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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화 — 핏빛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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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10-30 08:18:12

반년 뒤.

태성 본사 지하에 있던 위원회 회의실은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에는 작은 기록보존실이 들어섰다.

문 앞에는 아무 이름도 없었다.

S-line.

Y-line.

N-line.

그 어떤 코드도 붙어 있지 않았다.

벽에는 단 한 문장만 남았다.

이 기록은 다시 사용하기 위해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사용되지 않게 하기 위해 보존한다.

서아는 한동안 그 문장을 바라봤다.

“엄마!”

멀리서 하윤이 뛰어왔다.

손에는 색종이로 만든 이름표가 들려 있었다.

강하윤.

“이거 학교에서 만들었어.”

“예쁘네.”

“뒤에도 있어.”

하윤이 뒤집었다.

좋아하는 것 — 딸기우유, 그림 그리기, 할머니랑 떡볶이 먹기.

서아가 웃었다.

예전 같으면 하윤의 이름 뒤에는 다른 말이 붙었을 것이다.

N-12.

승계 가능성.

혈연 위험도.

보호 대상.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하윤이 좋아하는 것들뿐이었다.

“가자. 할머니 기다려.”

밖으로 나오자 민유라가 벤치에 앉아 있었다.

이제 사람들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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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핏빛 유산   240화 — 핏빛 유산

    반년 뒤.태성 본사 지하에 있던 위원회 회의실은 사라졌다.대신 그 자리에는 작은 기록보존실이 들어섰다.문 앞에는 아무 이름도 없었다.S-line.Y-line.N-line.그 어떤 코드도 붙어 있지 않았다.벽에는 단 한 문장만 남았다.이 기록은 다시 사용하기 위해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사용되지 않게 하기 위해 보존한다.서아는 한동안 그 문장을 바라봤다.“엄마!”멀리서 하윤이 뛰어왔다.손에는 색종이로 만든 이름표가 들려 있었다.강하윤.“이거 학교에서 만들었어.”“예쁘네.”“뒤에도 있어.”하윤이 뒤집었다.좋아하는 것 — 딸기우유, 그림 그리기, 할머니랑 떡볶이 먹기.서아가 웃었다.예전 같으면 하윤의 이름 뒤에는 다른 말이 붙었을 것이다.N-12.승계 가능성.혈연 위험도.보호 대상.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없었다.그저 하윤이 좋아하는 것들뿐이었다.“가자. 할머니 기다려.”밖으로 나오자 민유라가 벤치에 앉아 있었다.이제 사람들은 그녀를 한서윤이라고 부르지 않았다.그렇다고 민유라라는 이름을 설명하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다.그 이름은 그냥 그녀의 것이었다.강무진은 회장실로 돌아가지 않았다.그가 내놓은 재산은 독립 회복기금으로 넘어갔고, 기금 어디에도 그의 이름은 붙지 않았다.한재욱은 법무재단을 떠났다.수사와 징계 절차를 받으면서도 피해기록 정리 작업에는 결정권 없는 자문으로만 참여했다.민서윤은 정말로 문 옆에 남았다.누군가 들어가고 싶다고 하면 절차를 설명했고,나가고 싶다고 하면 이유를 묻지 않았다.그리고 어느 날부터 그녀의 기록에서도 Former Gatekeeper라는 설명이 사라졌다.그냥.민서윤.박성진과 백윤호, 서문태는 각자의 행위에 대한 재판을 받고 있었다.강도현 역시 더 이상 D-01이 아니었다.법정 기록에 적힌 것은 코드가 아니라 이름이었다.피고인 강도현.서아는 그 사실을 들었을 때 아무 감정도 표현하지 않았다.그가 어떤 형을 받느냐가 이 이야기의 끝은 아니었다.중요한 건

