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Bab 31 - Bab 40

100 Bab

제31화

송하윤이 물었다.“이 진주는 어디에서 구한 것입니까?”“옥보루에서 구한 것입니다.”“허허, 강 마님께서 참으로 농을 잘하십니다. 옥보루는 성왕부의 산하 산업이지 않습니까? 마님 말씀은 곧 옥보루에서 가짜 물건을 팔았다는 뜻입니까?”강시아의 입술 끝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송 아가씨께서도 옥보루에서 결코 가품을 팔 리 없다 하셨습니다. 한데 어찌 이 진주가 가짜라 할 수 있겠습니까?”송하윤은 손에 든 자수품을 사람들 앞에 펼쳐 보이고는 말했다.“옥보루가 가품을 팔지 않는다면 그건 곧 강 마님께서 허위로 꾸며 모든 이를 속였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강 마님, 어찌 이 작은 잔돈을 탐해 이토록 어리석은 짓을 저지를 수 있단 말입니까?”“가짜라고?”큰 마님은 다급히 자수품을 받아 들었다. 서수의 입에 물린 진주는 윤택하며 은은한 광택을 띠고 있었다. 만약, 누군가 지적하지 않았다면 이것을 가짜라고 여기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을 것 같은 정도였다. 송하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소영의 어미는 진주를 채집하던 여인입니다. 소영이는 어릴 적부터 어미를 따라다니며 진주와 함께 살아온 세월이 수년인데 그녀의 눈이 잘못될 리 없지요!”그녀가 차갑게 꾸짖었다.“강 씨! 내가 무려 삼천오백 냥을 내었다! 한데 이게 진정 네가 사온 진주란 말이냐?”“고조모, 궁중에는 진귀한 보물이 무수히 쌓여 있습니다. 내관이나 여관들 한 명 한 명 모두 불꽃 같은 안목을 지녔는데, 이 자수품이 만약 궁중에 들어가 단박에 가짜란 것이 들통난다면 그때야말로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겁니다!”송하윤의 목소리에는 공포가 가득 담긴 듯했으나 강시아를 응시하는 눈빛은 오히려 빛나고 있었다. 애초에는 이 천한 첩을 몰아내려면 적잖은 수고가 들 줄 알았다.그런데 이건 공짜로 굴러들어온 기회가 아닌가!주종현은 그 진주의 차이를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강시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주종현 곁에서 이미 사 년 넘게 지내온 이였다. 영민하고 영특했으나 탐욕스러운 여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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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강 마님께서 며칠 전 분명 저희 가게에서 삼천오백 냥짜리 진주를 한 알 사 가셨습니다!”장객 부인은 그렇게 말하며 강시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강 마님, 우선 이 진주를 떼어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저는 감히 마님을 의심하고 싶지 않으나 옥보루가 공연히 누명을 뒤집어쓰는 일은 더욱 원치 않습니다.”강시아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지요. 주인장은 안심하고 떼어내 보셔도 됩니다.”장객 부인이 가위를 들고 한참을 살펴보았으나 실마리 하나 찾을 수 없었다.“이 자수가 참으로 정묘해서 선뜻 망치고 싶지 않는데, 혹시 마님께서 직접 떼어내 주실 수 있겠습니까?”“그러지요.”강시아는 가위를 쓰지 않고 허리춤의 주머니에서 수놓은 바늘을 꺼냈다. 자수의 뒷면에서부터 천천히 실을 뜯어내더니 마침내 사람 키보다도 긴 실이 빠져나온 끝에야 진주가 드러났다. 그 모습에 장객 부인은 감탄을 터뜨렸다.“그러니 실 끝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군요! 강 마님께서는 진주를 마지막 실 한 올에만 꿰어 넣으셨구나.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었으니 따로 꿰맨 흔적이 전혀 없었던 것이지요.”그 순간, 그녀들이 서로 공감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송하윤의 눈에는 못마땅하게 비쳤다.