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조운선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황급히 이마를 바닥을 향해 조아렸다. 귀비가 던져준 동아줄인 줄 알았더니, 저 아름답고 잔혹한 사내의 손아귀에 쥐어진 장기말이었음을 온몸으로 깨닫는 순간이었다."앉아라."고저 없는 하륜의 음성이 텅 빈 집무실을 울렸다. 두 사람은 감히 등받이에 기대지도 못한 채, 조심스럽게 의자 끝에만 간신히 엉덩이를 걸쳤다."너희가 어떻게 그 자리에 앉게 되었는지는 스스로 잘 알고 있겠지.""여, 여부가 있겠습니까! 대감께서 길을 열어주시지 않았다면…….""말뿐인 충성 맹세는 접어두지."하
푸른 새벽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이른 아침, 궐내에 마련된 하륜의 집무실.차갑고 서늘한 공기 위로 무거운 묵향만이 맴돌고 있었다. 하륜은 이미 흠잡을 데 없이 단정한 자세로 앉아 아침 정무(政務)를 위한 서책을 넘기고 있었다.이내 조용히 문이 열리고, 밤새 연화당의 동태를 주시하고 온 차 상시가 들어와 그의 허리를 숙였다.“연모 합니다.”사락.규칙적으로 넘어가던 서책의 종이장이 미세하게 구겨지며 멈춰 섰다.“어젯밤 귀비 마마께서 폐하께 한 말입니다.”하륜의 짙은 눈썹이 아주 느리게 꿈틀거렸다."연모라."낮게 읊조리는
자신은 철저히 기만하고 있는데, 이토록 맹목적으로 나를 사랑하고 부서질까 애지중지하는 사내라니.미옥의 가슴 깊은 곳에서 끔찍한 배덕감과 함께, 연호에 대한 짙은 미안함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불쌍한 분.'이것은 당신의 순애에 대한 나의 아주 작은 사죄.미옥은 눈을 질끈 감은 채, 제 위에서 헐떡이는 연호의 단단한 목을 으스러질 듯 꽉 끌어안았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아래가 연호의 거대한 양물을 끊어질 듯 강하게 조여 물었다."크윽……! 아!"갑작스러운 옥죔에 연호의 굵은 목핏대가 터질 듯 솟아올랐다."하아, 더는…… 못
미옥은 잘게 떨리는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쾌락을 구걸해야 하는 애간장 타는 갈증 속에서, 문득 기묘한 죄책감이 그녀의 가슴 한구석을 서늘하게 찔러왔다.자신은 이 사내를 온전히 이용하고 기만할 뿐인데. 그는 오직 자신만을 이토록 맹목적으로 갈구하고 있지 않은가.그 알량한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함이었을까.아니면 통제의 고삐를 쥔 그를 역으로 틀어쥐고 완벽하게 옭아매기 위한 간교한 유혹이었을까.미옥의 커다란 눈망울에서 결국 투명한 눈물방울이 툭 떨어져 내렸다."흐윽, 폐하……."미옥은 결박된 두 손목을 바르르 떨며, 물기에 젖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완벽한 결박이었다. 머리 위로 두 팔이 강제로 고정되자, 팽팽하게 당겨진 미옥의 헐벗은 가슴이 가쁜 숨을 쉴 때마다 애달프게 부풀어 올랐다."함부로 움직이지 말라 했을 텐데."연호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빳빳한 황룡포를 그대로 입은 그가 침상 위로 무겁게 올라섰다.그리고는 금실로 수놓인 가슴팍을 미옥의 시야 가득 들이밀며, 자신의 한쪽 무릎을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깊숙이 밀어 넣었다. 거칠고 두꺼운 관복 자락이 미옥의 연약한 허벅지 안쪽 살을 사정없이 벌려내며 고정했다.하반신이
연화당의 밤은 달콤하고도 농밀한 향기로 가득했다.거울 앞, 미옥은 궁녀들의 손길을 모두 물리치고 홀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속이 훤히 비치는 서역의 얇고 붉은 비단이 그녀의 굴곡진 몸선을 노골적으로 핥아 내렸다.제 요청을 들어준 연호를 위한 완벽한 준비였다. 거울 속에 비친 요염한 자태를 쓸어내리며, 미옥의 붉은 입술이 길게 호선을 그렸다.조운선과 황덕규. 마침내 제 수족으로 황국의 돈줄을 틀어쥐었다.'조운선 그 작자, 번듯한 관모를 썼으니 이제 끝이라며 안도하고 있겠지.'어리석은 것.끝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
밤의 태후전은 늘 지독한 난향(蘭香)과 늙은 육신의 체취가 뒤섞여 끈적한 공기를 품고 있었다.비단 금침 위에 비스듬히 기댄 태후는, 얇은 침의 속으로 늘어진 살갗을 굳이 숨기지도 않은 채 제 발치에 무릎 꿇은 차 상시를 탐욕스럽게 내려다보고 있었다.오늘 밤에도 저 아름다운 사내의 입술이 제 발끝부터 핥아 올라와 기어이 헐떡이게 만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지독하게 오만한 시선이었다."이리 와서 겉옷을 벗지 않고 무얼 하느냐.“태후가 앙상한 손짓으로 침상 한편을 두드리며 재촉했다."송구하옵니다, 마마. 밤공기가 차가워, 옥
“옷을 지을 줄 아나?”“바느질은 꽤 합니다만, 천자님의 마음에 들만한 옷을 지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꿈도 야무지구나. 누가 너 같은 것이 만든 옷을 입고 싶다더냐. 버리기 아까운 이불이니 홑청으로 옷이나 한 벌 지어보아라.”“이 귀한 비단 이불을 버린다고요? 차라리 빨아서 쓰심이.”“내 심기를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했거늘!”화들짝 놀란 그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한번은 그냥 넘어가나, 앞으로 내 말에 어떤 토도 달지 말아라.”“저…, 그러면 누구의 옷으로 할까요?”“그런 것까지 알려주랴? 그냥 네 마음대로 해
“새 이불과 옷을 챙겨왔습니다.”커다란 보따리에 가려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지만, 얼어붙은 치맛자락이 미옥음을 알려주었다. 연호는 침상에 비스듬히 기대어 안개 같은 연기 너머로 걸어오는 그녀를 응시했다.“옷을 새로 짓기라고 한 것이냐? 머리만 나쁜 줄 알았더니, 손발까지 이리 더뎌서야.”그의 목소리는 갈라진 비단처럼 거칠고 낮았다. 하륜의 집 근처에서 습격을 당하고, 하필 이곳에 머물게 된 이 모든 상황이 누군가의 정교한 설계 같아 심사가 뒤틀렸기 때문이다.‘누군가가 있다면 하륜과 황후겠지. 그리고 그들이 보낸 이 계집 또한
“모실 아이를 보내었는데, 어찌 저를 찾으십니까.”문을 열고 들어선 하륜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조소가 섞여 있었다.“네 놈의 집에서 네 놈을 찾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인가.”“쓸모가... 없으셨습니까.”낮게 깔리는 하륜의 음성에는 묘한 박동이 섞여 있었다. 연호는 입술 끝을 비스듬히 올리며 답했다.“쓸모라…, 누구든 와서 대체 할 수 있는 거라면 없다고 봐야겠지.”하륜이 다가와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극진한 태도였으나, 연호를 바라보는 눈빛만은 사냥감을 살피는 맹수처럼 예리했다.“두통은 좀 어떠십니까. 안색이 눈에 띄게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