? 교통사고가 꽤 심각해 보이던데요.”심애라 여사의 얼굴에 서려 있던 걱정은 순식간에 혐오로 바뀌었다.“또 무슨 연극을 하는 거야? 이번엔 죽은 척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자기가 동생을 얼마나 위험하게 만들었는지 몰라?”나는 멍하니 심애라 여사를 바라봤다.이미 멈춰버린 심장이 다시 찢기는 것처럼 아파져 왔다.‘분명 나도 아빠 엄마의 딸인데, 정말 내게는 조금의 관심도 없는 거예요?’그때 심애라 여사가 휴대폰을 들어, 내 번호를 눌렀다.간호사가 내 귀에 휴대폰을 가져다 대자, 내가 바라던 따뜻한 관심이 아니라 여전한 욕지거리만 들려왔다.“도대체 언제 와서 네 동생한테 사과할 거야?”나는 그제야 완전히 마음을 접었고, 더 이상 기대 같은 건 남아 있지 않았다.어릴 적부터 심애라 여사는 고채연만 편애했고, 나한테는 뭐든 고채연에게 양보하라고 강요했다.고채연이 태어나던 날, 내가 실수로 뜨거운 물을 엎질러 화상을 입었고, 엄마는 급히 나를 병원에 데려가다 넘어져 조산을 했다.그날 이후 가족들은 모두 그것이 내 잘못이라고 여겼다.인큐베이터 안에서 겨우 숨을 붙이고 있는 고채연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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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예상대로 심애라 여사는 곧바로 얼굴을 굳혔다.“저런 이기적인 애를 유학 보내서 뭐 하겠어? 외국에 다녀오면 더 독해져서 돌아올 게 뻔한데.”고채연은 순한 척 말했다.“너무 화내지 마세요. 언니도 분명 사정이 있었을 거예요.”그러자 심애라 여사는 순식간에 눈빛이 부드러워졌다.“너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그래서 지윤한테 그렇게 괴롭힘을 당하는 거고.”고채연은 늘 그런 식이었다. 부모님이 좋아할 만한 말이라면 귀신같이 골라냈다.내가 부모님 앞에서 고채연이 어릴 때부터 저질러 온 악행을 모조리 털어놓는다 해도, 부모님은 내가 고채연을 질투해 헛소리를 한다며 따귀부터 날릴 게 뻔했다.오랜 세월 동안 이미 익숙해진 일이었다.그렇게 말이 오가는 사이, 내 오빠 고주현이 병실로 뛰어들어와 다급한 얼굴로 먼저 고채연의 상태부터 살폈다.고채연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곧장 지방에서 비행기표를 끊어 한달음에 달려온 것이다.부모님처럼, 고주현의 눈에도 고채연밖에 보이지 않았다.고채연에게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고주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화를 냈다.“내가 예전부터 말했잖아요. 지윤은 우리 집에 재앙을 몰고 온 애라고. 채연이가 태어난 뒤로 얼마나 많이 괴롭혔는지 몰라요!”고채연은 그 틈을 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화내지 마세요. 설령 언니가 나를 차도로 밀었다고 해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예요.”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온 식구가 발칵 뒤집혔다.고현성 회장이 탁자를 내리치며 말했다.“뭐라고! 지윤이 널 밀었다고?”심애라 여사는 이를 악물었다.“그 천한 년,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야!”고주현 역시 눈빛에 살기가 번뜩였다. 당장이라도 나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만 같았다.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는데 왜 가족들은 언제나 고채연은 절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믿고, 내 말은 한 번도 믿어주지 않는 걸까?고채연은 일이 커질까 봐 겁이 났는지 서둘러 말을 바꿨다.“언니한테 화내지 마세요. 제가 잘못 기억한 걸 수도 있잖아요. 아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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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하지만 고현성 회장은 모르는 번호를 보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며칠 후, 온 가족의 극진한 보살핌 덕분에 고채연이 퇴원했다.심애라 여사는 분주하게 짐을 챙겼고, 고현성 회장은 조금이라도 덜 걷게 하려고 미리 차를 병원 입구에 대놓았다.