“지금은 진위를 가리는 것이 급선무이지, 한가히 이야기나 나눌 때가 아닙니다!”장객 부인은 곁눈질하며 송하윤을 보더니 진주를 집어 들고 문가의 햇빛에 비추었다.둥글고 가득 찬 알맹이, 티 없이 희고 매끄러운 윤기, 심지어는 마치 달빛이 응결된 듯한 광채도 번졌다. 그제야 장객 부인의 마음속에 확신이 섰다.“큰 마님께 아룁니다. 이 진주는 옥보루에서 낸 것이 틀림없습니다.”큰 마님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곧바로 송하윤이 끼어들었다.“옥보루 가게 전체를 걸고 말할 수 있습니까? 이 진주가 진짜라고 말입니다.”장객 부인은 비록 겸손했으나 기죽지는 않았다.“송 아가씨, 말씀이 지나치신 것 같습니다. 저희 옥보루에서 내놓은 물건은 모두 진품인데 어찌 아가씨의 말씀 한마디에 곧바로 가짜가 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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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강시아는 고의로 고개를 들어 송하윤을 바라보았다.“예, 오늘 바로 수놓아 드리겠습니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송하윤은 모욕을 견디지 못하는 성정임을 말이다. 단 한 번의 시선만으로도 그녀의 마음을 충분히 어지럽힐 수 있었다.송하윤은 그 눈길에 마치 따귀를 세차게 얻어맞은 듯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 눈빛은 분명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비록 송 아가씨께서 억지를 부려도 이 자수는 이미 완벽합니다. 굳이 복숭아를 덧붙일 필요는 없지요.’ 라고. “조고모, 수례에 어찌 장수의 복숭아가 없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이미 오래전부터 강 마님의 자수를 기다려 왔습니다!”송하윤은 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뒤였다. 처음에는 그저 복숭아를 덧대어 자수를 망쳐 강시아로 하여금 주 씨 집안 앞에서 망신을 당하도록 만들려는 계책이었을 뿐인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향화를 올린다 하였는가? 그렇다면, 강시아의 수놓은 작품이 온 경성에 대재앙을 불러일으키도록 만드리라!큰 마님은 미간을 좁혔다.손녀가 평소에 지혜롭다 평할 수는 없었으나, 적어도 첩 한 명과 이토록 치졸하게 다투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어찌하여 이다지도 분별을 잃는단 말인가. 그녀는 단호히 잘라 말했다.“대혼이 이제 두 달정도밖에 남지 않아 시간이 빠듯하다. 너는 혼례 준비나 잘하거라!”그러나 송하윤은 한 걸음 나서더니 고 유모의 손에서 자수를 빼앗았다.“조고모, 겨우 복숭아 하나일 뿐입니다. 백마사에 올리는 향화에 차질이 생기지 않게 내일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강시아는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송 아가씨, 혹시 첩이 먼저 진주를 꿰매어 드려야 하겠습니까?”송하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진주를 홱 낚아챘다.“그럴 필요 없습니다!”강시아는 소매 속에 감춰 둔 삼천오백 냥짜리 진주를 매만지며 얼굴 가득 진심 어린 미소를 띠었다. 그녀가 수놓은 것이 가짜인게 분명했다. 소영은 틀리지 않았고 장객 부인 또한 틀리지 않았기에, 석연치 않아 뜯어 보려 했던 것이다. 다만, 그녀가 진주를 떼어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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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그녀는 소매 속에서 주먹을 굳게 움켜쥔 채 몸을 돌려 떠났다. 이미 다시 태어난 몸. 하찮은 일에 마음이 상할 필요는 없었다.정오가 지난 뒤, 주종현은 토끼 모양의 연을 들고 찾아왔다. 그는 이미 그녀와 약속했었다. 금명호에서 연을 날리기로. 그는 약속한 일이라면 결코 저버리지 않았다.주종현은 뜰에 서서 한 손은 등 뒤에 지고 한 손에는 연을 쥐고 있었다.위심이 뜰 안의 방을 샅샅이 돌아보고 와서 아뢰었다.