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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마님! 큰일 났사옵니다!”하 유모가 겁에 질린 얼굴로 뛰어들어오다가, 그만 발끝이 문지방에 걸려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버렸다. 강시아는 놀라 잠결에 몸을 뒤척이던 딸아이를 다독이며 미간을 깊이 찌푸렸다.“무슨 일이기에 그리 급한 것이냐?”하 유모가 떨리는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상... 상감이 또, 또 도박을 하러 갔사옵니다. 게다가 외원의 상순이 그 일을 작은 마님께 일렀다 하옵니다!”강시아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내 차갑게 마음을 가라앉혔다.“하대우가 벌써 잡혀 왔느냐?”“아직은 아니옵니다. 방금 상순에게서 들은 소식일 뿐이옵니다. 그런데 그 자가 제 남편이 화방의 종잣돈을 빼돌린 줄로 오해하고 있사옵니다.”강시아의 시선이 마당 가득 걸린 대나무 장대와 그 위에 햇볕에 말리고 있는 실타래로 향했다.“저 장대를 들고 가서 막거라. 그리고 마구 때리면서 빌려온 돈을 네 남편이 도박으로 날려 버렸다고 소리치거라.”그녀는 하 유모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기억하거라. 그 돈은 반드시 빌린 것이어야 한다!”한편, 국공부의 측문 앞.하대우는 이미 두 하인에게 팔을 잡혀 끌려오고 있었는데, 그의 얼굴은 잿빛처럼 창백해져있었다. 화공이 무슨 수로 그리 큰 은전을 마련해 도박을 한단 말인가? 지난번은 오십 냥, 이번에는 무려 백 냥을 탕진했다. 대나무 숲의 비밀이 드러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스스로 자백해 공을 세워 죄를 덮을 것인지? 아니면…“하대우! 또 도박질이냐!”그 순간, 눈가에 그림자가 번쩍 스치더니 곧바로 얼굴에 불덩이 같은 통증이 퍼지기 시작했다.막 욕설을 퍼부으려는 찰나, 하 유모가 울부짖으며 달려와 남편을 두드려 패기 시작했다.“이 천하에 죽일 놈아! 집안의 쌀독까지 네가 몽땅 말아먹고도 모자라 또 도박이냐! 이 은전은 내가 겨우겨우 마님께 빌려와 병든 어머니 약값에 쓰려던 것인데 네가 몽땅 날려 버리면 어머니는 어쩌라고!”하대우는 잠시 얼떨떨해져 반응하지 못했다. 하 유모는 이번에 눈물을 쏟으며 다시 주먹을 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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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말하거라! 대체 돈이 어디서 난 것이냐!!”조 씨의 준엄한 꾸짖음에 하대우는 몸은 덜덜 떨며 가슴속이 요란스레 울리는 느낌을 받았다.“그, 그건 마님께서 빌려주신 것이옵니다…”그러자 상 유모가 곧바로 고개를 돌려 아뢰었다.“작은 마님, 이건…”조 씨는 콧등을 집어 누르며 냉랭하게 명했다.“강시아를 불러오거라.”하찮은 화공을 다루는 것보다 차라리 강시아를 이용해 저 고약한 마님의 기세를 한 번 눌러보는 편이 나았다.강시아가 화청에 이르렀을 때 하대우는 문턱에 무릎 꿇은 채, 등줄기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녀는 곁눈질조차 주지 않고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섰다.“마님을 뵙습니다.”조 씨의 얼굴은 음울한 먹구름이 깔린 듯 굳어 있었다. 강시아는 자신의 아들이 스스로 택한 첩이었기에 그간 눈을 감고 넘겼다. 하지만 이제 와 감히 자신을 제쳐 두고 저 늙은 여우와 한패가 되었단 말인가?그녀는 찻잔 위로 뜨거운 김을 가볍게 불어내며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감감히 시간을 끌었다. 한참이 흐른 후에야 고개를 들어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일어나거라.”“너를 부른 건 다름이 아니고, 강시아, 너의 그 기막힌 돈 버는 재주를 한번 보기 위해서이다. 달마다 고작 열 냥의 녹봉으로 어찌하여 하인에게 백 냥을 빌려줄 수 있단 말이냐?”강시아는 고개를 숙이고 공손히 답했다.“마님, 첩은 그저 내실에 묶여 사는 여인일 뿐, 무슨 돈 버는 재주가 있겠습니까? 며칠 전 세자께서 첩에게 조금의 은전을 하사하셨습니다. 