고주현은 신발조차 직접 신겨 줄 정도로 고채연을 끔찍이 챙겼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심애라 여사는 심기가 불편한 듯 투덜거렸다.“지윤이는 진짜 제 버릇 못 고친다니까. 채연이 퇴원하는 날까지 얼굴 한 번 비치지 않았고, 사과는커녕 연락 한 통 없잖아. 집에 가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고현성 회장은 심애라 여사를 슬쩍 보며 맞장구쳤다.“내가 뭐랬어. 그 년은 집에 두는 것 자체가 화근이야. 언젠가는 꼭 사고를 칠 줄 알았다니까.”그 말을 듣자, 마음이 복잡해졌다.초등학교 때, 내가 가장 아끼던 인형 하나를 두고 고채연과 다퉜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고현성 회장에게 사흘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만큼 얻어맞았다.그건 내가 가장 아끼던 장난감이었다.비록 출장 다녀오던 고현성 회장이 고채연 선물을 사면서 덤처럼 내게 건네준 것이었지만, 내게는 가장 소중한 장난감이었다.하지만 고채연은 상자 몇 개로도 다 담지 못할 만큼 인형이 많았으면서도, 일부러 내가 아끼던 그 인형 하나를 빼앗으려 했다.실랑이를 벌이던 중 갑자기 고채연이 비명을 지르며 울기 시작했다.심애라 여사는 황급히 달려와 고채연을 끌어안고는 소리쳤다.“네 동생이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잖아! 대체 채연이를 어떻게 더 못살게 굴려는 거야!”“저 아니에요...”내가 변명하기도 전에 고채연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화내지 마세요. 다 제 잘못이에요. 언니랑 장난감을 두고 다투면 안됐는데...”그리고 돌아온 고현성 회장은 이 광경을 보자마자 나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매질을 시작했다.“너 같은 년은 차라리 버려야 했어. 집에 있어 봤자 화근일 뿐이야.”나는 울면서 제발 때리지 말아 달라고 빌었다.하지만 내가 울면 울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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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백지언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고채연의 건강을 물었다.“채연이 오늘 퇴원한다고 해서 몸에 좋은 것 좀 사 왔어요.”고채연은 방금 전까지 보던 쇼핑 앱을 끄고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찾아와 줘서 고마워. 난 이제 다 나았어.”백지언은 고채연에게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내 앞에서는 늘 차갑고 무심하던 남자가, 고채연 앞에서는 다정한 옆집 오빠 같았다.나는 백지언을 바라보며 낯선 기분을 느꼈다.고주현이 영양식을 들고 나오더니 웃으며 말했다.“그래서 언제 지윤이랑 헤어질 건데? 우리 채연이, 더 늦으면 다른 사람한테 뺏긴다?”백지언은 얼굴을 붉혔다.“원래 오늘 채연이 보러 오면서 그 얘기도 하려고 했어.”말로 다할 수 없는 씁쓸함이 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목구멍까지 끓어올랐다.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휙 돌렸다. 더 이상 이 광경을 한순간도 눈에 담고 싶지 않았다.사랑받지 못하는 일쯤은 이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아마 가족들 모두 이미 내 존재조차 까맣게 잊었을 것이다.내 이름이 언급되자 고현성 회장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날 몇 마디 했다고 집에도 안 들어오네. 안 들어오면 더 좋지. 맨날 말썽만 부려서 채연이 쉬는 데 방해나 하고.”심애라 여사도 맞장구쳤다.“관심 좀 받아보겠다고 수작 부리는 거야. 언니라는 게 동생 생각은 하나도 안 해.”그러더니 휴대폰을 꺼내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며칠째 집에도 안 들어오고. 그렇게 밖에 있는 게 좋으면 다시는 들어오지 마.]나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엄마, 저 여기 있잖아요.’‘엄마가 그렇게 예뻐하던 딸이 제 손으로 저를 죽였다는 걸 알게 된다면...’