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병원 응급실에 대형 교통사고 환자들이 계속해서 들이 닥쳤다.테리는 수술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환자의 대동백이 파열되어 출혈이 멈추지 않는 절제절명의 순간,테리는 자신도 모르게 나직한 기도를 내뱉었다."주님, 제발 이 사람을 살려주세요. 저의 실력이 부족하다면 당신의 힘이라도 빌려주세요."순간, 수술실 안의 조명이 깜빡이더니 테리의 손바닥에서...찬란한 백색광이 반짝이다가 초록빛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어시스트 하는 간호사들은 이상한 조명만 바라보았지만,테리의 눈에는 보였다.자신의 초록빛 손끝이 닿는 곳마다 혈관이 기적처럼 아물어 출혈이 멈추고,환자의 생체 신호가 돌아오는 것을.수술은 성공적이었다.수술실을 나온 테리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고 말았다.그대 카시엘이 나타나 그녀를 부축했다.카시엘의 눈은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당신... 방금 천계의 치유력을 사용했군요. 인간의 몸으로 어떻게 그런 성스러운 능력을...""시끄러워요, 카시엘. 나도 미치겠으니까 좀 조용히 해줘요."테리는 자신의 떨리는 손을 감추었다.카시엘은 테리의 어깨 뒤로 희미하게 돋아나려는 빛의 날개를 보았다.아리나가 가진 신앙의 빛과는 또 다른, 의 빛이었다.한편, 루카스는 아리나의 퇴근을 기다리며 로비에서 졸고 있었고,카시엘은 테리를 부축한 채 루카스를 내려다 보았다.'저 강력한 가호를 가진 남자형사와 이제 막 성스러운 능력을 얻은 여의사,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웃고 있는 성녀 아리나...'카시엘은 이제 25층의 오피스텔이 단순한 보호 구역 요새가 아니라,거대한 운명이 소용돌이치는 성소로 변해감을 직감했다.
아리나와 루카스의 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아리나는 루카스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고,루카스는 아리나의 입가에 묻은 떡뽁이 국물을 스스럼 없이 닦아 주었다."아, 형사님.. 진짜... 칠칠치 못하게 이게 뭐예요?""아리나. 너나 잘해. 넌 어제 퇴근할 때 신발 짝짝이로 신고 나갔다며?"두 사람의 깔깔거리는 소리가 거실을 가득 채울 때.주방에서 물을 마시던 카시엘은 컵을 쥐는 손에 너무 힘을 준 나머지유리에 금이 가게 만들었다.'인간의 우정이란 원래 저렇게 경계가 없는 것이었나.. 아니면 내가 모르는 사랑의 다른 모양? 변형인가..?'카시엘의 이성은 마비되기 시작했다.테리 역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루카스가 수시로 아리나의 도시락을 챙겨 병원을 찾는 모습이눈에 거슬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테리는 점심시간에 아리나를 따로 불러 물었다."아리나.. 루카스 형사님이 언제부터 네게 반말을 했지? 그리고.. 솔직히 말해 봐. 루카스 형사님과 무슨 사이인거야?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거야, 그래? 정말 결혼이라도 할 거야?"아리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네에? 루카스 형사님이랑요? 무슨 말이예요? 아이고, 교수님. 상상만으로도 소름 돋아요. 형사님과 저는 친남매같은 사이예요! 형사님도 그래서... 거리낌없이 반말을 하게 된 것 같은데.... 형사님은... 저에겐 큰 오빠 같아요. 저번에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데, 딱 저희 아빠 손길 같았다니까요.."아리나의 해맑은 대답에 테리는 맥이 풀렸다."남매... 라고?"테리의 심장 박동이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하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는 카시엘은여전히 아리나를 향한 루카스의 모든 행동을 로 오해하며홀로 자신도 모르는 질투의 지옥불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루카스의 큰 누나이자 밀러가문의 실세인 에밀리 밀러가 오피스텔을 급작스럽게 방문했다.그녀는 화려한 모피 코트를 걸친 채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25층 복도를 점령하고 있었다.지난 번 전투 때 왔던 작은 누나 루이자 밀러와는 완전 상반되는 캐릭터였다."내 동생이 어떤 간호사한테 푹 빠져서 집까지 얻어다 주었다길래 직접 확인하러 왔어. 루이자가 통 말을 안해 줘서 말이야.."에밀리의 압도적인 기운에 아리나는 잔뜩 긴장했다.하지만 루카스는 에밀리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여유롭게 웃었다."누님, 오해하지 마셔. 아리나는 나에겐 소중한 동생이자 성녀님이야. 그리고 여기 이 어설픈 뚝딱이는... 나의 라이벌이자 식객.. 카시엘.."에밀리는 카시엘을 빤히 쳐다 보았다.카시엘은 어설프게 에밀리에게 인사를 건넸다."밀러 가문의 여인이여, 당신의 오만함 뒤에 숨겨진 고결한 외로움이 캔버스에 담기에 아주 좋은 소재군요."에밀리는 카시엘의 당돌한 말에 오히려 흥미를 느꼈다.그리고 아리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루카스.. 너의 취향치고는 너무 순수하고 어린 거 아니니? 하지만 저 간호사의 눈빛을 보니, 우리 가문의 황금빛 가호를 받을 자격은 충분해 보이네..""그리고... 당신! 뭐지? 인간도 아니고 신도 아니고.. 타락 천사의 졸개는 아닌것 같은데...?""누나... 카시엘은 천사야..""천사....?"흥미로운 눈빛으로 미소를 머금은 채 에밀리는 짧고 강렬한 인사만 남긴 채 갑자기 나타난 것 처럼 또 갑자기 사라졌다.에밀리의 등장이 폭풍처럼 지나간 뒤,네 사람 사이에는 묘한 동질감이 생겼다.루카스는 아리나를 가족들에게 소개했다는 사실에 뿌듯헤 헸고,아리나는 루카스가 정말 자신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대한다는 것에 안도했다.하지만 카시엘은 이라는 루카스의 단어에 꽂혀 밤새도록 화실에서 거친 붓질을 멈추지 못했다.