“세자, 아무도 없사옵니다.”“아무도 없다고?”주종현은 잠시 얼떨떨했다.“분명히 약속했는데 어찌 아무도 없다 하는 것이냐?”그의 눈길은 텅 빈 작은 뜰을 응시하며 차갑게 좁혀졌다.그 무렵.청록 천막을 씌운 작은 마차 한 대가 풍수교를 지나 남성문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남교 외곽에는 작은 언덕 제단이 하나 있었는데 지세가 평탄하여 연을 날리기에 더없이 알맞은 곳이었다.설강은 연아를 데리고 연을 하늘에 올리고 있었다. 강시아는 마차 곁에 서 있었고 하 유모는 성벽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제 남편이 이 근처에서 창고 하나를 잡아 두었사옵니다. 남성문은 금주로 가는 관도와 가까워서 많은 상인들이 창고를 이쪽에 두지요.”강시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응했다.“상인들 창고에 묻혀 있으면 눈에 띌 일도 적겠지.”그때,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연아가 달려오며 소리쳤다.“어머니! 설강 언니가 연을 날렸습니다!”그 아이의 커다란 눈동자는 별빛처럼 반짝였다.뒤에서는 콩뼈가 신나게 짖으며 달려왔다. 꼬리를 어찌나 세차게 흔들던지 곧 하늘로 날아올라 갈 것만 같았다. 그동안 백마사에서 돌아온 뒤 줄곧 뜰 안에 얌전히 묶여 있던 지난날을 보상이라도 받듯 콩뼈는 즐겁게 뛰놀고 있었다. 오늘이 되어서야 비로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장소를 찾은 것이었다.강시아는 마차에서 수낭을 꺼내 딸아이에게 물을 먹였다. 연아는 금세 휙 돌아서더니 달려가 버렸고, 그 사이, 하 유모가 조심스레 물었다.“제 남편이 이 창고를 얼마 동안 빌려야 하는지 물었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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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강시아는 품에 연아를 안은 채 마차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한 줄로 늘어선 민가를 개조한 창고들 앞에는 수많은 외바퀴 수레들이 멈춰 서 있었다. 그것은 창고에서 각 상점으로 물건을 나르는 인력꾼들의 수레였다.이때 하 유모가 그녀를 일깨웠다.“마님, 저기 계수나무 보이시지요?”계수나무 곁 창고 앞에는 두 인력꾼이 허리를 굽혀 짐을 안으로 나르고 있었다. 화공의 짧은 옷을 벗어 던지고 면포 장포를 걸친 하대우는 마치 창고를 관리하는 집사처럼 제법 그럴듯해 보였다.하 유모의 얼굴에 웃음이 한 겹 더 짙어졌다. 그녀의 남편은 요즘 부쩍 바빠지면서 도박장에도 발길을 끊은 것이다. 예전 국공부에 있을 적에는 새 꽃을 가꾸는 철이 아니면 하루가 멀다 하고 도박장을 드나들던 그였다. 그러므로 만약 이 기회에 그가 도박을 완전히 끊는다면 그것 또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강시아는 차창을 내려 가렸다.“오는 길에 보니 앞에 만둣국 가게가 있으니, 잠시 후 그곳에 들러 먹도록 하자.”만둣국 가게에는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았다. 낮고 작은 탁자는 반들반들 윤이 날 만큼 깨끗하게 닦여 있었다.“마님과 아가씨께서는 무엇을 드시겠습니까?”주인은 부부였는데 눈가의 가는 주름마다 세속의 연기와 따스함이 깃들어 있었다. 안주인은 상냥한 미소를 띠며 허리춤의 흰 수건을 꺼내 탁자를 다시 한 번 정성스레 닦아 주었다.연아는 이런 곳에 처음 와 보는 듯 동그란 눈망울을 반짝이며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어머니, 여기 냄새마저 참 좋습니다!”강시아는 딸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한 사람에 한 그릇씩. 모두 만둣국으로 주세요.”연아는 미소 가득한 얼굴로 어머니의 말을 따라 했다.“한 사람에 한 그릇씩. 모두 만둣국으로 주세요.”그러고는 자기 배를 두 손으로 토닥이며 말했다.“저는 많이요!”안주인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요. 많이 드리지요.”잠시 후, 만둣국이 상 위에 올랐다. 