‘그래도 제가 늘 철없는 딸이었다고 생각하실 건가요?’저녁 식사가 끝난 뒤, 심애라 여사는 어쩐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혼자 방으로 들어가더니 휴대폰을 뒤적이기 시작했다.가까이 가 보니 내 연락처를 찾고 있었다.이내 심애라 여사는 몇 번이고 내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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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그때 그 교통사고로 심장이 파열됐어요. 그런데 병원장님께서 모든 의사를 고채연 씨 병실로 불러 모으는 바람에 아무도 지윤 씨 수술을 해줄 수 없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심애라 여사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며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사고 당일을 떠올리던 심애라 여사는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했다.“말도 안 돼. 지윤이는 채연이랑 같은 차에 타고 있었잖아. 채연이는 멀쩡히 퇴원했는데, 지윤이만 그렇게 심하게 다쳤을 리가 없어.”“내가 그 뻔한 수작을 모를 줄 알아? 동생한테 밀리기 싫어서 내 관심이나 끌어보려는 거잖아.”“경고하는데 둘이 짜고 이런 짓 계속하면 가만 안 둘 거야! 그땐 각오해!”이희진은 심애라 여사가 도무지 말을 믿으려 하지 않자, 한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정말 거짓말 아니에요. 믿기지 않으시면 직접 영안실에 가서 확인해 보세요.]심애라 여사는 뭔가 초조해졌는지 방 안을 서성거리기 시작했고, 발걸음은 무겁고 다급해졌다.“이런 못된 년들, 감히 날 속여? 어디서 이런 배짱이야!”이희진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심애라 여사는 거칠게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심애라 여사가 소리를 지르는 걸 들었는지 고현성 회장이 방문을 열었다.“지언이도 아직 있는데, 왜 방에서 그렇게 소리를 질러?”심애라 여사는 휴대폰을 두 손으로 꼭 움켜쥔 채 힘없이 고현성 회장을 바라봤다.“아까 병원 간호사가 지윤이 죽었다고 하던데... 설마 그게 사실은 아니겠지?”고현성 회장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당신도 참 잘 속네. 사고가 정말 그렇게 심했다면 그 애 성격에 채연이를 같이 죽자고 끌고 갔겠지. 그런데 채연이가 이렇게 멀쩡하잖아.”백지언도 다가와 심애라 여사를 달랬다.“맞아요, 지윤이 목숨 질긴 거 아시잖아요. 그렇게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에요. 남 안 잡아먹으면 다행이지.”고주현은 귤을 먹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 성가신 애가 죽었으면 오히려 잘된 거 아니에요? 뭘 그렇게 걱정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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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정신 상태가 멀쩡해 보였던 건, 이미 내장이 파열돼 죽어가고 있던 몸에서 아드레날린이 극한으로 솟구쳤기 때문이다.병원장인 심애라 여사가 조금만 더 신경 썼다면 충분히 알아챌 수 있는 증상이었다.하지만 심애라 여사는 내내 고채연 걱정에만 빠져 있어 단 한 번도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다.고현성 회장도 두 손을 뻗어 내 얼굴을 어루만지려 했다.하지만 내 죽은 모습이 너무도 처참했던 탓인지, 고현성 회장의 손은 끝내 허공에서 멈춰 섰다.소식을 듣자마자 고채연은 고주현과 함께 황급히 달려왔다.고채연은 부모님의 망연자실한 표정을 보자마자,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아차렸다.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내 곁으로 달려와 바닥에 무릎을 꿇고는 목이 터지라 소리쳤다.“왜 이렇게 바보 같은 짓을 했어! 내가 예전에 언니 유학 자리를 가져간 게 그렇게 원망스러웠어? 복수하려고 자기 목숨까지 버린 거야?”한참을 대성통곡하던 고채연은 자책하는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미안해, 다 나 때문이야. 