  • 핏빛 유산   239화 — 마지막 대면

    강도현은 생각보다 평온해 보였다.유리벽 너머가 아니라 작은 면담실.기록관 한 명만 구석에 앉아 있었다.서아가 자리에 앉자 강도현이 먼저 말했다.“혼자 왔군.”“네.”“태준도 없이?”“오늘은 필요 없어요.”강도현은 희미하게 웃었다.“드디어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인가?”서아는 고개를 저었다.“그것도 아니에요.”“그럼?”“당신에게 보여줄 사람이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뜻이에요.”강도현의 미소가 사라졌다.서아는 서류 한 장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숫자뿐이었다.Founder Authority — 0Medical Override — 0Identity Substitution — 0Contact Suppression — 0Bloodline Succession — terminated강도현이 문서를 훑었다.“그래서 자랑하러 왔나?”“아니요.”서아는 그의 앞에서 서류를 다시 접었다.“알려주러 왔어요.”“무엇을?”“끝났다고.”강도현의 눈빛이 가라앉았다.“회사는 아직 남아 있다.”“네.”“내가 만든 재단도.”“이름은 남겠죠.”“사람들도 결국 권력을 원할 거다.”서아는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그럴 수도 있어요.”강도현이 조금 몸을 앞으로 숙였다.“그런데 네가 없애버린 권한을 언젠가는 다시 필요로 할 거야. 가족이 충돌하면 누군가는 결정해야 하고, 회사가 흔들리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해.”“그게 왜 핏줄이어야 하죠?”“피만큼 확실한 기준이 없으니까.”서아는 아주 잠깐 웃었다.“당신은 끝까지 그 말을 하네요.”“틀렸나?”“네.”서아의 대답은 짧았다.“피는 관계를 만들 수 있어요. 권리는 만들지 못해요.”강도현의 얼굴이 굳었다.“그건 네가 아직 전체를 책임져보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전 전체를 책임질 생각이 없어요.”“결국 피하는군.”서아는 고개를 저었다.“당신은 책임이랑 지배를 같은 말로 썼어요.”짧은 침묵.“전 그렇게 안 할 거예요.”강도현이 비웃듯 말했다.“그래서 사람

  • 핏빛 유산   238화 — 각자의 이름으로

    최종 심리 하루 전.서아는 더 이상 회의를 열지 않았다.대신 지금까지 함께 문을 열었던 사람들의 기록을 하나씩 확인했다.누가 어디에 있는지 감시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더 이상 누구도 태성의 코드로 남아 있지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가장 먼저 화면에 나타난 것은 한지원이었다.S-04.그 코드는 이미 폐기돼 있었다.현재 기록에는 단 한 줄만 남아 있었다.한지원 — 승계 거부 확인. 추가 관여 의사 없음.지원은 태성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마지막으로 남긴 말도 짧았다.“제가 누구 딸인지보다, 앞으로 누구로 살지가 더 중요합니다.”서아는 그 문장을 그대로 닫았다.윤정원도 마찬가지였다.강윤서의 외가 쪽 기록을 이어받을 수 있었지만 거절했다.그녀는 윤서의 자료를 독립 기록보존소에 넘긴 뒤 운영에서도 빠졌다.“윤서가 남긴 걸 지키겠다고 제가 윤서 자리를 차지하면 안 되잖아요.”서아는 잠시 웃었다.그 말이 윤서답기도 했다.유도현.한때 N-00이라 불렸던 사람.그는 결국 자신이 선택한 이름, 유도현으로 살기로 했다.유도하라는 처음 이름도 버리지 않았다.법적 이름을 바꾸지 않은 대신 개인 기록에 남겼다.유도현. 그리고 한때 유도하라고 불렸던 사람.유서연과는 가끔 만났다.매주도 아니고,정해진 날도 아니었다.서로가 원하는 날에.그게 두 사람이 정한 가족의 방식이었다.서해린과 이재는 아직 만나지 않았다.하지만 두 사람의 문은 열려 있었다.서해린은 더 이상 아이를 찾으러 다니지 않았고,이재도 아직 엄마라는 이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래도 이제 서로는 알고 있었다.상대가 살아 있다는 것.그것이면 지금은 충분했다.차라온은 보호기록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그는 자신이 아이들을 지킨다고 믿으며 통제했던 시간에 대해 변명하지 않았다.마지막 기록에 이렇게 남겼다.“기다리게 하는 것과 가두는 것은 다르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문이린은 자기 빈 기록을 채우지 않았다.누군가가 대신 적어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 핏빛 유산   237화 — 돌아갈 자리