하 유모의 어머님께서 병이 위독하다 하여 연아를 정성껏 보살펴 준 정을 생각해 잠시 빌려주었을 뿐입니다.”조 씨는 코웃음을 흘렸다.“높은 가지를 붙들었다고 네 신분을 잊은 것이로구나.”그 순간 강시아는 깨달았다. 조 씨가 괜히 시비를 거는 이유는 화공 때문이 아니었다.큰 마님이 태후의 수연 예물을 준비하면서 정실인 자신을 거치지 않고 한낱 첩인 그녀를 불러들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곧장 무릎을 꿇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마님, 부디 명철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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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강시아의 낮게 드리운 입꼬리가 서서히 치켜 올라갔다.큰 고기, 드디어 걸려들었구나.비록 하대우의 일 아니었더라도 그녀는 반드시 큰 마님의 정원에서 있었던 일을 조 씨의 귀에 흘려보냈을 것이다. 각자 저마다의 마음속 계산이 있는 법. 이 고부 간의 암투야말로 그녀가 돈을 벌어들일 절호의 기회였다.좋은 물건일수록 값은 더욱 비싸다.큰 마님은 설강을 시켜 장부를 살피게 했으니 은밀히 움직이는 조 씨가 더는 사람을 붙여 감시할 수는 없었다.“어머니!”강시아는 순간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문밖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우더니 그녀의 곁에 우뚝 멈춰 섰다. 이어서 작은 그림자가 품에서 내려졌다.“아들, 어머님을 뵙습니다.”낮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울렸다.강시아가 살짝 곁눈질해 보니 새까만 장화에는 먼지 하나 묻어 있지 않았다. 그 곁의 작은 연아는 두 손을 오므려 잡고 옹알거리는 목소리로 예를 올렸다.“연아, 할머님을 뵙습니다.”조 씨는 못마땅한 기색으로 찻잔을 내려놓았다.“아직 내가 무슨 말도 안 했거늘... 너는 참으로 재빠르기도 하구나!”주종현은 딸아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오늘 연아가 지난 이틀간 연습한 글씨를 가져와 아비에게 보여주더군요. 그러자, 저도 문득, 어릴 적 어머니께서 등줄기에 등나무 회초리를 드시고 억지로 글을 쓰게 하시던 때가 떠올랐습니다.”조 씨는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그것이 생각나서 이제 와서 모친의 화라도 돋우고 싶은 게냐?”“옥은 다듬지 않으면 그릇되지 않습니다. 그저 모친의 수고로움이 떠올라 마음이 숙연할 뿐입니다.”주종현은 연아를 품에 안아 올렸다.“시아가 저를 위해 이 아이를 낳았고 또한 이리도 훌륭히 길러주었습니다. 혹 잘못이 있다 해도 저를 봐서라도 한 번쯤은 눈감아 주시지 않겠습니까?”조 씨는 곁눈질하며 흘겨보았다.“알았다, 알았다. 네 눈동자에 담긴 여인인데 내가 감히 어찌 괴롭히겠느냐?”이 아들을 얻기까지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앞선 두 아이를 잃고서야 겨우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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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눈을 뜨자 한 장의 각진 얼굴이 눈앞에 성큼 다가와 있었다. 그녀의 비명은 목구멍에서 끊기듯 삼켜졌다.“서... 서방님?”주종현의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옷을 챙겨라. 백마사로 간다.”“네? 백마사요?”그는 더 말하지 않고 재빨리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 곧이어 설강과 하 유모가 들어왔다.“서두르거라. 문 앞에서 기다리겠다.”강시아는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자신더러 백마사에 가라니?전생에도 주종현은 백마사에 갔었다. 그 뒤 무슨 일이 발생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원래 가을 무렵이던 주종현과 송하윤의 혼례가 여름 소서로 앞당겨졌었다.