나만 아니었어도 언니가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말을 마치자마자 고채연은 자기 뺨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이 모습을 본 부모님과 고주현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황급히 고채연을 말렸다.심애라 여사는 고채연을 꼭 껴안으며 말했다.“그만해, 네 잘못이 아니야. 전부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야. 다 자업자득이지.”유학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잠시 넋을 놓고 말았다.그리고 기억은 2년 전으로 돌아갔다.나는 고채연보다 네 살이 많았다.고채연이 대학 입학시험을 보던 해에 나는 대학교 4학년이었다.부모님을 의지할 수 없다는 걸 일찍부터 깨달은 나는 이 집을 벗어나려고 어릴 때부터 열심히 공부했다.대학 4년 동안 단 한 순간도 마음을 놓지 않았고, 결국 4년 내내 학년 수석이라는 성적으로 세계 최고 명문대학원의 석사 추천 자격을 따냈다.하지만 공부엔 아무 관심도 없던 고채연은 대학 입시에 실패했고, 집에 돌아와 유학을 보내 달라고 졸랐다.부모님은 고채연이 외국에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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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며칠 뒤, 심애라 여사는 죄책감 때문이었는지 내게 그럭저럭 봐줄 만한 장례식을 치러 주었다.장례식장에는 친척과 지인들뿐 아니라, 병원의 의사들도 참석했다.당시 나를 도와주었던 그 간호사도 있었다.이희진은 꽃 한 다발을 들고 내 영정 앞에 섰다.“미안해요. 그때 제가 조금만 더 용기를 냈더라면 당신은 죽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이 자리에서 나를 도와준 사람은 이희진뿐이었다.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게 사과한 사람 또한 이희진뿐이었다.심애라 여사는 조금의 죄책감도 없이 내 흉을 보며, 마치 그렇게라도 하면 자신의 죄가 씻어질 것처럼 말했다.“지윤이는 어릴 때부터 말을 안 들었어요. 이번에도 지나간 일로 앙심을 품고 동생을 해치려다가 제 꾀에 자기가 넘어간 거예요.”사람들은 모두 심애라 여사가 고채연만 편애하고, 내가 그동안 어떤 설움을 받아왔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하지만 누구 하나 괜한 일에 끼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저 모르는 척 심애라 여사를 위로할 뿐이었다.그때 시끄러운 장례식장에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경찰들이 사람들을 헤치고 심애라 여사와 고채연 앞으로 걸어왔다.심애라 여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이죠?”선두에 선 경찰이 사진을 한 번 확인하더니 물었다.“혹시 심애라 씨 되십니까?”심애라 여사는 어리둥절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경찰이 체포 영장을 심애라 여사의 눈앞에 내밀었다.“그럼 저희와 함께 가시죠. 응급의료를 방해하고, 불법 의료 행위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신고가 접수됐습니다.”고채연이 곧바로 심애라 여사 앞을 막아섰다.“말도 안 돼요! 우리 엄마는 평생 성실하게 일했어요. 그런 짓을 할 리 없잖아요! 사람 잡으려면 증거를 가져오세요!”그리고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누가 우리 엄마를 신고한 거예요?”줄곧 구석에 서 있던 이희진이 나서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접니다.”고채연은 곧장 이희진의 멱살을 움켜쥐고 주먹을 들어 올렸다.다행히 경찰이 재빨리 고채연을 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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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진실을 알게 된 부모님과 고주현은 모두 믿기 어렵다는 눈빛으로 고채연을 바라봤고,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깊은 침묵에 잠겼다.