맑고 투명한 국물 위에 눈처럼 희고 통통한 만두가 동글동글 떠 있었고 그 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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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유한석의 눈빛이 예리하게 파고들었다.“강 마님, 어찌 형님께서 경성에 오는 까닭조차 모르신단 말입니까?”강시아는 알지 못했다. 오라버니의 서신을 받은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었기에, 나중에 그의 소식은 더 이상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유한석의 눈매가 차갑게 가라앉았다.“강 형님께서는 돈을 모으려다 네 해 전의 과거시험마저 놓쳤습니다. 이번에 경성으로 오는 것도 가을의 추위시험을 위해서지요.”바로 그때, 한 대의 마차가 지나갔다. 그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송하윤이었다.그녀의 안색은 극히 좋지 않았고 시녀 소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그녀 발밑에 무릎 꿇고 있었다. 순간 흩날린 바람이 마차의 발 가리개를 들추어, 그녀는 그 틈으로 익숙한 실루엣을 볼 수 있었다. 송하윤은 즉시 차가운 손으로 차일을 젖혔는데, 강시아의 맞은편, 그녀 앞에 한 사내가 앉아 있던 것이었다! 마차가 스쳐 지나가며 그의 옆얼굴이 뚜렷이 드러났다. 몇 달 전, 사람을 이끌고 그녀의 집을 샅샅이 수색하던 감찰어사, 유한석이었다.송하윤은 크게 놀라며 몸을 움찔했다가 곧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러고는 이내 입꼬리에 은밀한 웃음을 그렸다.“어서, 어서 저택으로 돌아가자!”강시아는 손끝이 하얗게 질리도록 숟가락을 꽉 움켜쥐었다. 네 해 전, 그녀가 받았던 오라버니의 편지에는 북방으로 금을 캐러 가겠다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상단에서 그를 데려가 주기로 했다며 단 1년이면 속박을 풀 돈을 모을 수 있다고 했었다.하지만 그 무렵, 그녀는 몸에 아이를 품고 있었기에, 그에게 어찌 대답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잘 지내냐 묻는 말에 과연 잘 지낸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못 지낸다고 해야 할까.그럭저럭 입에 풀칠은 하고 있긴 했지만, 차마 행복하다고, 편안하다고 쓸 수는 없었다.그녀는 점점 편지에 답장하는 횟수가 줄어들더니 끝내는 오라버니의 편지만 받고 답장은 하지 않았다. 차라리 자신을 인정머리 없는 누이라고 욕하게 두자. 그래야 오라버니가 세속의 인연을 잊고 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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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강시아는 창밖을 내다보았는데, 그 거지 형제가 방금 받은 만둣국을 빼앗긴 것이었다. 형은 비록 욕설을 중얼거리며 분노를 삭였으나 은밀히 손을 뱃가죽 쪽으로 가져가 만져 보았다. 아마 그곳이 돈을 숨겨둔 자리일 것이다.그는 예리하게도 마차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감지해 냈다. 그리고 그 시선이 자신에게 은전을 건넸던 귀인임을 알아채고는, 몰래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어린 동생의 손을 끌어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가자, 저택으로 돌아가자꾸나.”강시아의 마음속은 파도처럼 뒤집혔다. 지금 그녀는 온 힘을 다해도 겨우 자신과 연아만 간신히 부양할 수만 있었기 때문이다. 큰 마님 생신 예물에 필요한 돈은 이미 마련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그저 조 씨의 몫뿐.태후의 회갑연은 아직 한 달 보름쯤 남았다. 그 전에 반드시 손을 써야 한다. 이틀 안에라도 짬을 내어 옥보루에 다녀와야 했다.저택으로 돌아왔을 때 연아는 이미 곤히 잠들어 있었다. 오늘 하루 실컷 뛰논듯 어린 돼지처럼 푹 잠든 모습이었다. 얼마나 깊게 잠든 것인지 내릴 적 마차가 흔들려도 눈 한번 뜨지 않았다.