    강도현의 최종 심리를 앞두고 서아는 회의를 취소했다.대신 사람들을 한 명씩 불렀다.첫 번째는 민유라였다.“엄마는 어떻게 하고 싶어?”민유라는 잠시 생각하다 웃었다.“뭘?”“이름도 돌아왔고, 기록도 정리되고 있잖아. 그다음.”민유라는 창밖을 바라봤다.오랫동안 한서윤으로 살았다.죽은 사람처럼 숨어 있었고, 자기 딸을 찾으면서도 이름을 내놓지 못했다.이제는 민유라라는 이름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었다.“난 그냥 살고 싶어.”서아가 조용히 엄마를 봤다.“어떻게?”“마트도 가고, 하윤이 학교 행사도 가고.”민유라가 웃었다.“누가 알아볼까 걱정하지 않고.”거창한 복원도 아니었다.평범한 하루.그게 민유라가 원하는 자리였다.두 번째는 민서윤이었다.그녀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전 피해자라고만 할 수도 없고, 가해자였다고만 할 수도 없어요.”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제가 살린 아이가 있다고 해서, 제가 넘긴 사람들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민서윤은 자신이 맡고 있던 모든 보호기록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했다.“이제 문지기 안 할 겁니다.”“그럼 뭐 할 건데요?”민서윤이 처음으로 조금 웃었다.“문 옆에 있는 사람 정도.”“그게 뭐예요?”“들어가라고 안 하고, 나가라고도 안 하는 사람.”서아도 작게 웃었다.그 정도면 충분했다.한재욱은 법무재단 이사장직 사임서를 이미 제출한 상태였다.서아가 물었다.“다 내려놓고 뭐 하려고요?”“아직 모르겠습니다.”“처음 듣네요. 모르는 걸 인정하는 거.”한재욱이 씁쓸하게 웃었다.“예전엔 모르면 아는 척부터 했으니까요.”그는 변호사 자격 문제와 수사 결과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다만 피해자 회복 절차를 위한 법률기록 정리에는 계속 참여하되,결정권은 갖지 않겠다고 했다.“제가 만든 문장을 제가 없애는 데까지는 책임지고 싶습니다.”서아는 그 이상 묻지 않았다.강무진은 마지막이었다.그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서아를 바라봤다.“회사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알

  • 핏빛 유산   236화 — 문을 막은 사람들

    박성진.서문태.서아는 두 이름을 나란히 바라봤다.백윤호는 거짓 기록을 만들었다.하지만 그 기록이 사람의 삶을 바꾸려면 반드시 누군가가 문을 만들어야 했고,누군가는 그 문 앞을 막아야 했다.박성진이 먼저 추가 조사실에 들어왔다.검사가 물었다.“CELL-11 신원대체 문서 작성 사실을 인정합니까?”박성진은 이번에도 같은 말을 꺼냈다.“제가 결정한 일은 아닙니다.”서아는 화면 너머에서 그를 바라봤다.예상했던 대답이었다.검사는 생모의 이의신청을 띄웠다.제 아이에게 다른 아이의 이름을 주지 마세요.“이 문서를 읽었습니까?”“…네.”“그런데도 신원대체서를 작성했죠?”박성진의 입술이 굳었다.“승인이 이미 끝난 상태였습니다.”“그럼 작성하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까?”긴 침묵.“있었습니다.”처음 나온 대답이었다.검사가 다시 물었다.“왜 작성했습니까?”박성진은 한참 동안 말하지 않았다.그리고 낮게 말했다.“제가 안 하면 다른 사람이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서아의 표정이 굳었다.너무 평범한 문장이었다.그래서 더 잔인했다.누군가는 언제나 할 테니,굳이 내가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그렇게 수십 명의 이름이 바뀌었다.박성진은 고개를 숙였다.“나중에는 제가 해야 가장 깔끔하다고 생각했습니다.”“깔끔하다?”“문서상 문제가 남지 않게.”서아가 작게 중얼거렸다.“사람은 남았는데.”태준이 그녀를 바라봤다.서아는 더 말하지 않았다.박성진에게 필요한 것은 서아의 분노가 아니라,자기가 어떤 선택을 반복했는지 기록에 남기는 일이었다.다음은 서문태였다.검사는 회장실 출입차단 기록을 띄웠다.아이를 찾으러 온 엄마.아버지.간호사 정은채.박은재.그리고 수많은 문의.모두 같은 지시 아래 막혔다.No further access.검사가 물었다.“왜 막았습니까?”서문태가 대답했다.“회장실까지 올라오면 일이 커지니까요.”“어떤 일이요?”“알면 안 되는 사람들이 알게 되는 일.”법정이 조용해졌다.서아의 눈빛이