하지만 그때 그녀는 가지 않았으므로 백마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까지는 알지 못했다.세자 곁에 있던 하인들이 세 번이고 재촉해서야 강시아는 마침내 연아를 품에 안고 문을 나섰다. 문 앞에는 이미 마차 세 대가 정비를 끝내고 대기 중이었다. 조 씨가 마차 발을 걷어 올리자 아기를 안은 강시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저 아이는 왜 따라온 것이냐?”주종현은 담담히 대답했다.“어머니께서 연아의 평안을 빌어주시겠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차라리 이참에 함께 데려오면 좋겠습니다.”강시아는 딸을 품에 꼭 안으며 속으로만 불평했다. 암투는 암투대로 하면 되지 굳이 우리 모녀를 끌어들이다니… 주종현은 아직도 멍하니 서 있는 모녀를 흘깃 바라보았다.“아직도 안 타느냐?”백마사는 도성 근교에서 향불이 가장 성한 사찰이었다.강시아가 입경한 이래 단 한 번만 찾았던 곳. 그때는 연아가 아직 뱃속에 있을 무렵이었다. 지금은 딸을 품에 안고 그녀는 덜컥덜컥 졸고 있는 아이를 달래며 전생의 일을 곱씹었다.확실히 백마사에서 돌아온 직후 조 씨와 국공부의 주인은 크게 다툰 적이 있었다. 또한 바로 그때부터 조 씨는 더 이상 주종현의 혼사를 거들지 않았다. 심지어 송 가에 납채하러 갈 때에도 파격적으로 직접 동행까지 했었다. 혹여 사찰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각되어 조 씨가 체념하고 혼사를 앞당긴 것이 아닐까?강시아는 온몸에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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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세 살이 갓 지난 연아는 세상 모든 것에 호기심이 가득할 나이였다. 그녀는 길가의 작은 노점 앞에 쪼그리고 앉아 노란 강아지를 바라보고 있었다.강아지가 작은 혀를 내밀어 그녀의 손을 핥자, 강시아는 깜짝 놀라 딸을 끌어안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연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움에 차서 돌아보았다.“어머니! 강아지가 제 손을 핥았습니다!”노점상은 금세 웃으며 덧붙였다.“이 강아지와 아가씨는 인연이 깊은 듯합니다. 마님께서 사 주어 곁에 두게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연아는 곧장 촉촉이 빛나는 눈망울로 어머니를 올려다보았다. 강시아는 곤란한 기색으로 딸아이를 내려다보았다.“너의 아버지와 할머니께서 허락하지 않으실 게다.”수년간, 이 집안에서는 도살을 기다리는 닭이나 오리 외엔 산 짐승을 본 적이 없었다.연아는 풀이 죽은 듯 고개를 푹 숙였다.“왜 그러느냐? 고개까지 떨구고.”사람 무리를 가르며 장신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주종현이 아이를 번쩍 들어 품에 안았다.“아버지!”연아는 그의 목을 끌어안고는 뽀뽀를 했다. 그러고는 다시 물빛 같은 눈망울을 반짝이며 외쳤다.“아버지, 연아는 저 강아지가 갖고 싶습니다.”주종현이 시선을 떨구었는데, 발치의 노란 강아지가 그와 똑같이 또랑또랑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노점상이 또 눈치 빠르게 거들었다.“이 강아지는 백마사에서 태어난 아이로 영험한 기운이 있습니다. 그동안 제 손에 있었지만 아가씨 말고는 누구에게도 다가간 적이 없지요.”연아는 자기가 아까워 먹지도 못한 토끼 모양의 사탕 인형을 아버지께 내밀었다.“연아의 사탕, 아버지께 드릴게요. 그러니 아버지는 연아에게 강아지를 주실 수 있겠습니까?”코끝에 달콤한 향이 맴돌며, 눈앞에 천진난만한 딸의 웃음이 번졌다. 그러자 사찰 안에서의 찌들었던 그의 기색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딸아이의 작은 코끝을 손가락으로 톡 건드렸다.“좋다, 연아가 좋아한다면.”“야호! 아버지가 최고예요!”연아의 눈동자가 환히 휘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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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넌 먼저 이 강아지를 마차에 실어 두거라. 