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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화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24.06.2026 13:46:28
평소 화를 내는 법이 없고, 늘 온화한 미소로 그들을 대했던 지안이었기에, 이렇게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민우의 얼굴에 찰나의 당황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재빨리 유라를 방 밖으로 밀어내며 부드럽게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지안이가 오늘 컨디션이 많이 안 좋은가 봐. 유라야, 너 먼저 내려가 있어. 오빠가 지안이 챙겨서 내려갈게.”

“아…… 응. 알았어. 언니, 이따 봐.”

유라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자, 민우가 다시 지안에게 다가오려 했다.

“지안아, 혹시 나한테 화난 거 있어? 내가 뭐 실수한……”

“나가라니까.”

지안이 고개를 들어 민우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검고 깊은 눈동자에는 그 어떤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사랑도, 섭섭함도, 기대도 없는, 완전한 무(無)의 눈빛.

오히려 서늘한 살기마저 감도는 지안의 눈빛에 민우는 흠칫하며 걸음을 멈췄다.

“……알았어. 오늘은 네가 너무 예민한 것 같네. 내가 아래층에 있을 테니까, 준비 다 되면 내려와. 이따 오후에 웨딩드레스 가봉하러 가는 거 잊지 않았지? 제일 예쁜 드레스 입어봐야지.”

민우는 애써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방을 나갔다.

달칵.

문이 닫히고, 방 안에는 다시 지안 혼자 남았다.

그녀는 한참 동안 문고리를 응시하다가, 협탁 위에 놓인 민우가 가져온 캐모마일 찻잔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욕실로 걸어가 세면대에 차를 콸콸 쏟아버렸다.

노란색 액체가 배수구를 타고 허무하게 소용돌이치며 사라졌다.

“제일 예쁜 드레스?”

지안의 입가에 비틀린 조소가 떠올랐다.

웨딩드레스.

전생에서 그녀는 그 드레스를 입고, 제 무덤을 파는 줄도 모른 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었었다.

결혼식장 입장문을 열고 들어갈 때, 옆에 선 민우를 보며 이 남자와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이제 그 모든 것이 철저한 기만이자 사기극이었음을 안다.

이 결혼은 축복이 아니라, 서지안이라는 인간의 숨통을 끊어버리기 위한 화려한 도살장일 뿐이었다.

지안은 화장대 서랍을 열었다.

가장 안쪽에 고이 모셔두었던, 다다음 주에 양가 친척들과 지인들에게 돌릴 예정인 최고급 청첩장 샘플이 보였다.

[신랑 강민우, 신부 서지안. 두 사람의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자리에 초대합니다.]

금박으로 새겨진 글씨가 눈부시게 빛났다.

지안은 청첩장을 꺼내 들고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과거의 자신은 이 종이 한 장을 보며 얼마나 가슴 설레었던가.

하지만 지금은 이 종이가 자신에 대한 사형 선고문처럼 느껴졌다.

찌익-!

지안은 망설임 없이 청첩장을 반으로 찢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겹쳐서 네 조각으로, 여덟 조각으로, 산산이 조각을 내어 휴지통에 처박아버렸다.

“이따위 결혼식은 없어.”

단순히 파혼으로 끝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것은 복수가 아니다.

자신을 속이고, 기만하고, 재산을 빼앗고, 할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몰고, 끝내 자신을 벼랑 끝에서 밀어버린 자들이다.

그냥 안 보고 사는 것만으로는 이 끓어오르는 피눈물을 닦아낼 수 없었다.

강민우가 가장 원하는 것.

서유라가 평생을 바쳐 갈망했던 것.

그것들을 눈앞에 던져주고,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가장 처참하게 짓밟아 주리라.

그들이 자신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아니, 수천 배는 더 고통스럽게 갚아줄 것이다.

서그룹의 후계자라는 지위가, 자신이 가진 돈과 권력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들의 뼈에 사무치도록 똑똑히 보여줄 것이다.

지안은 책상 위에 놓인 만년필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달력의 11월 18일, 결혼식 날짜에 붉은색 펜으로 쳐져 있던 동그라미 위에, 검은색 잉크로 엑스 자를 거칠게 그어버렸다.

종이가 찢어질 정도로 깊고 진한, 파멸의 선언이었다.

“강민우, 서유라.”

창밖에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지안의 서늘한 얼굴을 비추었다.

거울 속의 여자는 더 이상 사랑에 속아 넘어가는 순진한 상속녀가 아니었다.

지옥 밑바닥에서 기어 올라와 복수의 칼날을 벼리는, 무자비한 사신이었다.

“너희들의 지옥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피를 토하는 듯한 맹세가 방 안을 차갑게 울렸다.

부서져 버린 시계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다시 째깍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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