테리는 병원 성당 구석에서 홀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냉철한 무신론자이자 과학 신봉자로 알려진 그녀였지만,사실 그녀는 유서 깊은 가톨릭 집안에서 자란 독실한 신자였다.다만, 과학과 의학의 한계를 목격할 때마다... 더구나 가까운 친적을 허무하게 보내며신에게 느꼈던 배신감 때문에 신앙을 꽁꽁 숨겨 왔을 뿐이다."주님, 왜 제 눈에 자꾸 이상한 것들이 보이는 겁니까? 카시엘의 상처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안개와,루카스의 어깨 뒤에서 나를 비웃는 황금빛 날개까지...."테리는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 보았다.최근 수술 집도 중, 환자의 환부에 손을 대면미세한 빛이 흐르며 출혈이 멈추는 기이한 경험을 했다.의학적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가 그녀에게서 발현되기 시작한 것이다.그때, 성당 문이 열리며 루카스가 들어왔다."어리? 교수님...? 여기서 뭐 하십니까? 설마... 기도를...?"루카스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에테리는 급히 안경을 고쳐 쓰며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왔다."환자 임종 선언하고... 잠시 쉬는 중이었어요. 형사님은 아리나랑 데이트 안 하고 여긴 와 왔어요?""데이트는 무슨... 아리나가 여기 성당 청소 도와달라고 해서 온 것 뿐인데.. 그런데.. 교수님. 혹시... 질투해요?"루카스의 농담에 테리의 두 뺨이 미세하게 떨리며 붉어졌다.테리는 대답 대신 루카스의 팔을 낚아채 성당 밖으로 끌고 나갔다.루카스의 수호령 기운이 테리의 손끝에 닿자,그녀의 손바닥에서 다시 한번 은은한 초록 빛이 숨을 쉬듯 어른거렸다.테리는 직감했다.자신 역시 이 기묘한 판타지 세계의 등장 인물로 끌려 들어가고 있음을...
지하 경매장의 바람 같은 사건이 일단락 된 후,오피스텔 25층에는 묘한 평화와 정적이 찾아왔다.하지만 그 평화는 카시엘과 테리에게는 일종의 고문과도 같은 시간이었다.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아이스크림 통을 끼고TV 드라마를 보며 낄낄거리는 아리나와 루카스의 모습 때문이었다."루카스, 저 남주인공 진짜 형사님 같지 않아요? 무식하게 몸부터 쓰는 게.. 어쩜 둘이 똑 닮았어...하하하.""말 다 했어? 아리나는 저 여주인공보다 훨씬 고지식해.. 성당 안 가면 큰 일 나는 줄 알지?"루카스는 아리나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고,아리나는 루카스의 옆구리를 쿡 쿡 찔러댔다.누가 봐도 10년이상 같이 산 남매 같은 친근함이었다.하지만 화실 입구에서 붓을 든 채 멈춘 카시엘의 눈동자는 싸늘한 청색으로 물들고 있었다.'인간의 친밀함이란 저토록 무분별한 신체 접촉을 동반하는 것이란 말인가..'카시엘은 캔버스에 물감을 거칠게 칠했다.그는 아리나가 루카스 옆에서 저토록 무장 해제된 웃음을 웃는 것이 못내 서운했다.자신이 아리나를 위해 피를 흘리고 그림을 그리며 성벽을 쌓는 동안,루카스는 그저 아이스크림 통 하나로 그녀의 마음을 여는 것 같아 속이 쓰렸다.한편, 의국에서 차트를 정리하던 테리는,루카스가 보낸 셀카 사진 - 아리나와 장난치며 찍은 엽기적인 사진- 을 보고휴대폰을 집어 던질 뻔 했다."이 형사 양반, 왜 하라는 일은 안하고 국세 낭비하며 간호사랑 연애 놀음질이야?"테리는 자신도 모르게 루카스의 연락을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에 진저리를 쳤다.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 불쾌한 감정의 정체를 그녀는 여전히 부정하고 있었다.
