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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화

작가: 유리구슬
last update 게시일: 2026-06-24 13:46:28

4화 다시 눈을 뜬 지옥, 그리고 핏빛 맹세(2)

지안의 두 눈에 강민우의 모습이 온전히 담겼다.

말끔하게 넘긴 머리, 단정한 네이비색 수트.

그리고 한 손에 들린 예쁜 찻잔 세트까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예비 신랑의 모습이었다.

절벽에서 자신을 밀쳐낼 때의 그 짐승 같은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꿀이 뚝뚝 떨어질 듯 다정한 눈빛으로 지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색이 안 좋네. 잠은 잘 잤어?”

민우가 다가와 찻잔을 협탁에 내려놓고, 지안의 뺨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대지 마.”

지안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홱 돌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날 선 목소리였다.

벌레가 닿는 것보다 더 소름이 끼치고 구역질이 났다.

민우의 손이 허공에서 민망하게 멈췄다.

그의 미간이 아주 미세하게 좁혀졌다가 이내 평소의 다정한 미소로 덮였다.

“왜 그래? 어디 아파? 식은땀도 흘리는 것 같은데.”

“그냥…… 피곤해서 그래. 어제 늦게까지 서류를 봤더니.”

지안은 애써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

지금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면, 도저히 표정 관리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무리하지 말라니까. 결혼 준비만으로도 바쁘잖아.”

민우가 걱정스럽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 타 온 캐모마일 티 좀 마셔. 네가 요즘 스트레스받는 것 같아서, 아침에 샵에 들러서 제일 좋은 잎으로 우려 온 거야. 마음이 좀 진정될 거야.”

캐모마일 티.

과거의 지안은 이 남자의 이런 소소한 배려에 감동하고 사랑을 느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찻잔 안에 독이라도 들어있을 것 같은 강렬한 불신만이 맴돌았다.

자신을 죽일 계획을 짜면서, 앞에서는 미소 지으며 따뜻한 차를 내미는 저 악마 같은 위선.

지안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억누르며 찻잔을 쳐다보지도 않고 대꾸했다.

“됐어. 입맛 없어.”

“그래도 한 모금만 해. 나 이거 우리 지안이 먹이려고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서 온 건데. 나 성의를 봐서라도, 응?”

민우가 특유의 애교 섞인 목소리로 지안을 달랬다.

하지만 지안의 귀에는 그 소리가 마치 칠판을 긁는 소리처럼 끔찍하게 들렸다.

“언니! 일어났어?”

그때, 열린 방문 틈으로 또 다른 불청객이 튀어 들어왔다.

실크 잠옷 바람에 부스스한 머리를 한 서유라였다.

유라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지안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민우의 팔짱을 덥석 꼈다.

“어머, 민우 오빠! 아침부터 웬일이야? 어제 회식 있다고 하지 않았어? 피곤하지 않아?”

유라의 콧소리 섞인 목소리.

지안의 시선이 유라의 손과 민우의 팔이 맞닿은 곳으로 향했다.

과거에는 가족이 될 사람이니 친하게 지내는 것이라 여겨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던 행동들이었다.

하지만 모든 진실을 알고 난 지금은 달랐다.

유라가 민우의 팔짱을 낄 때, 민우의 근육이 미세하게 긴장하며 유라의 가슴 쪽으로 밀착하는 것이 보였다.

두 사람이 서로의 눈을 마주칠 때 허공에서 교차하는, 은밀하고도 끈적한 눈빛.

형부와 처제가 아니라, 욕정에 굶주린 한 쌍의 짐승들 같았다.

‘내가 왜 저걸 몰랐을까. 저렇게 노골적이었는데.’

지안은 눈을 감고 헛웃음을 삼켰다.

자신의 멍청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유라야, 너 머리에 까치집 지었다. 빨리 씻고 와.”

민우가 유라의 헝클어진 머리를 장난스럽게 흩트리며 다정하게 말했다.

그의 손길에는 지안을 대할 때의 의무적인 다정함과는 다른, 진득한 애정이 묻어 있었다.

“치, 오빠는 진짜. 나 못생겼다고 놀리는 거지?”

“네가 못생길 데가 어디 있어. 얼른 씻고 와. 밥 먹자.”

눈앞에서 펼쳐지는 그들만의 삼류 로맨스에 지안은 뱃속부터 역겨움이 치밀어 올랐다.

자신이 뻔히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데도, 제 방 안에서 보란 듯이 희덕거리고 있었다.

서지안이라는 인간을 얼마나 우습게 보고 만만하게 여겼으면 이럴 수 있을까.

“나가.”

지안의 입에서 얼음장처럼 차가운 한마디가 떨어졌다.

민우와 유라의 웃음소리가 뚝 끊겼다.

두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지안에게로 향했다.

“어? 지안아. 왜 그래?”

“언니, 기분 안 좋아?”

유라가 팔짱을 풀며 눈치를 살폈다.

“둘 다 내 방에서 나가라고. 시끄러워.”

지안은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그들을 서늘하게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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