그리고 누군가 묻거든 서방님께서 산 것이라 하여라.”“예.”대전 안, 설법을 마친 혜능법사는 조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시선이 사람들 너머 늦게 들어온 주종현에게로 닿자 조 씨는 눈을 번뜩이며 곧장 아들을 불러냈다.“법사, 이 아이가 제 아들입니다. 아직 혼례도 치르지 못했으니 한 번 살펴 주십시오.”다른 한쪽에서 이 말을 들은 송하윤은 불만스럽게 발을 구르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내가 따라왔으니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조 씨는 저 늙은 중에게 종현 오라버니와 여서린의 혼인을 점치게 했을 것이다.’혜능은 염불을 읊조린 뒤,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손길이 닿은 곳은 주종현이 아닌, 어린 연아의 머리 위였다.“화가 극에 달하면 복이 오니 이 작은 시주는 복록이 두터워 훗날 길한 운이 이어질 아이요. 장차 큰 복을 누릴 것이다.”조 씨와 곁에 있던 상 유모는 서로 눈을 맞추었고, 주종현은 딸을 안고 몸을 굽혀 예를 표했다.“법사님께 감사드립니다.”연아는 눈을 깜박이며 아버지의 모습을 따라 토끼 모양 사탕 인형을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은 통통한 배 앞에 얹은 채 또르르 굽혀 절했다.“법사님, 감사합니다!”그제야 조 씨가 깜짝 놀라며 나섰다.“대사…”혜능은 다시 염불을 읊조렸다.“마님, 이 집안에 이 아이가 있으니 온 집안의 복을 주시옵소서. 아미타불.”주종현은 둥실한 얼굴의 딸을 보며 기분이 한껏 풀려 가볍게 안은 채 흔들어 주었다.“앞으로 연아는 아버지의 작은 복성이로다.”연아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젖혔다.“아버지뿐 아니라 어머니도요!”조 씨는 이미 멀어져 가는 혜능법사의 등을 보며 씁쓸히 내뱉었다.“고작 저 계집아이만 봐주다니... 내가 그리 많은 향화를 바쳤건만.”상 유모가 슬며시 그녀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그제야 조 씨는 아들의 안색을 보고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강 씨 뱃속에서 태어나 우리 집으로 들어온 아이니 복스러운 아이지요.”문가에 서 있던 강시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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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어머니…”연아는 힘겹게 대전의 높은 문지방을 넘어오다가 분홍빛 치맛자락을 온통 흙투성이로 만들어 버렸다. 그 모습에 강시아는 급히 아이를 안아 올렸다.“아버지는 어디 계시기에 너 혼자 왔느냐?”연아는 착실히 어머니의 목을 감싸안으며 대답했다.“아버지께서 어머니를 찾으라고 하셨어요.”강시아가 안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니 송하윤이 억울한 얼굴을 하고 주종현의 등 뒤에 서 있었고 조 씨는 한창 격한 어조로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었다.강시아는 아이를 꼭 끌어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긴 재미없구나. 어머니가 너를 데리고 물고기 보러 가마.”“좋아요! 물고기!”연아의 눈은 반달처럼 휘어지며, 오늘 하루가 가장 즐거운 날이 된 듯 보였다.백마사의 서쪽에는 맑은 샘이 있었다. 본디 진흙탕이었으나 해마다 마르지 않았다고 한다. 옛날, 서쪽으로 향하던 한 승려가 이곳에서 설법을 하고 난 뒤 진흙탕은 맑은 샘물로 변했다고 전해졌다. 그 샘가에는 곧게 뻗은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마치 곁을 지키는 충직한 종과도 같았다. 그래서인지 이런 이야기도 전해졌다.지난 왕조 시절, 한 부유한 상인의 규수와 장부를 맡던 장부 선생이 서로 마음을 주고받은적이 있었다. 규수는 몰래 패물을 팔아 그를 과거 시험에 오르게 했다. 그 선생이 장원급제 하여 돌아왔을 땐 이미 십 년이 흐른 뒤였다. 돌아와 알게 된 것은 자신이 떠난 지 3년 만에 규수가 억지로 시집을 가게 되었고, 끝내 백마사에서 절명했다는 사실이었다.