세 사람은 재빨리 나가려고 했다.그때 무전기에서 날카로운 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오지마!! 절대 여기로 오지 마!!!"루카스가 주변을 다시 찬찬히 살폈다. 어디에선가 물소리가 들렸다.소리를 따라가니 하수구가 나왔다."아리나. 카시엘과 이 하수구를 따라 먼저 나가요.""형사님은요??""테리를 데리고 올게요.. 혹시 무슨일이 생겨도 난 경찰이니,큰 일은 일어나지 않을거예요. 걱정말고 먼저 나가요.."루카스가 무전기를 아리나에게 건넸다."천사의 날개 깃털을 경매하는 곳에 천사가 있으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봐요.. 카시엘은 여기 있으면 안돼! 그러니 빨리 두 사람 먼저 나가요. 난 수호령이 이어서 괜찮으니..."아리나는 눈물이 고인 눈으로 카시엘의 잡아 끌고 하수구로 내려가물이 흐르는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맨홀과 계단이 보였지만, 너무 가까운 곳은 그냥 지나쳤다.계단이 있는 맨홀을 5개를 지나고서야 올라가 맨홀 두껑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 외곽의 한 도로 구석의 맨홀이었다.길가에 걸터 앉아 루카스와의 테리를 기다리는 두 사람..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무전기도 아닌 휴대전화가 울렸다. 루카스였다.두 사람은 무사히 그곳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하고 있다고 했다.아리나는 우버를 휴대전화로 불렀다. 여기가 어딘지 알수가 없었기에 ...한 참을기다려 우버를 타고 오피스텔에 도착한 두 사람은 오자마자 황급히 루카스와의 테리를 찾았다.두 사람은 하수구를 지나온 아리나와 테리만큼이나꼬질꼬질하고 지저분 했지만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경매장이, 갑자기 날개를 찾으려는 사람들의 폭동으로 아수라장이 되었었다고 했다.그 바람에 오히려 이사벨라에게 들키지 않고 두 사람은 잘 빠져나올수는 있었다고...
뉴욕의 아침은 시끄러운 경적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아리나는 자신의 낡은 아파트 거실에서정좌한 채 창밖을 내다보는 카시엘에게 토스트를 내밀었다."카시엘, 오늘은 병원 로비에서 안내 봉사를 해보기로 했잖아요. 기억하죠?""기억합니다. 인간들의 '길 잃음'을 방지하는 임무군요."카시엘은 비장한 표정으로 토스트를 베어 물었다.이제는 제법 잼을 바르는 손길이 안정적이었지만,여전히 빵을 씹는 행위 자체를 거룩한 의식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아리나는 그런 그가 귀여우면서도 걱정스러웠다.병원 로비 안내 데스크에 앉은 카시엘은,그
성 빈센트 병원의 밤은 뉴욕의 화려한 야경과는 대조적으로서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아리나는 응급실 구석에서 차트를 정리하다가,자꾸만 휴게실 소파에 정좌한 채 허공을 응시하는 카시엘을 힐끔거렸다."카시엘, 아까부터 뭘 그렇게 봐요? 무섭게."카시엘의 푸른 눈동자가 천장의 환풍구를 향해 있었다.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그곳에는 검은 타르 같은 액체가 뚝뚝 떨어지며 기괴한 형상을 만들려 하고 있었다.아리나의 퇴근길을 노리던 하급 악마들의 잔재였다."공기의 질이 좋지 않습니다. 아리나, 오늘 밤은 제 옆에서 떨어지지
다음 날부터 카시엘의 이 시작되었다.아리나는 그를 집에 두려 했지만,카시엘은 며말도 안되는 협박으로 억지를 부렸다.결국 그는 아리나를 따라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은 카시엘에게 지옥이나 다름없었다.수많은 환자의 고통과 원망,그리고 그 사이를 파고드는 하급 악마들의 속삭임이 가득했기 때문이다.아리나는 그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그녀는 난폭한 환자의 손을 잡아 진정시키고, 보호자 없는 노인의 식사를 도왔다."저 간호사는 바보야. 저러다 자기가
루카스는 치료를 마치고 나가는 길에 아리나와 마주쳤다.아리나는 루카스의 상처를 보며 진심으로 걱정했다."형사님, 고생 많으셨어요. 정의를 위해 싸우시는 모습도, 다른 분을 먼저 배려하시는 모습도, 정말 멋있고 존경스럽습니다. 리스펙해요"루카스는 수많은 칭찬을 들어봤지만, 아리나의 한마디는 결이 달랐다.그녀의 눈에는 가식이 없었다. 루카스의 거친 심장이 조금 느리게 뛰었다."아... 뭐, 당연한 일을 한 건데요. 간호사님도 고생이 많으시네요."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카시엘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