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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ผู้เขียน: 귀차니즘
옆에 서 있던 신예린은 입술을 깨물다가 신경무를 불렀다.

“아빠.”

신경무는 그녀를 힐끗 본 뒤 집 안을 쭉 둘러보았다.

“민호는? 안 왔어?”

신예린이 모른다고 대답하려는데 임정희가 먼저 선수를 쳤다.

“아까 연락해 봤는데 친구랑 농구를 했대요. 방금 친구랑 헤어져서 지금 집으로 오고 있대요.”

신경무는 혀를 찼다.

“공부는 제대로 하지도 않고 매일 농구만 하네. 정말 철이 없어. 앞으로 뭐가 되려고 그러는 건지 몰라.”

“민호 겨우 고1이에요. 앞으로 뭐든 될 수 있어요. 당신은 민호 아빠면서 왜 그런 말을 해요?”

세 사람은 음식을 다 차려놓고 식탁 앞에 멀뚱히 앉아 있었다. 신민호가 돌아오기 전까지 그들은 젓가락을 들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익숙한 신예린은 눈앞에 놓인 음식들을 보면서 멍을 때렸다.

“민호 왜 아직도 안 온대요? 설마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죠?”

임정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다 큰 애가 무슨 일이 있겠어.”

그러고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당신이 연락해 봐.”

신예린은 문득 고3 때 생활비가 떨어져 어쩔 수 없이 기숙사를 떠나 주말에 생활비를 받으러 부모님을 찾아왔던 때를 떠올렸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소낙비가 쏟아졌고 신예린은 빗줄기가 약해질 때까지 오랫동안 처마 밑에서 비를 피했다. 온몸이 흠뻑 젖은 채로 현관문을 열었을 때, 그녀의 부모님과 동생은 식탁 앞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고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 그녀를 보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비가 세게 내리길래 내일 올 줄 알았는데.”

그날 한 시간 늦게 집으로 돌아온 신예린은 가족들이 먹다 남긴 반찬을 먹어야 했다.

그러나 신민호는 달랐다. 부모님은 신민호가 십 분만 늦어도 걱정하며 연락을 했고 밥도 신민호가 도착해야 먹을 수 있었다.

임정희가 신민호에게 연락하려던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임정희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문가 쪽으로 걸어갔다.

“민호 왔니?”

신민호는 올해 16살로 아직 풋풋해 보였고 앞머리가 이마를 덮고 있었으며 반항심이 많아 보였다. 그는 교복 단추를 잠그지 않고 있었다.

“배고프지? 네가 제일 좋아하는 찜닭 해놨어.”

임정희가 미소 띤 얼굴로 신민호에게 말했다.

“언제 적 얘기를 하는 거예요? 저 찜닭 이제 안 좋아해요.”

신민호가 짜증을 냈다.

“그래? 그러면 지금은 뭘 좋아해? 다음에 엄마가 해줄게.”

“마음대로 하세요.”

신민호는 투덜댔다.

그는 신예린을 본 순간 흠칫하며 말했다.

“저 인간은 왜 왔대요?”

누나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주말이잖아. 집에 밥 먹으러 왔어.”

임정희가 신민호를 주방으로 밀어 넣었다.

“얼른 손 씻고 밥 먹어. 음식 다 식겠다.”

신민호는 마지못해 주방으로 들어갔다.

밥을 먹는 내내 신예린은 매우 조용히 있었다. 임정희는 끊임없이 신민호에게 음식을 집어주었고 신민호는 그런 그녀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자꾸 피하면서 짜증을 부렸다.

“저도 손 있어요. 제가 알아서 먹을게요.”

옆에서 지켜보던 신경무가 말했다.

“정신 사나우니까 그만해. 밥 좀 먹자.”

신예린은 그들과 동떨어진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무심코 고기 한 점을 먹었고 느끼한 맛이 입안에 가득 퍼지는 순간 속이 울렁거렸다.

“웁.”

신예린은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토했다.

세 사람은 동시에 신예린을 바라보았고 신민호는 역겹다는 듯이 코를 막았다.

신예린은 뭐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또 한 번 속이 울렁거려서 재빠르게 화장실로 달려가 오늘 저녁에 먹었던 음식들을 전부 토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임정희가 따라 들어와서 신예린의 등을 두드렸다.

“갑자기 왜 토하고 그래?”

신예린은 토하다가 눈물까지 흘렸다. 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임정희의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를 느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신민호가 태어나기 전에 임정희가 이렇게 자신의 등을 두드리며 달래준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 순간 신예린은 가슴이 먹먹해졌고 며칠 동안 억눌렀던 두려움과 불안감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그녀는 엄마에게 임신 사실을 밝히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내 인생은 망한 거냐고 묻고 싶었다.

“괜찮아?”

임정희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고개를 돌린 신예린은 임정희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인 뒤 할 말이 있는 표정으로 입을 뗐다.

“엄마, 저...”