저녁 햇살은 기울어 모녀의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 작은 뜰 입구에 다다르자 담장 모퉁이에서 한 사람이 두 손을 등 뒤로 한 채 서 있었다. 그는 말라 죽은 배나무를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하 유모는 주종현의 뒷모습을 흘깃 보더니 강시아의 품에서 연아를 받아 안았다.그녀는 자리를 비켜주며 슬그머니 강시아의 등을 떠밀었다.강 마님이 편히 지내야 자신들 같은 하인들도 편해지는 법이었다. 주종현이 고개를 돌렸다. 설강의 손에 들린 연이 망치가 되어 그의 가슴을 세차게 후려쳤다.“연을 날렸느냐?”강시아는 무릎을 굽혀 예를 올렸다.“예, 연아가 오래 전부터 연을 날리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댔지요. 그런데 마침 오늘 날씨가 맑아 데리고 나가 주었을 뿐입니다.”주종현은 눈앞에 고개 숙인 여인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의 손끝은 등 뒤에서 굳게 쥐어졌다.“본 세자가 할머니께 문안드리기 전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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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이튿날, 강시아는 여전히 수방 안에서 바늘을 꿰고 있었다. 실 사이로 빛이 스며들고 있어, 자수틀 위에 얼마 전 옥보루에서 사 온 작은 진주로 꿰맨 관음의 법관이 반짝이고 있었다.“강 마님을 뵙습니다.”장객, 문 마님이 두 명의 시녀를 거느리고 들어왔다. 시녀들의 손에는 각각 쟁반 하나씩이 올려져 있었는데 그 위에는 지금 경성에서 가장 유행하는 장신구들이 가득히 쌓여있었다.강시아는 굳이 문 마님을 외당으로 청하지 않고 설강에게 시켜 곧장 이곳에다 다과를 차리게 했다.“번거롭게 또 발걸음하게 해 미안합니다. 이번에는 꼭 허탕 치게 하지 않겠습니다.”문 마님은 옥보루에서 이미 수많은 마님과 규수들을 대면해 본 사람이었다. 어제 첫눈에 진주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처음에는 자신이 착각했나 싶었다. 그러나 돌아가 곱씹어 보니, 분명 강 마님이 진주를 뜯어낼 때 다시 바꿔치기한 게 틀림없었다. 이런 수작은 고관대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 자신은 그저 돈을 벌면 그만이었다.“마님, 별 말씀을. 어제 뵌 그 뛰어난 자수 솜씨만으로도 두세 번쯤 더 찾아뵐 가치가 있지요.”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시선을 자수틀 위에 고정했다.“제가 잘못 보지만 않았다면 저 위의 진주들은 전부 지난번 옥보루에서 사 간 것이 분명합니다. 마님의 기발한 착상으로 진주를 자수에 쓰니 이렇게나 새롭고 기이한 효과가 나오는 것입니다.”강시아는 엷게 웃으며 몸을 일으켜 자수틀을 세워 보였다. 순간, 문 마님은 숨이 멎는 듯한 감각에 눈을 크게 떴다.위에는 진주로 꿰맨 법관, 아래에는 오직 실로만 수놓은 법관. 두 그림이 서로를 비추듯 완연한 쌍면상을 띄고 있었다.그때, 문 마님의 뇌리에 번뜩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만약 이 기법을 장신구에 응용한다면? 앞에서 보면 보석, 뒤에서 보면 자수. 이런 장신구라면 전 경성에 단 하나뿐일 터였다!“장객 부인?”강시아가 부르자 문 마님은 황급히 정신을 차렸다.“강 마님, 참으로 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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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그녀는 다시 한 번 자수틀을 흘낏 보고 나서야 천천히 일어섰다.“마님께서 더 필요하신 것이 있다면 언제든 옥보루로 사람을 보내 부르시면 됩니다.”강시아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알겠습니다. 설강, 장객 부인을 배웅해 드리거라.”문 마님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졌다. 강시아는 손목에 감긴 팔찌를 슬며시 어루만졌다.다음번에는…다음번에는 반드시 돈을 벌어내야 한다.문 마님이 데려온 두 시녀는 모두 수공에 능한 자수 비녀들이었다. 