장원 선생은 그 통곡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샘가의 소나무로 변해 그녀의 곁을 지키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애달프지만 지금의 연아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샘 속의 작은 물고기를 집에 데려가는 것이었다.“어머니, 연아는 이 물고기가 갖고 싶어요.”작은 손은 샘가의 큰 바위를 꼭 붙잡고 두 눈은 간절히 붉은 작은 고기를 따라갔다. 그 말이 떨어지자 샘가 소나무 옆에서 바스락 소리가 났다. 모녀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난간 옆으로 눈가가 붉은 아가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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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아버지와 오라비가 없는 어린 나이에 그녀에게 대체 무슨 활로가 있겠는가? 차라리 온 집안이 굶어 죽느니 자신 한 몸을 팔아 그들을 살리는 것이 나았다. 오라비는 여러 차례 편지를 보내왔다. 돈을 모아 반드시 자신을 속량하겠노라고.그녀도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지난 생에는 자신의 일생이 저 좁디좁은 작은 뜰 안에서 끝나리라 여겼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다시 살아 돌아왔다. 하늘이 내려준 또 한 번의 기회였다. 언젠가 이 사슬에서 벗어나면 반드시 딸을 데리고 외삼촌을 찾아갈 것이다. 오라비는 본래 성정이 곧고 지극히 좋은 사람이니 분명히 그녀의 딸을 사랑해 줄 사람이었다. 회랑을 돌던 그녀는 순간 불현듯 나온 인물과 부딪칠 뻔했다.“눈이 없는 것입니까! 감히 저희 아가씨를 칠 뻔하다니!”소영은 자기 집 아가씨를 가로막으며 가시 돋친 목소리로 꾸짖었다. 작은 딸아이는 이내 겁에 질려 고개를 어머니의 목덜미에 파묻었다. 저 두 여인이 너무도 사납게 보여 무서웠던 것이다. 강시아는 아이를 감싸 안은 채 한발 물러서며 말했다.“첩이 경솔했습니다. 송 아가씨께서 먼저 가시지요.”송효연은 원래 기분이 좋았다. 조금 전, 조 씨 부인의 눈앞에서 종현 오라비가 자신만을 정실이라 천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이어 이 천한 첩의 품에 안긴 아이를 보자, 방금 전 혜능법사가 한 말씀이 떠올랐다.만약 이 아이가 진정 복성이라면 훗날 그녀가 낳을 자식은 어찌 되겠는가?모두 이 첩의 자식을 위해 길을 비켜주어야 한단 말인가?송하윤은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아, 강 마님 아니십니까? 소영아, 네가 또 규칙을 잊었구나. 잊지 말거라. 장차 강 마님도 네 주인이 될 분이시다.”서영은 그제야 땅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비첩 잘못했사옵니다.”송하윤은 한걸음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 친근한 척을 하며 아이의 등을 쓰다듬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작은 소녀는 뱀처럼 몸을 비틀며 그녀의 손길을 단호히 거부했다.강시아는 곧장 몸을 틀어 아이를 피하게 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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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한데… 어찌 나를 독하다 말할 수 있단 말입니까…?”강시아는 등을 돌린 채 아이를 어깨에 기대 안고 있었다.주종현이 다가왔을 때 그는 딸아이가 아직 잠들지 않았음을 곧장 알아차렸다. 그는 손을 뻗어 아이를 끌어내렸다.“연아, 네가 어찌 이리 무례할 수 있느냐?”연아는 억지로 아버지의 품으로 끌려오며 작은 얼굴을 들어 보였다. 아버지의 무겁고 준엄한 표정이 보이는 순간, 아이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작은 입술을 삐죽이며 몸을 벌벌 떨었다.“주종현!”강시아의 입에서 불쑥 터져 나온 말이었다.