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아침 공기는 어제보다 조금 가벼웠다.
이수는 창문을 열어 두고 한동안 서 있었다.
바람이 들어오고, 나가고, 그 반복 속에서 마음도 함께 정리되는 듯했다.
무언가가 달라졌다는 감각은 분명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이름 붙일 수 없었다.
다만 급해지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만이 천
아침 공기는 어제보다 조금 가벼웠다.이수는 창문을 열어 두고 한동안 서 있었다.바람이 들어오고, 나가고, 그 반복 속에서 마음도 함께 정리되는 듯했다.무언가가 달라졌다는 감각은 분명했지만,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이름 붙일 수 없었다.다만 급해지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만이 천천히 자리 잡고 있었다.출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거울처럼 반사된 유리 속 얼굴을 잠시 바라보았다.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고, 입술은 의외로 차분했다.예전의 자신과는 조금 다른 표정이었다.도진 역시 비슷한 아침을 보내고 있었다.차를 몰고 나오는 길,
아침은 어제보다 조금 늦게 눈을 떴다.해는 이미 창을 넘어 방 안 깊숙이 들어와 있었고,그 빛은 밤사이 가라앉은 생각들을 조용히 드러내고 있었다.이수는 침대에 앉은 채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어젯밤의 장면들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함께 걸었던 거리, 말보다 길었던 침묵,그리고 끝내 닿지 않았던 손끝.그것이 아쉽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오히려 지금은 그 거리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출근길, 도시는 평소보다 분주해 보였다.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서둘렀고,그 틈에서 이수는 자신의 호흡을 의식하며 걸었다.마음이 어디쯤 와 있는지 확인하듯이.
아침 햇살은 유난히 낮은 각도로 방 안에 스며들었다.어제와 같은 시간, 같은 자리였지만 빛의 결은 조금 달랐다.이수는 그 차이를 괜히 오래 바라보다가 커튼을 다시 닫았다.침묵은 이제 낯설지 않았다.말하지 않아도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스스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출근길, 그녀는 평소보다 조금 느리게 걸었다.서두르지 않는 걸음은 도망이 아니라 선택에 가까웠다.마치 마음이 이미 한 번 결정을 끝낸 사람처럼.도진의 하루도 같은 결로 시작되었다.회의 일정, 업무 보고, 숫자와 문장들.모든 것이 정확한 순서로 흘러갔지만 그의 시선은 자주 창밖으로 향했다.아무것도 보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아침은 어제보다 조금 더 맑았다.하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가볍게 열려 있었고, 바람은 굳이 방향을 주장하지 않은 채 거리 사이를 흘렀다.이수는 커튼을 걷으며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어제의 생각들이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마음이 어디쯤 와 있는지는 분명해져 있었다.서두르지 않아도 된다.지금은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출근 준비를 하며 머리를 묶다가, 그녀는 문득 손을 멈췄다.거울 속 얼굴이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어딘가 조금 덜 방어적인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 차이가 누군가에게 보일까 봐
아침 공기는 전날의 비를 아직 품고 있었다.도로 위에는 마르지 않은 흔적들이 남아 있었고, 그 위로 햇빛이 조심스럽게 내려앉았다.도시는 젖은 채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이수는 창을 열어 공기를 들였다.비 냄새는 옅어졌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그 잔향은 어제의 감정을 아직 정리하지 말라는 무언의 신호처럼 느껴졌다.출근길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같은 지하철, 같은 사람들, 같은 속도.그러나 그 모든 반복 속에서 이수는 자신의 마음이 조금 다른 방향으로 기울어 있음을 느꼈다.회사에 도착해 자리에 앉았을 때, 모니터 속 문서들은 한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침은 전날의 여운을 말없이 이어받았다.이수는 눈을 뜨자마자 커튼을 열지 않았다.빛이 들어오기 전의 방은 아직 밤의 형태를 지니고 있었고,그 고요가 잠에서 막 깨어난 생각들을 천천히 정렬해 주고 있었다.침대 끝에 걸터앉아 잠시 손을 모았다.손끝에는 어제의 온기가 아주 옅게 남아 있었다.닿지 않았음에도 남아 있는 감각은 때로 확실한 접촉보다 더 오래 머문다.부엌에서 물 끓는 소리가 났다.컵을 들고 창가에 서자 도시는 이미 자신의 리듬을 되찾고 있었다.차들이 지나가고, 신호등이 바뀌고, 사람들이 목적지를 향해 각자의 속도로 움직였다.
아직 한 마디도 들은 적 없는 사람.이름조차 모르는 남자.하지만 왜인지 모르겠는 떨림이 그의 모습과 함께 가슴 위로 올라왔다.‘저 사람…’그녀는 이유 없이 손끝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그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는 다른 무사들과는 달랐다.기세라기보다, 결이 있었다.그 결은 단단하고 곧았지만 어딘가에 오래된 상처를 품은 듯한 분위기였다.한편, 세자의 곁에 서 있어야 할 자리에 그는 정확히 서 있었다.세자 현. 오늘 그녀가 첫 인사를 올려야 할 사람.혼례를 올릴 예비 남편이자, 나라의 중심이 되어갈 사람.그러나 지금
도진의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소문은 이미 들었지만, 직접 그의 입에서 들으니 사실이 되어버린 느낌이었다.세자가 혼례를 치르는 문제는 나라 전체의 일이며 궁 전체가 흔들리는 날이었다.“좌상댁의 영애라 하더군.”이현이 덧붙였다.“예, 저하.”도진은 짧게 대답했다.그 이상의 말을 할 권리는 그에게 없었다.하지만 그 순간 전각의 문 밖에서작은 물방울 하나가 지붕 끝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촛불이 그 작은 소리에 반응하듯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그리고, 그 흔들림과 동시에 도진의 머릿속 어딘가가이유 없
귓가에 닿은 목소리는 위로인지, 반가움인지, 그리움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도진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사람들의 시선도, 사인회장도, 현실도 그에게는 모두 멀어졌다.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이수는 대답하지 않았다.대답 대신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올렸다.그리고, 정말로 오래 기다린 사람에게 하듯 조용히, 그러나 확신 있게 입맞춤을 했다.그 순간 도진의 다리가 풀렸다.머리가 가벼워졌다.심장이 너무 크게 뛰었다.세상이 기울었다.그는 휘청이며 앞으로 쓰러졌다.이수의 손이
비는 오후 내내 흐릿하게 내리고 있었다.도심의 커다란 유리 건물들은 회색 안개 속에서 윤곽이 무뎌져 있었고,사람들은 비를 피해 우산을 들고 바삐 움직였지만,이제 막 내리기 시작한 냄새는 오히려 공기를 맑게 정돈하고 있었다.도진은 백화점 입구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늘 그렇듯, 아무 계획 없이 들른 곳이었다.욕망도, 필요도 없이 그저 시간이 남아서 들어오는 곳그의 삶은 지루할 정도로 완벽했고, 어떤 자극도 오래 머물지 않았다.비가 어깨를 적셔도 그는 대수롭지 않았다.몇 백 년 동안 수없이 맞아온 비였다.어떤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