처음부터 배워 가겠다는 심산으로 따라온 것이 분명했는데, 돌아간 뒤 두 사람이 수없이 손을 놀려 보았건만 끝내 쌍면상을 구현하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 만든 것이 그나마 제 모양을 갖추었으나 이미 진짜를 본 눈에는 그마저도 석연치 않게 느껴졌다.강시아가 굳이 수방에서 문 마님을 대접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보게는 하되 훔치지 못하게. 그래야 훗날 흥정을 벌일 때 주도권은 온전히 자신에게로 올 수 있는 법이었다.관음의 법상을 쌍면으로 수놓은 작품을 들고 강시아는 곧장 조 씨 앞에 내놓았다.그녀는 본래 강시아의 바느질 솜씨가 뛰어남을 알고 있었다. 예전에도 상 상궁은 여러 번 그녀 앞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장녀의 혼례 때, 손에 들려 있던 원앙 부채 역시 그녀의 손에서 탄생된 것이었다. 오늘 다시 본 강시아의 자수는 그보다 한층 더 깊은 인상을 남겼다.“쌍면상이라니!”그러자 조 씨의 입가에 웃음이 피어올랐다.“태후께서 평소 불공을 드리시고 해마다 행궁에 머물며 한 달 동안 불법을 닦으시지. 금은보다 귀한 선물이 바로 이런 불상 자수일 게다.”만족스러운 눈길로 아직 미완성 된 자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는 향 유모에게 건네주었다.“좋구나. 정성을 기울였네.”그러나 이어지는 말은 날카롭게 바뀌었다.“들어보니 며칠 전 옥보루의 장객 부인이 다녀갔다고 하더구나.”강시아가 눈치 빠르게 무릎을 꿇자, 조 씨의 시선이 그녀의 머리 장식으로 옮겨졌다. 흰 옥비녀, 눈에 잘 띄지 않는 단출한 물건이었다.“일어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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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지금 주종현은 바로 그녀 앞에 서 있었다. 강시아의 두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서방님께서는… 문책하러 오신 겁니까?”이번 생에도 그가 친히 그녀를 연못에 가라앉히려는 것인가!주종현은 그녀의 격앙된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한 듯 내뱉고 말았다.“내가 묻지 말아야 한단 말이냐! 만약 이 장계가 조정에 올려졌다면 네가 지금 나와 이렇게 말다툼할 목숨이나 남아 있었겠느냐!”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붙였다.“내가 먼저 묻겠다. 그날 네가 연아를 데리고 연을 날리러 갔다던 말. 정녕 그것뿐이었느냐?”강시아는 손바닥에 손톱이 파고들 만큼 움켜쥐며 억지로 자신을 진정시켰다. 그녀는 절대 무너지면 안 된다. 그녀가 무너지면 연아 역시 살아남을 수 없었다!“지난번 백마사에서… 첩이 우연히 유 대인을 만났었는데, 그분께서 첩 오라버니의 누이임을 알아보셨습니다.”주종현의 눈썹이 매섭게 찌푸려졌다.“백마사라고? 강시아, 너 도대체 나한테 얼마나 숨긴 것이냐?”강시아는 고개를 들어 맞받아쳤다.“백마사라면 서방님께서 첩을 억지로 끌고 간 곳 아닙니까? 의심하려거든 먼저 서방님 자신을 의심하셔야지요!”주종현은 이를 악물었다.“그렇다면 이 장계에 적힌 일은 대체 무엇이란 말이냐!”강시아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눈빛만은 매서웠다.“그날 연을 날리고 돌아오는 길에, 첩은 연아와 함께 길가에서 만둣국을 먹었었습니다.그때 유 대인께서 정정당당히 첩의 맞은편에 앉으셨을 뿐입니다. 그분께서 첩이 어찌 오라버니를 모른 체할 수 있냐며 제 오라버니를 위하여 직접 나선 것이지요. 서방님께서 믿지 못하시겠다면 그 만둣국 가게에 직접 가서 물어보셔도 됩니다. 아, 그날 첩이 길가의 거지 형제에게 만둣국 두 그릇을 사주었으니 그들에게 물어보셔도 됩니다!”강시아의 입술이 떨려왔으며, 지난 생에 물속에서 느꼈던 질식의 고통이 파도처럼 다시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녀와 연아는 이미 한 번 억울하게 죽었다. 그러니 간신히 되살아난 지금, 그녀는 죽을힘을 다해 몸부림치며 살아남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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