상황을 깨달은 심애라 여사가 달려들어 고채연의 옷자락을 필사적으로 붙잡았다.“이 살인자야! 어떻게 네 친언니한테 그런 악독한 짓을 할 수 있어!”심애라 여사는 점점 더 격앙되어 손을 들어 고채연을 때리려 했고, 경찰이 급히 가로막았다.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심애라 여사가 직접 고채연에게 손을 대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다.고채연은 모든 일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깨닫자,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었다. 그러고는 심애라 여사를 돌아보는데, 그 눈빛에는 아무런 온기도 남아 있지 않았다.“내가 악독하다고? 그거 다 엄마가 가르쳐 준 거잖아요. 내가 살인자라고? 교통사고 났을 때 모든 의사를 내 병실로 불러서 언니가 제때 수술 못 받게 한 사람이 엄마잖아요. 엄마가 아니었으면 내가 그렇게 쉽게 언니를 죽일 수 있었겠어요?”고채연의 말은 날카로운 바늘처럼 심애라 여사의 심장을 깊숙이 파고들었다.그 순간 심애라 여사의 몸은 그대로 얼어붙었고, 과거의 잘못들이 망령처럼 심애라 여사의 영혼을 옥죄어 오는 듯했다.밀려오는 죄책감에 심애라 여사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그리고 뒤늦은 후회와 미안함이 천천히 심애라 여사의 가슴을 잠식하기 시작했다.심애라 여사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힘껏 쥐어뜯으며 눈을 크게 부릅뜨고 필사적으로 머리를 흔들어 댔다.“미안해, 다 엄마 잘못이야. 내가 널 오해했어. 내가 죽을죄를 지었어...”심애라 여사는 거의 기어가다시피 내 묘비 앞으로 다가와 흐느끼며 묘비를 꼭 껴안았다. 그러고는 묘비에 붙은 내 사진을 떨리는 손으로 어루만지며 말했다.“제발 눈 좀 떠 봐. 내가 잘못했어. 무릎 꿇고 사과할게.”“유학 가고 싶었잖아. 내가 보내줄게. 아니... 같이 갈게.”말을 마친 심애라 여사는 갑자기 내 묘비에 머리를 힘껏 찧었다.경찰이 급히 심애라 여사를 일으켜 세웠지만, 심애라 여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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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나를 죽인 사람이 영혼마저 소멸해 다시는 환생할 수 없게 된 모습을 보니, 조금은 속이 시원했다.심애라 여사는 감옥에서 하루하루 견디기 힘든 고통 속에 살았다.그리고 울다가 웃고, 뛰어다니다가 미친 듯이 난동을 부렸다.때로는 남을 때리기도 했고, 증세가 심해지면 자기 몸까지 쥐어박았다.교도관 두세 명이 달라붙어도 말릴 수 없을 정도였다.결국 경찰은 정신과 전문의를 불렀고, 심애라 여사는 극심한 죄책감과 외상으로 인한 정신 질환 진단을 받았다.시간이 지날수록 심애라 여사의 병세는 더욱 깊어져, 가는 사람마다 붙잡고 말했다.“내 딸 이름은 고지윤인데, 세계 최고 대학원에 합격해서 지금 유학 중이에요.”“그 애 돌아오면 데리고 와서 보여드릴게요. 아주 예쁘고, 어릴 때부터 철들고 말 잘 듣는 아이였어요.”가끔은 아주 잠깐씩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순간도 있었다.그럴 때면 심애라 여사는 가만히 병상에 앉아 창밖만 바라봤다.아마 모녀의 정 때문에 그런 걸까?그 순간의 심애라 여사가 죄책감과 괴로움의 경계선에서 몸부림치고 있다는 걸 나는 느낄 수 있었다.흘러가 버린 모든 시간이 심애라 여사의 가슴속에 영원히 끝나지 않을 속죄의 굴레로 남은 것이다.내가 환생의 길로 떠나기 전, 심애라 여사는 여전히 조용히 병상에 앉아 있었다.그런데 이번만큼은 심애라 여사가 나를 본 것 같았다.심애라 여사는 두 손을 내밀어 내 얼굴을 감싸 쥐고, 눈물범벅이 된 채로 기뻐했다.“지윤아, 왔구나. 나 보러 온 거야? 미안해, 제발 나를 용서해 줄 수 없니?”이내 베개 밑에서 사탕 두 개를 꺼내 내밀며 말했다.“네가 사탕 제일 좋아했잖아. 다 너 주려고 남겨둔 거야.”어릴 때의 나는 정말 사탕을 좋아했다.하지만 심애라 여사는 매번 고채연에게만 주고 나는 주지 않았다.사랑을 독차지한 고채연은 늘 심애라 여사가 없는 틈을 타서 내게 자랑하고는, 그대로 사탕을 입안에 넣어 버리곤 했다.그래서 어른이 된 후로 나는 다시는 사탕을 먹지 않았다.나는 한 걸음 물러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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