그런데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임정희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미간을 찌푸리며 밖으로 나갔다.

“괜찮아졌으면 가서 저거 치워. 밥 먹고 있는데 저기에다 저렇게 토하면 어떡해? 참았다가 화장실에서 토해야지.”

임정희의 말을 들은 신예린은 큰 충격을 받았다.

화장실 밖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민호야, 왜 안 먹어? 엄마가 지금 바로 치울 테니까 조금 더 먹어.”

신민호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먹을래요. 밥맛 떨어졌어요.”

신경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얼른 치워. 밥은 먹어야 할 거 아냐.”

아무도 화장실에 있는 그녀를 걱정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티슈를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고, 입을 헹구라고 물을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다.

화장실에 주저앉은 신예린은 눈물을 쏟았다.

그들에게 기대를 품지 말아야 했다. 그녀는 가족들에게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동안 그녀가 받은 상처들이 모두 가족들이 준 상처임을 신예린은 잠깐 잊었다. 그녀가 실수를 저질렀을 때 가족들은 그녀를 질타하고 원망했다. 누구도 그녀의 기분을 고려해 주지 않았다.

눈물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신예린은 문득 주시우를 떠올렸다.

주시우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을까?

...

늦은 밤, 주시우는 서재에 앉아 있었고 그의 앞에는 노트북 하나가 놓여 있었다. 노트북 불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주시우는 차가운 표정을 한 채로 빠르게 타자를 했다.

삐빅.

옆에 놓인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리자 주시우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휴대전화를 들었다. 확인해 보니 낯선 번호였다.

“여보세요.”

매우 감미로운 목소리였다.

아무런 대답도 없자 주시우는 다시 한번 말했다.

“여보세요.”

상대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스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시우는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그런데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여자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 주 교수님.”

주시우는 신예린의 목소리라는 걸 바로 알아채고 휴대전화를 다시 들었다.

신예린은 살짝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신예린이에요.”

“알아.”

“늦은 시간에 전화해서 죄송해요.”

신예린은 조금 긴장한 듯 보였는데 이내 마음을 먹은 건지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시간 괜찮으세요? 교수님을 뵐 수 있을까요?”

주시우는 질문하지 않고 앞에 놓인 조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

시간과 장소는 주시우가 정했다. 레스토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신예린이 보였다. 그녀는 그와 학교에서 처음 만났을 때 입었던 회색 재킷을 입고 있었고, 고개를 살짝 숙인 채로 테이블 위에 손을 올려두고 있었다. 그런데 많이 긴장한 것인지 손을 계속 꼼지락거렸다.

주시우는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발소리를 들은 신예린은 고개를 들었고 그 순간 주시우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 교수님.”

주시우는 그녀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한 뒤 본인도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주시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뭐 좀 먹을래?”

신예린은 손을 저었다.

“괜찮아요.”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같이 밥을 먹자는 뜻이었어.”

주시우는 그녀에게 메뉴판을 건넸다.

“네가 좋아하는 걸로 시켜.”

주시우는 단호히 말했고 신예린은 감히 거절할 수 없어 아무거나 가리켰다.

“이걸로 할게요.”

확인해 보니 매운탕이었다.

주시우는 종업원을 부른 뒤 매운탕 외에 다른 음식을 더 시켰다.

음식이 올라오기 전, 신예린은 물을 계속 마셨다.

주시우는 별로 급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 앉은 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신예린에게 자신을 불러낸 목적을 묻지 않았다.

음식이 올라온 뒤 신예린은 매운탕을 보고 흠칫했다.

그녀는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했다. 조금 전에는 메뉴판을 볼 여유가 없어서 자신이 뭘 가리켰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래도 본인이 시킨 것이니 억지로라도 먹어야 했다. 그런데 몇 입 먹지 않았는데 너무 매워서 땀이 나고 입술이 부었다.

주시우가 손을 뻗어 그녀의 잔에 물을 채워줬다.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레몬 물을 마시면 조금 나아. 매운 거 잘 못 먹으면 그냥 먹지 마.”

“죄송해요.”

신예린은 조금 뻘쭘했다.

“죄송할 것까지야.”

주시우는 매운탕을 옆으로 밀어두었다.

“적어도 네가 매운 걸 잘 못 먹는다는 건 알게 됐네.”

그의 말에 조금 감동을 받은 신예린은 고개를 들어 주시우를 바라보았다.

주시우는 여전히 평온해 보였다. 그는 그녀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이라는 걸 알았을 때도 아주 잠깐 당황하고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아마 그녀보다 나이가 많아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 사람은 원래 나이가 들면 조금 더 여유가 생기니 말이다.

주시우를 만나기로 한 건 옳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신예린은 갑자기 용기가 생겨서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말했다.

“교수님, 저 할 얘기 있어요.”

드디어 본론을 얘기하게 되었다. 주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얘기해.”

신예린은 가방 안에서 산부인과 검사 결과지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그녀의 두 손이 형편없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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