  • 핏빛 유산   235화 — 마지막 서명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당사자를 위한 결정이라고 부르지 않는다.새 규정이 저장된 다음 날.백윤호가 추가 진술을 요청했다.서아는 직접 만나지 않았다.“영상으로만 볼게요.”태준이 물었다.“왜?”“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내가 용서할지 말지 결정하는 자리가 되면 안 되니까.”화면 속 백윤호는 전보다 훨씬 늙어 보였다.그의 앞에는 세 장의 문서가 놓여 있었다.강윤서의 판단능력 부족 의견서.N-line 아동들의 허위 사망확인서.그리고 CELL-11 의료 승인 목록.백윤호가 먼저 말했다.“전부 제 서명이 맞습니다.”검사가 물었다.“강요받았습니까?”백윤호는 잠시 침묵했다.“처음 몇 번은 압박이 있었습니다.”“그 이후에는요?”“…익숙해졌습니다.”서아의 눈빛이 멈췄다.백윤호는 고개를 숙였다.“처음에는 특별한 상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번만, 이번만.”짧은 숨.“그런데 계속하다 보니 서류에 이름을 쓰는 일이 환자를 보는 일보다 쉬워졌습니다.”태준이 이를 악물었다.백윤호는 손을 바라봤다.“윤서 씨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화면에 강윤서의 진료기록이 떴다.직접 진료 없음.그런데 백윤호는 판단능력 부족이라고 적었다.“왜 그렇게 썼습니까?”검사의 질문에 백윤호가 답했다.“강도현 전무가 윤서 씨가 정상적인 판단을 못 한다고 했습니다.”“믿었습니까?”“아니요.”법정이 조용해졌다.“그럼?”백윤호가 눈을 감았다.“믿는 편이 편했습니다.”서아의 손끝이 굳었다.한재욱과 같은 말이었다.몰라서가 아니라,확인하지 않는 편이 편했기 때문에.검사가 마지막 녹음을 틀었다.정은채가 남긴 음성.― 이건 환자가 동의한 약물이 아닙니다.백윤호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정은채는 분명히 반대했다.그런데 백윤호는 기록을 수정하라고 지시했다.“정은채 간호사가 이의를 제기했을 때도 알고 있었습니까?”“…네.”“왜 기록을 고치라고 했습니까?”백윤호가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그리고 아주 낮게 말했다.“그 사람이 맞다고 인

  • 핏빛 유산   4화 — 네가 내 딸이라고?

    회장실 문이 닫히자, 바깥의 소음이 완전히 차단됐다.고요했다.너무 조용해서, 숨소리조차 크게 들릴 정도로.강진호는 여전히 서류를 쥔 채 서 있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DNA 검사 결과.단 한 줄.부녀 관계 일치그는 그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말이 안 된다.”낮게, 거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서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그 눈빛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의 것이었다.“이건 조작일 수도 있어.”강진호가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요즘은 이런 거—”“그럼

  • 핏빛 유산   3화 — 죽은 사람이 돌아왔다

    태성그룹 본사 로비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출근 시간인데도 사람들의 움직임이 둔했다. 오늘은 이사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차기 후계 구도를 논의하는 자리.겉으로는 회의.하지만 실제로는—권력을 나누는 날.그때였다.건물 앞에 검은 세단 한 대가 멈췄다.문이 열렸다.구두가 바닥에 닿았다.또각.로비 유리문이 열리자, 직원 한 명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그리고—숨이 멎었다.“…어?”옆에 있던 직원이 물었다.“왜 그래?”대답이 나오지 않았다.그저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됐다.천천히 걸어오는 여자.검은 코트.

  • 핏빛 유산   2화 — 기억이 돌아왔다

    어둠 속에서 소리가 먼저 떠올랐다.삐— 삐— 삐—규칙적인 기계음.그 다음에야 감각이 돌아왔다.차가운 공기. 무거운 몸. 그리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답답함.윤서아는 아주 천천히 눈을 떴다.흐릿한 천장. 형광등 불빛이 번져 보였다.“…여기…”입을 열었지만 소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목이 바짝 말라 있었다.그때였다.“환자분! 눈 뜨셨어요?”간호사의 목소리가 갑자기 가까워졌다. 발걸음 소리가 이어졌고, 곧 의사가 따라 들어왔다.서아의 시야에 여러 얼굴이 겹쳐 보였다.“의식 돌아왔습니다. 동공 반

  • 핏빛 유산   1화 — 핏빛 유산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윤서아는 비를 맞은 채 서 있었다.숨이 가빴다.“…태준.”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눈앞.강태준.그리고—그 옆에 서 있는 윤지연.“왜 여기 있어…”짧은 침묵.지연이 먼저 웃었다.“언니.”한 걸음 다가왔다.“죽은 줄 알았는데, 끈질기네.”공기가 식었다.서아의 시선이 태준에게 향했다.“…너.”입술이 떨렸다.“설마…”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서아를 보고 있었다.감정 없는 얼굴.“…말해.”“아니라고 해.”정적.하지만—그는 끝내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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