송하윤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늘 고분고분 고개 숙이던 여인이 이토록 돌변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주종현의 미간이 깊이 찌푸려졌다.“방금… 뭐라고 부른 것이냐?”강시아는 아이를 다시 안아 들며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손발이 뚜렷이 떨려왔다. 적모의 핍박과 아비의 방조. 지난 생에서 날마다 아이의 몸 위에 드리워졌던 그 그림자가 지금도 어른거렸다.“이 아이는… 서방님의 딸입니다.”강시아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묻고 싶었다. 지난 생에 어째서 아이의 고통을 눈 감아 버렸는지를.“겨우 세 살이에요! 이 아이한테 대체 무슨 죄가 있단 말입니까!”주종현은 그녀가 왜 갑자기 격렬히 감정을 터뜨리는지 알 수 없었다.“아이는 죄가 없다. 잘못은 네게 있지. 네가 가르치지 못하겠다면, 오늘부터 교습 유모를 붙여 따로 교육시키겠다.”강시아는 똑바로 주종현을 바라보았다. 다시 태어난 뒤 처음으로 참아내지 못한 증오의 빛이 눈동자에 번졌다.“그 누구도… 내 딸에게 손대지 못할 거야!”그녀는 두 걸음 물러서더니 아이를 끌어안은 채 산문입구를 향해 내달렸다. 발걸음이 거세고 성급하여 금세 바람을 몰아 일으킬 듯했다. 마치 그렇게 달리면 지난 생의 악몽에서 딸을 데리고 달아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작은 팔이 어머니의 목을 바짝 끌어안았다. 아이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귀 끝에 맴돌았다.“어머니, 무서워요…”강시아는 아이의 등을 다독이며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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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작은 뜰 한가운데 서리가 내린 아침 공기 속에서 설강은 어린 연아와 함께 강아지인 콩뼈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콩뼈는 얼마 전 백마사에서 사 온 누런 강아지이다.그리고 그날 저녁, 하 유모가 부엌에서 남은 밥과 반찬을 챙겨다 주었는데 강아지가 기어이 뼈 한 토막을 물고 와 앉아 갉아먹는 모습이 너무 제격이라 이름도 그 자리에서 곧장 콩뼈라 붙여 버린 것이다.강시아는 시선을 거두며 물었다.“곡식 수확은 얼마나 했느냐?”하 유모가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마님 분부대로 나눠서 들였는데 도맡아 처리하는 이가 한 사람뿐이라 속도가 더뎌 아직 끝내지 못했사옵니다. 게다가 흔적이 남지 않도록 일부러 성 안의 여러 상점에서 조금씩 나누어 들이고 있사옵니다.”강시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이틀 안으로 그이가 국공부에서 하는 일을 그만두게 하거라.”하 유모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마님, 그 일은…”국공부에서 꽃을 가꾸는 일, 비록 하찮아 보이나 품삯이 넉넉하여 눈독 들이는 이가 적지 않았다. 지난번 상순이 하대우를 붙잡아 마님 앞에 끌고 간 것 또한 화공의 자리가 탐 나서 그랬던 게 아니었나?강시아는 손끝만 바쁘게 놀리며 수놓은 비단 위에 상서로운 짐승의 윤곽을 드러냈다. 그녀는 고개조차 들지 않고 담담히 말을 이었다.“상순이 한 번 하대우를 붙잡을 수 있다면 두 번째도 못할 게 없지 않겠느냐? 그자가 눈치챘다면 목숨을 위협하는 더 큰일을 꾸미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겠느냐?”하 유모는 입을 닫았다.생각해 보니 목숨이야말로 가장 귀한 것이었다. 더군다나 훗날 금전을 손에 쥐고 나가 부귀롭게 살 길이 열린다면 애당초 그 일은 언젠가 내려놓아야 할 자리였다.“마님, 한데 이 며칠 사이 설강이 슬그머니 방으로 돌아가곤 하옵니다. 본래 큰 마님께서 붙여 보낸 아이이니, 혹시…”강시아는 뜰을 향해 잠시 눈길을 보냈다.“설강의 마음은 지금 이 작은 집안에 있지 않다.”그녀는 옆에 놓인 비단실 거치대를 턱짓으로 가리켰다.“보거라. 저것이 며칠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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